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일본 교환유학일기

2012. 12. 17 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예순 다섯 번째날

2012. 12. 17 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예순 다섯 번째날

월요일은 2교시 토익수업 달랑 하나가 들어있다. 이거 하나면 오늘 수업 끝이고, 게다가 오늘 아르바이트도 5시부터 8시30분까지, 겨우 3시간 30분밖에 들어있지가 않다. 이유는 모르겠다. 토요일날 ‘고이’로 지원을 나가서 좀 쉬게 해주려는건가, 아무튼 토익수업을 들으러 갔더니 수업은 한 시간도 되지 않아서 끝나버렸다. 오전 11시 50분, 오늘의 수업 끝이다. 그리고 오늘은 아르바이트도 별로 하지않는다. 완전 쉬는날이잖아!!

기분좋아서 집 앞의 맛있는 라면집에서 라면을 먹고 돌아왔다. 습관이란게 참 무서운 것이 월요일 점심때만 되면 꼭 낮잠을 자라고 신호를 보낸다.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기까지 자는 낮잠을 정말로 꿀맛이다.

룰루랄라 출근하였다. 내일 사야코랑 한국요리를 같이 먹으러 갈 ‘명동’이라는 식당을 갈 것이다. 일부러 좀 돌아서 가게 상태를 보러 ‘명동’을 지나갔다.

“에??”

‘명동’은 문이 닫혀있었다. 지금 시간 4시 50분인데 식당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장사를 안하겠다는 이야기랑 똑같다. 내일도 이런식이면 굉장히 곤란하다. 어쩌지? 일단 출근길을 서둘러야하니 요시노야로 다시 달렸다.

3시간 30분밖에 하지 않으니 놀러간다는 기분으로 잠깐 일 하고 오면 될 것이다. 일찍 돌아오면 뭘 할까? 9시에 시작하는 드라마 프라이스리스를 본방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거 나쁘지않군,

“음....??”

인수인계 노트에 오늘도 쿠로이와 군의 교육을 잘 부탁한다고 되어있었다. 잠깐, 이거 누구한테 하는 말이지?

“조 상, 오늘 6시부터 8시 신인이 들어오니까, 교육을 하라고 하거든?”

“그거 노트에 적힌거 보긴했는데요, 갑자기 교육을 하라고 말을 해도...”

“에휴, 점장 일하는 방식이 그런걸 어떻게 해, 접객하는거 조 상이 붙어서 교육해 줘”

“제가 말이죠? 접객교육을 하라고 해도 접객을 어떤식으로 교육하라는건지 이거 원”

“오더 통과시키는거 틀린거 지적해주고, 일 하는거 흐름 알려주면 되지 않을까”

졸지에 아예 쿠로이와 군의 교육을 전면적으로 맡게 되었다. 미네씨가 이런 기분이였구나. 충분히 기분을 알았다.

“어서오세요!!! 자, 쿠로이와 씨, 손님이 왔습니다. 주문을 받으러 가볼까요”

“아니아니, 위쪽버튼들은 점내용, 이 손님은 테이크아웃이니까 밑에 이쪽버튼을 누르고”

“된장국은 뜨거운물을 이쪽에서 넣을까 물어봐야해요”

“지금 이 손님은 테이크아웃이니까 오오모리 잇쵸가 아니고 벤토를 붙여서 오오모리 벤토 잇쵸! 라고 외쳐야해요”

“야키니쿠동에는 고추장이 들어가니까 잊지마시고”

“A샐러드 세트에는 드레싱 2종류니까 어떤건지 물어보세요”

일은 직접시키고 나는 잘 하는지 못하는지 지켜보다가 틀린거를 지적하면 되니 내가 직접 하는쪽이 편한건지 교육쪽이 편한건지 분간이 되지 않게됐다. 다행이 지금 엄청 한가하니까 이게 가능하다. 손님이 막 들어오면 교육하랴, 손님받으랴, 그러다보면 신인은 분명 실수할테고 실수처리하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오늘 한가해서 감사합니다.

“쿠로이와 씨, 손님이 나갔으면 일단 하던일은 하러가는게 맞긴하지만 그 전에 테이블을 깨끗이 정리하는게 순서에요, 이쪽으로 오세요.”

요시노야에 들어온지 엊그제 같은데 직접 신인을 교육하고 있으니 다시 생각해도 신기했다. 그리고 신인교육을 맡았다는 이야기는 나를 어느정도 믿으니까 가능한거라고 기분좋게 생각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재미있었다. 나는 확실히 선생이 체질에 맞는 듯 하다.

일을 하다가 스즈키씨가 나에게 시간변경을 부탁했다. 원래대로라면 내가 8시 30분 퇴근, 스즈키씨는 밤 10시 퇴근이다. 내일 건강진단이 있다고 일찍 어딘가 가야하는 모양이다.

“괜찮니? 어떻게 안 될까?”

“괜찮아요, 아무 일 없으니까”

“진짜? 고마워”

일을 하다가 스즈키씨가 매장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잠시 후 그 전화를 나에게 건내주었다.

“에???? 저요????”

전화를 받아보니 점장님이었다.

“예, 전화바꿨습니다.”

“조 군, 음....30일에 무슨 일 있나?”

30일? 30일이면 그 동안 안 간 하라주쿠를 오랜만에 가려고 했는데? 분명 일을 시키려고 한 전화일 것이다. 하라주쿠를 가느냐, 딱히 안 가도 되는 하라주쿠 말고 일을 해서 돈을 벌것이냐를 나름 저울질하고 있었다.

“딱히,,,아직은 없습니다. 아직은”

‘아직은’을 강조해서 말했다.

“음, 그러니까 말야.....작은 여행을 갈까 생각중인데”

“......여행요?” 망했다. 또 지원을 나가게 하려는 모양이다. 아니 근데 왜 날? 날 너무 믿는것아닌가

“소데가우라”

“소데가우라요!??” 옆에서 전화를 듣고있던 스즈키씨는 도무지 못참겠다는 듯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지금 손님이 아무도 없으니까 가능한 웃음이다.

“같이 가 주는거지?”

“예, 뭐뭐....일단은......”

“그래, 고마워! 고마워”

일을 해야한다는 좀 언짢은기분과 돈을 더 번다는 괜찮은기분이 퓨전하여 묘한 기분을 연출했다. 근데 언짢은 기분이 더 강했다. 지원이다. 먼 곳까지 가는데 귀찮잖아

“으아아아아아오오옥”

손님이 없으므로 소리를 질렀다.

“조 상, 그러려면 들어와서 해, 앞엔 카메라 있으니까”

스즈키씨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마 그 사람 –그래도 31일이 아니라 30일이라 다행이지? 다른점포에서 올해를 보내지 않아서 다행이지?- 이런식으로 말할거야”

“설마 그렇게 말할까요”

“그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하고도 남아”

“만약 진짜 그러면.......”

어찌할까,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자.

8시 30분 이후면 손님도 별로 안 올테니 10시까지 1시간 30분 더 있어가지고 돈을 더 벌면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않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스즈키씨가 퇴근하고 나오야가 왔다. 그리고 나서 아까 한가할 때 오지 않았던 손님들이 한번에 몰려온 듯 굉장히 바빠졌다.

“뭐야 이 바쁜분위기는 아오”

나오야가 주방에서 투덜댔다. 시끄러, 나도 원래대로라면 지금 드라마 보고 있어야한다고.

10시가 될 때 미네씨가 들어왔다.

“조 상, 조 상”

“왜왜”

“세이라가 한 시간만 더 남아주면 안 되겠냐고 말하는데?”

“OK라고 그래”

지금까지 있었는데 한 시간 더 하는건 어렵지 않다. 아름다운 미네씨의 부탁이니까 OK가 빨리 나온 경향이 있기도 하지만 그건 기분탓이겠지. 그러고보니 미네씨는 나이가 들어보인다기보다 굉장히 성숙해보여서 나보다 기껏해야 한 두 살 정도 어릴줄 알았는데, 금요일날 술의 힘을 빌려 나이를 물어봤더니 사야코랑 똑같은 19살이었다.

참으로 이상한날이다. 가장 바쁜시간에 엄청 한가하다가 밤 늦게 장난아니게 바쁘다. 11시가 다 되어가는데 평소때의 가장바쁠때보다 더더욱 바쁘다. 미네씨의 지휘아래 모두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미 11시는 훌쩍 넘어있었다.

“조 상, 고마워요”

미네씨가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이렇게 원래 8시 30분 퇴근인데 평소와 다름없이, 11시가 넘어서 퇴근을 하게 되었다.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조금 돌아서 한국요리점 ‘빨리빨리’를 찾아갔다. 근데 여긴 아무리봐도 한국음식점이라기 보단 한국식 치킨호프집에 가까웠다. 사야코랑 여길 오는건 좀 아닌 것 같지만 내일 명동이 문을 열지 않는다면 어쩔수가 없이 와야하나 고민되었다. 일단 전화번호를 메모하고, 다시 명동도 들러 명동의 전화번호도 적어왔다. 만일 내일 명동에 전화를 해서, 받지 않는다면 어찌할지 생각해봐야겠다.

오늘의 지출 – 점심 라멘 850엔

아이스크림 101엔

요시노야 마카나이 240엔

총 1191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