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 특공대
68화, 특공대 1, 북쪽으로 떠나간 특공대
“병장! 독수리 발톱! 진급을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아니~ 그렇게 하지 말고, 목숨 받쳐 충성을 맹세합니다. 이렇게 해야지.”
“네, 그럼 다시 하겠습니다.”
윌슨은 독수리 발톱의 가슴에서 병장 배지를 떼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새로 만든 군복은 면포를 염색해서 검게 물들이고 바지에는 여러 개의 건빵 호주머니가 달려있다.
상의는 약간 헐렁한 군복 형태이며, 가슴과 하단 그리고 어깨에도 주머니가 달려있다.
많은 주머니에 집착한 것은 야전에서 며칠씩 숙영을 해야 하고, 말을 타고 다니면서 필요한 것들을 바로 꺼내서 쓸 수 있게 박정기가 의도했기 때문이다.
처음 입어보는 군복이 어색했지만 모양이 나쁘지 않아서 다들 좋아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햇빛을 가려줄 중절모가 없다는 것이다.
서부 개척의 상징과 같은 카우보이 모자를 쓰면 그림이 나올 것 같았다.
병장, 독수리 발톱과 50명의 상병 가슴에는 반짝이는 계급장이 달렸다.
이들은 윌슨이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동고동락 해오며 영화도 보고 훈련도 함께했다.
윌슨을 ‘검은 유령’이라고 영웅처럼 대해주었었다.
윌슨은 잘 따르는 자에게 영화 앞자리를 내어주었다.
어린애 같은 행동이지만 이게 군대에서 은근히 잘 통한다.
군대의 업무는 모든 병사가 동일하기 때문에 행동이 단순해지고 자신을 어필할 기회가 제한된다.
그래서 노래를 잘하거나 근육을 키우거나 연애를 하면 인기가 급상승 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소소한 것들로 동료들과 차별화하고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다.
어린애 감성을 지니고 있는 윌슨은 이런 환경에 제격이어서 구성원들의 감성을 교묘하게 자극한다.
유치하지만 먹는 것, 순서 정하는 것, 자리를 정하는 것, 말을 하는 순서 이런 사소한 일들로 은근히 사람을 차별한다.
그 문화에 젖어 들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는 게 조직 문화의 특징이다.
계급장 수여식을 모두 마친 윌슨은 일장 연설을 했다.
“람보 특공대는 무적의 특수부대다. 알겠나?”
“넵! 알겠습니다.”
“어~ 앞으로 나를 캡틴이라고 불러라!”
“넵! 알겠습니다.”
“이거 보이지? 이게 대위 계급장야. 내가 여기서 제일 높은 사람이다.”
“와~~”
“헤헤헤 내가 너희들을 잘 보살펴 줄 테니까. 말을 잘 들어라!”
“넵! 알겠습니다.”
“출발할까?”
“넵! 부대 출발하라!”
깨알 같은 자기 자랑 몇 마디를 늘어놓고, 독수리 발톱에게 다음 진행을 맡겼다.
그렇게 똥 싸고 안 닦은 것처럼 연설을 마친 윌슨의 특공대는 북쪽을 향해 출발했다.
백인이 북미 대륙에 정착 한지 200년이 흘렀지만 서부를 개척하지 못하는 것은 지형적 영향이 클 것이다.
중서부 지역은 사막 기후라 모험가가 아니라면 감히 엄두도 내기 힘들다.
두 번째가 생명의 위협이다. 중간에 만나는 원주민과 조우하게 되면 목숨을 장담하기 어렵다.
오랜 세월 프랑스인들과 모피 거래를 하며 중북부 평원에 살던 수족이 사냥감을 찾아 서부로 이동하면서 백인들의 서부 진출도 가능해진 것이다.
이들은 프랑스인들과 우호적인 거래 관계를 통해 일찍이 말과 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1803년 나폴레옹 전쟁으로 자금이 급한 프랑스가 자신들의 나라보다 더 큰 땅을 팔아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북미 대륙의 3분의 1크기, 중북부의 광활한 프랑스 식민지인 루이지에나 지역을 즉흥적으로 단돈 1,500만 달러에 미합중국에게 매각해 버렸다.
한국 땅의 21배, 프랑스 땅의 4배, 자신들의 영토보다 더 큰 땅을 갑자기 얻게 된 미합중국.
역사상 가장 현명한 거래이며, 즉흥적으로 진행된 최대의 영토 거래로 불리게 된다.
그래서 새로 얻게 된 영토로 주민을 이주 시키면서, 슬슬 서부로 넘어오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서부로 가는 길 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 루트가 북부의 오리건 트레일이다.
세인트루이스를 출발해 강을 따라 서쪽으로 진행하며 요새를 세워나갔다.
그 지역들은 수족의 영역이었고, 영리에 따라 다툼과 화해가 반복되었다.
그렇게 처음 태평양 연안에 도착해 정착한 곳이 오리건 주의 포틀랜드 주변이다.
넓은 평야와 강이 있어 살기 좋은 곳이다.
중국과 모피를 중계하며 큰 부를 쌓은 존 제이콥 아스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치누크 족의 터전이며 모피 거래를 통해 서로 의존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윌슨의 특공대는 북쪽으로 이동하며 만나는 마을마다 칼과 도끼를 선물하고 친분을 다졌다.
“도끼, 이런 거 봤어요? 잘 봐요.”
“......”
윌슨이 도끼로 옆에 서있는 나무를 찍었다.
다리통 만큼 굵은 나무가 한방에 찍혀서 옆으로 쓰러졌다.
“헤헤헤 봤지요? 이게 도끼예요.”
“헉! 네네,”
“그리고 이건 칼인데요.”
“네.”
윌슨은 칼로 나무를 쓱쓱 베었다.
단단한 나무가 두부처럼 썰려 나갔다.
“이렇게 쓰는 거예요. 봤지요? 이거 줄 테니까 금 있으면 바꿔요.”
“네 알겠습니다. 조금밖에 없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아요. 동맹을 맺는 거니까. 서로 계산은 확실히 하는 게 좋아요.”
말인지 방귄지 나오는 대로 떠드는 윌슨이다.
‘저렇게 귀한 걸 주는데 얼마만큼 줘야 되는 거지?’
추장은 잠시 고민했지만 도끼의 위력과 칼이 쓸모가 많다는 것을 깨닫고, 그 무게와 비슷한 양의 금덩이를 두 개나 주었다.
사실 무게는 비슷했지만 금은 별 쓸모가 없지만, 도끼와 칼은 자신의 권위를 높여줄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다.
수천 년 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금 덩어리가 윌슨의 손에 넘어갔다.
도끼와 칼을 선물한 윌슨은 후추와 소금으로 추장의 입을 즐겁게 해주었다.
“헤헤헤 이게 소금과 후추라는 겁니다. 고기를 찍어서 먹어보십시오.”
“오~ 이렇게 맛이 달라지다니요? 놀랍습니다.”
“헤헤헤 맛있죠? 앞으로 우리 편이 되면 더 많이 줄게요.”
“네 알겠습니다.”
추장은 떨면서 고기를 받아먹었다.
‘자기들 편이 아니면 쳐들어오겠다는 뜻이겠지?’
작은 부족 마을에 위협적이 50기의 기병대가 들이닥쳐서 한다는 말이 우리 편이 되란다.
그렇게 하루에 몇 군데씩 돌아다니며 동맹을 맺어나가는 특공대.
북미의 서북부 지역은 외부와 차단된 채 수만 년을 이어왔기 때문에 신석기시대를 살고 있는 부족들이다.
이들 앞에 나타난 람보 특공대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병과 같은 모습이었다.
커다란 동물을 타고 먼지를 날리며 질주하는 특공대의 위용은 그들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독수리 발톱! 우리 편을 몇 군데 만들었지?”
“24군데 만들었습니다.”
“헤헤헤 대장님이 알면 놀라겠는데.”
“네, 대단하십니다.”
“헤헤헤 더 많이 만들자.”
이게 동맹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굴복 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윌슨이 떠나간 부족의 추장들은 심각했다.
저런 자들과 싸우게 되면 순식간에 멸망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 것이다.
무서울 게 없었던 부족들에게 두려움이란 각인을 깊게 새기고 떠나간 람보 특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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