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 기술자들
91화, 증기선이 완성되다.
박정기는 개틀링 건을 들고 연병장으로 향했다.
뒤를 연구소 기술자들이 따랐다.
“대장님! 이거 개틀링 건이잖아요?”
“맞아, 지금 시험 발사 할 거야. 네가 쏴볼래?”
“어어~ 아니요. 대장님이 쏘세요.”
대포의 주퇴복좌기에 눈탱이를 얻어맞고, 죽다가 살아난 윌슨이 몸을 사렸다.
그래도, 다음날 리셋이 되면서 멀쩡해진 걸 보면 신께 감사해야 한다.
시험 발사 하다가 폭발하거나 잘못되더라도 새벽에 리셋이 될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박정기는 사거리를 확인해 보려고 호수 방향으로 총구를 돌리고 핸들을 잡았다.
개머리판은 어깨에 붙이고, 총열 밑에 붙은 손잡이를 잡으니 마치, 바주카포를 쏘는 것 같았다.
“멀리 떨어져라!”
“네.”
윌슨이 뒤로 물러섰다.
“쏜다!”
탕!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우와~
-만세다.
-기똥차다.
-성공이다.
-우하하하
가지각색의 반응이 나왔다.
총알은 호수 멀리 날아갔으나 확인을 할 수가 없었다.
‘앞이 안 보여.’
하얀 연기로 한치 앞도 볼 수가 없었다.
-꼴록 꼴록
-안 보이는데.
-어디로 날아간 거야?
기술자와 병사들은 빠르게 발사되는 것과, 엄청난 연기에 두 번 놀랬다.
“와~ 적군이 우리를 못 보겠는데요?”
“아이고, 이대로는 못쓰겠다.”
“말을 타고 달리면서 쏘면 되잖아요.”
“이게 얼마나 무거운데. 말이 주저앉을 거야.”
“줘보세요.”
자신감이 붙었는지 윌슨이 개틀링 건을 받았다.
박정기가 간단하게 사용법을 설명해주었다.
“이걸 돌리면 발사가 되는 거야.”
“알겠어요.”
탕!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윌슨이 총을 쏘다가 연기가 앞을 가리자, 연기를 피해 옆으로 이동하면서 발사했다.
탕!타타타타타타타탕!
“오~ 머리 좀 쓰는데?”
“저걸 들고 다니면서 쏘다니~”
“저 사람도 마녀가 틀ㄹ~웁웁웁웁....”
또 마녀 타령을 하다가 입을 틀어 막히는 기술자가 있었다.
이번에는 박정기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저 사람 위험하네. 어디로 보내버릴까?’
본네빌 소금 사막에서 소금이나 캐라고 할까? 고민하는 박정기다.
“저 잘했죠?”
“그래, 머리를 잘 썼네.”
“그런데 총알이 너무 적어요.”
“총알 넣어주는 부사수가 필요하겠어.”
“그럼 되겠네요.”
개틀링 건의 최대 사정거리는 1,000m 남짓이다.
비행기의 고도와 선회 반경을 생각하면 싣고 다닐 이유가 없었다.
유효사거리 밖에서 총알에 맞아봐야 아프기만 하지 죽지는 않을 것 같았다.
결국 무연화약을 개발해야 사정거리도 늘어나고 조준도 제대로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정거리가 최소한 2,000m이상 나와야 하늘에서 쏘는 게 의미가 있다.
“무연화약이 개발될 때까지 너나 써야겠다.”
“저밖에 쓸 사람이 없어요?”
“그래! 이번에 가져가서 실컷 쏴봐라.”
“알겠어요, 중국 놈들을 전멸 시켜버리겠어요.”
“그래라, 제발!”
박정기가 윌슨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 연구원들을 소집했다.
“모여보세요. 총은 아주 훌륭합니다.”
“와~”
“성공이다.”
짝짝짝짝.....
“연기가 심한 문제는 연금술사들이 무연 화약을 개발하면 해결됩니다.”
“연기가 안 나는 화약도 있습니까?”
기술자 한 명이 물어본다.
“네, 있습니다. 그리고 비행기에 싣고 다니기에는 사정거리가 너무 짧습니다. 비행기의 선회반경을 생각한다면 최소 2,000m이상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렇군요.”
"......"
“무연 화약은 폭발력이 강하기 때문에 총열이 터지지 않도록 강철을 사용해야 하고, 총알도 구리로 감싸서 파괴력을 높여야 하겠습니다.”
“자료가 있습니까?”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영상 자료를 찾는 스티븐 팀장이다.
“있습니다. 이따가 보여드리지요.”
“네, 또 해봐야지요. 무연 화약이라~ 기대가 되는 군요.”
“이번 개틀링 건 성공으로 100실버씩 성공 수당을 지급하겠습니다.”
100실버는 기술자 한 달 급여에 해당하는 큰 돈이다.
암스테르담의 두 배 이상 되는 급여지만 물가는 여기가 훨씬 더 높다.
모든 물건 값이 인디언들의 금싸라기 가격으로 형성되다 보니 은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된 것이다.
조선의 물가는 리노의 20분의1 수준이다.
현대로 따지면 한국과 후진국만큼 급여나 물가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야호~ 100실버다.”
“술을 실컷 마실 수 있겠다.”
“오늘 밤에 한잔하자.”
만취금지법을 말해줄까 말까 고민하던 박정기는 입을 닫고 비행기로 갔다.
파인애플과 모피를 팔아 벌어온 은화 중에 4자루를 들고 부시장을 찾아갔다.
“부시장! 이것은 화폐교환소 자금으로 사용하고, 스티븐씨 팀원들에게 성공 수당 100실버씩 지금 바로 집행해, 스티븐 팀장에게는 300실버 지급하고.”
“예, 알겠습니다.”
개틀링 건 팀원들에게 수당이 지급되자, 그 소문은 삽시간에 연구소 전체로 퍼졌다.
그 결과 연구소는 불이 꺼지지 않고 밤을 훤히 지새웠다.
다음날 새벽부터 비행기는 호수를 달려 날아올랐다.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하니 웅덩이가 더욱 늘어나 있었다.
‘큰일이네, 저걸 언제까지 파고 있어야 하는 거야?’
비행기에서 오크통과 부식들이 내려지고 증류해 놓은 등유를 싣고 있었다.
“아론씨 앞으로는 연구소로 가서 근무하시죠.”
“왜요?”
“연금술을 하시는 분들이 20명 왔습니다. 가셔서 팀장을 맡아주셔야 하겠습니다.”
“여기서 하는 게 아니었나요?”
“네, 보안상 여기는 어렵겠습니다. 실험 재료는 제가 공급해 드릴 겁니다.”
“뭐 그렇다면 가야겠네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론 팀장이 실험 도구를 챙기는 동안 경비 조장을 만났다.
“앞으로 여기 관리를 총괄해주세요.”
“제가 말입니까?”
“네, 급여와 생산 관리까지 맡아주셔야겠습니다.”
“아론 팀장님이 어디 가시나 봅니다.”
“네 연구소에 인원이 충원 돼서 관리를 맡아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경비 조장은 카를로스 중위의 부관으로 성실하고 인성이 좋다.
경비 조장에게 급여를 올려주겠다고 했으나 별로 감흥이 없다.
돈을 사용할 데가 없으니 그냥 쇳조각에 불과하다, 하지만 모아 놓으면 언젠가 크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팀장님 연구 재료로 쓸 석유를 종류별로 오크통에 담아서 가져갑시다.”
“네, 그래야겠네요.”
“공기가 차지 않도록 꽉꽉 채워야 합니다.”
“어째 그렇죠?”
아론 팀장의 물음에 상세하게 대답해 주었다.
“비행기가 높은 고도로 올라가면 기압이 낮아져서 안의 공기가 팽창하면서 뚜껑이 열릴 수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리고 휘발유는 흔들리면서 정전기가 발생해 폭발 위험이 큽니다.”
“아하! 공기가 없으면 폭발하지 않겠군요.”
“그러니까 공기 없이 꽉 채워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알론 팀장이 다니면서 원유와 증류된 석유들을 종류별로 오크통에 담도록 시켰다.
‘여기에도 상점과 식당을 만들면 좋겠구나, 정착민들도 이용하고 주변 인디언들도 많으니까.’
점차 로스앤젤레스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을 하는 박정기다.
“경비 조장님 이것 받으세요.”
“이게 뭡니까?”
“무전기입니다. 이걸 누르고 말을 하면 저와 소통이 될 겁니다.”
박정기가 멀리 떨어져서 조장에게 사용법을 실습 해주었다.
“경비 조장님 들리세요?”
-네, 잘 들립니다. 치익!
“꼭 필요할 때만 하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치익!
둘이 통화하고 있는 데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동생! 이게 무슨 소린가? 치익!
“아이고, 형님 다른 사람이 통화하는 데 불쑥 끼어들면 어떻게 합니까?”
-아! 그런가? 몰라서 그랬네. 치익!
“형님! 지금 어딥니까?”
-음~ 아직 한양에 있네. 치익!
“거기서 뭐하세요? 빨리 의주로 가라니까?”
박정기는 늦장을 부리는 김좌근에게 타박을 해댔다.
-그게, 순찰사 첩지도 받고, 말도 옮기게 하고, 따라 나설 군사도 모으느라 그랬네. 치익!
“그럼, 지금이라도 빨리 출발하세요.”
-그게, 아직 한밤중인데 지금 가야 하나? 치익!
“아!~ 그럼 내일 일찍 출발하세요.”
-알겠네, 또 연락하겠네. 치익!
박정기는 얼굴이 화큰 달아올랐다.
자신은 밤에 연락하지 말라고 화를 내놓고, 한밤중인 김좌근에게 소리를 질러 댔기 때문이다.
‘겁나 미안하네. 뭐라도 해줘야겠다.’
리볼버 소총을 줄까 하다가 고개를 내젓는다.
주면 금방 까발리고 다닐 것 같아서 포기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일을 마친 일행은 샌프란시스코로 행했다.
“한 척이 완성된 건가?”
“배가 많군요?”
“여러 척을 한 번에 만들어야 효율적이라고 하더라고요.”
“일리가 있군요.”
아론 팀장과 이야기를 주고 받던 박정기가 비행기를 착륙을 시키고 선착장으로 다가갔다.
박정기가 내리면서 특명을 내렸다.
“이 샘! 어떤 놈이든 비행기에 접근하면 그냥 쏴버려.”
“진짜요?”
“그래 정말이야. 위에도 올라가서 경비 철저히 서라고 해!”
“넵! 알겠습니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이 샘이다.
박정기와 아론 팀장이 조선소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박정기는 느닷없이 경고장부터 날렸다.
“비행기에 접근하면 무조건 사살하라고 했으니까. 모두 조심하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비행기 지붕 위에 승무원들이 총을 들고 지키고 있었다.
-저것 보라고,
-그때가 기회였는데.
-이제 물건너 갔구먼.
속닥거리는 기술자들을 박정기가 째려봤다.
-성질도 더러운 게 왜 또 저러냐?
-그러게, 혹시 우리말을 들은 거 아니야?
-여기서 귓속말 하는 게 들리겠냐?
-하긴 그렇지.
-그냥 성질 머리가 더러워서 저러는 거야.
-맞아, 전기로 사람을 지지는 놈은 생전 처음 봤다.
전기를 처음 봤으니, 지지는 것도 처음 보는 거지,
만약, 청나라 놈들을 전기로 죽이는 걸 봤다면 기절했을 것이다.
대화를 모두 듣고 전기로 지질 때가 생각났는지 히죽 웃는 박정기다.
-으메~ 저 사악한 웃음 좀 보소.
-방금 소름 돋았잖아.
-털이 솟아난 것 좀 봐.
박정기는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벌게졌다.
“뭐 좋은 일이 있으신가요?”
“아! 배가 완성된 것 같던 데요.”
“지금은 실내 장식하고 있습니다.”
“가봅시다.”
조선소 소장 시몬스씨의 안내로 완성된 배에 올랐다.
“무척 크군요.”
“길이 42m이고 너비가 8m입니다.”
“낯익은 스타일입니다.”
“전방 돛대를 안 달아서 그렇지 스쿠너와 똑같습니다.”
“아! 암스테르담에서 많이 봤었구나.”
“고장 날지 몰라서 돛대 두 개는 달아 놓았고, 전방 돛대는 달지 않았습니다.”
“그건 잘하셨습니다.”
박정기는 갑판을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했다.
급하게 만든 것 치고는 상당히 잘 만들었다.
“증기기관은 달았나요?”
“네, 기관실로 가보실까요?”
박정기는 기관실을 보고 어이가 없어서 입만 벌리고 있었다.
“대단하지요?”
“네, 기가 막힙니다.”
“하하하 저희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겁니다.”
증기기관 기술자들이 어깨를 쫙 펴고 자랑스럽게 답했다.
“사람은 어디에 타나요?”
“뭐, 앞에도 타고 위에도 타면 됩니다.”
“짐은 어디에 싣고요?”
“짐도 앞에도 싣고 위에도 싣고 하면 되지요.”
거짓말 안 보태고 선체 절반이 기관실이다.
자랑스러워하는 기술자들에게 전기 충격을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느려도 범선이 낫지, 이게 뭐야?’
이건, 비싼 기름 태워서 배만 왕복하고, 사람과 화물은 얼마 싣지도 못할 것 같았다.
Commen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