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스털링 엔진과 축음기의 조합
119화, 스털링 엔진과 축음기의 조합
발동기 팀장은 축음기 연구 팀장이 하소연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발동기를 작게 만들 수 없을까?’
‘왜 그러는데?’
‘축음기를 돌려야 하는데 태엽으로 하니까 자주 감아줘야 해서 문제가 많다네, 발동기로 돌리면 하루 종일 돌릴 수 있지 않겠나?’
‘그야 그렇지만 발동기는 소리가 커서 음악이 들리겠는가?’
‘하긴 그렇군, 귀가 멍멍할 정도니.’
문이 열리고 축음기 팀장이 뛰어 들어왔다.
“작은 기관이 있다고?”
“이것을 보게나. 자네가 찾던 거 아닌가?”
다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손바닥만 한 스털링 기관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소리도 작았지만 돌아가는 모습이 신기해서 불 멍하듯이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되었다.
“허허 있구만 있었어. 하하하하하”
“이 사람아 실성했나?”
“너무 좋아서 그러네. 도대체 누가 이런 걸 만들었나?”
“새로 온 스털링씨네, 인사하게.”
“귀인이 오셨구만, 나는 에밀 던터라고 합니다. 스털링씨 빨리 우리 연구실로 갑시다.”
“이 사람아! 스털링씨는 내연기관 연구소에 배정된 사람이야.”
“알았네, 그럼 파견을 보내 주던가, 아니면 내가 시장님께 전근을 요청해 보겠네.”
“아니 무슨 시장님께 요청을 해. 그냥 파견 근무로 하지.”
“고맙네, 이따가 술한잔 사지.”
축음기 연구 팀장과 스털링의 만남은 미국 산업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새롭게 만들어진 축음기는 뒤쪽에 금색으로 빛나는 멋진 미니 기관차가 열심히 달리고 그 동력으로 턴테이블이 회전하는 원리로 만들어 졌다.
기관차의 모양도 예술품처럼 멋지게 만들었지만, 작은 것이 정말로 칙칙폭폭 회전하며 달리니 바라보고만 있어도 신기하고 재미있다.
거기에 기관차 바퀴가 원판을 돌리고 그 위에 바늘이 미끄러지면서 음악소리가 들리니 마치 마술 상자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유럽대륙의 부자나 귀족들 집에 없으면 안 될 물건이 된다.
더군다나 해마다 나오는 신제품은 기관차의 모양도 바뀌고, 나팔의 모양도 바뀌면서 끊임없이 귀족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축음기와 스털링 엔진의 콜라보로 유럽의 은화를 싹쓸이 하는 것은 몇 달 후의 일이고 지금은 산타페를 점령해야하는 중요한 시기.
박정기는 윌슨에게 문자를 넣었다.
-활주로는 다 치웠어?
-네 어제 모두 치워놨어요.
-수고 많이 했다. 내일 케이크 가지고 갈게.
-정말이요? 헤헤 빨리 먹고 싶어요.
-그래 내일보자.
-네.
박정기는 새로 사온 무기와 보급품을 점검하고, 내일 함께 갈 병사 300명을 점호했다.
모처럼 집으로 올라가 호수가 바라보이는 테라스에서 저녁을 먹었다.
태양이 시에라 산맥 위로 넘어가고 깃털구름이 붉게 물들어 장관을 이루었다.
호수는 아름다운 장면을 거울처럼 반사해 두배로 크게 만들어 주었다.
“오늘따라 노을이 멋지네요.”
“그러게, 케이크나 먹어볼까?”
“좋아요.”
장금이 챙겨온 케이크를 가져왔다.
김혜수는 북경 원명원에 정샘은 제물포 산업단지에 에바는 파리에 모두 흩어져있어 괜히 허전함을 느꼈다.
‘옆에 있을 때는 귀찮기도 했는데, 막상 안보이니 심란하네.’
박정기는 괜스레 울적해지는 것 같아서 팝송을 틀었다.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전주 부분의 기타가 리드미컬하게 울려 퍼졌다.
“이 소리 너무 좋아요.”
“기타소리?”
“아! 기타예요?”
“그래, 기타도 만들어야겠구나.”
“저도 만들어 주세요.”
저녁을 먹은 후 디저트로 케이크를 먹고 와인으로 입가심을 하니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그렇게 오붓하고 평온한 밤을 보내고 날이 밝았다.
“모두 탑승했나?”
“네 100명 이상 없이 탑승했습니다.”
“그럼 출발하지.”
“넵.”
비행기는 많은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호수 위를 미끌어졌다.
길게 물보라를 흩뿌리며 달리던 비행기 기수가 들렸다.
-어어 날아오른다.
-드디어 비행기를 타보다니.
-야, 신난다.
-매일 타고 싶어.
비행기가 호수 위를 날아 리노 상공을 한 바퀴 돌고 서쪽으로 향했다.
시에라 산맥을 넘어 벼가 자라고 있는 아메리칸 강에 도착했다.
“와! 벼가 다 자랐어요.”
“다음 달에 추수해야 되겠다.”
“누가 추수를 해요?”
“조선으로 배가 갔잖아 사람들을 태우고 올 거야.”
“아 아~ 몇 명이나 오는데요?”
“300명 이상 싣고 올 거야.”
“그것밖에 못 타요?”
“더 많이 태울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힘들지.”
“알겠어요.”
비행기는 조선소 상공을 선회하며 배 만드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저거 보트냐?
-저렇게 큰 건 처음 본다.
-보트보다 100배는 더 크다.
-여기도 우리나라야?
-그럼!
인디언 병사들이 조선소에서 만드는 배가 신기한지 그들만의 상상력을 발휘했다.
“다 만들어 가네. 이제 발동기를 장착하면 되겠다.”
“진짜 빠르게 만드네요.”
“그러게 얼마 전에는 뼈만 있었는데.”
비행기가 로스앤젤레스 상공을 날자 사람들이 비행기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웅덩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검은 기름이 가득 담겨있었다.
“기름을 많이 만들어 놨어요.”
“저것도 배 3~4척 채우면 바닥 날거야.”
“배가 기름을 너무 많이 먹어요.”
“그렇긴 하지.”
이제는 본격적으로 증류탑을 만들고, 파이프를 박아 유전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 생기고 말았다.
수요가 늘어나면 공급도 늘리는 게 당연지사. 중국에서 소비될 등유만 해도 하루 수백 톤에 달할 것이다.
25년 후 스탠더드 오일을 창립하는 록펠러는 석유를 팔아 많은 재산을 벌어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다.
현대의 가치로 환산하면 약 4,090억 달러로 세계 최고 부자인 빌게이츠보다 3배나 많은 재산이다.
지금부터 전 세계에 석유를 판매하고 유전지대를 미리 선점한다면 록펠러보다 10배 많은 재산도 만들 수 있다.
‘국영기업은 공무원들 배만 불려주지 경쟁력이 없어.’
박정기는 국영기업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
물론 잘하는 국영기업도 많이 있지만 중국이나 약소국의 국영기업들은 공무원과 독재자의 호주머니를 채워주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나 마찬가지이다.
비행기는 사막을 가로질러 그랜드 캐니언에 들어섰다.
‘여기도 안보여 줄 수는 없지.’
비행기가 그랜드 캐니언 계곡을 따라 날자 병사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다음으로 서부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높게 솟은 절벽인 모뉴먼트 밸리를 마지막으로 관광을 마친 비행기는 산타페 인근의 테이블 마운틴으로 향했다.
[제군들 지금 까지 본 것이 모두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제 제군들이 이 아름다운 나라를 지켜야 한다. 우리의 부모와 형제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를 백인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우리 땅을 다른 놈들에게 빼앗기면 되겠는가?]
-아닙니다!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목숨 걸고 지키겠습니다!
[좋다! 우리 모두 백인들을 무찌르고 우리나라를 지키자!]
-우리나라를 지키자!
-우리나라를 지키자!
-우리나라를 지키자!
병사들은 사기가 충천해서 나라를 지키자는 구호를 소리 높여 외쳤다.
‘관광시켜준 보람이 있군.’
기내 방송을 마친 박정기의 입가에 미소가 머물러있었다.
비행기가 테이블 마운틴 남쪽 남아메리카 지역에 다가가니 활주로 양쪽에 모닥불을 피워 놓은 게 보였다.
돌무더기를 쌓아 아궁이를 만들어 놓고 뽑아낸 관목을 태워 연기를 피웠다.
“윌슨이 머리 좀 썼네.”
“이렇게 해놓으니까 길처럼 보여요.”
“으응 활주로라고 하는 거야.”
“네, 활주로.”
비행기가 낮게 날면서 노면을 살펴보았다.
잘 정돈이 돼있어 위험 요소는 없어 보였다.
한 바퀴 선회한 비행기가 천천히 활주로를 향해 다가갔다.
“바람 좋고, 착륙하기 좋은 날씨군.”
“땅에 착륙할 때 마다 무서워요.”
“익숙해지면 괜찮아.”
비행기 바퀴가 땅에 닿자 브레이크를 살짝 걸어주며, 엔진을 역추진 시켰다.
비포장 노면이기 때문에 진동이 심했지만 천천히 속도를 줄인 비행기가 윌슨이 기다리던 장소에 멈추었다.
-와~ 짝짝짝짝!
-성공이다. 짝짝짝짝!
비행기에 타고 있던 병사들이 갑자기 박수를 쳐댔다.
박정기가 모스크바를 여행할 때 비행기가 착륙에 성공하자, 승객들이 박수치며 환호하는 것을 보며 어리둥절했는데 지금이 딱 그때 모습이다.
박정기는 자신의 조종 실력을 의심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털고 비행기 엔진을 정지 시켰다.
비행기 문이 열리고 계단이 내려졌다.
[제군들 잃은 물건이 없나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천천히 질서를 지켜서 내리도록!]
-넵 알겠습니다.
-넵 알겠습니다.
병사들이 남자 승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비행기에서 내렸다.
밖에서는 윌슨과 특공대원들이 정렬해서 이들을 맞아 주었다.
“전체 차렷! 대장님께 대하여 받들어 총!”
“충성!”
“충성! 쉬어!”
“전체~ 쉬어!”
“특공대 여러분!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와~와~와~!”
“여러분은 나라를 지키는 군인입니다!”
“와~와~와~!”
“여러분은 우리나라에 쳐들어온 적을 무찔러야 합니다!”
“와~와~와~!”
“내일 출정에 앞서 오늘은 마음껏 쉬고 즐깁시다.”
“와~와~와~!”
박정기는 비행기에서 내린 케이크와 고기를 내어주고 술도 넉넉히 내려 주었다.
“윌슨, 고생이 많았다.”
“헤헤 재미있었습니다.”
“카를로스 중위님도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넵! 감사합니다.”
“오면서 이상은 없었습니까?”
“발목 부러진 말이 1마리 있었고, 나머지는 이상 없습니다.”
“긴 여정인데 안전하게 잘 오셨군요.”
“감사합니다.”
“한잔 하면서 쉬세요. 나는 두 번 더 다녀와야 합니다.”
“넵! 고생하십시오.”
박정기는 간단하게 특공대를 치하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0명의 병사를 옮기려면 두 번 더 왕복해야 한다.
왕복 3시간이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히 남아있다.
비행기는 두 번이나 피라미드 호수에서 병사를 싣고 조선소와 정유소를 경유해 그랜드 케니언을 관광시키고 돌아왔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모든 병사를 실어 나른 박정기는 오랜만에 병사들과 어울려 흥겹게 술을 마시고, 늦게까지 노래를 불렀다.
다음날 새벽 특공대와 병사 300명이 말을 타고 산타페를 향해 출발했다.
“윌슨! 도착하면 연락해, 먼저 공격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100km 남짓이다.
빠르게 가면 하루거리지만 말이 지치면 역습을 당할 수 있다.
그래서 첫날은 80km 까지 전진하고, 다음날은 20km를 달려가 공격하는 것으로 작전을 짰다.
병사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박정기는 비행기를 이륙시켜 피라미드 호수로 돌아와 연구소를 방문했다.
“팀장님! 다이너마이트가 3톤 정도 필요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허허 그렇게 많이요? 만약 폭발하면 이 도시가 전부 날아가겠습니다.”
“그러니까 소량씩 분산해서 보관해야지요.”
“장비를 보강하고 원료만 충분하면 만드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럼 재료와 부족한 장비 목록을 만들어서 내게 주십시오. 다음에 암스테르담에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화약이 왜 필요하십니까?”
“말 안 듣는 놈 버릇 좀 고치려고 합니다.”
“허허 누군가 불쌍하게 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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