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09 일요일 유학생활 이 백 쉰 일곱 번째날
2012. 12. 09 일요일 유학생활 이 백 쉰 일곱 번째날
푹 잔 건 아니지만 침대에 누워서 눈을 떴다 감았다 하다가 벌떡 일어났을 때는 무려 오후 3시였다. 학교라면 3교시 수업이 끝나있을 시각이다. 이 정도 시간에 일어났다면 늦잠자기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대성공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치바역에 갈 생각이다. 침대에서 뒹굴대다 씻고 뭐하다 보니 겨울이라 이미 밖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밖이 어두워지는 마법을 참으로 오랜만에 부렸다.
마지막으로 치바역에 다녀온지 두 달이 넘었다. 치바역에 도착했을 때는 겨우 5시가 조금 넘었을 뿐임에도 완전히 어두웠다. 이런 어두운때에 치바역에 온건 처음이다.
“여기가 이렇게 화려했었나...”
지금까지 봐 왔던 치바역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사람도 굉장히 많았고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사람들을 유혹했다. 그런 분위기에 취해서 그런지 그 동안 안 들어가봤던 건물들에도 이 곳 저 곳 들어가보면서 구경을 했다.
배고프다. 밥을 먹자, 치바역에 올때마다 나가사키 짬뽕을 먹었는데 오늘은 다른 메뉴를 먹어보기로 했다. 혼자 맨 처음 치바역에 왔을 때 갔던 ‘이치란’이라는 돈코츠 라멘 집에 들어갔다. 따지고보니 그때로부터 반년하고도 한달이 지났다는 사실에 놀랐다. 시간이 야속하기만 했다. 요새 자꾸 돌아갈 생각에 우울해진다. 요시노야가 너무좋다. 요시노야만 아니라면 즐거운 경험과 공부를 했다는 정도로 끝날 유학이었을 것이다. 요새는 요시노야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잠도 잘 오지 않는다. 힘들기만 할 줄 알았던 아르바이트 자리가 돌아가고 싶지 않은 원인이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요시노야 얘기를 쓰다보니 안 해도 될 말을 길게 써버렸다. 아무튼 오랜만에 먹는 이치란 라멘은 맛있었다.
밥을 먹고 앞에 크레이프 집이 보이길래 크레이프도 하나 사 먹었다. 거의 2주에 한번은 하라주쿠를 가면서 그 유명한 하라주쿠 크레이프도 안 먹어봤으면서 여기서 사먹는게 좀 우스웠다. 하라주쿠나 하라주쿠가 아니더라도 도쿄를 갈 때는 꼭 뷔페를 가므로 크레이프 따위를 먹을 여유는 없기 때문이다.
패션상점가로 들어갔다. 사야코의 생일선물을 사기 위해서이다. 오늘 치바역에 온 주 목적이다. 화요일날 같이 밥 먹고 집으로 바래다줄 때 귀마개랑 목도리는 있으면서 장갑이 없어가지고 소매에 손을 넣었던게 생각나서 장갑을 사주기로 결정했다.
상점가를 한 바퀴 돌며 어떤 장갑이 좋을지 하나하나 찬찬히 보며 결정했다. 사야코는 고양이를 좋아하므로 키티가 그려진 따뜻한 벙어리장갑 같은걸 찾았는데 그런건 보이지 않았다. 두 어바퀴 돌면서 장갑이란 장갑은 다 만져보다가, 하얀색에 토끼꼬리가 달려있는 털장갑을 하나 사서 포장을 요구했다.
편지도 쓸 생각이므로 편지지를 샀다.
“허허, 420엔이라니”
우리나라에서 비싸야 1500원이면 사는 편지지가 5000원정도로 팔고있었다. 일본은 학용품이 원래 비싼가 아니면 싼 편지지도 많은데 이게 유난히 비싼건가 모르겠지만 학교 매점에서 샤프심 하나가 300엔인걸 보고 기겁을 한 적이 있다.
치바에서 돌아와서 사야코에게 줄 생일축하 편지를 썼다. 앞 면을 일본어, 뒷 면은 똑같은 내용을 한글로 썼다. 편지지 두 장이 소비되었고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늘의 지출 – 치바교통비 620엔
크레이프 390엔
이치란 라멘 1100엔
사야코 선물 장갑 525엔
편지지 420엔
총 3055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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