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 김좌근
42화, 금화를 빼돌렸어야 하는데
얀센 사장과 박정기. 기장님이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총 724명이 입장했고, 수익은 22,120 실버 입니다.”
“짝짝짝, 극장이 생긴 이래 최고의 매출이군요.”
“그렇습니까? 그런데 수익 배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박정기는 오로지 수익 배분에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음! 일반적으로 50:50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크음! 등장인물이 없고, 무대 장식도 없으니까, 비용이 전혀 안 들었습니다.”
“그래서요?”
“제 생각에는 6 대 4 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인건비와 무대 장식 비용도 악단에서 부담해야 할 몫이다.
얀센의 말은 투자한 돈이 없으니 박정기 4, 극장이 6이 적당하다는 말이었다.
“8:2로 합시다. 안되면 다른 극장으로 알아보고요.”
“헉! 아무리 그래도 관리비와 직원들 급여도 줘야 하고, 세금도 내는데~”
“홍보도 안하고 사람들이 왔잖아요, 더군다나 차기작도 없다면서요. 차기작이 결정되면 다른 극장으로 옮길게요.”
“아니, 옮기긴 왜 옮겨요? 저희가 보통 사이도 아니고 알겠습니다. 대표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사실 20%만 하더라도 4,424실버다. 10실버 442명이 입장 수입과 같은 금액이다. 이건 말 그대로 대박이다.
일반적인 상거래 원칙을 내세우다가 다른 극장으로 뺏기면 큰일이다.
“그럼 경비원의 수를 늘려주십시오. 음악 저장장치를 안전하게 지켜야 하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급한 대로 확성기를 만들라고 했는데, 저대로 된 음악을 감상하려면 좀 더 크게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관악기를 전문으로 만드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박정기가 생각하는 것은 무대를 가득 채울만한 나팔이 필요했다. 울림통과 나팔이 클수록 웅장한 소리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할 때 동굴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그 속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니까. 울림이 오케스트라 홀처럼 환상적으로 들렸던 경험이 있다.
“네 알아보고 데려오겠습니다.”
“한 가지 더, 금전 문제는 확실한 게 좋으니까요. 당일 매출은 당일 분배를 원칙으로 합시다. 그리고 현금으로 바로 저희 기장님께 드리십시오.”
“무게가 상당할 텐데요.”
2만 실버면 무게가 100kg 이 넘는다.
1실버는 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소액권으로 국제 통화인 크라운이나 실링, 페니, 보다 크기가 작고 가볍다.
“괜찮습니다. 알아서 하실 겁니다. 아니면 수표를 미리 준비 해주시던 가요.”
“그럼 미리 수표를 준비 했다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더 하실 말씀 없으시죠?”
“하루에 3번 공연하는 건 어떠신지요?”
“절대 안 됩니다. 하루 딱 한번 저녁 7시에 하시죠.”
“크음! 알겠습니다.”
박정기는 현대의 공연을 생각해보고 결정한 것이다. 오랫동안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공연 횟수를 늘려서 수익을 더 올리려는 얀센의 생각이 묵살 되었다.
회의를 마치고 은화가 가득 든 포대를 가볍게 들고 일어서자, 모두 입을 쩍 벌렸다.
둘이 들어도 낑낑 거리는 데 한 손으로 가볍게 드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내일 또 뵙겠습니다.”
박정기, 기장님 여 승무원들이 저택으로 향했다.
-저 여자들이 모두 저 남자 부인들이래.
-잘생겼네, 부럽다.
-뭐? 그럼 너도 따라 가봐.
-그럴까? 호호호.
멀리서 지켜보던 여인들이 소곤거렸다.
저택에 도착한 일행은 집무실에 앉았다.
“기장님, 어디 안 가세요?”
“지금은 딱히 갈 데가 없는데.”
“여기 돈이 있잖아요. 뭐 사러 안 가세요?”
박정기는 기장님이 나가면 보물과 금화를 옮길 생각이다. 그런데 오늘 따라 안 나가고 집안에 있다.
‘어떻게 내보내지?’
“음악 파일이나 내 스마트 폰으로 옮겨주게.”
“네 알겠습니다. 스마트 폰 줘보십시오.”
박정기가 파일을 옮기고 있는 동안 기장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파일이 많아서 옮기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파일이 이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기장님께 말했다.
“1시간이면 끝 나... 어! 기장님 어디 가셨어?”
“위로 올라가시던 데요.”
“뭐? 안 돼!”
박정기는 계단을 3칸씩 뛰어서 올라갔다. 3층에 도착한 뒤 서재로 뛰어 들어갔다.
“어! 왔는가?”
“네! 왜 제방에 들어오셨어요?”
“우리 사이에 내방 네방 따로 있나? 그나저나 이건 다 뭔가?”
“그게, 제가 목숨을 걸고 싸워서 얻은 거죠.”
탐욕으로 눈을 빛내는 기장님이 보물들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부기장은 돈 쓸 일도 없는데, 너무 많군.”
“아뇨! 전혀 많지 않습니다. 먹여 살려야 하는 사람이 몇 인데요.”
“저 상자는 뭔가?”
박정기는 얼른 상자 위에 앉아버렸다.
“이건 절대 안 됩니다.”
“뭐가 안 된다는 건가. 구경만 하자는 건데.”
박정기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뭐라고 해야 할지 막막해서, 그냥 고개만 가로 저었다.
“반~ 딱! 반 땅 하자.”
“으으음~”
박정기는 말없이 고개만 흔들었다.
“그럼 이 집을 팔 수 밖에 없겠군.”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약속하셨잖아요.”
“자네가 이런 식으로 딴 주머니를 차는데 나도 대책을 세워야지.”
“극장에서 수익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 지 보셨잖아요.”
“그건 목돈이 아니지 않은가....”
기장님은 절대로 물러설 것 같지 않았다.
‘이것부터 빼돌렸어야 하는데.’
먹이를 노려보는 듯 한 기장님의 눈빛에 박정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 금화만 반 땅 하시죠?”
“어디? 보고 생각해보겠네.”
“휴~ 진짜 약속 하셔야 합니다.”
“알았네, 언제 내가 한입으로 두말 한 적 있는가?”
‘지금 하고 계시잖아요?’
하는 수 없어 상자 뚜껑을 열어서 보여줬다.
반짝이는 금화가 한가득 들어있었다.
“음~ 좋군, 알았네, 반반 하지.”
“어째? 기장님께서 인심을 쓰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들렸는가? 반만 받아도 좋다는 뜻이었네.”
박정기는 다른 상자를 비워내고 금화의 반을 옮겨 담았다.
“왜 손을 떨고 그러는가? 내가 도와줄까?”
“안됩니다. 제가 옮기겠습니다. 그냥 편히 쉬고 계십시요.
박정기는 반을 옮겨 담은 상자를 기장님께 주었다. 무게가 상당히 나갔다.
‘아이고~ 아까워라! 50억은 될 것 같은데.’
배가 아파서 죽는 박정기다.
“톰 집사 승무원들 모두 오라고 그래.”
“네 알겠습니다.”
박정기는 여자 승무원들과 보물들을 포장했다.
한스 빌럼스의 옷가지들로 부서지지 않도록 싸서 이불 위에 쌓아 놓고 이불을 보따리처럼 묶었다. 보따리가 8개나 되었다.
“얀센 사장에게 배 좀 빌려오게.”
“네 알겠습니다.”
한시라도 지체하면 또 뺐길 까봐, 부리나케 정리해서 비행기로 옮겼다.
“아이고 배야.”
“어떻게 아프세요? 손을 따드릴까요?”
장금이 바늘을 가지고 손을 뻗었다.
“앗! 됐어, 안 아파! 안 아프다고~ 아이고~”
“따면 금방 낫는데. 하나도 안 아프게 따 드릴게요.”
그 시간 비행기 주변을 돌며 유심히 염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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