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일본 교환유학일기

2012. 12. 08 토요일 유학생활 이 백 쉰 여섯 번째날

2012. 12. 08 토요일 유학생활 이 백 쉰 여섯 번째날

“으아아아, 귀찮다!!!”

지난주 토요일에도 교류회인가 뭔가 갔다왔는데 오늘도 교류회 때문에 황금같은 토요일 오전에 일찍 일어나야하다니 상당히 귀찮았다.

학교에 도착해서 교류회 장소에 가보니 일단 가슴에 달라고 명찰부터 주었다. 이미 아줌마, 아저씨들은 물론 고등학생들까지 엄청나게 많았다. 지난주의 교류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규모였다.

본격적인 교류회는 앞으로 1시간 30분후에 시작된다. 일단 조리실로 들어갔다. 여기서 요리를 1시간 30분동안 음식을 만들고 파티가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국, 미국, 헝가리 4개의 나라였다. 고등학생들도 4개의 팀이 되어 각 나라에 붙었다.

희영이 누나의 지휘아래 열심히 지지미를 만들고 부쳤다. 어린 고등학생들이랑 같이 하니 그들을 보고만 있어도 무언가 흐뭇해졌다. 남녀를 불문하고 말이다. 물론 여고생쪽의 말할 것도 없이 훨씬 낫지만 말이다. 중학생땐 고등학생들이 그리 커보이고 무서웠는데 지금은 아기와도 같이 보이니 나도 어지간히 나이를 먹었나보다.

“우왓, 맛있겠다.”

여고생 하나가 지지미 반죽을 보며 맛있겠다고 한다.

“이거 아직 먹는거 아니에요”

아직까지 고등학생들이랑 별다른 대화가 없어서 내가 농을 던졌다. 고등학생들이 마구 웃자 그 여고생이

“아아 알아요! 이거를 부쳐서 완성된 지지미를 생각하니 그게 맛있겠다! 라는 거였어요”

라고 말했다. “대단한 상상력이시군요, 존경합니다.”

그렇게 말문을 연 뒤, 각자 가슴에 이름표가 붙어있어서 그걸 보며 이름을 외웠다.

“이이지마 사쿠라 양?” “우왓, 대단해”

특이하게 읽히는 자기에 성 씨를 외국인이 읽어내자 그게 그렇게나 신기했나보다.

“이 분 내 성을 읽어냈어” “오오 진짜? 그건 대단한 일인데”

“허허허허, 그 정도야. 내가 다 읽어내주겠습니다.”

아까 반죽을 보며 맛있겠다고 했떤 平野園味

“성씨는 쉽지만 이름쪽이 어려울텐데”

“자! 맞춰보세요”

　“히라노 소노미”

“와, 정답”

　名越あかね

　“나고시 아카네”

“우와아아아아아” “오케이!! 다 맞추었어!!!!‘

여고생들이랑 놀고있으니 내가 완전 신나보인다며 윤희누나랑 수진이 누나가 마구 웃었다.

“이 피망은 뭐에요..?”

양파, 감자 등 다 많은 양인데 피망이 달랑 하나 있자 일본 여고생중 하나가 물었다.

“아, 그거 예산이 5000엔인데 재료들 다 사고나니 20엔 남아서 그냥 가져온거야”

희영이 누나가 답하자 모두들 웃었다.

우리는 지지미, 중국쪽은 또 두 팀으로 갈라져서 계란빵과 볶음밥, 헝가리쪽은 초코볼을 열심히 만들었다. 하지만 미국쪽은 계속 수다만 떨고 있을 뿐 재료들의 봉지조차 뜯지 않았다. 미국쪽이 만들 음식은 핫도그라고 한다.

“근데 아카네 양? 우리 어디서 만난적 없어요?”

분명히 낯익은 얼굴이라 물어봤다.

“있어요, 같이 대화도 많이 나눴잖아요”

“에????? 뭐야?? 언제??????”

주변의 여고생들이 신기해서 마구 물어봤다.

“코리안데이때”

“코리안데이??”

아카네 양은 그냥 코리안데이라고 말하고 말했다. 그렇게 설명하면 모르는게 당연하다. 7월 28일, 여름방학 중 조사이국제대학에서 코리안데이라고 하여 음식을 만들곤 했었는데 그 때 내년에 꼭 조사이국제대학의 한국코스에 입학할것이라고 대화를 나눴던 소녀가 오늘 여기도 와 있었다. 이름은 오늘에서야 알았지만.

중국쪽에 후지산에서 알게 된 모에모에와 우메, 닛코에서 알게 된 류세키가 있어서 중국쪽이 만들고 있는 음식도 무지하게 얻어먹으면서 지지미를 만들었다.

“자자자자 이제 10분 후에 만든 음식을 가지고 1층으로 내려가서 파티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런 안내가 나와서야 미국쪽은 그제서야 빵 봉지를 뜯기시작했다. 그리곤 빵에다 소세지를 끼우기 시작했다.

“쟤넨 편해서 좋겠다.”

11시 45분이 되어서 음식을 옮길 때 우린 미국쪽에서 옮기는 음식들을 보고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빵에다가 소세지를 끼우고 그걸 완성품이라고 들고 내려가고 있었다.

“저게 어메리칸 스타일이군”

파티가 시작되었다. 시장 인사니, 내빈인사니 초장을 지루하게 시작하는건 본편을 위해서 일부러 그러는건지 전 세계공통인 것 같다.

“자, 그럼 각국의 음식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우선 미국의 유학생들 중 한 분 부탁합니다!”

사회자는 마이크를 미국쪽에 넘겼다. 그걸보고 헝가리쪽도, 중국쪽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영빈아! 너 밖에 없다!”

희영이 누나가 나를 끌고 나왔다.

“엑? 왜 저에요?” “너 잘하잖아 무대체질이지? 너 밖에 없어”

“다음은 한국유학생 분!”

희영이 누나가 사회자에게 길을 터주듯이 비켜섰고 자연히 사회자는 나에게 마이크를 넘겨주었다.

“여러분 알고계십니까, 한국의 지지미라는 음식입니다. 일본의 오코노미야키랑 닮았고, 영어로 설명하자면, 코리안 피자! 딱히 정해진 재료는 없습니다. 좋아하시는 야채, 해산물들을 밀가루에 풀어 얇게 구우면 됩니다.”

“잘 완성되었습니까?” “음, 지금 식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맛있을겁니다.”

모두와 건배를 하고 파티가 시작되었다. 각국의 요리를 왜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될정도로 그 밖에 많은 음식들이 이미 셋팅 되어있었다. 정말 배터지게 먹었다.

지지미를 새로 만들러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새로 만든 지지미들을 제공하고 올라가서 다시 만들고를 반복하였다. 재료를 다 썼지만 결국 피망하나는 쓰지 못했다. 피망을 던지며 놀다가 나와서 피망을 들고있으니 아까 같이 지지미를 같이 만든 일본 여고생들이 그걸 보며 웃으며 다가왔다.

“이거 5000엔 재료비 중에 20엔 남아서 그냥 산 피망이래”

이이지마 사쿠라양이 말했다.

“뭐야 아 웃겨 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

여고생은 구르는 낙엽만 봐도 배 잡고 웃는다더니

“아, 이 분 내 성씨를 읽어냈다.”

사쿠라는 어지간히 그게 신기했나보다.

“우오! 그건 진짜 신기하다.”

“제 이름도 읽어보세요!”

이이지마 사쿠라 양 덕에 또 다시 이름맞추기 놀이가 시작되었다.

栗原正美

　“쿠리하라 마사미”

“오오오오오~”

.......평범하잖아, 이이지마처럼 특이하게 읽히고 어려운거에 반응해달라고

성은 기억이 안나는데 이름은 晶子인 여자아이가 있었다.

“아키코”

“땡! 쇼코에요”

“아, 그 쪽이냐”

“와아아아아아 틀렸다~~~~~”

“......”

뒷 정리를 하면서 희영이 누나에게 물어봤다.

“누나,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려면 최소한 얼마전에 이야기를 해야되나요” “아무리 못해도 1달전에는 얘기해야지, 너네 시프트가 언제 한번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2주에 한번씩 나와요”

“그럼 두 달 전에는 얘기해야겠네”

“엑”

“일 한지 6개월은 지났냐”

“아뇨, 이제 4개월”

“또라이네”

“한국 돌아가니까 어쩔수없죠, 저도 그만두기 싫어요”

“들어갈 때 1월에 그만둬야한다고 얘기 안했었어?”

“그런 얘기를 하면 채용될 리가 없으니까요”

“에휴, 그냥 사정상 갑자기 한국가야된다고 얘기해”

진심으로 이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그만두기가 싫었다. 희영이 누나랑 이 대화를 나눈 뒤부터 오늘 하루종일 급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3시쯤에 교류회가 끝이났다. 친구들이 술을 먹는다, 어딜 놀러간다 하면서 같이 가자 했지만 곧 바로 아르바이트를 가야했기 때문에 집으로 바로 들어왔다. 하지만 절대 기분이 나쁘던가 아쉽거나하지 않았다. 요시노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게 절대 싫지않고, 또 아르바이트를 하는쪽이 훨씬 공부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돈 까지 벌 수 있다.

5시에 요시노야를 와서 제일먼저 카운터의 돈이 맞는지 세 보는 캐쉬카운터부터 시작하였다. 그런데 돈이 심하게 맞지 않는다. 무려 4430엔이 오버가 되었다.

“우자와씨, 돈이 심하게 맞지않는데 어쩌죠” “......잠깐만요, 점장님한테 말해볼게요”

점장님이 나와서 내가 캐쉬카운터 입력한 걸 보여주며 말했다.

“조 군, 여기 봐 10엔짜리가 490개가 있단 얘기는, 카운터전체에 10엔짜리로 가득차서 꼭꼭 눌러담겨있단 얘기야”

스즈키씨가 뒤에서 웃겨죽겠다는 듯 허리를 숙이고 웃어댔다. 그렇다. 10엔짜리 49개인데 490개로 입력해버린 것이다.

“이거 등록한 이후에 또 손님들 계산했으니까 그것까지, 미안하지만 다시 처음부터 해 줘”

“예, 알겠습니다.” 문제는 거기서부터였다. 손님들이 마구 들어닥치기 시작했고, 손님들 대응을하면서 돈 까지 세기엔 문과출신인 나에게 아주 힘든일이었다. 아까 희영이 누나와의 대화 이후 우울한것도 있고, 손님대응을 할때도 캐시카운터 작업 일이 자꾸만 마음속에 남아서 짜증이 났다. 안에있던 점장님이 나와서 도와줬을 정도로 바빴는데 우울한 마음에다가 싫어하는 숫자놀음까지 하려니 완전 최악이었다. 어떻게 일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몸이 움직이는대로 맡겼던 것 같다.

“조 상, 오늘 피곤한가?”

휴식을 얻어서 휴식에 들어갈 때 점장님이 말했다.

그만둔다고 말해야 하는 날이 현실로 다가와서란 말은 하지 못한다.

“아까 그 캐시카운터 일이 자꾸만 남아서...”

“빨리 떨쳐버려야지, 왜 실수를 했을까, 앞으론 이렇게 하면 실수 하지 않겠지, 그런쪽으로 생각해야지. 아까 일 할 때 내가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는거면 조 군은 거북이 운전하는 것 같았어, 항상 목소리 크고 기운차게 외치다가 오늘은 목소리도 작고, 작은거 이전에 마지못해 말을 하는 것처럼 푹 쳐져있단말야 오늘 이상하네.. 떨쳐버려”

휴식 30분이 끝났다.

“휴식 끝났습니다. 지시부탁합니다”

“기운이 없잖아. 떨쳐버리라니까”

점장님이 내 등을 쳐주었다. 내 상태가 겉으로 보기에도 확실히 좋지않았나보다.

11시까지 어떻게 일을 했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지나갔다. 최악의 컨디션이었다. 퇴근직전에 손님이 부타정식을 시켰다가 야키니쿠 정식으로 메뉴를 바꾸었다.

“부타정식이 야키니쿠 정식으로 메뉴변경입니다!”

급하게 주방에 전했지만 이미 부타정식의 제조는 들어간 상태였다. 그리고 퇴근시간이 되었다.

“조 상, 배 안 고파요?”

“마침 마카나이 어떤 메뉴를 먹을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우자와씨는 방금 제조에 들어가다가 중지 된 부타정식을 구워서 나에게 주었다. 미네 씨와 나가노씨, 그리고 교육차 왔는지 새로 온 나라키군도 있었다. 나랑 우자와씨는 퇴근하여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조 상, 나츠메씨라고 알아요??”

“나츠메씨? 글쎄요”

들어본것도 같은데

“두 달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풀 네임이 뭐죠?”

“나츠메 요이치로인데요” “모르겠는데요...”

“같이 일 한 적 없나요?‘

“있다면 기억할텐데” “지금 그 사람이 밥을 먹으러 왔어요, 나츠메씨는 조 상 알고있던데요?”

“엑!?? 정말요?”

“네, 게다가 풀 네임으로 기억하고 있던데요”

“허, 뭐지? 아 일단 나를 알고있다면 가서 인사하는게 예의겠죠”

나는 내가 먹은 부타정식을 치울 겸 매장으로 나가서 2번 테이블을 지나갔다. 서로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고 돌아와서 우자와씨에게 말했다.

“처음보는 얼굴인데요”

“그래요?”

“아마 시간 대가 달라서 같이 일 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나츠메씨는 밥을 다 먹고 뒤로 돌아서 우리가 있는곳으로 왔다. 점장님 없이 알바생끼리만 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우자와씨, 미네씨, 나가노씨 다 모여서 방학끝나고 오랜만에 모인 초,중등생처럼 수다를 떨었다. 불쌍한 신인 나라키군만 밖에서 묵묵히 시켜진 일을 할 뿐이었다.

“나츠메씨 갑자기 신인을 떠맡게 되면 어떻게 해요”

미네씨가 말했다. “뭘 어째 어쩌기는, 아~ 희생되는구나 하고 처음부터 열심히 해야지 낄낄낄”

“그게 정답이긴 하지만요”

“흐름부터 가르치는게 낫지 않아? 야씨, 나도 사야코 때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 남자였으면 분명히 때렸을거야”

“사야코 지금도 캐시카운터에 약해요 낄낄”

우자와씨가 말했다. 캐시카운터 얘기에 내가 뜨끔했다.

“너네가 완전 신인때의 사야코랑 같이 일을 안 해봐서 그래”

아아아! 어디서 들어봤다 했더니 화요일날 사야코랑 같이 밥을 먹을 때 들었다. 나츠메 요이치로, 사야코가 엄청 혼나가면서 힘들었다고, 집에 와서 나는 왜 이리 못할까 생각하며 울었다고 말했었다. 아, 그럼 저 녀석이 사야코를 울렸다는거군

수다를 떠는게 재밌기도 했고, 다른사람들의 대화를 듣는것역시 일본어를 듣는 공부이기에 오늘도 역시 오랫동안 남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은 신나는 일요일이다. 작정하고 잘 것이다. 숙면을 위해 일단 휴대폰을 껐다.

오늘의 지출 – 물 한 박스 475엔

요시노야 마카나이 140엔

총 615엔

[소요권법]

오랜만에 오셨군요! 기다렸습니다 ㅋㅋㅋ

[사이타니야]

죄송합니다~ 설엔 시골내려갔다가 연휴끝나니 밀린 일들이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