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파이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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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3.08.14 05:00
최근연재일 :
2023.10.19 21:20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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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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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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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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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4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DUMMY

선발 투수가 가장 위험한 순간은 1회와 타자들이 3번째 타석이 돌았을 때다.


1회 상위 타선을 상대하기 시작하는 데 처음부터 전력투구를 하기 힘들다.


어지간한 실력 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 사람은 보고 학습하기 마련. 자기도 모르게 익숙해지는 것이다.


어떤 스포츠든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같은 프로레벨이면 말할 것도 없다. 수많은 경쟁자를 누르고 올라와 따낸 자리다.


3번째 타석에 올라갈 때쯤이면 공이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타이밍이 점점 맞아지는 것이다. 거기에 투수의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덤.


영수는 생각했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간다.’


체력 안배? 완급 조절할 여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던질 수 있는 투구 수와 이닝이 정해져 있다. 제이디도 처음이니 완급 조절에 크게 신경 쓰지 말라 했다.


힘들거나 위험해 보이면 선발 투수로 배정되었던 신동우가 올라가기로 되어있다.


권영수는 이제 막 프로에 발을 디딘 도전자다. 그런데 완급조절? 힘을 아끼면서 던지라고? 아니다. 그럴 때가 아니다.


온 힘을 다해야 할 때다. 팔이 으스러질 정도로. 마침 몸 상태도 베스트다. 제이디 코치와 피지컬 트레이너가 세심하게 관리해 준 덕분이다.


그 순간 영수는 마음속에 김두진이 떠올랐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마운드를 굳건히 지키던 모습.


‘나도 한다. 김두진처럼.’


권영수는 투구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던졌다. 가장 빠른 공. 물론 제구가 아예 안 될 정도는 아니다. 한복판에서 살짝 높은 위치.


육체에 있는 모든 힘을 끌어모은다. 오로지 빠르고, 정확하게 던지는 것에만 집중한다. 쥐어짜 낸 모든 힘을 공에 담는다.


그렇게 던진 공은 빛살처럼 날아간다.


쇄애애애액!

퍼어엉!


159.1킬로미터. 권영수가 던진 최고 구속에 거의 근접한 수치였다.


[이야. 대단하네요. 초구부터 159라니.]

[이근혁 선수가 배트를 휘둘렀는데 너무 늦었어요.]

[159킬로미터는 눈으로 보고 칠 수 있는 공이 아니니까요. 보고 휘두르면 늦어요. 타이밍에 맞춰서 배트를 내야 합니다.]

[볼이면 어떻게 하죠?]

[아니길 바라야겠죠? 159는 그런 공입니다.]


그러나 심판의 판정은 예상과 달랐다.


“볼!”


[완벽했다고 보는데요. 이걸 볼로 판정을 내리네요?]

[다시 나오고 있는데요. 아.]

[지금은··· 허허허.]


누가 보더라도 한복판에서 살짝 위로 들어왔다. 해설은 안타까웠지만, 경기 후에 벌어질 일을 생각해서 말을 아꼈다.



‘존이 도넛으로 된 것도 아니고, 갑갑하네.’


권영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공을 던졌지만.


“볼!”


이번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볼이었다. 이근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구위가 좋은 건 인정한다. 159를 던질 수 있는 투수는 세계적으로 봐도 많지 않으니.


스트라이크를 볼로 한 번 판정했다고 멘탈이 무너지다니 한심했다. 2번째 던진 공이 엉망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괴물 신인 투수가 아니라 첫 선발이란 무게와 심판의 오심에 무진 애송이만 있을 뿐이었다.


‘이래서 족보에 없는 것들은 안 돼. 얌전히 체육 선생이나 하지 어딜 감히 마운드에 서겠다고.’


이어진 3번째 공이 밋밋하게 들어왔다. 이근혁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안타를 치는 데 성공한다.


따악!


잘 맞은 타구. 막힘없이 쭉쭉 뻗어간다. 홈런을 확신한 이근혁은 배트를 하늘 높이 던졌다. 그리고 권영수를 향해 검지를 들었다.


‘간단하네. 드림이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드림이지.’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선 가볍게 뛰었다. 공을 끝까지 볼 것도 없다. 손의 감각은 무조건 홈런이라 말해주고 있으니까.


하지만.


“파울!”


[파울 홈런입니다. 권영수 선수 가슴이 철렁했겠는데요?]

[드림. 오늘 불안한 출발을 하고 있습니다.]


이근혁은 그라운드를 뒹구는 배트를 주워서 타석에 섰다. 배트를 자신 있게 던졌는데 파울이 선언되자 살짝 민망했다.


분명 홈런으로 연결될 느낌이었는데 힘에서 살짝 밀린 것 같다.


‘이번엔 제대로 쳐주마!’


첫 타석부터 홈런을 노리는 이근혁. 이어서 4번째 공이 자기 머리를 향해 날아오자,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볼! 포볼!”


자칫 머리를 맞는 빈볼이 나왔을 수도 있는 공. 잠시 부릅뜬 눈으로 권영수를 노려보던 이근혁은 바닥에 침을 뱉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걸어갔다.


‘재수 없는 새끼.’


[최악은 아니지만, 차악에 가까운 출발입니다.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권영수 선수!]

[흔들리고 있어요. 외모에 속으면 안 됩니다. 권영수도 신인이에요. 올해 몇 경기 나온 게 전부입니다. 너무 큰 기대를 해서 부담감을 주면 안 돼요.]

[첫 투구에서 볼이 선언된 게 영향을 끼쳤겠죠?]

[아니라고는 못하겠네요.]



**



“뭐 하고 있는 거야.”

“진정하십시오. 아직 영점이 안 잡혀서 그럴 겁니다. 일류 선수도 폭투를 던지기도 하거든요.”

“처음 볼은!”

“그건 오심입니다. 심판도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도 있죠.”


“영점은 볼펜에서 잡고 나오는 거 아니야? 마운드에 올라와서도 연습 투구하잖아.”


최 비서는 은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영점을 잘 잡아도 실사격에선 못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죠. 그런데 영점이 뭔지 아십니까? 꼭 잡아본 사람처럼··· 군대도 안 다녀오신 분이.”


은미의 눈에 힘이 들어가자, 최 비서가 입을 다문다. 그러고는 무언가 연락이 온 것처럼 바쁘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은미는 그런 최 비서를 째려보다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저 심판 계좌조사 좀 하라고 해봐요. 분명 돈 받았을 거야.”

“알겠습니다만, 큰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종종 나오는 오심이거든요. 그래서 AI 심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최 비서는 화도 안 나나 봐? 어째 평상시랑 똑같아?”

“믿고 있으니까요.”

“누구? 나를?”

“···권영수 선수를요.”


최고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일류 선수가 되는 건 아니다. 뼈를 깎는 노력과 좋은 코치. 그리고 운이 따라줘야 한다.


하지만.

권영수는 보여준 모습은 적지만,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선수였다.


최 비서는 화면 속 권영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잘할 겁니다. 누구보다 강한 선수니까요.”


은미가 영수를 본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옮겨 최 비서를 바라본다.


“지금까지 우리가 봐온 모습이 있잖아요. 단장님이 왜 권영수 선수에게 계약을 제안했습니까? 가능성이 있어서지요?”

“어. 맞아.”

“그러면 믿어주세요. 제 생각이 맞으면, 권영수 선수는 단장님 생각보다 더 대단한 선수거든요.”

‘믿음이라.’


권영수는 항상 위기의 순간에도 묵묵히 제 몫 이상을 해준 선수였다. 표본이 적어서 그렇지. 통계와 자료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선수다.


은미는 말없이 TV 볼륨을 높였다. 최 비서의 말이 듣기 싫어서가 아니다. 해설이 뭐라고 하는지 궁금해서였다.


[포볼을 던진 권영수 선수. 방금 일은 잊어버리고 지금 상대해야 할 타자에 집중해야 합니다.]

[2번 좌타자인 서은태가 나옵니다. 타자 몸쪽 강력한 직구! 서은태가 배트를 휘두르지도 못했어요! 깡이 좋은데요?]

[몸쪽 공은 제구에 자신이 없으면 던지기 힘들죠. 집중력을 되찾은 걸까요?]

[권영수 이번에도 몸쪽 빠른 직구! 가 아니고, 스위퍼네요. 서은태 선수 뒤로 물러서며 웃네요.]

[본인도 없이 없다는 거죠. 끝내주는 스위퍼입니다.]


3구는 볼. 오늘 심판이 판정을 빡빡하게 본다.


“이것도 볼이라고? 쟤 아까부터 왜 저래!”


“심판한테 쟤라뇨. 그래도 계좌 조사는 해보겠습니다. 저도 조금은 의심스럽네요.”

“꼭 해요.”

“예.”



**


쇄애액.

까앙!


4구는 빗맞았는지 투수 바로 앞에 떨어졌다. 권영수는 여유롭게 잡아서 1루로 송구. 깔끔하다.


“아웃!”


간단하게 서은태를 잡은 권영수는 포볼로 선수 한 명을 보내긴 했지만, 집중력을 되찾았다. 그리고 이어진 다음 타자.


“스트라이크!”

“볼!”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아웃!”


드디어 터진 삼진에 마크 소우즈는 허공에 어퍼컷을 날렸다. 권영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 4번째 타자 역시 굉장한 피칭으로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


“바로 그거야!”

“믿고 있었다고!”

“아까 더그아웃으로 꺼지라며!”

“상대 타자한테 말한 거야!”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쏟아지자, 영수가 손을 흔든다.


그러고는 더그아웃으로 걸어가는데 이근혁이 인상을 찌푸리며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온다. 뭐라 말하는데 관중들이 떠드는 소리에 들리진 않는다.


권영수는 이근혁을 신경 쓰지 않고 방금 던졌던 자기 투구를 생각했다. 구위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오늘 이상하게 제구가 잘 안된다.


컨디션도 좋다. 몸이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일까? 잘되는 날도 있고 안 되는 날도 있기 마련이지만, 첫 선발 경기에서 제구가 흔들리니 마음이 좋지 않다.


당연히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던 공을 볼로 판정을 내려서일까? 볼펜에선 잘 됐는데 이상하다.


“당장 꺼져! 너희 더그아웃으로!”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남의 나라에 돈이나 벌러 온 외노자 주제에!

“뭐! 죽을래?”

“잠재적 범죄자 새끼가!”


그때 들려온 험악한 목소리. 뒤를 돌아보니 드림팀 용병 라이언 존슨과 이근혁이 서로 가슴팍을 밀치며 언성을 높이고 있다.


라이언 존슨은 영어로, 이근혁은 한국어로 말하는데 이상하게 대화가 통한다.


“워워. 둘 다 진정해. 이러다 벤치 클리어 일어나겠어.”

“너 이리 와봐! 방금 쿠켱수한테 뭐라 했어! 당장 사과해!”

“쿠켱수는 또 누구야. 설마 권영수? 풋. 누가 외노자 아니랄까 자기 팀원 이름도 몰라? 아니면 입이 문제인가?”

“으아아아. 죽인다!”


이근혁은 열을 내는 라이언 존슨을 보고 피식 웃으며 더그아웃을 걸어간다.


그 모습에 더욱 분노한 라이언 존슨은 말리는 선수들을 밀치고선 기어코 이근혁에게 달려간다. 마치 로랜드 고릴라가 사냥감을 뒤쫓는 것 같다.


그 모습에 이근혁은 핏기가 사라진 얼굴로 도망친다. 운동선수 아니랄까 빠르다. 다른 선수들이 라이언 존슨을 만류한다.


덕분에 폭력 사태까지 가진 않았지만, 경기장은 곧 양 팀 더그아웃에서 튀어나온 선수들로 뒤섞이게 된다.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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