2012 일본 교환유학일기

2012. 11. 14 수요일 유학생활 이 백 서른 두 번째날

2012. 11. 14 수요일 유학생활 이 백 서른 두 번째날

1교시는 참 일어나기 힘들다. 간신히 일어나서 일본의 역사 수업을 듣고, 2교시 영어시간까지 버텼다.

‘아 배고파....’

아침식사용 바나나가 다 떨어져서 바나나를 먹지 않고 학교로 와 버린지라 상당히 배가고팠다. 월요일날 갔던 그 라멘집을 또 갔다. 메뉴중에 ‘배가고프다면 이걸 먹어라’ 라는 양 많은 라면이 있었는데 그게 먹고싶어서 이틀만에 또 온 것이다. 먹고싶은건 먹어야한다.

집에 돌아와서 1시간 정도 낮잠을 잔 뒤에 4교시 한일번역기법 수업을 들으러 다시 학교로 향했다. 한국인 6명, 일본인 6명으로 짝이 딱 맞아서 한국인과 일본인 짝을 지어 각자의 번역을 도와주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나는 ‘히다노 에리’라는 학생이랑 같이 하게 되었다.

히다노 에리는 한국외국어대학교로 유학을 갔다가 올해 8월에 일본에 돌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높은 레벨의 한국어실력을 갖고있었다. 오히려 내가 히다노 에리의 한국어번역을 보고 ‘오, 이 표현이 더 좋겠군’이라 생각되서 내 한국어를 고치기도 하였다. 반대로 히다노 에리 역시 내 일본어를 보고 이 쪽이 더 좋겠다면서 자신의 일본어를 고쳤다. 그렇다보니 어떤 그룹보다 빨리 해치우고 검토에다가 서로의 지도까지 빨랐다.

“AKB 좋아하세요?” 히다노 에리가 물어봤다. 그러고보니 난 지금 하라주쿠샵에서 산 AKB연필을 들고 있다.

“아아, 예”

“누가 가장 좋아요?”

“오오시마 유코요”

“와, 저도요! 유코는 정말 귀엽죠, 저는 오오시마 유코랑, 마츠이 쥬리나랑 요코야마 유이를 좋아해요! UZA의 활동은 이제 끝났나요?” “끝났다기보다...음, 어제 화요곡에서 다음 싱글노래를 처음으로 방송했으니 이제 안나오겠죠?”

“다음싱글이면...?” “가위바위보 싱글이요” “아아! 시마자키 하루카가 센터인!”

관심이 없다면 절대 이어지지 않을 대화가 계속 이어졌다.

“악수회는 가보셨나요?” 히다노 에리가 물어봤다.

“예예, 한번뿐이지만요”

“어땠어요? 누구랑 했어요?” “역시 오오시마 유코죠”

“우왁! 오오시마 유코랑 악수를 했다구요? 무슨얘기했어요!?”

“시간이 워낙 짧아서 대화는 못나누고, 그냥 한국인이라니까 –정말요!? 안녕!-이라고 말해주더라고요”

“어이어이, 영빈군, 서로 공부하랬지 누가 작업걸래”

김대석교수님이 농담조로 말을 했다. 한창 재미있게 대화를 하는 중에 수업이 끝나는 종이울렸다.

“오늘 고마웠어요~ 다음에 또 AKB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요~”

히다노 에리가 자리를 일어서며 말했다.

“아하하하, 그런 이야기라면 전 대환영이요”

집에오자마자 바로 요시노야로 출근을 하였다. 입점등록을 하고 11월 인수인계 노트를 보는데 어제 날짜에 스즈키씨가 이렇게 적어놨다.

‘한가했습니다.’

등골이 오싹했다. 희한하게 요시노야는 전날 한가하면 다음날 꼭 바빠지고 그 반복이다. 어제 한가했단 얘기는 나에게 오늘 엄청나게 바쁘다는 예고로 들렸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일하는 날이다.

불길한 징조일까, 나는 시작부터 실수를 하고말았다. 손님은 야키니쿠 덮밥을 시켰는데 내가 부타동으로 오더를 잘못보내서 부타동이 나온 것이다.

“이 부타동은 이따가 제가 마카나이로 먹겠습니다.”

내가 만든것이니 내가 처리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점장님에게 말했다.

게다가 더더욱 불안하게도 6시쯤에 평소보다 한가했다. 6시쯤 손님들이 많이 와 줘야 가장 바쁜 시간대인 7시부터 8시 타임을 그나마 숨을 돌리며 일할 수 있다. 그러나 조용하다. 태풍의 눈인 것이다. 어제 한가하고 오늘 6시쯤에 손님이 적다라...가장 바쁜 7시타임이 벌써부터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런 나쁜 법칙은 예외가 없다.

“어서오십시오!!”

오늘 아르바이트는 그냥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장난이 아니었다. 하나사카씨가 이야기 해준, 자리가 꽉 차고, 쟁반을 닦을 여유도 없어 쟁반이 다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과거 요시노야가 덮밥계의 원탑이었을 때에만 해당하던 옛날이야기인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바로 그 상태였다. 이 바쁜때에 요시노야에 있는 직원이라곤 나랑 점장님이 끝이라서 진짜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몸을 움직였다. 워낙에 정신없는 상태라 가게 내에 먹을 손님의 부타동을 테이크아웃으로 누르는 실수를 했다. 바쁘지않다면 ‘실수했습니다. 테이크아웃이 아니라 점내로 부탁합니다’라고 전달하면 되지만 워낙에 바쁜지라 그런 여유가 없었다. 사실 이 실수도 점장님이 부타동을 도시락에 넣어서 낼 때야 비로소 눈치챘다.

“아, 뭐야, 점내였어?”

“죄송합니다.”

아까꺼랑 합해서 안 나와도 될 부타동 두 개가 생겼다. 보통 내 기준으로 7시 40분이 넘으면 가장 바쁜 시간을 넘겼구나. 하고 한숨돌리는데 한숨돌리긴 커녕 손님은 계속해서 들이닥쳤다.

“띠딩띠딩띠딩”

직원부르는 콜 소리가 마구 울려댔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이렇게 외치는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여기 직원은 두 명 뿐이다. 8시 30분에 나오야씨 출근인데 그 때까지 손님은 멎지않았다. 9시쯤 돼서야 가게는 진정되었고 그때서야 나는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몇 분 휴식?”

“30분”

“히익? 지금까지 안 쉬고 이런손님 받았던거? 힘들었겠네”

“하아”

오늘 마카나이로 뭘 먹을까 아침부터 한참 고민했다. 규동을 먹을까, 부타동을 먹을까. 이는 짜장면이냐 짬뽕이냐보다도 훨씬 어려운 문제이다. 아 몰라, 그래서 오늘은 규동과 부타동. 둘 다 하나씩 먹기로 마음먹고 왔지만....

“잘 먹겠습니다.”

오늘 내 마카나이는 내 오더전달 실수로 만든 부타동 두 그릇이다. 규동 한 그릇, 부타동 한그릇으로 두 개의 맛을 다 느끼려했는데 부타동 두 그릇을 먹게 됐다. 그것도 다 식은거....

“부타동 칼로리가 몇 인지 알아?”

부타동 두 그릇을 들고 휴게실로 들어가려는 점장님이 말했다.

“아뇨, 몰라요”

“규동보다 부타동이 칼로리가 더 높아”

“그렇습니까?” “부타동이 800칼로리 정도 되지?” “네에!?? 800이요!??”

“흐흐, 그럼 두 그릇을 먹으면?” “1600.....”

“음하하하하하 높지???”

“....먹기가 무서워지는데요...뭐 그래도, 이건 어쩔수없으니...1600칼로리 잘 먹겠습니다.”

휴식을 끝내고 나니 9시 40분이다. 퇴근시간은 금방 다가왔다.

“오늘 대단한 폭풍이었지?”

점장님이 말했다.

“엄청났죠....버텨내서 다행입니다.”

“무언가 이벤트가 있으면 이런다니까”

“예? 무언가있나요?” “오늘 축구, 월드컵 최종예선”

“.....아무리 생각해도 요시노야랑 관계없는데말입죠”

“그런거 하나있으면 유동인구가 생기고 그게 결국 손님폭풍으로 이어지는거야”

“흠....”

치킨집이 바쁘면 이해를 하겠다면 규동집이랑 축구랑 상관관계라...

“어때? 칼로리 소비 좀 많이 했나? 1600칼로리나 먹었잖아 키키키”

점장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소비는 했겠지요, 하지만 1600은 택도 없습니다.”

“어서오세요! 어서오세요! 하면서 빨리 뛰어다녀야지 이대로 돌아가면 살 찐다 키키”

“아, 퇴근시간이 되었으니 어쩔수없이 집에 가야죠”

집에오면서 편의점에 들러 아예 맥주를 6캔들이 셋트로 사왔다. 아르바이트 끝날 때 마다 하나씩 꺼내 먹기위해서다.

오늘의 지출 – 라면집에서 라면 1000엔

마카나이 230엔

맥주 6캔셋트 760엔

총 199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