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 김좌근
45화, 총하면 벨기에가 최고지
벨기에에서 온 사람이 권총을 꺼내들었다.
놀란 박정기가 가만히 살펴보니 여러개의 총열을 가지고 있었다.
‘리볼버인가?’
“잠깐 줘보시겠습니까?”
조금 엉성하긴 하지만 분명히 퍼커션 캡이 사용되었고, 6연발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총열까지 길게 연장된 것이 이상했지만 인터넷에서 본적이 있다.
“어떻습니까?”
“음~ 솔직히 말씀드릴까요? 아니면 듣기 좋게 말씀드릴까요?”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면 대단한 발명품이라고 하겠군요. 하지만 나는 1분에 1,000발 이상 발사하는 총을 많이 봤습니다. 그러니 내 눈에 찰리가 없군요.”
“네? 1분에 1,000발이요?”
박정기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들고 다니는 작은 소총이 그렇다는 것이고요, 기관총은 1분에 6,000 발을 쏩니다.”
“헉! 저를 놀리시는 것 아닌가요?”
“이 비행기 안을 살펴보십시오. 제가 농담하는 걸로 보이시나요?”
비행기 안은 사람이 만든 게 맞나 싶은 기물들로 가득 차있었다.
“믿기지 않지만 믿을 수밖에 없네요.”
“우리나라에 가시면 그런 물건을 만들어 보실 수 있습니다.”
“정말입니까?”
“제가 왜 거짓말을 할까요?”
“죄송합니다. 워낙 믿기 힘들어서 자꾸만.....”
‘공돌이들은 호기심이 많다는데 먹힐지 모르겠다.’
한참을 생각하던 마리에트가 결단을 했다.
“제가 공장을 정리하고 오겠습니다. 우리 기술자들도 데려가 주시겠습니까?”
“좋습니다. 언제 가시겠습니까?”
“한 달 안에 이곳으로 다시 오겠습니다.”
박정기는 벨기에와 권총이 이상하게 잘 어울린다고 느꼈는데 이제야 생각났다.
‘아! 벨기에 브라우닝 권총, 벨기에가 총에 대해서는 최고지.’
박정기는 얀센에게 부탁했다.
“사장님 마리에트씨가 필요한 장비를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습니까. 비용은 나중에 저희가 갚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리에트씨 필요한 장비와 재료가 있으면 얼마든지 구입하세요. 우리가 비용을 지불하겠습니다.”
마리에트는 경험상 공돈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 제가 갚아야 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저희 정부에서 투자를 해드리는 겁니다. 그러니 마음 놓고 연구개발에만 신경 쓰시면 됩니다.”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세계최고의 총기 명가가 될 수 있도록 얼마든지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빨리 정리하고 찾아뵙겠습니다.”
얀센과 마리에트가 돌아가고 박정기는 쇼핑을 하러 시내에 나갔다.
말큼하게 차려입은 큰 귀와 바람 매가 호위로 붙었다.
“톰 우선 기계장비부터 구입하자고.”
“네, 공업사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공업사 골목으로 들어서자 시끄러운 소리가 울리고 증기기관이 뿜어내는 연기가 자욱했다.
“증기기관이 많이 들어 왔군.”
“증기기관 없이는 공장이 안돌아가니까요.”
박정기는 우선 한 바퀴 돌아보며, 필요한 목록을 작성했다.
공작기계중에서 선반도 여러 종류가 있었다. 큰 재료를 깎는 것과 작은 물건 만드는 것, 구멍을 전문으로 뚫는 것, 나사를 깎게 만든 선반, 작지만 기계식 프레스도 있었고, 재단기, 기어를 깎는 장비도 있었다.
모두 현대적인 장비에 비하면 보잘것없지만 나름대로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내도 있었다.
“이걸 한번에 실을 수는 없겠구나.”
“작은 것은 사서 가져가시고, 큰 것은 기술자를 데려가서 현지에서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오! 아주 좋은 생각이야. 머리가 좋구나.”
박정기는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 톰에게 주었다.
“이걸 왜 주시는 겁니까?”
“자네의 좋은 생각을 내가 사는 것이니 받아두게.”
톰은 살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겪어 봐서 얼떨떨했다.
“안주셔도 되는데요.”
“아니야, 앞으로도 좋은 아이디어와 큰 성과를 내면 보상을 해줄 것이네. 그러니 좋은 머리를 더 적극적으로 사용해보게.”
“네 감사합니다.”
톰은 일을 잘해도 혼났고, 못하면 더 혼났다. 그래서 지옥 같은 한스 빌럼스의 손아귀에서 탈출하는 것만이 삶의 목표였다.
그런데 방금 다른 목표가 생겼다. 박정기가 좋은 생각이라며 칭찬해주고 그 생각을 산다며 금화를 주었다.
톰은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고, 또다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졌다.
‘좋은 생각이 또 없을까?’
생각하던 톰은 이렇게 발품을 팔고 다니는 것보다 한 번에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대표님 신문에 광고를 내는 것이 어떨까요?”
“신문이 있었어?”
“네 여러 개 있습니다. 그중에 메이저신문 3군데만 광고를 하시면 원하시는 걸 금방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사람 머리가 아주 좋구만, 좋아! 그렇게 하지 이 목록에 있는 물건을 구한다고 광고를 내자고, 신문사로 가세.”
박정기는 금화를 한 개 더 주었다. 아직 급여와 대우를 결정하지 못해서 기존대로 무 노임 봉사하는 톰을 위한 배려였다.
신문사에 도착한 박정기는 목록을 내밀었다.
충격에 발화하는 뇌관을 제조하는 기술자, 제조 설비 재료를 구합니다.
총기를 제작하는 기술자와 제조설비, 재료를 구합니다.
공작기계를 만드는 기술자와 제조설비, 재료를 구합니다.
증기기관을 만드는 기술자와 제조설비, 재료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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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목록을 싣다 보니 신문 한 면 분량의 광고가 되었다.
“전면 광고가 얼마입니까?”
“저희는 지면이 부족해서 박스 광고 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호외로 만드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호외란 기존에 발행되는 것 말고, 별도로 한 장 더 찍는 것을 말한다.
“호외는 얼마요?”
“1만부 찍는데 100실버입니다. 암스테르담 전부 돌리려면 3만부는 찍어야 할 겁니다.”
“좋습니다. 3만부 찍어주세요. 연락처와 장소는 저희 저택으로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광고 계약을 하고 돈을 지불했다. 기술자 면담과 기계에 관련한 지식은 자신보다 기장님이 더 잘 아니까, 기장님께 맡기기로 했다.
당장에 필요한 총기 300정을 구입하고 화약과 총알을 구매해서 피라미드 호수로 돌아 갈 준비를 했다.
“내일 돌아간다고?”
“네 기장님, 갔다가 바로 올 겁니다.”
“그래 잘 다녀오게.”
기장님과 인사가 끝나자 김대건이 인사를 건넸다.
“대장님! 덕분에 신학을 배울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그래 네가 하고 싶은 거 다해봐.”
박정기가 또 돈을 내밀자 김대건이 거부했다.
“아직 한 푼도 못쓰고 그대로 있습니다. 돈 쓸 일이 없어서요.”
“그래? 필요하면 언제든지 기장님을 찾아가서 달라고 해.”
“알겠습니다.”
두 사람과 인사가 끝나자 에바가 쭈뼛거리며 나섰다.
“대장님! 당분간 저도 여기에 있고 싶어요. 안될...”
“그래! 잘 생각했어, 여기에 계속 살아도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말도 안 끝났는데, 마치 털어내듯 말하는 박정기에게 섭섭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감정이 있어 투정을 부렸다.
“히잉~ 대장님은 제가 싫으세요?”
“내가 왜 에바를 싫어해? 좋아 좋은데, 여기서 구경도 하고 경험도 쌓으라는 뜻이야.”
“정말요? 히히 좋아라!”
벨기에 총포 제작자 마리에트(Mariette)는 페퍼박스를 발명했습니다.
[출처] https://www.quora.com/profile/L-Thomas-R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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