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일본 교환유학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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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이타니야
작품등록일 :
2014.07.07 20:34
최근연재일 :
2015.07.0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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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2. 14 목요일 유학생활 삼 백 스물 네 번째날(오사카 관광)

DUMMY

2013. 02. 14 목요일 유학생활 삼 백 스물 네 번째날


승객들이 잠을 잔다는 전제로 만든 야간버스라서 배려가 많았지만 그래도 버스는 버스인지라 마냥 쾌적하지만은 않았다. 몇 번을 깼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몇 번 휴게실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인기척을 느낀 정도이지 완전히 눈을 뜬건 아니어서 잠을 설치거나 그런건 아니었다.

“난바역입니다”

당연히 이미 날은 밝았다. 난바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오잉!?”

야간버스를 가득 채웠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 몽땅 사라졌다. 교토나 오사카역에서 다 내렸나보다. 아무리 그래도 난바역까지 가는 사람이 나 혼자였다니. 당연히 짐을 내려주는 아저씨는 달랑 하나 남은 내 짐을 꺼냈다.

“라운지에 가시나요?”

“네네”

버스안에서 하룻밤을 보냈으니 씻고 쉬다가 갈 생각으로 일부러 라운지가 있는 난바역까지 온 것이다. 숙소가 난바역에서 가까운건 두 번째 이유였다.

“라운지가 어딘지 아시나요?”

“아뇨, 가르쳐주시겠습니까?”

“저기 저 횡단보도 건너편에 ‘이치에이 빌딩’이 있죠? 그 빌딩의 5층이 라운지입니다.”

“감사합니다.”

5층으로 올라가 라운지 직원에게 버스표를 보여주고 들어갔다.

‘도쿄역 라운지랑은 사뭇 다르군’

층 두 개를 쓰고 각종 편의시설이 즐비한 도쿄역 라운지와는 달리 작은 방을 쓰고 있었다. 어디 편하게 누울 수 있는 곳도 없고, 샤워는커녕 씻으려면 전용화장실이 아니라 라운지에서 나가 공동으로 쓰는 일반화장실로 가야했다. 좀 푹 쉬다가 여행을 시작하려 했지만 도쿄 라운지를 상상하고 온거랑은 너무나 달라 살짝 당황했다. 그래도 라운지에서 정비를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좋은 것 아니겠나. 라운지가 아니라 그냥 길 바닥에서 내렸으면 숙소에 들어갈 때 까지 기름진 머리에 꾀죄죄한 얼굴로 돌아다녔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시간이 너무나 이르군’

지금 시각 아침 6시 40분이다. 지금 시각에 문을 연 관광지는 당연히 아무데도 없다. 오사카 여행책을 펼쳤다. 그나마 가장 이른 오사카성의 오픈은 9시부터이다.

오사카성까지 가는 이동시간을 생각하면 8시 40분쯤 나가면 될거다. 그렇다면 두 시간동안 여기서 시간을 때워야한다는 이야기다.

‘쳇 여기 치약도 없잖아’

이를 닦으려면 치약이 필요하다. 어차피 집에 치약도 다 떨어졌으니 이 참에 사러 나가야겠다. 그러고보니 배가 고팠다. 지금 시간에 영업을 하는 곳은?

‘요시노야!’

아까 라운지로 들어올 때 마츠야가 있는 걸 봤다. 하지만 가장 맛있는 규동은 당연히 요시노야이다. 요시노야를 찾아야겠다. 요시노야가 너무 그립다. 아침밥은 오사카의 요시노야다!

밖으로 나와 옆에있는 치약을 사고, 난바역 주변을 정처없이 돌아다니기로 했다. 난바역 정도 되는 곳이니까 당연히 요시노야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돌아다닐 것도 없이 저 멀리 주황색 간판이 있는게 눈에 띄었다.

‘멀리 나갈 것도 없구만!’

주황색 간판을 향해 걸어갔다. 역시나 내 사랑 요시노야였다. 그런데 문 앞에 못 보던 메뉴가 있었다. 내가 요시노야에서 일을 했었는데 내가 모르는 메뉴라니? ‘본 점포 한정 장어덮밥’ 돼지덮밥이 없는 대신에 여긴 장어덮밥을 팔고 있었다. 일반인들한텐 그냥 그렇겠지만 요시노야에서 일을 하던 나에게는 정말 신선하게 느껴졌다. 장어덮밥이라니, 토가네의 모두에게 알려주면 재미있겠는데? 메뉴를 고를 필요도 없었다. 한번 요시노야의 장어덮밥을 먹어보자.

“장어덮밥 보통으로 하나 주세요”

금방 장어덮밥이 나왔다. 음음, 맛있다. 요시노야는 뭐든지 맛있다. 아주 든든한 아침식사가 되었다. 장어하면 스태미너! 이 스태미너를 다른곳에 좀 쓰고싶다만...

“장어덮밥은 이 점포에서만 파는건가요?”

“예, 다른 점포에는 없습니다.”

“귀한걸 먹었네요, 저도 사실 요시노야에서 일을 했었거든요”

“오! 그렇습니까”

“맛있게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요시노야를 나와 난바역 지하상가를 둘러보았다. 물론 문을 연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문 닫은 지하상가를 구경하러 간게 아니고 라운지로 빨리 돌아가기 위해 지하로 들어 간 것이다. 그런데 벽에 오사카의 관광지를 광고하는 내용이 상당히 많았다. 일단 당연히 오사카성, 그리고 책에 간단히 몇 줄만 소개 되어있던 오사카역사박물관에 대한 광고가 내 눈을 잡았다. 이렇게 큰 곳이었나, 무려 10층으로 되어있단다.

‘10층짜리 역사박물관이라...!’

생각만해도 두근두근댔다. 라운지로 돌아와서 일단 씻기부터하였다. 드라이기가 없나? 천 등으로 가려진 방이 있는데 살짝 보니 드라이기나 각종 화장품등이 배치되어있었다. 대체적으로 핑크빛이 돌고 고대기가 거울 앞에 하나씩 있는 게 마음에 좀, 아니, 상당히 걸렸지만 일단 아무도 없으니 들어가보았다.

“아아아아아아 손님, 거긴 여성전용이에요”

“...그렇습니까”

아니나다를까 직원이 황급히 뛰어나와 나를 말렸다. 아무튼 시간은 보내야했으니 의자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책을 보며 관광지에 대해 공부를 하였다. 시간은 멈추지 않으니 어찌어찌 흘러갔고 드디어 8시 40분이 되어 라운지를 나왔다. 이제야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야간버스에서 잠을 푹 잘 리가 없을뿐더러 아무것도 없이 아침이 오는걸 가만히 앉아 기다리니까 여행이 피곤해질 수 밖에 없다. 야간버스로 여행을 오면 잠자리만 힘든게 아니라 도착한 그 날 전체가 힘들겠구나 싶었다.

코인로커에 400엔을 넣고 옷이나 세면도구 등이 든 거대한 가방을 집어넣고 잠궜다. 커다란 짐이 사라지니 몸이 굉장히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가자! 오사카성!”

난바역에서 지하철 미도스지선으로 혼마치까지 갔다가 주오선으로 다니마치욘초메역에 내리면 오사카성으로 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아까 난바역 광고에서 본 10층짜리 오사카역사박물관이 있다.

다니마치욘초메역에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니 바로 오사카역사박물관이 있었다.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엄청나게 큰 건물이었다. 일단 여긴 이따가 올 것이다. 그리고 저 멀리 오사카성의 천수각이 보였다. 사진으로만 보던 바로 그 곳이다. 그리고 그 곳을 향해 걸어갔다.

오사카성의 남쪽해자를 쭉 돌았다. 입구까지 상당히 돌아가는 길이지만 여기서 있었을 전투, 이 해자를 넘어가기 위해 엄청나게 궁리했을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상상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보통 오사카성의 사진이라면 천수각 달랑 있는 사진이 많다. 게다가 지금 남아있는 오사카성은 과거규모의 20%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굉장히 작을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로 와 보니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도대체 예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한 가지 문제는 해자가 있어서 그런지 날벌레들이 굉장히 많았다. 이 날벌레들도 전쟁에 쓰려고 시야방해를 위해 일부러 번식시킨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대단했다. 그리고 이 오사카성 오사카공원을 트랙삼아 운동을 하고있는 사람도 아주 많았다. 부러웠다. 나는 겨우 찾아와서 이 경관에 감탄을 하고있는데 이 사람들은 항상 이 오사카성을 바라볼 수 있고, 이 주위를 돌며 운동을 할 것 아닌가. 날파리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것이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중국인들이었다. 도대체 몇 그룹이 온 건지 모르겠다. 사방팔방이 온통 중국인이었다.

오사카 성 안으로 들어갔다. 천수각이 더욱 또렷이 보였다. 관광객들로 아주 활기찼다.

‘저기가 구 오사카 시립박물관이군’

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겠고 들어갈생각도없지만 그 앞에 커다랗게 서 있는 입간판에 눈이 확 꽂혔다.

‘천수각 + 오사카 역사박물관 세트 900엔’

“호옹이!?”

천수각과 오사카 역사박물관 입장료는 각각 600엔. 1200엔이니 저걸 사면 300엔이 이득인 것이다. 잠깐 계산을 해보았다. 책에서는 오사카성 천수각을 볼 게 없다는 식으로 묘사하여 주변 경치 사진만 찍고 나오는걸 은근히 권유하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천수각에 들어가보기로 결심했다. 자동발권기에서는 세트가 없었으므로 직접 매표소 직원에게 천수각과 역사박물관 세트를 달라고 하였다.

“900엔입니다. 역사박물관의 위치는요, 뒤 쪽의 NHK옆으로.....”

“위치는 알고있습니다. 수고하십시오”

표를 사니까 오사카 성 전체의 지도와 남아있는 유적들에 대한 설명, 그리고 천수각 안의 안내 두 개의 안내팜플렛을 주었다. 팜플렛이 굉장히 충실하게 되어있어서 바로 천수각으로 들어가지 않고 일단 물러나와 벤치에 앉았다. 팜플렛을 펼치고 꼼꼼하게 읽었다. 남아있는 유적의 위치뿐만 아니라 이름의 유래와 언제 보수공사에 들어갔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아주 자세하게 쓰여있었다. 제대로 남아있는건 천수각 단 하나뿐인줄 알았지만 팜플렛을 보니 화약고와 금고, 우물 등등 역사적인 물건이 많았다. 너무나 재미있었다. 오사카성을 볼 것 없는 곳으로 묘사한 여행책을 찢어발기고싶을정도였다. 하지만 영은이에게 빌린 책이니까 그럴 순 없지.

그리고 천수각 팜플렛을 펴 보았다. 천수각 꼭대기로 올라가 전망대나 보고 내려오는건 줄 알았더니(책은 그런 식으로 묘사되어있다)무려 8층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천수각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인 셈이다.

각 층에 무엇무엇이 있는지 파악하고, 드디어 천수각 계단을 올랐다. 멀리서 봤을 때도 아름답지만 바로 밑에서 올려다보니 다른느낌이었다. 딱 한가지 아쉬운건 여러번 소실 되어서 콘크리트로 재건한 것이다.

천수각에 들어가기전에 우물하나가 있었다. 보통 그냥 지나쳤겠지만 아까 받은 팜플렛을 꼼꼼히 읽어서 이 우물이 어떤건지 알아보고 멈춰섰다. ‘긴메이스이이도야카타’(金明水井戸屋形)라는 이 우물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우물물의 독기를 뺴기 위해 황금을 몇 장이나 집어넣었다는 전설이 있었지만, 최근 조사에 의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시대가 아니라 1624년, 우물을 둘러싼 건물은 1626년에 지어졌다는게 판명되었다. 라고 팜플렛에 쓰여있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1598년에 죽었으니 전혀 관계 없는 것이다.

우물을 뒤로 하고 드디어 천수각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안내원들은 5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당연히 사람들은 거기에 따라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뭐야 저 인간들은’

팜플렛을 보면 1층부터 4층까지도 볼거리가 많다. 1층부터 차근차근 보기로 했다. 엘리베이터로 가는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왔다. 1층에는 오사카 성의 역사에 대한 영상물이 있다. 팜플렛에 따르면 한글자막도 나온다고 한다.

‘아무도 없네’

영상은 혼자 흘러나오고 있었고 아무도 없었다. 난 한글자막이 나오는 모니터 앞에 앉아 영상을 감상하였다. 이 좋은곳을 몰라보고 엘리베이터를 타다니, 관광객이라면 사전조사는 필수이거늘.

영상에는 여러정보가 나왔다. 오사카성의 역사는 물론이오, 해자에는 오사카성 건축에 동원된 다이묘들의 이름이나 문장이 새겨져있다고 한다. 찾는건 무리지만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약 15분정도의 영상을 감상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올라가니 전국시대의 투구와 갑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 코너가 있었다. 가격은 300엔, 우즈마사무라의 11000엔에 비하면...비교가 안 되는 가격이다. 물론 퀄리티는 형편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저걸 두르고 사진을 찍고싶었다. 나는 이제 곧 10일 뒤에 귀국하는 판에 이것저것 다 하고싶었다. 날을 잘못맞춘건가 중국인 관광객은 물론이오, 꼬마단체손님들이 이 곳을 지배했다. 게다가 난 혼자와서 사진을 찍어줄 사람도 없는데 이 무리를 뚫고 갑옷을 두른다 한들 동물원의 원숭이 꼴이 될 것 같았다. 그 원숭이가 관객 중 한명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해야하고 음, 아무리 철면피라도 그건 무리다. 이 사람들이 계속 2층에 머무르는것도 아닐테니 일단은 위로 올라가기로 하였다.

3층과 4층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유품이나 전국시대의 자료들이 전시되어있는데 나는 천수각 3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사카 여름전투를 그린 거대한 병풍이 있었다. 내 생각엔 이 병풍이 천수각의 메인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대단한 그림이다. 이걸 그리는데 얼마나 걸렸을까. 일단 감탄을 하고 5층에 올라와보니 아까 봤던 그 병풍에 대한 해설이 영상과 흘러나왔다. 천수각에 그 병풍과 이 해설을 듣는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한다. 맨 오른쪽, 도쿠가와 이에야스 진의 설명부터 시작하여, 어떤 그림이 어느 무장인지는 물론, 전쟁에 휘말려 도망가는 사람들을 묘사한 그림들도, 어떠어떠한 상황인지 정말 자세히 하나하나 영상으로 해설해 주었다. 친절하게 한국어자막까지 나왔다. 상당히 긴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두 번이나 보았다. 그리고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절때와 에도시대때의, 당시의 오사카성 미니어처는 대단하였다. 얼마나 대단한 규모였을지 미니어처가 실제크기라면 말이 안 나오는 규모다. 힘 없는 사람들이 건축하느라 꽤나 고생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7층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생애를 테마로 정해 하나하나 모니터로 연극하듯이 재연하였다. 20개가 넘었던걸로 기억한다. 생애부터 죽음까지 각각 파트가 모니터로 흘러나왔다. 다만 모든 모니터가 동작하는게 아니고 벽 마다 4~5개가 있고, 이걸 순차적으로 나오게 하였다. 예를들어 한쪽 벽면이 1부터 5까지 있다고 하자. 모니터1이 끝나야 2가 켜지고, 2가 끝나면 3이 켜지는 식이다. 모니터1이 나오고 있을 때 모니터 5부터 10까지 붙어있는 벽에선 5가 흘러나온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보고싶은 사람은 한 바퀴가 돌 때까지 기다려야했다. 보기 워낙에 힘들었던것도 있었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다. 아무래도 꺼림칙했기에 조금 감상하다가 바로 꼭대기인 8층으로 올라갔다.

8층 꼭대기는 전망대이다. 여기에 서서 다가오는 적들을 감시했겠구나. 다가오는 도쿠가와 군을 보며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 히데요리는 무슨생각을 했을까.

천수각 전망대를 두 바퀴 정도 돌며 경치를 감상하였다. 기념품 파는곳이 있었지만 딱히 오사카성을 대표할만한 기념품이라고 생각되는건 없어서 그냥 내려가기로 하였다. 내려가면서 3층에 들러 다시 그 오사카 여름전투의 병풍을 찾았다. 걸작이다. 이건 정말 눈으로 봐야한다.

2층의 갑옷 입어보기에 줄을 섰다. 사람이 많이 줄어서 금방 입을 수 있을듯했다. 갑옷은 두 종류였다. 아까 사람이 하도 많아서 그냥 나와서 몰랐는데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사나다 유키무라 두 무장의 갑옷밖에 없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인가....’

줄을 서고 있다가 그 두 종류밖에 없어서 그냥 이탈하였다. 오다 노부나가가 있었다면 그걸 선택했을텐데....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대단한 인물임에는 틀림없지만 그와는 별도로 절대 좋아할 수 없는 인물이다. 아니, 우리나라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 나쁜녀석이다.

1층 기념품을 파는곳에서 기념품들을 구경했다. 전국시대 관련 물품들이 아주 많았다. 재미있는 물건들도 많았지만, 교토에는 더더욱 굉장한 역사상품이 많을것이라 확신하고 과감히 패스하였다.

천수각을 나왔다. 전혀 기대 안했던 곳인데 너무나도 알찬 관광을 하고 나온 기분이다. 내가 들고 있는 오사카 여행책 저자에게 직접 묻고싶었다. 정말 천수각이 시시한곳이라고 생각하냐고. 누군가가 오사카성에 간다고 한다면 나는 돈이 아깝지 않으니 반드시 다녀오라고 할 것이다. 꼭 가라고, 두 번 가라고.

일단 벤치에 앉아서 가방을 뒤졌다. 그리고나서 무언가를 하나 꺼냈다. 초콜렛이다. 사야코의 어머니가 사야코를 통해 나에게 준 초콜렛이다. 아무튼간에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렛을 먹고 있다. 오사카성 천수각을 바라보며. 상당히 달콤했다. 사야코의 어머니 잘 먹었습니다.

초콜렛을 먹으며 이 훌륭한 오사카성을 마스터하리라 생각하고 팜플렛을 보며 하나하나 감상하였다. 설명이 쓰여있는 팻말은 빠짐없이 읽어내렸다.

카나구라(金蔵)라는 금고를 찾아갔다. 물론 팜플렛을 읽고 알게 된 곳이다. 도쿠가와 막부의 금화나 은화를 보관하는 보관고로 1625년 2층건물로 지어졌지만 1837년 1층건물로 개조, 방화, 방습, 도난방지등의 엄중한 장치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에??”

이쯤에 있어야하는데 카나구라는 보이지 않고, 어느 건물이 공사중이라 안 보이게 가려져있었다. 이 공사판 앞에 카나구라라라는 팻말이 있는걸 보아 여기가 카나쿠가인가보다. 개수를 위해 공사중이라고 한다. 사쿠라문도 공사중이라 못봤는데 이거마저 공사중이라니...

방향을 돌려 오오테몬 쪽으로 향했다. 센간야구라(千貫櫓)가 나왔다. 이시야마혼간사를 공격하던 오다 노부나가 군에 있어서 이 부근의 망루가 난공불락이었다고 한다. ‘함락시킨 자에게 1000관문(금전의 단위)를 주어도 안 아깝다’라는 노부나가의 말에서 이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옆의 ‘다몬야구라(多聞櫓)’를 쳐다보았다. ‘다몬’이란 마츠나가 히사히데의 다몬성에 있던 망루에서 유래한 양식이름이지만 현존하는 것은 이것이 유일하다고 한다.

그 길로 오오테몬으로 나가서 오사카성 관람을 끝낼 수도 있지만 뒤로 돌아 오던길로 다시 갔다. 천수각을 지나 해자를 따라서 아오야몬으로 왔다. 왜 굳이 한 바퀴를 돌아 여기로 왔냐하면, 오사카성 안내책자에 나온 사진이 너무나 예뻐서 같은 구도로 따라찍고싶었기 때문이다. 아오야몬 쪽에는 해자위로 큰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와 함께 천수각이 솟아있는 구도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따라찍어봤다. 그리고 아오야몬으로 나와서 오사카성 관람을 끝냈다. 굉장히 오래있었다. 그 만큼 볼것이 많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냥 사진만 찍고 나오겠지, 별 볼일 없을거야, 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알짜배기 관광지였다. 이래서 여행은 자유여행으로 와야한다. 주의깊게 살펴보면 관광지 속의 숨은 멋진 관광지를 알 수 있다.

그 다음 가려고 했던 오사카 조폐박물관을 가려고 지도를 보았다.

‘생각보다 상당히 멀군....’

걸어서 갔다가 온 길 그대로 되돌아와 역사박물관을 가기에는 너무나 먼 길이었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상관없겠지만 잠깐 경치나보고 천수각 안에 들어가 슬쩍 보고 끝날 줄 알았던 오사카성이 너무나 대단하여 굉장히 오랜시간 있었다. 오사카성 조차 이런데 10층짜리 역사박물관에서 나는 얼마나 오랜시간 있을지 내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조폐박물관도 너무나 보고싶었지만 역사박물관에 충실하기로 하였다. 일단 거리가 멀어서 시간에 쫒겨 어줍짢이 볼 바에야, 지금 가장 기대가 큰 역사박물관에서 하나하나 깊이 감상하기로 한 것이다.

역사박물관에 도착하였다. 아까 산 천수각+역사박물관 셋트 표를 보여주니 직원은 팜플렛을 주면서 엘리베이터로 안내해주었다.

“엘레베이터는 10층으로 연결되어있습니다. 10층에서부터 내려오시며 감상해주십시오”

그래 10층부터 찬찬히 하나하나 즐겨주마. 오사카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곳이니까 말이다.

10층은 고대플로어로 나니와 궁에 대한 전시였다. 지금은 터만 남은 나니와궁을 인형들로 재현하기도 하고, 영상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대단한 퀄리티군’

9층은 중세플로어다. 기대했던 전국시대 관련 자료는 찾기 힘들었다. 뭐 하긴 그런거야 관광객 분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오사카성으로 몰았겠지. 일단 여기는 이해하자. 8층은 근대플로어, 내가 기대하고 있는 사카모토 료마라던가 막부 말 자료가 많겠지!?

당했다. 오사카역사박물관은 오사카에 있는 역사박물관이라는 뜻이 아니라, 오사카의 역사를 테마로 한 박물관이었던 것이다.

‘아, 낚였다.’

비슷해보여도 그 성격은 전혀 다르다. 게다가 6층은 특별전이라고 들어가려면 돈을 내라고 한다. 역사를 좋아하니까 여기서 밤 까지 있어버려가지고 도톤보리 같은 오사카 난바쪽의 관광지를 못 보는건 아닌가 하고 걱정했던게 우스웠다. 오래있기는커녕 그냥 아무것도 본게 없던 것 같아서 돈이 아깝다고 느껴졌다. 가장 기대했던곳에서 이 모양이니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차라리 조폐박물관을 갈 걸. 오사카성이랑 정 반대가 되어버렸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난바역으로 돌아왔다. 요시노야에서 새벽밥을 먹고나서 초콜릿 하나 먹은게 전부라서 상당히 배가고팠다.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도톤보리를 가기로 결정했다. 도톤보리 관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사카에 왔으면 꼭 먹어야한다는 긴류라멘만 먹고, 덴덴타운을 본 다음, 짐을 갖고 숙소로 체크인 한 뒤에 본격적으로 도톤보리, 신사이바시 일대를 둘러 볼 생각이다. 도톤보리에서 배가 터지도록 오사카의 식도락을 즐긴예정이라 긴류라멘을 먹고 나면 배가불러버릴테니 일부러 일찍 먹어버리는 것이다.

난바역에서 나와 도톤보리에 도착하였다.

‘왜 이리 한산하지....?’

한산한 것 이전에 내가 생각하던 도톤보리가 아니었다. 이건 그냥 평범한 거리잖아. 근데 분명히 써 있기는 도톤보리라고 써 있었다. 먹다 지친다는 그 명성은 어디서 나온건지, 아니 이 거리라면 먹다 지치는게 아니라 먹는거 찾다가 지칠것같다. 맛있어보이는 가게가 없는게 아니라 먹는걸 파는 가게가 별로없잖아. 책을 펴 보았다. 전혀 달랐다. 일단 도톤보리에 들어서자마자 거대 꽃게모형으로 유명한 가게가 있어야하고 그 옆에는 코코이치방야 카레집이 있어야했다. 없다. 책에는 돈키호테도 보였는데 돈키호테 같은 거대한 마트는 보기싫어도 보여야하지만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여기는 도톤보리라고 써 있다. 세월이 지나 먹을게 많아지면서 도톤보리도 퇴물이 됐나....

일단 돌아다녀보았다. 강을 끼고 있는 분명히 여기인데....책에 나온 맛집은 눈 씻고 찾아볼 수도 없었다. 일단 행인은 나 혼자다. 도톤보리에 나 혼자 있다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시부야 센터가이에서 나 혼자 걷는다는 것 만큼 이상한 일이다. 어라? 근데, 내가 서 있는 곳은 분명 도톤보리인데 저기 돈키호테가 보였다. 다가가보았다. 꽃게가 보이고 그 옆에 코코이치방야가 보였다. 드디어 책에 나온 지도대로 상점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도 도톤보리라는 간판이 서 있었다. 그럼 아까 내가 헤맨곳은 뭐야? 뒤를 돌아 아까 내가 도톤보리라고 생각하고 헤멘곳에는 도톤보리라는 간판 밑에 ‘2초메상점가’라고 쓰여있었다. 거기도 도톤보리는 도톤보리구나. 살짝 속은 기분이 들었지만 아무튼 나는 진짜 도톤보리로 들어왔다. 도톤보리2초메가 가짜 도톤보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길 하나 건너왔을뿐인데 이 왁자지껄한 분위기. 좋다좋다. 근데 배고프다. 어서 그 유명하다는 긴류라멘을 찾아야했다.

긴류라멘을 찾을 겸 도톤보리를 열심히 스캔했다. 일단 게임센터가 보이는대로 들어가 여기는 어떤 상품이 있는지 둘러보았다. 두 번째로 나온 게임센터를 들어가서 구경하였을 때, 나는 대단한 것을 발견했다.

“아아니!?”

게임기 너머 진열되어있는 상품은 AKB관련이었다. 3D사진 포스터, 다이어리, 스틱쿠션 등등, 한판에 100엔. 내가 이 기계에 꽂힌건 다름이 아니라 방식이 너무 간단했기 때문이다. 상품을 직접 집어서 떨어뜨리는게 아니다. 작은 수조에는 플라스틱으로 된 고리들이 둥둥 떠 있고, 집게대시엔 달린 낚시고리를 움직여 둥둥 떠 있는 고리를 건져 올리면 된다. 글로 적어도 간단하고 딱 봐도 간단해보인다. 실제로 기계에는 ‘쉬어졌어요!’라는 손으로 쓴 홍보글이 붙어있었다. 걸린 고리의 수 만큼 상품을 준다고 한다. AKB가 이런 싸구려 취급을 받는건 용서할 수 없었지만 이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100엔을 넣었다. 낚시바늘을을 움직여 하강버튼을 눌렀다. 낚시바늘은 고리 안으로 들어갔고 고리 하나를 건져올렸다.

‘.....딴 거야?’

첫 시도인데 너무나도 간단하게 고리 하나를 건져올렸다. 이렇게 간단히 상품을 받아도 되나, 라고 생각될정도였다. 직원을 불렀다.

“하나 걸렸는데요 진짜 저 안에 있는거 아무거나 골라도 되나요?”

“와우, 축하합니다! 어떤게 마음에 드세요?”

“어디보자....가장 안 쪽에 3D포스터 주세요”

단돈 100엔에 뽑았다. 우연일 것이다. 뽑기상품을 이렇게 간단히 걸리게 할 리가 없다. 다시 한번 해 보았다. 역시나 낚시바늘이 물에 들어가면 고리들이 그 물파동에 의해 움직여서 생각처럼 쉽게 걸려주지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크레인게임보다 난이도가 굉장히 낮은건 변함없었다. 긴류라멘이고 배고픔이고 이 AKB기계앞에서 다 날아가버렸다. 한번 더 해 보았다. 또 고리 하나가 걸려나왔다. 다시 한번 직원을 불렀다.

“하나 걸렸어요”

이번엔 분홍색 다이어리를 받았다. 이 다이어리는 여름에 하라주쿠 AKB샵 안에 있는 크레인게임에도 있었다. 직접 상품을 떨궈야하는 극악의 난이도, 거기다가 한판에 200엔이라는 정신나간 가격이었다. 그 때 그 다이어리를 오사카에서 단돈 200엔에 뽑은 것이다. 300엔에 AKB상품 두 개가 손에 들어왔다.

“이렇게 된거 오늘 이 안에 있는거 다 쓸어버릴까?”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그 생각이 강해졌지만 그러려면 결국 돈을 써야하고 일단은 밥을 먹고 생각하기로 했다.

전체적으로 빨간 건물에 용의 모형이 붙어있는 곳. 찾았다. 어서어서 먹자! 책에 의하면 기본적으로 맛이 있음은 물론, 밥, 김치를 먹고싶은 만큼 가져가 먹어도 된다고한다. 그래서 한국인들한테 아주 인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손님의 9할 이상이 한국인인 것 같았다. 모든 테이블에서 한국어가 들렸다. 그리고 사람들이 테이블에서 일어나 무언가를 그릇으로 담아가서 되돌아왔다. 부추, 마늘, 김치가 있었고 가져가고싶은 만큼 가져가는 것이다. 그런데 밥이 보이질 않았다. 밥은 어딨지? 책에는 분명 밥도 된다고 했단말이다.

잠시 후, 라면이 나왔고 부추랑, 마늘, 김치를 원없이 담아왔다. 한국인은 한국인인가보다. 부추랑 마늘, 김치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이런 다진마늘의 맛이 그리워서 몇 번이나 담아먹었다. 그건 그렇고 밥은? 하도 갖다먹으니까 없애버렸나?

밥 무한리필이길래 기분좋게 들어왔더니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지만 확실히 맛은 있었다. 밥만먹고 도톤보리를 나와 이따가 본격적으로 탐방할 생각이었지만 그게 되지 않았다. 북 치는 구이다오레 인형이랑 사진을 찍는 등 할 거 다 하고 있었다. 긴류라멘 바로 옆에는 그 유명한 ‘혼케오타코’라는 타코야끼 가게가 있었다. 역시 이따가 밤에 제대로 맛 보고 싶었지만 유혹을 이기지못하고 미리 사 먹어버렸다. 아 맛있다. 오사카는 역시 타코야끼!

좀 걷다보니 똑같은 간판의 긴류라멘이 또 있었다. 여기로군. 도톤보리에 긴류라멘이 두 개라고 했는데....어? 어?? 이럴수가. 여기 긴류라멘은 밥이 무한리필이었다. 오,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여기서 먹으면 밥을 맘껏 먹을 수 있었던것인데!

도톤보리를 나와 이따가 다시 나오기로 하고 난바역으로 돌아왔다. 밥을 먹지 못한건 이따가 도톤보리의 맛있는 음식들을 즐기기위해 미리 배를 비운거라고 애써 기분좋게 생각했다. 숙소로 가기전에 AKB샵 난바점을 한번 들르기로했다. 난바역에서 바로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난바역에서 ‘덴덴타운’ 이라는 안내간판을 보고 그쪽으로 향했다. 지금 생각하면 잠깐 귀찮더라도 휴대폰을 꺼내 AKB샵 가는 길을 메모한걸 읽었으면 다음과 같은 고생은 하지 않았다. 고생이라기보다 결과적으로는 난바일대를 휘저으며 전부 구경하게 되었지만말이다. 머릿속에 저장한 지도를 믿으며 당당하게 덴덴타운쪽으로 향했다. 덴덴타운 쪽에 AKB샵이 있다.

‘어라라....너무 멀리 가는 것 같다....?’

이렇게 가다간 덴덴타운까지 가버릴 것 같아서 출구를 찾아 나왔다. 근데 여기가 어디지? 신호등에 걸려있는 표지판을 보니 ‘난사이도리’라는 곳이다.

‘....여기가 어디여..’

살짝 길을 잃었다. 어디를 가던간에 지금 내가 있는 위치부터 파악해야했다. 난사이도리를 끝까지 걸으니 덴덴타운으로 가는 안내지도가 있었다. 어쩔수가 없다. 이렇게 된거 가는 수 밖에 없지. 가까이 AKB샵만 구경하고 숙소로 들어가려했더니 결국 덴덴타운까지 걸어 와버린 것이다.

덴덴타운은 아키하바라와 똑같은 느낌이었다. 전자상가와 오타쿠의 거리가 섞여있다. 상점수만 따지면 아키하바라보다 훨씬 클지도 모르겠다. 아키하바라와 완전 똑같은 느낌이다. 가게 하나를 들어가서 구경하다가 그 곳 직원에게 물었다.

“여기가 덴덴타운인가요?”

“네, 맞아요”

“어떤 특정건물이 아니고 이 일대를 전부 덴덴타운이라고 부르는거였군요” “이 앞의 큰 길이 닛폰바시 사카이스지라고 하는데 주변의 상가를 덴덴타운이라고 부릅니다. 본래는 전자상가로 유명했던 곳이지만 지금은...하하, 보시다시피 피규어 등을 파는 오타쿠들의 거리로 변했죠.”

그마저도 아키하바라랑 똑같다.

“괜찮으시다면 지도를 드릴까요?”

“오!! 부탁드립니다!”

덴덴타운을 자세히 보기 위한 관광목적이 아니라, 여기서 난카이도리까지 가는 길을 찾기 위해서이다. AKB샵 난바점은 난카이도리라는곳에 있다고 했다. 그나저나 난바역 바로 옆의 난카이도리에 있는 AKB샵을 찾겠다고 했으면서 도대체 얼마나 먼 길을 걸어온거냐, 지도상으로 난카이도리는 굉장히 멀게 있었고 실제로 꽤 많은 시간을 걸었다.

‘여기가 센니치마에도리...좀 만 더 걸으면 나오려나.........찾았다 난카이도리!!’

우여곡절 끝에 난카이도리를 찾아냈다. 하지만.....응?? 어라??? 에엥??? 허억!???

난카이도리를 끝까지 가도 AKB샵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아니 이게 어찌 된 일이야. 홈페이지에서 메모한 안내를 보면 ‘난바난난’이라는 난바역 지하상가의 E5번 출구로 나와 난카이도리의 첫 번째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30M를 더 가면 있다고 나와있다. E5번 출구에서 가장 가까우니까 그렇게 써 놨을터. 다른 출구가 보이면 멀어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어딨는거야.. 내가 이거 찾고 숙소 가고만다.’

속으로는 AKB샵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은 정처없이 난카이도리와 센니치마에, 에비스바시를 돌아다녔다. 꼭꼭 숨어있는 AKB샵 덕분에 덩달아 완전 세밀하게 관찰하는 관광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오사카에 한국인이 정말 많다는 것을 느꼈다. 오사카성에서 중국어밖에 안 들려 짜증났는데 그걸 초월하는 수준이다.

오후 6시 30분쯤, 드디어 AKB샵 난바점을 찾았다. 난카이도리 첫 번째 사거리 오른쪽구석에 있는 빌딩 안에 있었다. 겉으로 간판만 찾으려고 했으니 당연히 보이지가 않았다.

“찾았다!!!!!!!!!!!!!!”

특유의 AKB48 분홍색마크가 더더욱 아름다워보였다. 숨어있기 때문이었다고 할까, 숨어있던 덕분이라고 할까. 난 오늘 오사카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난바역 일대의 지리를 마스터해버렸다. 누구를 안내해도 될 정도로말이다. AKB샵을 찾는 사이에 이미 해는지고 어두워졌다.

난바역의 AKB샵은 아주 넓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하라주쿠의 AKB샵은 지하까지 합해서 총 3층, 난바역은 1층밖에 없지만 넓어서 오히려 하라주쿠샵보다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공연영상들을 틀어주는 모니터들이 아주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지난번에 아키하바라에서 살까 말까 고민한 오오시마 유코의 발렌타인데이 텀블러와 오오시마 유코 미니포스터, 그리고 나오야에게 편지를 써서 줄 코지마 하루나의 엽서를 샀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요시노야의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서 줄 생각이다. 기왕 줄 거면 나오야에게는 코지마 하루나의 엽서에다가 써 주면 좋아하겠지.

계산을 했더니 카운터 직원이 지금 이벤트 중이라고, 옆으로 가서 영수증을 제시하라고 한다.

“이벤트요!? 오호호호호호 오사카는 좋군요, 하라주쿠에선 이런거 없었는데”

옆에 서 있는 직원에게 가서 영수증을 보여주었다.

“계산대에서 이벤트를 한다고 여기로 오라는데 뭐 어쩌면 되죠?” 직원은 해맑게 웃으며 장난감 활을 나에게 주었다. 어릴 때 창문에 대고 많이 쐈던, 화살촉 대신 흡착판이 붙어있는 활이다.

“이 활을 쏴서 저 앞에 있는 과녁에 맞추면 상품을 드리는 이벤트입니다! 2000엔 어치를 구매해주셨으니까, 1000엔에 한번, 즉 두 번까지 기회를 드립니다.”

벽에는 하트가 그려져있었다. 저기에 명중하면 된다 그거지.

“이게요, 요령이 있더라고요”

직원은 나에게서 활을 가져가더니 친절하게 팁까지 알려주었다.

“줄을 너무 세게 당기지말고, 살짝 튕기듯이 놓으면 좋더라고요, 이렇게, 이렇게”

직원에게서 활을 다시 돌려받았다. 밑에는 선이 앞 뒤로 두 개가 그려져있었다.

“여기 서면 되나요? 헤헤”

슬쩍 앞 쪽 선에 서서 능글맞게 웃었다.

“아! 거긴 어린이들 전용이에요”

“쳇, 자 그럼 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손님들은 나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래, 잘 봐 둬라, 이 곳 오사카에서 한국인은 주몽의 후예라는걸 보여주마, 그리고 상품을 받아갈것이다!

직원이 알려준대로 줄을 힘껏 당기지 않고 살짝 튕기듯 활 시위를 놓았다. 힘을 별로 주지 않았으므로 화살이 날아가는 궤도가 힘없이 떨어지는 선을 그리게 될거라 예상하여 일부러 많이 위에서 쏘았다. 그 예상은 적중하여 화살은 정확히 하트에 맞았다.

“아...!”

그러나 힘이 없던 탓에 화살은 벽에 붙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졌다.

“우와! 축하드려요!! 한번에 맞추셨어요!”

“에?”

“하트에 맞았으니까 당첨되신겁니다”

“아! 꼭 하트에 붙어야되는게 아니었어요? 아싸! 오오오! 그래서, 그래서, 상품은 뭐죠!?”

직원은 천으로 가렸던 상자를 열며 거기서 무언가를 하나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쨘, 초콜렛입니다. 오늘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

“발렌타인 데이 이벤트였군요”

AKB48멤버가 인쇄된 큰 초콜렛과 작은초콜렛 한 조각이 비닐로 포장되어 있었다. 오늘은 발렌타인 데이, 그리고 AKB샵의 직원들은 모두 여자이다.

난 발렌타인데이에, 오사카 AKB샵에서, 여자에게, 초콜릿을 받았다. 그것도 AKB48가 인쇄 된 초콜릿을. 야! 나도 발렌타인데이에 여자한테 초콜릿 받았다.

“아, 저기”

“예?”

“아까 분명 기회는 두 번이라고 하셨죠? 한번 더 하게 해주세요”

“죄송합니다. 초콜릿을 받으셨으면 그걸로 끝이라....”

“안타까운 일이군요, 잘 먹겠습니다.”

초콜릿을 소중히 집어 넣고 AKB샵을 나왔다.

난바역으로 와서 아침에 코인락커에 넣은 짐을 꺼내 센니치마에센을 타고 출구 앞에 바로 숙소가 있는 사쿠라가와역으로 갔다. 걸어가도 충분한 거리지만 짐이 있으니 어쩔수가 없었다. 사쿠라가와역 5번 출구에서 나오면 바로 내가 예약한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들어가자마자 한국인 손님들의 수다가 마구 들려왔다.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곳이라고 얘기했지만 이 정도일줄이야.

“체크인 하러 왔는데요”

스탭 역시 한국인이라 굳이 일본어 할 필요도 없다. 내미는 종이에 한글로 뭐 써라 뭐 써라 안내가 되어있다. 기껏 외국에 왔더니 한국어만 잔뜩 듣는걸 싫어하는 사람한테는 최악의 숙소라고 할 수 있다. 난 뭐 1년간 일본에서 살았고 잠이나 재워주면 그만이니 어느쪽이든 상관없지만.

“드르륵”

내가 한창 체크인에 필요한 정보를 적고 있을 때, 남자 하나가 들어왔다.

“어, 아직도 계시네요 5년전인가 여행 와서 여기 묵었을 때도 계셨던 것 같은데”

역시 한국인이다. 내 앞에서 체크인 접수 받고있는 누나가 여기 꽤나 오랫동안 있던 모양이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스탭누나는 내 뒤에 들어 온 남자에게 그렇게 말한 뒤 내 방 안내를 해 주었다.

“이 방 왼쪽 밑에 층이에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가방만 놓고 나와 화장실이 급해서 화장실로 갔다. 다시 방으로 돌아왔을 때

“으억!!!!!!!!!!!!!!!!!!!!!”

너무 놀라서 뒤로 자빠질뻔했다. 여자가 서 있었다. 난 방을 잘못 들어 온 줄 알았다.

“안녕하세요~”

이 아가씨는 태연하게 나한테 인사했다. 저러니까 더 당황스러웠다.

“.....여기 남녀혼방이었어요!?”

“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전혀 몰랐다. 아니 그 전에 남녀혼방이라는게 가능하긴 하구나. 뭐, 나쁠거없다. 오히려 고맙지. 헤헤...럭키다.

내 뒤를 이어 들어온 남자가 체크인이 끝났는지 우리 방에 들어왔다. 이 남자도 이 방에서 묵나보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나는 다시 게스트하우스를 나와서 난바역으로 걸어갔다. 아까 AKB샵을 찾는다고 의도치 않게 이 잡듯 돌아다니긴했지만 아까는 정말 의도치 않게 그런거고이 일대는 이번 오사카 여행의 메인이니까 다시한번 신사이스지바시-에비스바시-난카이도리-센니치마에-도톤보리를 둘러볼 생각이다.

도톤보리에 다시 도착하였다. 해가 지니까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역시 밤이되니 사람이 더욱 많았고, 호객소리는 여기저기 크게 들려왔다.

“아까와는 또 사뭇다른 분위기이군”

싱글벙글 웃으며 도톤보리의 활발한 분위기에 취하며 걸었다. 그렇게 걷고 있는데 작고 귀여운 여성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오빠~ 어디가?”

아담하니 작고 귀여운 딱 내 스타일이다.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아, 딱히 어디 가는건 없는데....”

“그래? 그럼 우리랑 놀자!”

귀여운 여자가 오사카 사투리를 쓰면서 이야기하니 몸이 녹는다 녹아. 근데 같이 놀자니?

“1시간에 2000엔, 걸즈바인데, 노미호다이(맘껏 마실 수 있는 것)어쩌구 저쩌구..........”

“아, 그런거 관심없어”

여자도 먼저 반말로 말을 걸었으니 나도 반말로 말했다.

“오빠 얘기만이라도 들어 봐! 진짜 재밌을거라니까”

“됐어, 술 안 마셔”

“술만 있는게 아냐! 진짜 재밌게 해줄게, 오빠! 얘기만 들어보라니까?”

여자는 계속 나를 붙잡았다. 아, 근데 오사카 사투리는 영혼을 빼가는 것 같이 귀엽다. 그리고 이 여자 실제로 엄청 귀엽다. 얘기만이라도 들어보라니까 얘기만이라도 듣자. 헤헤. 주위는 시끄럽고 여자는 키가 작아서 무릎을 굽히고 들어야했다.

“우리가게 타코야끼도 정말 맛있고, 식사 안했다면 밥도 되게 맛있거든! 바로 저기야, 걸어서 1분밖에 안 걸려, 정말 재밌게 해줄테니까 같이 놀자 오빠야”

“아까 분명 1시간에 2000엔으로 노미호다이라고 했지?”

“응!!”

“걸즈바라.....뭐, 나쁘진않네, 나 딱히 목적없이 여기 돌아다니는 중인데”

술을 맘껏 마실 수 있고 거기다가 여자를 끼고 논다면 결코 비싼금액이 아니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겠지만, 이 녀석들이 치는 함정에야 빠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 정도의 일본어 능력은 충분하다.

“아! 정말? 잘 됐잖아!”

“다시 한번 묻는다, 정말 1시간 2000엔에 노미호다이지?”

“응!” “재밌게 놀아주는거지?”

“응!!”

“좋다. 가자, 한번 놀아보자.”

곧 귀국할텐데, 또 다시 없을텐데 이런 경험도 나쁘지많은 않다고 생각되었다.

“진짜!? 진짜!? 고마워!!!!!!!!!!”

몇 번 쓰는지 모르겠는데, 여성의 오사카 사투리는 정말 살살 녹는다. 그렇게 나는 이 작고 귀여운 아가씨와 어느 건물 2층으로 올라갔다.

“근데 오빠는 어디서 왔어?”

“한국”

“잉??!!”

“유학생이야”

“뭐어!!??? 거짓말!!?? 전혀 몰랐는데!!”

“그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냐아냐, 우와, 엄청 신기해..한국인이라니”

걸즈바에 들어갔다. 나이트클럽같이 조명이 번쩍거리고 남녀가 뒤엉켜 춤을 추는걸 상상했는데 아니었다. 차분한 분위기였다. 구조 역시 생각한거랑 달랐다. 길다란 카운터 안에 여자들이 술을 말아주고 그 앞에 남자들이 앞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었다. 흔히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고뇌할 때 카운터에 앉아 직원에게 술을 주문하는, 그런 걸 생각하면 되겠다. 근데 문제는 자리가 꽉 찼다. 즉, 남자들이 빈틈없이 앉아있는 것이다.

“손님이야~!”

날 데리고 온 여자가 말했다. 당연히 모든 시선은 나에게 집중되었다. 나는 이 남자들이 전부 일행인 줄 알고 상당히 당황했다.

“오빠, 정말 죄송해요, 조금만 기다려줘요.”

카운터 안에 있던 여자하나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흐음~ 역시 걸즈바구나. 하나같이 예쁘네’

남자 하나가 돈을 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뒤따라 다른 남자도 지갑에서 돈을 꺼내 여자한테 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제서야 나는 이 남자들이 전부 한 일행이 아님을 알았다. 각각 따로 온 손님들이었던 것이다.

“이봐, 저 사람들은 1시간이 다 돼서 이제 돌아가는건가?”

“응, 시간이 다 돼서 이제 계산하고 가는거야”

“오빠~ 여기앉아”

아까 나한테 기다리라고 했던 여자가 빈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나를 이 걸즈바로 데려온 여자도 카운터로 들어갔고 내 앞에 섰다.

“이 오빠 한국에서 온 한국인이야”

날 데리고 온 여자가 모든 여자들에게 말했다.

“헉! 정말??”

“오사카를 한번 꼭 와보고 싶었어요. 정말 좋네요. 오사카 사투리를 말하는 여러분들이 참 귀엽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으억, 일본어 엄청잘하잖아?”

“그치! 한국인이라는거 듣기전에 전혀 몰랐다니까,”

날 데리고 온 귀여운 여자는 메뉴판과 비슷한 무언가를 내 앞에 내밀었다.

“오빠, 지금부터 자세한 설명을 할테니까 잘 들어”

올게 왔군, 나라면 괜찮다. 절대 함정에 걸려들지 않을 것이다. 뭐라 지껄이든 바로 머릿속에 넣어서 기억해주지.

“아까 1시간에 2000엔이라고 했는데, 그건 세금이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야. 세금을 포함하면 2500엔이 돼”

일본의 소비세는 5%이다. 세금빼고 2000엔이라면 2100엔이 되어야 정상인데 2500엔이라니? 뭐 걸즈바라는 환경을 생각하면 이 정도 뻥튀기는 귀여운 거라고 봐야하나?

“어, 그래 2500엔이다 그거지? 그리고?”

“여자들한테 술을 먹일때에는 따로 돈이 들어 가장 작은 컵부터 2000엔, 5000엔, 10000엔”

‘미쳤군’

내가 마시는것도 아니고 술을 먹이는데 돈을 내라니, 술잔도 엄청 작았다. 좀 커다란 텀블러정도의 크기의 잔을 먹이려면 무려 10000엔을 내야했다. 10000엔이나 내가면서 이 여자한테 술을 먹이면 나한테 득이되는게 도대체 뭐가 있을까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았다. 저 술을 먹이면 완전 뻗어서 아무것도 기억을 못할정도로 정신을 잃는다면 어느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이용가치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것도 아니다.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아까 네가 말했던대로 나는 얼마나 마시던간에 2500엔인거지?”

“응, 오빠는 얼마나 마시던간 1시간 2500엔이야”

“그럼 됐어, 난 가난한 유학생이니까 너희들한텐 술 안 줄거야.”

“에? 음.....”

“진짜 안 줄거야, 넌 상대를 잘못데려온거고”

“그거야 같이 놀면서 천천히 얘기하자고”

“이름이 뭐라고 했지?” “미소라”

“미소라, 시간이 없으니 난 최대한 술을 마셔야겠어 어떠어떤 종류가있지?”

오렌지술을 시켰다. 미소라는 열심히 오렌지술을 만들고 내 앞에 놓았다. 나는 벌컥벌컥 마셨다.

“아까 나 데려올 때 진짜 재밌을거라 했지? 기대하겠어”

“벌써 다 마셨네....더 따라줄까?”

“어, 똑같은걸로”

걸즈바입장에서는 나는 지금 최악의 손님일 것이다. 여자한테 술도 안 주고 자기혼자 마시고 있다. 그것도 엄청 마시고 있다.

한 가지 플러스라면 지금 이 곳 분위기는 내가 주도하고있었다. 애초에 외국인이라서 여자들이 호기심에 다가왔고 나 또한 농담을 하면서 분위기를 계속 띄웠다. 여자들뿐 아니라 옆에 쭉 앉아있는 남자들까지도 친구로 만들어서 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마디로 진짜 재밌었다. 머리 바로위의 모니터는 노래방이었는데, 남자손님이 부를 때도 있었고, 여자도 마이크를 잡고 간간히 노래를 불러주었다.

“오빠, 나 목 마른데.....”

미소라가 나한테 말했다.

“아까 말했잖아, 난 돈 없는 가난한 유학생이라고, 내꺼나 더 따라”

“옆에 봐바, 다른 손님은 술 주고 같이 사이좋게 건배하는데 우린 그런게 없잖아. 분해!”

미소라가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안 돼?”

다시 한번 쓰겠다. 귀여운 여자가 귀여운 오사카 사투리를 쓰니까 몸이 녹는다. 건배가 하고싶어졌다.

“제일 작은게 얼마랬지?”

“2000엔”

“뭐, 여기까지 왔으니까 나도 미소라랑 건배하고 가야겠지”

“고마워! 오빠 고마워! 저기 근데...5000엔짜리 잔에다 먹으면 안 될까? 다 그걸로 시킨단말야. 기왕 마시는거 오빠랑 오래 마시고싶은데”

“안 돼.”

딱 잘라 말했다. 결국 미소라는 가장 작은 잔에 술을 담고 나랑 건배를 했다. 이게 2000엔이다. 그렇게 술을 마시며 모두 다 같이 수다를 떨다가 미소라가 갑자기 전화를 받았다. 그리곤

“오빠 미안, 위에서 불러서 급히 가봐야할 것 같아”

“뭐라고? 너 지금 내가 술 안 준다고 짜증나서 그냥 가버리는거지?” “에헤헤 그런거 아냐~ 아냐아냐”

“솔직하게 그렇다고 해도 괜찮아, 뭐야, 근데 난 그럼 누구랑 놀아.”

“리리카라는 신입이 나 대신 오빠랑 놀건데, 괜찮지?”

“괜찮으니까 빨리 가 봐”

미소라는 자리를 떴고 대신에 리리카라는 여자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리리카라고 해요”

“이 오빠 한국인이래”

맨 처음 나보고 잠깐 기다리라고 했던 미즈호라는 이름의 아가씨가 리리카에게 가르쳐주었다.

“우와 반가워요!!”

리리카는 신입이라 그런지 무언가가 분위기가 달랐다. 말로 설명하긴 좀 어려운데, 다른 아이들보다 순수함이 느껴졌달까, 나를 진심으로 재미있게 해주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리리카랑은 말이 엄청 잘 통했고 원래부터 알던사이같은 느낌의 대화가 진행됐다. 어느새부턴가 다른 여자랑은 거의 대화가 없고 리리카의 얼굴만 보며 대화를 하였다.

“저기, 오빠 10분 남았는데”

“뭐?” 미즈호가 나에게 말했다.

‘이 자식들이 이런식으로 하는구나.....’

보통 손님들이라면 웃으며 속아넘어주겠지만 나는 단골손님이 될 것도 아닐뿐더러 이걸 확실하게 짚고넘었을 때의 녀석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아무리 그래도 사기는 안되지.

“무슨 소리냐, 그럼 내가 온 지 50분이 됐다는거야?”

“응” “거짓말하지마라, 내가 숙소에서 나올 때가 7시 10분이었고 미소라랑 만난게 7시 40분인데 한 시간이 다 되간다고? 무슨 소리하는거냐, 이제 겨우 35분 조금 넘었구만”

이 녀석들이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아....아닌데...”

“아니지않아, 난 손목시계를 가지고 있어. 시간만큼은 정확하다. 속일생각일랑 마라”

“잠깐만 확인해 볼게...”

미즈호가 무언가를 뒤지는 척 했다. 그런 연기 안해도 된다. 우겨봤자 이런곳에서 통용될 리가 없다. 아니, 우기는건 내가 아니라 이 녀석들이지. 아무튼 이렇게 나왔을 때 여자들의 반응이 궁금했을 뿐이다.

걸즈바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왔다.

“엇! 강남스타일!”

미즈호랑 리리카가 나를 보면서 외쳤다.

“호오, 아냐? 일본에선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걸로 알고있는데”

“노래방 있으니까 한번 불러볼래?”

“오오오! 듣고싶어 듣고싶어! 한국인이 직접부르는 강남스타일이라!”

“이야, 오늘 대단한걸 보겠네”

남자손님들까지도 기대가 된다며 부추켜주었다. 그리고 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열창하였다. 박수가 쏟아져나왔다.

“오빠는 뭐 일본의 좋아하는 노래 없어?”

리리카가 말했다.

“난 AKB48의 노래라면 다 알고 있어”

“아, AKB....근데 내가 아는게 없네 잠깐만”

리리카는 노래방리모컨을 만지작거리다가 헤비로테이션을 불러도 되냐고 물었다.

“나이스 초이스다!”

강남스타일에 이어 헤비로테이션이 걸즈바의 분위기를 띄웠다!

“I want you! I need you! I love you!”

리리카랑 서로 마주보며 춤까지 추었다.

“오빠 근데 나 목 마른데....안 됄까?” “어, 안된다. 내꺼나 따라”

“한 잔 1000엔! 제발, 그래도 안 돼?”

리리카가 와서 재미있게 해주고 노래까지 불러준데다가 뭔가 정말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짜 2000엔이 아니고 1000엔이지?” “응!!!”

“좋다. 한 잔 마셔” “고마워!!!!!!!”

리리카랑 건배를 하였다.

“오빠는 한국 어디 살아? 서울? 부산?” 당연히 듣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듣기 싫은 질문이기도 하다. 말해줘도 모를게뻔한데

“청주라고 있어. 서울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바다가 없는곳이야”

“아아.....”

“리리카는 어디 살아?”

“나는 교토에서 살아”

“잉? 교토? 오사카가 아니고?”

“응”

“아니 뭐야, 그럼 교토에서 여기까지 일 하러 왔다갔다 거린단말야?” 오사카와 교토의 거리는 절대로 먼 게 아니지만 아르바이트라면 얘기가 다르다.

“교토에서 하면 아는 사람을 만나버릴까봐.....”

“.......그렇군.....그럼 돌아갈때는? 밤에 전차 없잖아”

“돌아갈때는 첫차를 타고 집에 가”

상당히 안쓰러워졌다. 그나저나 아까 나 시간이 10분 남았다고 했는데 그 10분이 지났다. 칼같이 끊지 않는다는 것이 얘네가 거짓말을 했다는 증거이다.

“교토의 어디쯤 사는데? 나 내일 가거든”

“어디라고 해야하나, 데라다야라고 아려나.....”

“뭐!? 데라다야”

“어? 알아?”

“후시미 데라다야!?” “응응응응응!!!!!!!”

“나 내일 갈거야, 사카모토 료마를 엄청 좋아하거든!!”

“진짜!!?” “거기 료마도오리라고 있지?”

“맞아맞아 바로 옆이야!! 우와!”

“데라다야를 여기서 들을 줄이야! 나 꼭 한번 가고싶었던 곳이거든!!!!”

나랑 리리카는 하이파이브를 했다.

“오빠, 시간 다 됐는데 추가할거야?” 아까부터 몇 번이나 추가 할거냐고 물었다. 30분 추가에 1500엔이라고 한다.

“좀 더 놀자, 리리카랑 더 얘기하고 싶어졌어”

“오빠, 아까 1500엔이라고 했는데 그건 세금 뺀 가격이고 세금 붙여서 2000엔인데 괜찮아?”

“아아아, 알았어 알았어, 예상했으니까 같이 놀자”

그리고 나는 리리카에게 술 한잔을 더 주었다.

“아까 미소라말야, 내가 술 안 주니까 너한테 떠넘기고 도망간거 맞지?” “아하하하하 아니야 아니야”

남은 손님은 나랑 내 옆에 앉아있던 남자뿐이고 우리 앞에 서 있는 여자도 미즈호랑 리리카 둘만 남게 되었다. 사람이 적어지니 서로 오가는 대화도 많았고 웃음이 끊이지를 않았다.

미즈호는 가게를 닫는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며 나랑 내 옆에 있는 남자손님을 일어나게 시켰다. 얼떨결에 서로 바이바이를 하게 되었다.

“다나카 오빠랑 에............”

“영빈이라고 한다.”

“오케이 알았어! 다나카 오빠랑 영빈오빠, 다음에 또 와 줘~ 안녕”

미즈호랑 리리카가 문 앞까지 배웅을 해주었고 나랑 다나카라는 남자와 함께 걸즈바를 나왔다. 이미 나랑 다나카는 친구가 되었다.

“다나카씨는 여자친구가 있습니까”

“하하하하 왜 그런걸 물어보세요”

“그냥 오늘이 발렌타인 데이라서 물어봤어요”

“여자친구가 있으면 저런데를 가겠습니까”

“근데요, 뭐 저런곳이니까 이해는 해도 너무한거 아니에요? 한 30분 지났는데 1시간 다 되어간다고 거짓말을 하지를 않나, 그리고 추가로 30분했는데 저 20분밖에 못 앉아있었어요”

“원래 그런곳이에요, 다 알고도 속아주는거고요”

“이해는 하는데 너무 심해서 그러는거에요, 그러니까 전 1시간 30분어치 돈을 냈는데 실제로는 딱 한 시간 있던거라고요. 한 시간만에 9000엔이 날아갔네요. 뭐, 그냥 경험하려고 와 본 거니까 후회는 안 하지만요”

“푸하하하하하하, 저기서 9000엔이면 엄청 양호한거에요. 전 2만엔 썼는걸요”

“다나카씨는 저 걸즈바에 자주 가나요?”

“요새 좀 자주 드나들고 있어요. 자제를 하긴 해야하는데....여자친구가 너무나 갖고싶어서”

이상하다, 다나카씨는 꽤 잘 생겼고 이런데 자주 드나드는건 보통 돈이 없으면 못할텐데 왜 없을까. 무언가 다른데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나?

다나카씨랑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걸을때도 아까 미소라가 나에게 접근했듯이 다른 걸즈바의 여자들이 끌어가려고 엄청나게 붙어댔다. 이러다가 도톤보리가 다른 쪽으로 유명해지는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그 수가 많았다.

“저기, 전 집에 간다지만 그쪽은 어디가시는거죠?” 다나카씨가 나에게 물었다.

“저요? 전 딱히 가는 곳 없는데요? 그냥 이 일대를 관광하는겁니다 하하하하하 다나카씨랑 얘기하는것도 재밌고요”

“에.....관광지라면 이미 벗어났는데요. 관광지라면 대개 저 도톤보리1초메까지를 말하거든요. 죄송해요, 제가 관광을 방해한 것 같네요”

어느새 아까 내가 도톤보리인줄 알고 헤맸던 도톤보리2초메를 다나카씨랑 걷고있었다.

“아뇨아뇨, 이렇게 일본어로 이야기하는쪽이 저한테는 더 고마워요. 그리고 아까 이 주변은이미 다 돌아보기도 했고요. 집에 조심해서 가세요.” “예, 고맙습니다”

“다시 만날....수 있을까요?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기적이 있다면 다시 만납시다.”

“아까 그 걸즈바에서요? 하하하하”

도톤보리로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허탈해서 웃음이 나왔다. 어제 사야코가 말해준 우즈마사무라가 비싸니 뭐니 하면서 포기해놓고 걸즈바에서 9000엔을 쓰고 나오다니... 쌩판 모르는 여자랑 놀면서 9000엔을 내고 왔으면서도 소중한 친구들을 위해 돈을 아끼는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되었다. 아까 긴류라멘을 먹으러 왔을 때 비싸다고 생각해서 그냥 나왔던 기념품 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요시노야의 친구들에게 사갈 기념품을 샀다.

도톤보리의 각종음식을 찾아가서 먹었다. 만두집에가서 만두도 먹고 어느 타코야끼집에 줄이 쭉 늘어서 있길래 나도 줄을 섰다. 직원이 나와 일일이 메뉴표를 나눠주었다.

“어서오세요! 저쪽에서 잠시 기다려주세요! 뭐 드시겠어요?”

대단하다. 직원들이 모두 한국어를 할 줄 안다. 아닌게 아니라 줄 서있는 사람 대부분이 한국인이었다.

“응?”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한국어로 된 메뉴를 들고 있는데 나는 일본어 메뉴이다.

“이쪽에서 줄 서주세요!!”

메뉴판을 회수하며 한국어로 일일이 이렇게 말하는데 이것도 나한텐 일본어로 말을하였다. 나는 여기서 일본어를 입뻥긋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여기서 1년간 살다보니 내 얼굴이 일본인처럼 변했나?

밤 10시가 되니 가게도 대부분 문을 닫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어졌다. 성행하는곳은 있었으니 바로 걸즈바였다. 걸즈바로 사람을 끌기 위해 남자한테 붙는 여자들 수는 더더욱 많아졌다. 벤치에 앉아 타코야끼를 먹고 있는데 열심히 손님을 끌고 있는 미즈호랑 리리카의 모습도 보였다.

‘저것들 가게 문 닫아야하니까 내보낸다는 식으로 말하더니’

뭐 이제 내 알바아닌가, 리리카랑은 눈이 마주쳐서 인사를 하였다.

도톤보리는 걸즈바의 천국이 되어버렸고 신사이스지바시로 향했다. 신사이스지바시는 신주쿠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게임센터도 많고 도톤보리의 가게들이 문을 닫아 어두워진 반면 신사이스지바시는 더욱 더 화려해졌다.

도톤보리에서 신사이바시스지로 가는 다리에서 어떤 모자 쓴 남자가 앉아서 무언가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무언가 쇼를 펼치는 모양이다. 그동안은 그냥 지나가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한번 봐 보기로 했다. 이 남자가 쇼를 시작하기전에 준비하는걸 발견해서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다. 남자는 마술을 보여주었고 사람들은 속속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감사합니다. 아, 도쿄라면 이런 반응 안나와요, 역시 오사카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남자가 말해주었다. 남자는 몇 가지의 마술을 피로한 뒤에 마지막 하이라이트 마술을 보여주기 전에 잠깐 자기 이야기를 하였다.

“잠깐, 중요한 이야기를 잊고있었습니다. 저는 오키나와에서 올라와 정말 여러군데를 여행하며 이 퍼포먼스 하나로 밥을 벌어먹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 이 마술을 보시고 즐거우셨다던가, 앞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라던가 하는 마음이 피어오르셨다면, 그 마음, 실체화하여 이 모자 안에 마음을 넣어주셨으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돈이 없으시더라도 악수를 하면 제 마음이 따뜻해지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 추운 가운데에서도 많은 분들이 모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남자는 마지막 마술을 피로하였다. 멋지게 성공하였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남자는 쓰고있던 모자를 벗어 뒤집어 올려놓았다.

“대단해 대단해!!!”

“추운 가운데에서도 정말 자~ 지금부터가 가장 어색한 순간입니다...”

의외로 모자에는 많은 돈이 쏟아져내렸다.

“오빠, 우리도 사정이 있어서 미안한데 돈은 못 내겠지만 정말 재미있었어, 대단해! 악수라도 하고 갔으면 좋겠다. 힘내!”

남자 맨 앞에서, 내 옆에서 가장 열렬히 리액션을 한 아가씨 두 명이 남자와 악수를 하고 사라졌다.

“저기, 저도 유학생이라 돈을 내는 건 어렵겠지만 악수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 유학생이셨군요 어디에서 오셨죠?”

“한국입니다.”

“일본어를 굉장히 잘하시는군요, 열심히 공부하세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갈길을 가려는데 마술을 하던 남자 옆에 앉아 구경을 하던 아저씨가 날 불렀다.

“오오, 자네자네, 잠깐 이리로 와봐”

전형적인 노숙자의 모습이다. 일본에서 이런 분위기의 아저씨는 처음본다.

“유학생이라고?”

“아, 예...”

“어쩜 그리 일본어를 잘하나?”

“좀 공부를 했습니다.”

“아하하하하 그렇구만, 그러고보니 오사카 사투리가 아니라 표준어네”

“공부하는 입장이니 표준어를 배워야죠 헤헤” 그리고 그 아저씨는 속사포처럼 뭐라뭐라 씨부렸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빨리 이 아저씨에게서 벗어나고싶은 마음에 듣지않은 것, 플러스 사투리가 심해서 못 알아들은 것이 합체하여 전혀 뭐라하는지 몰랐다.

“네네네...하하하하.....”

그만 좀 입 좀 다물지.....라고 생각할 때 이 아저씨가 결국 하고싶은 한 마디가 나왔다.

“자네, 200엔 있나?”

“동전 없습니다.”

딱 잘라 말하고 뒤돌아걸었다. 뒤에서 아저씨가 자꾸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신사이스지바시를 구경하는데 배에서 신호가 왔다.

“우욱”

폭발할 것 같았다. 걸즈바에서 맘껏 마셔도 된다고 해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보다. 그래도 혹시나 잘못될까봐 자제하며 마신건데.

“화장실 화장실.....”

급히 게임센터로 들어갔다. 아니 근데 왜 화장실이 보이지 않지? 한참을 찾다가 1층 문에 붙어있는 문구가 보였다. ‘본 점포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제기랄!”

안되겠다. 서둘러 숙소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하지만 참을수가 없었다. 신사이스지바시를 나와서 에비스바시에 도착했다. 하지만 에비스바시의 모든 점포가 문을 닫았다. 그때 저 멀리서 빛이 나는게 보였다. 빠칭코였다. 빠칭코가 그렇게 빛나보이는건 처음이였다. 아, 실제로 지금 빠칭코 혼자만 빛나고 있구나.

아무튼 빠칭코로 뛰어들어가 화장실부터 찾았다. 이건 여자화장실이잖아, 남자화장실 어디야!

“저기요 저기요, 화장실 어디죠??”

“남자화장실은 3층에 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뒤로 돌아 뛰어가면서 했다. 얼른 변기에 앉았다.

“휴우..............”

내 몸안에서 난리를 피우던 폭도들을 내쫒았고 안정을 되찾았다. 워낙에 포악한 녀석들이라서 전부 내보내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화장실 들어갈때와 나올때의 마음은 정말로 다르다.

아까 화장실을 찾으면서 ‘쿠시카츠’라는 꼬치튀김가게가 많이 보였다. 오사카가 원조인 음식이지만 화장실이 너무 가고싶어서 먹을 생각을 못했다. 안정을 찾은 지금, 하나정도 먹어야할 의무감이 들었다. 꼬치튀김은 오사카가 원조이다. 에비스바시는 패션이나 악세사리 가게가 주를 이루고 있고 지금은 다 문을 닫았다.

‘난카이도오리에는 있으려나’

아까 난카이도오리에서 먹거리 가게가 많았던게 기억났다. 난카이도오리에 진입하자마자 불이 켜진 꼬치튀김집 하나가 눈에 보여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여러 메뉴가 있었다. 기억도 못하고 워낙에 많아서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 그 많은 메뉴중에 무엇을 먹을까 심히 고민하다가 돼지고기와 표고버섯을 골랐다.

꼬치가 나오기전에 양배추 한 가득과 소스로 추정되는 액체도 꽤나 큰 종지에 담아서 주었다.

“에...??”

시키지도 않은 양배추가 엄청많이 나오니 당황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 내가 주문한 표고버섯튀김꼬치와 돼지고기꼬치가 나왔다. 굉장히 먹음직스러웠다. 일단 소스처럼 보이는건 소스가 확실한 듯 하고....양배추는 뭐지? 같이 먹는건가? 그렇다고하기엔 양이 너무 많지않은가.

꼬치튀김과 소스, 양배추를 앞에두고 오랜시간 고민을 하였다.

“저기요, 이거 실례지만 뭔가 먹는방법이 있나요?”

“예에??”

“네, 꼬치튀김은 처음이라 양배추는 뭐고 어떻게 먹는건지 모르겠네요”

아르바이트생은 재미있다는 듯 친절하게 하나하나 알려주었다.

“소스는 딱 한번만 찍어드셔야돼요 반드시! 꼭! 한번만”

“소스는 한번만....”

“혹시 찍었는데 소스가 부족하다 싶어도 절대 또 찍어선 안 돼요, 그럴 경우엔 양배추에 소스를 담아서 떨어뜨려주세요”

“아하....이 양배추는 같이 먹어도 되는건가요”

“네, 그냥 소스에 찍어서 그냥 드셔도 되고 꼬치튀김이랑 같이 드셔도 됍니다.”

좀 별난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꼬치튀김을 맛있게 먹었다. 환상적인 맛이었다. 타코야끼보다 꼬치튀김을 꼭 먹어보라고 말하고싶다.

“아! 양배추는 손으로 집어드세요!” 내가 먹고있는걸 보고있던 아르바이트생중 하나가 말했다. 양배추를 젓가락으로 먹고있었다.

“에? 그래야하나요?”

“그것이, 오사카의 룰입니다.”

오늘의 명언이었다.

“오사카의 룰이군요”

젓가락을 내려놓고 양배추를 손으로 집어먹었다. 지금도 그 사람의 단호한 한 마디가 머릿속에 울리는 것 같다. ‘그것이, 오사카의 룰입니다.’

다 먹고 계산을 할 때 한 명이 물어봤다.

“손님은 어디서 오셨죠?”

“한국이요”

“예!?” 아르바이트생 모두 깜짝놀라서 쳐다봤다.

“한국인이세요?”

”네, 유학생이에요, 유학이 끝나서 이제 곧 돌아가거든요, 그전에 오사카는 한번 꼭 와보고 싶어서 놀러왔습니다.“

늦은시간이라 손님도 없어서 이곳의 아르바이트 생들과 또 대화의 장이 열렸다.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 주변에 한국인도 많을텐데 그리 신기한가.

“요시노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거든요”

“어억? 요시노야요?”

“힘들지않아요? 손님순환이 빨라서 엄청 힘들텐데요”

“거기서 버티셨다면 뭐 말할필요가 없네요”

“사실은요, 제가 왜 요시노야 얘기를 꺼냈냐면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그 핸디가 요시노야에서 썼던 핸디랑 똑같아서요”

“네? 그래요? 푸하하하하하”

“정말 그립네요, 그 때가 즐거웠는데...”

꼬치튀김집을 나와서 숙소에 도착하였다. 이렇게 첫째날, 오사카 여행은 마무리가 되었다.

숙소문을 열자마자 한국인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이 게스트하우스는 모든 손님이 한국인인 듯 하다. 그런데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로비에서 떠들고있던 사람들이 나를 보고 일제히 잠깐 대화를 멈추었다. 기분나쁘게 말이다.

“일본인인가?”

“여기 일본인도 와서 자나봐”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진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본인얼굴이 되어버린건가. 삼인성호라고 여러사람이 그러니까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도 로비에 앉아 쉬는데 나랑 같은 방을 쓰는, 내가 체크인하고 바로 뒤따라 체크인 한 그 남자가 다가왔다.

“스프가 하나 남는데 같이 드실래요?”

“아, 예 좋죠”

로비가 술렁였다.

“한국인이었어?”

...난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다. 일본전공으로써 일본에 완전히 녹아나는건 나쁘진 않지만, 난 한국인이다.

남자는 스프를 타서 나에게 주었다. 남자와 마주앉아서 같이 스프를 먹게 되었다.

“고맙습니다.”

“아뇨아뇨, 제가 더 고마워요, 엄청 먹고싶었는데 아무도 같이 먹어주질 않더라고요”

그럼 혼자 먹으면 되지 않나? 남자랑 스프를 먹으면서 오늘 오사카에 있었던 일들을 풀어놓았다. 특히 걸즈바에서 있었던 일들을 중심으로 늘어놓았다. 남자는 나이가

“와, 그렇게 놀려면 일본어를 잘 해야하는거 아닌가요?”

“대화는 되어야겠죠”

“저는 일본어를 하나도 못해서요...”

“예?? 보아하니까 전에도 여기 오신것같고 일본에 자주오시는거같은데”

“그냥, 전에 왔을 때 오사카가 너무 좋더라고요.”

“저기, 제가 훔쳐볼려고 본건 아니고, 보여서 그냥 말씀드리는건데요. 지금 휴대폰에 일본어로 메시지 주고받고계시는데... 역시 잘 하실거같은데요”

“아, 이거 번역기 돌리는거에요.”

남자는 나보다 나이가 두 살이 더 많았다.

“일정이 어떻게 되세요?”

“오사카는 오늘 딱 하루 있어요. 내일 아침 일찍 교토로 출발할겁니다.”

“억, 그럼 빨리 주무셔야되는거 아니에요?”

“하하 괜찮아요 괜찮아, 요새 거의 잠을 안 자고 있으니까요”

먹은 스프를 치우고 샤워를 한 뒤에 드디어 침대에 누웠다. 옆 침대 뒷 침대에서 여자들이 자는소리가 뭐랄까....말로 표현할수 없게 들려왔다.

침대에 누워서도 걱정되었다. 교토여행은 가장 기대하고있지만 다른게 문제가 아니고 과연 내일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가 관건이었다. 힘들어도 반드시 일찍 일어나야했다.

드디어, 드디어 내일 그동안 사카모토 료마 관련 책이나 자료들을 보며, 과연 내가 언젠가 이 곳에 갈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데라다야와 오우미야에 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올랐다. 내일을 위해서 일단은 푹 자 놓아야했다.




오늘의 지출 – 요시노야에서 아침밥 장어덮밥 650엔

치약 100엔

교통비 690엔

코인락커 400엔

오사카성 천수각+역사박물관 티켓합본 900엔

게임센터에서 1500엔 정도?

혼케오타코 타코야끼 400엔, 다른 집 타코야끼 500엔

카레야끼만두 300엔

걸즈바에서 9000엔

요시노야 친구들 기념품 1050엔

AKB48샵에서 2600엔

꼬치튀김집에서 462엔

총 18552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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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1 소요권법
    작성일
    15.06.17 13:26
    No. 1

    오늘은 내용이 꽉꽉 차있네요. 오사카 성, 도톤보리... 유흥을 즐기셨군요 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2 사이타니야
    작성일
    15.06.20 16:48
    No. 2

    너무 늦게 찾아갔었죠..유학 다 끝나가니까 한번은 가겠다고 급하게 간거라 보고싶어도 못본게 너무너무 많습니다. 언제 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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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일본 교환유학일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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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 에필로그 +4 15.07.08 1,106 11 2쪽
334 2013. 02. 24 일요일 유학생활 삼 백 서른 네 번째, 마지막 날(完) +6 15.07.02 1,147 13 17쪽
333 2013. 02. 23 토요일 유학생활 삼 백 서른 세 번째날 +3 15.07.01 802 8 25쪽
332 2013. 02. 22 금요일 유학생활 삼 백 서른 두 번째날 +2 15.06.30 919 8 36쪽
331 2013. 02. 21 목요일 유학생활 삼 백 서른 한 번째날 +2 15.06.28 707 6 26쪽
330 2013. 02. 20 수요일 유학생활 삼 백 서른 번째날 +2 15.06.27 617 7 25쪽
329 2013. 02. 19 화요일 유학생활 삼 백 스물 아홉 번째날 +2 15.06.26 610 8 42쪽
328 2013. 02. 18 월요일 유학생활 삼 백 스물 여덟 번째날 15.06.23 614 6 14쪽
327 2013. 02. 17 일요일 유학생활 삼 백 스물 일곱 번째날 15.06.22 626 6 12쪽
326 2013. 02. 16 토요일 유학생활 삼 백 스물 여섯 번째날(교토 2일차) 15.06.20 1,196 9 88쪽
325 2013. 02. 15 금요일 유학생활 삼 백 스물 다섯 번째날(교토 1일차) +4 15.06.18 935 5 78쪽
» 2013. 02. 14 목요일 유학생활 삼 백 스물 네 번째날(오사카 관광) +2 15.06.16 810 8 68쪽
323 2013. 02. 13 수요일 유학생활 삼 백 스물 세 번째날(오사카로 출발) +4 15.06.15 808 8 15쪽
322 2013. 02. 12 화요일 유학생활 삼 백 스물 두 번째날 +2 15.06.11 913 7 13쪽
321 2013. 02. 11 월요일 유학생활 삼 백 스물 한 번째날 15.06.10 784 5 8쪽
320 2013. 02. 10 일요일 유학생활 삼 백 스무 번째날(AKB48 악수회 세번째 방문) +4 15.06.08 1,000 7 32쪽
319 2013. 02. 09 토요일 유학생활 삼 백 열 아홉 번째날 +2 15.06.07 770 7 12쪽
318 2013. 02. 08 금요일 유학생활 삼 백 열 여덟 번째날 15.06.06 899 3 24쪽
317 2013. 02. 07 목요일 유학생활 삼 백 열 일곱 번째날 15.06.05 706 8 17쪽
316 2013. 02. 06 수요일 유학생활 삼 백 열 여섯 번째날 +2 15.06.04 746 9 16쪽
315 2013. 02. 05 화요일 유학생활 삼 백 열 다섯 번째날 +2 15.06.03 788 7 9쪽
314 2013. 02. 04 월요일 유학생활 삼 백 열 네 번째날 15.06.03 659 5 3쪽
313 2013. 02. 03 일요일 유학생활 삼 백 열 세 번째날 +2 15.06.01 712 7 16쪽
312 2013. 02. 02 토요일 유학생활 삼 백 열 두 번째날 15.06.01 756 5 5쪽
311 2013. 02. 01 금요일 유학생활 삼 백 열 한 번째날 +4 15.05.30 677 9 6쪽
310 2013. 01. 31 목요일 유학생활 삼 백 열 번째날 +2 15.05.29 672 7 4쪽
309 2013. 01. 30 수요일 유학생활 삼 백 아홉 번째날 +4 15.05.28 837 8 14쪽
308 2013. 01. 29 화요일 유학생활 삼 백 여덟 번째날 +2 15.05.27 689 6 11쪽
307 2013. 01. 28 월요일 유학생활 삼 백 일곱 번째날 +2 15.05.26 814 6 9쪽
306 2013. 01. 27 일요일 유학생활 삼 백 여섯 번째날 +2 15.05.21 713 6 10쪽
305 2013. 01. 26 토요일 유학생활 삼 백 다섯 번째날 +2 15.05.19 840 6 9쪽
304 2013. 01. 25 금요일 유학생활 삼 백 네 번째날 +4 15.05.18 758 6 20쪽
303 2013. 01. 24 목요일 유학생활 삼 백 세 번째날 +2 15.05.14 753 5 18쪽
302 2013. 01. 23 수요일 유학생활 삼 백 두 번째날 15.05.13 652 5 5쪽
301 2013. 01. 22 화요일 유학생활 삼 백 한 번째날 15.05.12 750 7 1쪽
300 2013. 01. 21 월요일 유학생활 삼 백 번째날 15.05.12 619 6 6쪽
299 2013. 01. 20 일요일 유학생활 이 백 아흔 아홉 번째날 +2 15.05.11 701 5 26쪽
298 2013. 01. 19 토요일 유학생활 이 백 아흔 여덟 번째날 15.05.10 565 9 6쪽
297 2013. 01. 18 금요일 유학생활 이 백 아흔 일곱 번째날 15.05.09 620 6 8쪽
296 2013. 01. 17 목요일 유학생활 이 백 아흔 여섯 번째날 15.05.09 614 5 2쪽
295 2013. 01. 16 수요일 유학생활 이 백 아흔 다섯 번째날 15.05.08 710 6 18쪽
294 2013. 01. 15 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아흔 네 번째날 +4 15.05.07 773 7 23쪽
293 2013. 01. 14 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아흔 세 번째날 +2 15.05.06 772 8 15쪽
292 2013. 01. 13 일요일 유학생활 이 백 아흔 두 번째날 +1 15.05.06 562 6 2쪽
291 2013. 01. 12 토요일 유학생활 이 백 아흔 한 번째날 +1 15.04.05 940 7 6쪽
290 2013. 01. 11 금요일 유학생활 이 백 아흔 번째날 15.04.04 746 4 6쪽
289 2013. 01. 10 목요일 유학생활 이 백 여든 아홉 번째날 15.04.03 753 4 11쪽
288 2013. 01. 09 수요일 유학생활 이 백 여든 여덟 번째날 15.04.02 745 4 11쪽
287 2013. 01. 08 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여든 일곱 번째날 15.04.01 733 5 9쪽
286 2013. 01. 07 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여든 여섯 번째날 +2 15.03.31 821 5 11쪽
285 2013. 01. 06 일요일 유학생활 이 백 여든 다섯 번째날 15.03.29 1,051 10 16쪽
284 2013. 01. 05 토요일 유학생활 이 백 여든 네 번째날 15.03.28 744 7 5쪽
283 2013. 01. 04 금요일 유학생활 이 백 여든 세 번째날 15.03.27 1,068 5 10쪽
282 2013. 01. 03 목요일 유학생활 이 백 여든 두 번째날 15.03.27 608 4 1쪽
281 2013. 01. 02 수요일 유학생활 이 백 여든 한 번째날 15.03.26 730 5 5쪽
280 2013. 01. 01 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여든 번째날 15.03.25 795 6 15쪽
279 2012. 12. 31 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일흔 아홉 번째날 +1 15.03.17 933 7 16쪽
278 2012. 12. 30 일요일 유학생활 이 백 일흔 여덟 번째날 15.03.16 834 7 11쪽
277 2012. 12. 29 토요일 유학생활 이 백 일흔 일곱 번째날 +2 15.03.15 754 4 5쪽
276 2012. 12. 28 금요일 유학생활 이 백 일흔 여섯 번째날 15.03.14 779 6 10쪽
275 2012. 12. 27 목요일 유학생활 이 백 일흔 다섯 번째날 15.03.13 781 6 10쪽
274 2012. 12. 26 수요일 유학생활 이 백 일흔 네 번째날 15.03.12 698 6 4쪽
273 2012. 12. 25 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일흔 세 번째날 +2 15.03.11 837 7 19쪽
272 2012. 12. 24 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일흔 두 번째날 +2 15.03.11 722 5 2쪽
271 2012. 12. 23 일요일 유학생활 이 백 일흔 한 번째날 15.03.10 743 7 4쪽
270 2012. 12. 22 토요일 유학생활 이 백 일흔 번째날 15.03.09 704 7 14쪽
269 2012. 12. 21 금요일 유학생활 이 백 예순 아홉 번째날 15.03.08 746 6 16쪽
268 2012. 12. 20 목요일 유학생활 이 백 예순 여덟 번째날 15.03.07 844 7 12쪽
267 2012. 12. 19 수요일 유학생활 이 백 예순 일곱 번째날 15.03.06 819 4 13쪽
266 2012. 12. 18 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예순 여섯 번째날 15.03.05 661 4 6쪽
265 2012. 12. 17 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예순 다섯 번째날 15.03.04 881 6 8쪽
264 2012. 12. 16 일요일 유학생활 이 백 예순 네 번째날 15.03.03 786 7 3쪽
263 2012. 12. 15 토요일 유학생활 이 백 예순 세 번째날 15.03.02 894 6 15쪽
262 2012. 12. 14 금요일 유학생활 이 백 예순 두 번째날 15.03.01 988 11 12쪽
261 2012. 12. 13 목요일 유학생활 이 백 예순 한 번째날 15.02.28 905 5 7쪽
260 2012. 12. 12 수요일 유학생활 이 백 예순 번째날 15.02.27 932 5 11쪽
259 2012. 12. 11 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쉰 아홉 번째날 15.02.26 678 5 5쪽
258 2012. 12. 10 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쉰 여덟 번째날 +2 15.02.25 893 5 12쪽
257 2012. 12. 09 일요일 유학생활 이 백 쉰 일곱 번째날 15.02.24 807 4 4쪽
256 2012. 12. 08 토요일 유학생활 이 백 쉰 여섯 번째날 +2 15.02.23 1,220 9 13쪽
255 2012. 12. 07 금요일 유학생활 이 백 쉰 다섯 번째날 +4 15.02.16 942 8 15쪽
254 2012. 12. 06 목요일 유학생활 이 백 쉰 네 번째날 15.02.15 765 5 5쪽
253 2012. 12. 05 수요일 유학생활 이 백 쉰 세 번째날 15.02.14 960 7 12쪽
252 2012. 12. 04 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쉰 두 번째날 +2 15.02.13 959 7 13쪽
251 2012. 12. 03 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쉰 한 번째날 +2 15.02.12 729 10 6쪽
250 2012. 12. 02 일요일 유학생활 이 백 쉰 번째날 15.02.11 860 4 6쪽
249 2012. 12. 01 토요일 유학생활 이 백 마흔 아홉 번째날 15.02.10 1,123 7 18쪽
248 2012. 11. 30 금요일 유학생활 이 백 마흔 여덟 번째날 15.02.09 836 5 8쪽
247 2012. 11. 29 목요일 유학생활 이 백 마흔 일곱 번째날 15.02.08 896 5 4쪽
246 2012. 11. 28 수요일 유학생활 이 백 마흔 여섯 번째날 +2 15.02.07 859 6 9쪽
245 2012. 11. 27 화요일 유학생활 이 백 마흔 다섯 번째날 15.02.06 798 5 4쪽
244 2012. 11. 26 월요일 유학생활 이 백 마흔 네 번째날 +2 15.02.05 834 7 7쪽
243 2012. 11. 25 일요일 유학생활 이 백 마흔 세 번째날 15.02.04 822 6 10쪽
242 2012. 11. 24 토요일 유학생활 이 백 마흔 두 번째날 15.02.03 829 6 11쪽
241 2012. 11. 23 금요일 유학생활 이 백 마흔 한 번째날 +2 15.02.02 927 5 18쪽
240 2012. 11. 22 목요일 유학생활 이 백 마흔 번째날 15.01.31 718 7 7쪽
239 2012. 11. 21 수요일 유학생활 이 백 서른 아홉 번째날 15.01.30 864 5 7쪽
238 2012. 11. 20 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서른 여덟 번째날 15.01.30 774 8 2쪽
237 2012. 11. 19 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서른 일곱 번째날 +1 15.01.29 1,162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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