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일본 교환유학일기

2013. 01. 11 금요일 유학생활 이 백 아흔 번째날

2013. 01. 11 금요일 유학생활 이 백 아흔 번째날

수업이 없는 날이라 충분히 잠을 잤다. ‘역경무뢰 카이지’라는 애니메이션을 한번 보고싶었기에 이번기회에 보았다. 생각대로 너무나 재미있었다. 데스노트, 라이어게임 같은 두뇌싸움 판타지를 너무나 너무나 좋아하기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카이지가 너무 재밌어서 아르바이트 가기 전까지 몰입해서 보았다.

요시노야에 장난 아니게 주차되어있는 자동차들을 보고 상당히 무서웠다.

“조 군! 갈아입었으면 바로 와서 좀 도와줘!”

스즈키씨에게 긴급요청이 올 정도였다. 쉴새없이 손님들은 몰려들었다.

‘....뭐야 이 서비스권들은’

테이크아웃 손님들은 하나 같이 서비스권을 내밀었다. 오늘 처음 보는 것들이므로 요시노야 본사에서 새로 광고지를 뿌린게 틀림 없었다. 손님 한 명이 상품 4개는 기본으로 시키니까 한 명이 빠져나가는데 오래걸릴 수밖에 없고, 주문은 계속 밀린다. 최악인건 밀린 주문들도 한 명이 4개, 5개씩 대량으로 주문을 한다는 점이다.

‘돌아버리겠네, 도대체 이 서비스권들은 어디서 구하는거야’

규동3개를 사면 하나가 서비스로, 규동3개 사면 150엔 할인되는 서비스권, 야키토리츠쿠네동 두 개 사면 100엔 할인권, 등등 테이크아웃 손님 한 명은 결코 손님 한 명이 아니다. 거기다가 만들면 끝이 아니고 포장을 따로 하고 해야하므로 테이크아웃 손님이 많으면 우리는 죽어난다. 손님이야 많을 수 있지만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이렇게 붐비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무서웠던 것이다. 가장 바쁜 7시에서 8시 사이엔 어떻게 될지...

손님접객외에 따로 할 일이 여러개 있는데 손님이 워낙에 들이닥쳐 하나도 하지 못하였다. 7시 30분에 아사미씨가 들어올때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밤 9시에 잠깐 진정되는가 싶더니 또 다시 들이닥쳤다. 물론 손님들 거의 대다수가 서비스권을 들고 있었다.

11시, 사야코와 야마나카씨가 교대로 들어올 때도 이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사야코는 안대를 하고 있었다.

“엥? 사야코 뭐야?”

“가려워서 긁었더니 다래끼가 생겨서”

“안대하고 있으니까 다테 마사무네 같은데?”

다테 마사무네 같다니까 사야코는 굉장히 좋아했다.

“근데 방향이 반대잖아, 다테 마사무네는 반대쪽 눈에 안대를 했다고”

“에에에에?? 진짜? 이 쪽 아냐?” 마치 다테 마사무네랑 반대쪽으로 안대를 하고 있는게 너무나 분하다는 말투였다. 할 수 만있다면 다래끼를 반대쪽으로 옮길 기세였다.

“신문광고지의 효과는 정말 대단하네요. 오늘 도대체 뭐죠?”

아사미씨가 혀를 내두르면서 말했다.

“제가 묻고싶네요 오늘 도대체 뭔가요”

나 역시 녹초가 되었다.

“선배, 오늘 바빴어?” 사야코가 물었다.

“죽는줄 알았다.”

퇴근을 하고나서 아사미씨랑 컴퓨터로 오늘의 손님 수 집계를 확인해보았다.

“허허, 참 장난 아니었네요”

아사미씨가 말했다.

여느 때 금요일처럼 아사미씨랑 대화를 나누었다. 하루히가 말한 신년회가 지금 한창 노래방에서 이루어지고 있을테지만, 서둘러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프리타임은 새벽4시까지이니 시간은 충분하다. 솔직히 말해 난 노래방보다 요시노야의 친구들과 대화를 하는게 훨씬 즐겁다. 그 쪽이 더 일본어공부도 되고 말이다.

“아사미가 지금 몇 살이지?”

“22살이요”

“캬~ 22살인가! 아직 어리구만”

야마나카씨와 아사미씨의 대화이다.

“야마나카씨, 전 몇 살일까~요?”

“응? 조 상은 35살 아니에요?” “????” 이건 왠 강아지가 야옹하고 우는 소리지? 야마나카씨는 장난을 아주 좋아하므로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에이 그래도 35살은 너무 심하잖아.

“아니에요? 누구한테 들었는데, 조 상 35살이라고. 아 그래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들어왔구나 라고 생각했죠.”

야마나카씨는 34살이다. 장난을 좋아하는 야마나카씨지만 저 말투는 아무리 들어도 장난이 아니다.

“....누가 그러던가요, 하하 제가 35살이라니” “아아~ 누구더라! 기억이 안나네”

중요한건 야마나카씨는 ‘아, 그래요? 35살이었구나’라고 믿었다는 것이다. 믿을만하니까 믿었다고 생각하니 충격이다.

“저 23살이에요”

“응?” “네” “거짓말”

“진짜”

“쇼크에요? 푸하하하하하하하 ,괜찮아요 괜찮아, 원래 어릴 때 노안이 나중엔 동안이 되는거에요 푸하하하하하하”

“아, 마음은 아직 고등학생인데”

새벽 1시쯤 요시노야를 나와 집에가지않고 바로 신년회를 하고 있는 노래방에 도착하였다.

“으헉, 뭐야”

이 신년회에 참가하는 멤버를 모르는 채로 들어갔다가 많은 인원수에 깜짝 놀랐다. 친한 사람, 인사만 나누는 사람, 얼굴만 아는 사람, 아예 모르는사람.

“자, 뭘 불러볼까”

“지금 예약해도 1시간은 기다려야 할거에요, 예약이 많이 밀렸거든요”

카즈키가 말했다.

“뭐 할 수 없지.”

AKB48의 헤비로테이션을 신나게 춤을 추며 불러주었다. 새벽4시에 프리타임이 끝났다. 하루히가 모두의 돈을 걷어서 계산했는데, 나온 금액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들어갈 때도 사람이 많아서 놀랐는데 처음에는 무려 23명이 있었다고 한다. 노래는 부를 수 있었을까?

흔히 잘 타이밍을 놓쳐버려서 밤을 샜다고 표현한다. 지금이 딱 그랬다. 너무 늦은 시각이라 잠이 오지 않았다. 이미 날은 밝았다. 어차피 토요일이니까 별 상관은 없다고 생각해서 아까 낮에 보던 ‘역경무뢰 카이지’ 애니메이션을 계속 보았다. 한 두 편보면 잠이 올거라 생각했는데 그와 반대로 이 만화가 너무 재밌어서 두 편이 세 편이 되고 세 편이 네 편이 되어버렸다. 아침 7시가 되었다. 완전히 밤을 새 버린 것이다.

오늘의 지출 – 마카나이 220엔,

노래방 1400엔

총 162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