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02 일요일 유학생활 이 백 쉰 번째날
2012. 12. 02 일요일 유학생활 이 백 쉰 번째날
일부러 푹 자려고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휴대폰도 끄고 잠을 잤다. 하지만 눈을 떠보니 아침 8시 30분이었다. 아주~~~ 불쾌했다. 푹 잘 수 있는 주말엔 왜 항상 일찍 눈이 떠지는것인가! 이 인류공통현상의 원인은 분명 연구대상이다. 불쾌한 마음을 품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 뜨니 오후 1시였다.
밥을 먹고 느긋하게 쉬고 있는데 광표에게 전화가 왔다.
“뭐해?”
“밥 먹고 그냥 있다.”
“나랑 운동이나 하자”
“됐네, 이제 씻고 중고샵 가려던 참이야”
“또 집 주변 사진찍어야 되는데 심심해서 그래”
“안됐지만 난 중고샵을 가야겠어”
“어음...그럼 중고샵도 같이 가자, 그리고 같이 사진찍으러 돌아다니자”
난 딱 잘라 싫다고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다. 광표였다.
“어우!! 너무 추워서 좀 쉬러 왔어!!”
“이리와, 침대에 전기장판 틀어놨으니까”
광표는 다시 나갔고 나는 씻었다. 씻고 온 입고 나가려는데 다시 광표가 들어왔다. 사진을 다 찍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어쩌다보니 나랑 광표랑 중고샵을 가기로 했다.
“그 전에 선피아좀 들리자, 필름맡기게”
“아, 잘 됐네, 나도 들릴일이 있었어”
“뭐?” “퍼즐사게, 어제 하나 또 완성했거든”
이번엔 어떤 멤버의 퍼즐을 살까하다가 ‘마에다 아츠코’의 퍼즐을 골랐다. 이미 졸업했지만 그녀는 AKB에 있어서 너무나 큰 존재였다.
중고샵을 가는 목적은 ‘다이어트 훌라후프’를 사기 위해서다. 사실 저 따위 물건이 없어도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게 다이어트지만 그래도 사놓으면 하긴 할 것 같아서 사러가는 것이다. 요새 누가봐도 살이 쪘고 나도 인정한다. 한국에 돌아가기전에 멋지게 몸을 가다듬지 않으면 부모님이 실망할 것이다.
“없지?” “없네”
“물어보자, 죄송합니다, 훌라후프 있어요?........네”
없다. 헛걸음만 했다. 광표의 필름을 되찾으러 다시 선피아를 찾았고, 또 다시 우산을 구매했다. 이번엔 투명색의 약한 우산이 아니고 돈 좀 더 들여서 샀다. 제발 이 우산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멀쩡히 나를 비로부터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주현이에게 같이 밥을 먹자고 올라오라는 메시지가 왔다. 주현이네 집에 가서 맛있는 식사를 하였다. 철이는 밥을 방금 먹어서 오지 않았다.
“카라아게는 잘 먹었어요?” 영은이가 말했다.
“카라아게? 단 하나도 없던데”
어제 교류회에서 남은 음식들을 싸 오고, 그걸로 저녁을 먹은 아이들이 내 몫을 남겨놓았고, 철이를 시켜 나에게 전달하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받은 음식들 중에 카라아게는 단 하나도 없었다.
“어라, 이상하네 우리가 카라아게만 든 팩을 줬는데”
“전부 네 팩 아니었어요?” “아니, 두 팩 밖에 없더라”
그러고보니 쓰레기봉투에 음식을 싸왔던 투명팩이 있었다. 이쯤되면 당연히 예상이 된다.
“철이가 먹은거 아냐?” “우리가 깜빡하고 안 쌌을 수도 있죠”
“그렇다고 철이한테 니가 내 카라아게 먹었냐고 물어볼 수도 없잖냐, 애초에 공짜로 싸온거니까”
“그것도 그러네요”
“야야야야 재밌게 됐다!! 철이 지금 심심하다고 와도 되냐는데?”
우리는 이 녀석을 추궁하기 위해 몰래카메라와 같이 연기를 하기로 했다. 모두가 일부러 내 몫을 남겼는데 말도없이 중간에서 먹어치운 이 자식이 모두 괘씸했던 모양이다.
철이가 등장했다.
“우리 밥 먹었으니 샐러드 먹을까?”
주현이가 첫 대사를 끊었다.
“어? 샐러드가 있어??” 나의 두 번째 대사
“응응 어제 그거”
“어제..?. 아아아아, 그 교류회에서 얻어온거?”
천연덕스럽게 연기하였다.
“카라아게는 잘 먹었어요?” 영은이가 본론으로 들어가는 대사를 쳤다.
“카라아게? 야 내가 먹는거가따 아쉬워서가 아니고, 하나도 없더만” “어? 우리가 분명 쌌는데”
“이상하네요”
“다 먹었었나...?”
“니네가 먹었으면 그걸로 된거지 뭐, 애초에 내가 돈주고 산것도 아니고”
“그래도 분명 싼 거같은데요”
연기를 계속해도 철이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한참을 연기하다가 철이가 말했다.
“영빈아, 그거 내가 먹었다. 너 하도 안오고 배고프고 해서, 누가 늦게 오래?” “어허, 그럼 내 잘못이네”
“응, 네 잘못”
철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물론이고 모두에게 미안해해야하는 상황이다 새끼야. 카라아게 먹은거따위 아무렇지도 않다가 저 녀석의 태도를 보고 열불이 터졌다.
“돌아갈 때 집 더럽거나 하면 물어줘야하나?” 주현이가 물었다.
“그거 다 청소비까지 처음 낸 3만엔에 포함되어있는거잖아?”
“그것도 그렇고 가기 전에 집 검사하잖아요”
“에...??”
잠깐, 그럼...
“네 방 어쩌냐”
“그러게”
방 안에 도배되다 시피되어있는 AKB48의 포스터, 이게 창피해서가 아니라, 벽에 붙이는데 압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압정을 사용하면 벽에 구멍이 뚫리게 되므로 이걸 그대로 보여주면 곤란하다.
“.......드디어 다 떼어낼 날이 오는구나”
“그래, 이 참에 잘 싸서 한국으로 보내”
“그래야겠다.”
슬슬 이 포스터들을 다 정리할 때가 오는 것 같다. 올해가 가기 전에 정리해서 싸게 선박소포로 미리 보내놔야겠다.
주현이네 집에서 밥을 먹고 돌아와 텔레비전을 보고나서 결국 다이어트 훌라후프를 인터넷주문하였다.
오늘의 지출 – 선피아에서 우산 525엔,
퍼즐 609엔
다이어트 훌라후프 1800엔
총 2934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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