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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3.08.14 05:00
최근연재일 :
2023.10.19 21:20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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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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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4,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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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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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글자
10쪽

36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허구입니다.




DUMMY

“그나저나, 너 이근혁 근처에 있지 않았었어?”

“어?”

“뭐 들은 거 없냐고.”

“그게 말이지. 근혁이가 저쪽 선발 투수한테 안 좋은 소리를 하긴 했어.”

“하긴. 그랬으니까 싸움이 났겠지. 외국인 용병이 화낼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어떻게 알아들었지? 한국말 모르는 눈치던데.”

“욕이잖아. 뜻은 몰라도 대충 알아들었겠지.”


싸운 당사자는 심각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선수들은 평소와 같았다. 그저 가끔 일어나는 해프닝으로 여겼다.


“이따가 어디서 모이기로 했는데?”

“막창집 있어.”

“아, 거기?”

“어. 생각 있으면 너도 와. 끝나고 2차도 가게.”

“내일 경기 있잖아.”

“마! 상대가 드림인데 술 좀 마시면 어때?”


틀린 소리는 아니다. 몇몇 선수는 최고 수준이지만, 대부분이 프로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실력을 지녔으니까.


올해엔 물갈이가 되면서 달라졌다지만 위협이 될 정도로 느끼진 않는다.


“음.”

“예전엔 경기 전날 새벽까지 술 먹고 출전해도 홈런 2개 치고, 완봉승 거두기도 하고, 다 했어.”

“그게 너는 아니잖아.”

“죽을래?”


오히려 경기 끝나고 한잔할 생각에 들떴다.

물론 구단에는 비밀이다.


감독과 코치도 눈치를 채지만, 경기에 크게

지장만 없으면 터치하지 않는다. 한 소리 하고 끝나는 정도. 선수들이 말은 안 하지만 술 마실 때 담배를 피우는 녀석도 있다.


WBC 기간 중에는 술집에 들렀다가 걸리기도 했지만, 큰 징계 없이 넘어갔다.


“넌 멀리 떨어졌으니까 몰랐지? 난 바로 옆에서 봤는데 곰이 달려오는 것 같았다니까?”

“쉿. 우리 쪽이 먼저 잘못 했잖아. 함부로 떠들어서 좋을 거 없어. 남들이 들을 수도 있고. 이제 시작하니까 경기에 집중하자. 저쪽 선수들도 나오네.”

“예.”


권영수다.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히 마운드로 걸어간다. 겉으로 봤을 때는 담담해 보인다. 조금 전 자신 때문에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는데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쟤 뭔가 달라진 것 같지 않아?”

“음? 뭐가?”

“그대로인데?”

“아냐. 분위기가 달라졌어.”


권영수는 다른 팀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선수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160 킬로미터 공을 던지는 괴물 투수.


관심이 없으면 이상한 일이다.


“플레이볼!”


심판이 2회 초 경기 선언을 알린다.

영수는 크게 심호흡을 두 번 했다. 운동에서 호흡은 중요하다.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고, 운동 효과를 높여주기도 한다.


영수는 생각했다.


‘나 때문에...’


이근혁이 시비를 거는 것은 알고 있었다. 불만이 가득한 눈빛. 얼굴을 뻔히 보면서 대놓고 중얼거리는 입 모양. 거리가 멀고, 관중들이 떠드는 소리에 들리진 않았지만, 좋지 않은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괜히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무시했다. 그게 화근이 될 줄은 몰랐다. 포볼로 보내지 않고 삼진으로 잡았으면 생기지 않았을 불상사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부터 한 명도 보내지 않는다.’


2회 초, 마운드에 오른 권영수는 자신이 좋아하는 공을 던졌다.


바깥쪽 하이 패스트볼. 몸쪽 공을 조금은 더 선호하지만, 바깥쪽도 상관없다.


펑!

“스트라이크!”


161킬로미터. 알고도 치기 힘들다. 그러나 영수는 부족함을 느꼈다.


‘더 빠르고 강하게!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쇄애액.

퍼엉!

“스트라이크!”


미트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162킬로미터. 집중하면 더 빨리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차영호가 스위퍼를 요구한다.


고개를 끄덕인 권영수는 타자의 스트라이크 존에서 밖으로 빠지는 스위퍼를 던진다. 131킬로미터. 약 30킬로미터나 차이가 나니 타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투구품, 팔 스윙 스피드, 릴리스 포인트. 모든 것이 일치한다. 뼈를 깎고 피나는 연습 끝에 얻은 투구였다.


“스트라이크, 아웃!”


때로는 끝내주는 슬라이더로 타자를 속였다. 2회 초, 기린 야구팀 세 타자 모두 삼자 범퇴로 마무리하고 내려오는 권영수였다.


기린 베이스볼 선수들은 권영수를 보며 생각했다.


‘이근혁이 사람 잘못 건드린 것 같은데.’

‘교체되기 전까지 공을 못 치는 건 아니겠죠?’

‘설마. 아닐 거야.’



**



“···”


기린 베이스볼 더그아웃엔 침묵이 흘렀다. 2회 초 시작 전까지만 해도 시끄러웠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권영수가 달라진 것을 모두가 알아차린 탓이었다. 팬들도 알 정도였다. 1회엔 제구가 안 되고,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2회엔 전혀 달라진 모습.


‘약 빨았나.’

‘이근혁, 이 새끼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그뿐이 아니다. 라이언 존슨이 빠지면서 약해질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드림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까앙!


[쳤습니다! 빗맞은 타구!]


3루 베이스로 때굴때굴 굴러온다. 3루수가 급히 달려가서 잡은 다음 1루로 던질 자세를 취했지만.


[공을 놓쳤어요! 그사이 주자는 1루에 도착! 던질 수 없습니다!]

[기린 베이스볼로서는 기분 나쁜 피안타가 되겠습니다.]


마음이 급했다. 침착하게 공을 잡아서 1루로 던졌으면 아웃이었다. 운마저 따르지 않는다.


그때 마크 소우주 감독이 코를 건드리고 양쪽 팔을 번갈아 가며 아래로 쓰다듬었다.


[5번 타자 홍승무는 드림에서 도루 시도가 많거든요? 성공률도 높습니다.]

[이번에도 뛸까요?]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루에 상당한 자신이 있는 선수거든요.]기린 베이스볼의 감독 눈에 드림팀 진영에서 사인을 주고받는 모습이 보였다.


‘작전인가?’


확신할 수는 없다. 야구에는 수많은 사인이 있고, 팀마다 다르다. 그리고 거의 매일 바뀌어서 내용이 뭔지 아는 것은 프락치를 심어놔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작전이 들통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시로 사인인 척 행동을 취하기도 한다.


타닥.


그때 1루에 있던 홍승무가 도루를 시도할 생각인지 슬금슬금 리드 폭을 넓힌다.


‘도루 지시?’


기린 베이스볼 감독은 슬쩍 견제구를 지시했다. 사인을 확인한 포수가 투수에게 전달한다. 견제. 하지만 주자는 생존한다.


견제구를 두 번 더 시도했으나 모두 허사로 돌아간다.


“흐음. 도루를 노리는 것 같은데.”

“감독님. 저희 포수를 한번 믿어보시죠. 차영호만큼은 아니지만, 도루 저지율이 33퍼센트가 넘습니다.”

“알겠네.”


33퍼센트면 리그 평균보다 살짝 높은 수준이다.


대신 포수에겐 변화구 대신 빠른 공을 던지라 하고, 2루수에겐 2루 근처에 있으라고 지시했다.


대처는 완벽하다.


‘드림이 날뛰어 봤자 드림이지.’


다른 팀도 아니고 드림이다. 최근 상승세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있지만, 잠깐 빤짝하는 것이리라. 반면 기린 베이스볼은 꾸준히 성적을 내는 팀. 수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린 베이스볼 감독은 2회를 무난히 마칠 거로 생각했다.


‘한심하군. 뻔히 보이는 수를 던지다니. 성공하면 그만큼 보상이 크겠지만, 게임을 포기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뭐 하자는 거지.’


주자는 대놓고 도루하겠다는 듯이 리드폭을 넓힌다. 얄미운 자식. 견제구가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드림이 왜 만년 꼴찌인지 알 것 같았다. 대놓고 도루를 시도 하는 선수나 막지 않는 감독이나.


외국에서 이름을 날렸다고 별거 없는 모양이다. 2루는 포수에게 거리가 가장 멀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긴 하다.


송구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기린 베이스볼의 투수는 도루를 대비해서 빠른 직구를 던졌다.


까앙!


[쳤습니다! 좌중간에 떨어지는 박준호의 안타!]



예상과는 다른 상황에 기린 베이스볼 감독은 눈을 부릅떴다.


운이 따르지 않는다. 하필이면 거기서 얻어맞을 줄이야.


대형 스크린엔 순간적이지만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가 빠르게 사라지는 마크 소우주 감독의 모습이 잡혔다.



***



‘통했군.’


마크 소우주 감독은 도루인 척 리드폭을 늘리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그리고 상황 봐서 자신 있으면 도루를 훔쳐도 되지만, 도루는 하지 말라고 했다.


도루는 리스크가 크다. 세이버메트릭스에서도 도루는 성공률이 낮아서 추천하는 플레이는 아니다.


그럼에도 도루를 시도하는 이유는 투수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마크 소우주 감독이 노림수이기도 했다.


‘패스트볼을 던질 줄 알았지.’


기린 베이스볼 투수는 좋은 선수다. 하지만 권영수처럼 구속으로 찍어 누르는 타입이 아니다.


제법 쓸만한 제구와 다양한 변화구로 요리하는 타입이다.


박준호가 타석에 올라가기 전, 변화구는 잊어버리고 패스트볼만 노리라고 했는데 제대로 통했다.


‘다음 작전으로 넘어가 볼까?’



***




깡!


박준호에 이어 김태영이 초구부터 배트를 휘두른다.


걷어낸 타구. 더그아웃은 물론 관중석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벌떡 일어나 공을 바라본다.


“오오!”

“어? 어? 어!”


타구는 왼쪽을 향한다. 외야로 떨어지던 공은 아슬아슬하게 펜스를 넘긴다.


마크 소우주도 크게 뜬 눈으로 타구를 바라본다. 홈런은 생각이 없었던 결과였다.


[김태영이 경기를 완벽하게 장악합니다!]

[응원하러 온 팬들에게 홈런이란 선물을 전해주는 김태영!]

[드림이 어둡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방금 막 껍데기를 깨고 훨훨 비상하는 것 같아요.]

[드림이 잘할 때는 잘해주거든요? 이러니까 팬들이 떠날 수가 없는 거예요!


공이 넘어간 순간 드림 팬들이 지르는 함성이 경기장을 뒤덮는다. 수만 명이 지르는 함성. 마크 소우주 감독도 손뼉을 치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우와아아아아!”

“하하하하하.”

“홈런이다!”


반대편 기린 베이스볼을 응원하러 온 팬들이 있는 좌석은 적막감이 흘렀다. 누구 하나 입 뻥끗하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침묵. 커다란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그러다 누군가 입을 연다.


“권영수인데 점수를 주면 어떻게 하냐.”


2이닝에서 보여준 권영수의 피칭은 퍼펙트. 마운드에서 내려갈 때까지 같은 피칭을 보여준다면, 타자가 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미쳤어!”

“드디어 해냈구나! 믿고 있었다고!”

“하하하하. 감사합니다.”


홈런을 치고 돌아온 김태영에게 환호가 쏟아졌다.


“태영아, 진짜 잘했다!”

“나이스 홈런!”


경기 초반에 터진 3점 홈런. 모두가 기뻐할 때 영수는 의욕을 다졌다.


‘이길 수 있다!’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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