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일본 교환유학일기

2012. 12. 13 목요일 유학생활 이 백 예순 한 번째날

2012. 12. 13 목요일 유학생활 이 백 예순 한 번째날

오전수업이 없는 날이다. 일어나고 보니 사야코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자 버렸어!!’

이상하게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아서 점심을 먹지않고 잘 수 있을 만큼 자다가 씻고 그대로 학교를 갔다.

사람은 역시 삼시세끼를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건강하다. 학교 가고나서 조금 지나자 엄청나게 배가고파졌다. 요시마스 교수님은 30분 일찍 수업을 끝내주므로, 3교시 비교문학론 시간이 끝나고 4교시 창작시간까지의 30분 텀을 이용하여 가까운 제2식당을 갔다. 점심시간이 지나서인지 식당엔 단 한사람도 없었다.

“라멘 주세요”

“아, 죄송해요, 라멘은 1시까지 밖에 안 해서요.”

“억....그래요?” 이런, 라멘을 먹으러 왔는데 라멘이 없다니 이게 무슨소리야. 카레를 여기서 먹긴 돈 아까운데...

“지금 가능한 면류라면 우동이랑 소바가 있습니다.”

어? 소바?

“소바 주세요!!”

“네, 300엔입니다.”

어제 사야코랑 메시지로 티격태격했던 소바이다. 학교에도 있었는지 몰랐다. 일본에 온지 8개월 반 만에 처음먹는 소바이다.

‘.....역시 내 생각대로 내가 좋아할만한 음식은 아니다.’

학교식당꺼라 그런건지 뭔지 몰라도 맛없는건 아니여도 줘도 입에 대지않을 것 같은 그런 밍밍한 맛이었다. 솔직히 카레나 사 먹을걸 후회했다. 나온김에 본부동으로 가서 밀린 집세랑 인터넷비를 다 내고 왔다. 돈이 모자라서 밀린게 아니라, 그냥 내러가기 귀찮았을 뿐이다. 그렇게 한번에 5만엔이 날아갔다.

소바가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기대한것보다 맛이 별로였던것도 있고 원채 양이 작은지라 매점가서 아몬드라떼나 사먹으러갔더니 아몬드라떼가 있을 자리엔 커피랑 밀크티만 있었다. 아무래도 이제 아예 들여놓치를 않는 것 같다. 실망하여 다시 강의실로 돌아왔다.

요시마스 교수님이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내가 준 책 지금 누구한테 있지?”

“혜민이랑 철이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그래, 내 방에 굴러다니고 있다.”

“그거에 대한 발표를 1월 10일에 할건데, 너희 팀이 네 명이지?”

나랑 철이, 혜민이 그리고 나카가와까지 네 명이다.

“그 중에 대표로 발표 할 아이가 누구니?”

“아, 그거라면 이 녀석입니다.”

나는 재빨리 나카가와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오, 그래 너야? 내 친구 ‘고은’이 그 때 올거야. 책에 대한 감상이라던가, 고은에 대한 소개 및 발표를 하라고 30분정도의 스피치 시간을 줄게 잘 부탁해”

“에...? 에....??”

나카가와는 나의 손가락 지명 하나로 엄청난 임무를 맡게 되었다. 미안하다. 나카가와 다카요시.

“형형형형 이게 뭐에요”

“잘 부탁해”

“너무 갑작스럽잖아요”

“갑작스럽긴, 지난주에 내가 너한테 부탁한다 했잖아. 그 책 다음주에 가져올테니까 잘 부탁해”

“그 책 한국어 아니에요??”

“일본어야, 난 읽어도 뭔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표지조차 넘겨보지 않았다.

“일본어책이니까 일본인인 네가 더 확실히 이해할거아니냐”

“알았어요”

어찌생각하면 큰 규모의 발표일터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슬쩍 나카가와에게 모두 떠넘겨버렸다.

“철아, 나 이럴때보면 진짜 나쁜놈같지않냐”

“너 가끔 진짜 얄미워, 죽이고싶을정도로”

“응, 오늘일은 아침드라마 악녀 뺨치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해”

그런데 그 시인 ‘고은’이라는 사람은 누구인가

“고은이라는 시인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야?”

혜민이에게 물었다.

“대단하죠 어마어마하죠!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계속 올랐고요, 이번에도 올랐었나? 엄청 유명하신 분이에요! 나이도 굉장히 많고, 몰라요?”

전자사전에 ‘고은’을 치니까 고은시인이 나왔다.

“우왓! 나왔다!!”

진짜 어마어마한 분이잖아? 굳이 멀리서 안 찾아도 지금 수업듣고있는 요시마스 고조 교수님도 일본현대문학사의 한 획을 그으신 어마어마한 분이다. 난 그분의 수업을 빠지거나, 딴 생각을 하거나 하는데 이거 어떤의미로 참 대단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기가 먹고싶어서 돈키호테로 달려가 고기를 사왔다. 밥을 먹으면서 사야코랑 대화를 나누었다.

‘아 어젠 내가 늦게까지 말해서 그랬지? 미안미안, 오늘 아르바이트 있잖아? 더 자도 돼’

‘오늘 아르바이트 없으니까 괜찮지롱~’

‘응? 없어? 잘 됐네. 오늘 밤은 푹 자라’

그리고 ‘오늘 점심에 학교식당에서 소바를 먹었어요’ 라고 한국어로 보냈다.

‘나도 먹고싶다 o(^0^)o’

‘저녁은 무엇을 먹었나요?’

‘라면!’

‘아아아아악!!!!! 라면 완전 좋아하는데ㅠㅠㅠㅠㅠㅠ 먹고싶다’

‘먹자~’

‘라면 먹으러 가자!’

‘가자가자!’

‘응, 맛있겠다! 화요일?’

그러니까 사야코가 ‘있잖아...’라고 보내왔다.

‘화요일이라는 뜻이지?’

‘화요일’이 무슨말인지 잠시 생각했나보다.

‘화요일에 무슨 일 있어?’

다시 일본어 대화로 돌아왔다.

‘아니’

‘있잖아 라고 하길래 곤란한가 싶어서’

‘에~ 라는 뜻 아냐?’

‘틀린건아닌데, 말투에 따라 다르긴해도, -있잖아-는 뭔가 말하기 괴로울 때 써, 내일 연극하면서 설명해줄게’

‘그렇구나! 내일 알려줘’

‘-있잖아-라고 하길래 어? 뭐지?? 하면서 긴장했어’

‘선배 미안해요’

‘왜’

‘아직 한국어 전혀몰라서’

‘잘 통하고 있잖아’

‘그럼 다행이다. 에헤헤’

‘사과 할 필요없잖아, 만약 틀렸다면 기뻐하라고, 이렇게 하나를 확실히 외우겠구나~ 하면서. 안 쓰면 틀릴일도 없지. 근데 그게 정말 좋은건지 어떤지는 알고있겠지? 지금 내가 엄청 멋있는 척 이야기하니까 창피하지만’

‘알았어! 오빠랑 더더욱 가까이 가고싶으니까 힘낼게!’

‘으응, 우린 사이좋은 남매니까, 내가 언제나 응원하고 있다. 뭔가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해. 힘내라 여동생’

이미 밤 10시가 넘어서 혹시라도 귀찮아할까봐 대화를 끊으려고 했는데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물론 당연히 난 싫지않았다.

‘내일 –하나노마이- 10시 15분까지 집합인데 선배 아르바이트 끝나고 바로 오는 거야?’

‘그렇지, 설마 1시간도 안되서 쫑나는일은 없겠지’

‘그럼 오면 전화해, 입구로 마중나갈게’

6시쯤에 밥을 먹으면서 나눈 대화는 밤 11시 35분이 되어서야 끝이났다. 요시노야 아르바이트 생들끼리 갖는 술 자리가 너무나 기대되었다.

오늘의 지출 – 집세 + 인터넷비 5만엔

돈키호테에서 고기, 방향제 등 230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