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11 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쉰 아홉 번째날
2012. 12. 11 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쉰 아홉 번째날
지난 달부터 사야코가 그렇게 걱정하던 한남대의 축구선수들이 오는 날이되었다. 한남대 축구선수들한테 고마워해야겠다. 그 덕분에 사야코랑 급속도로 친해졌으니까 말이다.
‘대단하군’
학교는 한남대 선수들을 위한 한글로 적힌 환영문구, 애드벌룬까지 띄워놓았다. 국제친선경기니 이 정도는 해주는게 당연한건가 생각하다가도 오버하는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였다. 축구응원을 가면 공결처리 해준다던데 애초에 난 축구를 좋아하지도 않고, 추워죽겠는데 한남대학교 응원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어 그냥 수업을 들어갔다. 물론 수업간다고 수업을 잘 듣냐고 물어보신다면 그건 답을 못하지만...
1교시 아메리카의 문화시간, 출석을 대신하여 지난주 수업에 대한 감상을 쓰라고 한다.
응...? 난 지난주에 2교시가 휴강이라 그 김에 1교시도 같이 쉬었는데....쓸 수 있을 리가 없다.
‘지난 주에 쉬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달랑 이 한 줄 쓴 종이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안 들을 수업의 감상을 저 이상 쓴다면 그건 해리포터가 아닌 이상에야 거짓말이다.
2교시 생애학습론, 의외로 오늘 이 친선경기가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어떤 교수는 아예 자체적으로 축구를 보러 가자고 했다고 한다. 생애학습론의 이노우에 교수님도 그러고 싶지만 지난주에 휴강을 해버려서 어쩔수없이 수업을 하는거라고 까지 말했다.
교수님의 출장으로 약 30분정도 일찍 끝났다. 광표랑 주현이, 영은이, 희애랑 같이 점심을 먹어야하는데 그러려면 30분을 기다려야 하므로 축구경기가 열리고 있는 축구장으로 갔다.
관전자는 상당히 많았다. 풍선도 막 띄워놓고 아마 사진을 찍으면 사진을 보는 사람은 대단히 들떠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확실히 눈에 보이는 광경은 화려하지만 아주 조용했다. 글자 그대로 모두 관전만 할 뿐이었다. 간간히 응원소리가 나왔지만 금방 죽어버렸다.
안타까운 일이다. 만약 야구였다면 내가 자진해서 응원도구를 잡고 목청터져라 응원을 주도하려 했을 것이다. 축구관전은 정말 지루하다고 생각한다. 20분 정도 보다가 일어섰다.
“어디 가려고?” 내 뒤에 있던 장 교수님이 물었다.
“이제 밥 먹고 다음수업 준비해야죠” “공결처리 될텐데”
“전 공부하러 가겠습니다.”
3교시에도 축구 때문인지 자리는 텅텅 비어있었다. 3교시 수업중에 영은이에게 문자가 왔다.
‘오늘 저녁 어떻게 할거에요?’
다 같이 식사를 하자는 말인데 오늘은 피곤하다고 집에서 그냥 쉬겠다고 답장했다. 지난주에 아르바이트 없는 목요일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노래방을 갔었고 토요일은 교류회에 아르바이트에 엄청 피곤한 하루를 보냈고 일요일에 충전을 좀 하긴했지만 아무 약속없는 아르바이트 없는 날이니 오늘은 쉬고싶었다.
4교시 동아시아영상문화시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자, 주현이가 감자깎는 칼을 빌리겠다고 해서 집으로 오라고 했다.
“자, 여기”
“안 올거야?” “어, 피곤하다. 쉴래”
“오늘 메뉴 닭도리탕인데?” “.......”
일본와서 단 한번도 먹은 적 없는 닭도리탕,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닭도리탕, 그렇게 먹고싶었던 닭도리탕
“진짜 안 먹을거야?” “아니, 먹고싶다...”
“완성되면 부를게~”
“그래, 고마워”
그리하여 저녁은 주현이네 집에서 모두와 닭도리탕을 먹게 되었다! 이 얼큰한 빨간국물! 아, 지금 쓰면서도 군침이 돈다. 사업아이템으로 어떨까? 큰 냄비에 끓이는게 아니라 일본사람들 정서에 맞추어 작은 뚝배기에 닭도리탕을 팔면 꽤 잘 나갈거같은데, 그러고보니 닭도리탕을 일본어로 뭐라고 하면 좋을까?
피곤하다며 일찍 집으로 돌아와서 드라마를 보았다. 4분기 드라마가 시작된다고 했을 때 무슨 시간이 이리 빠르냐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 4분기 드라마도 거의 다 끝나간다.
오늘의 지출 – 학교식당 점심값 150엔
매점에서 코코아 110엔
닭도리탕 재료비 32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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