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화 - 기술자들
89화, 리볼버 소총을 만들다.
비행기가 피라미드 호수로 향하는 동안 많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한 박정기다.
기병 1기면, 보병 10명과 맞먹는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1만의 기병이면 보병 10만과 맞먹는다는 얘기인데, 아마도 평지에서는 마주한다면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장수의 능력과 무기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만한 전력이 아님은 확실하다.
비행기로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은 대포와 물탱크를 이용한 투하 밖에 없다.
대포로 공격할 때 적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면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잘해야 지휘부를 공격하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휘부를 괴멸 시킨다면 전쟁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도 있고, 오히려 더 흩어지게 만들어 공격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
또 하나 방법은 물탱크에 자갈을 잔뜩 싣고 높은 곳에서 뿌린다면 치명적인 공격을 할 수 있다.
강속구로 던지는 야구공에 맞아도 두개골이 함몰되는 데, 그보다 몇 배 빠른 돌맹이에 맞는다면 최소한이 사망 아니면 중상일 것이다.
문제는 흩어지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한 곳으로 몰아넣느냐 그것이 문제다.
그것도 말은 빼고, 병사들만 모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병사들만 좁은 곳으로 몰아넣을 방법을 찾아야 해.’
고민을 하는 사이 피라미드 호수에 도착했다.
주어진 시간은 5일 정도 늦어도 일주일 안에 조선으로 가야 한다.
비행기가 착륙해서 선착장에 접안하자, 주민들과 병사들이 나와 환영을 해주었다.
“금방 오셨네요.”
“그래, 조선에서 일이 생겨서 빨리 왔어.”
부시장인 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왔다.
“조선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요?”
“다른 나라에서 쳐들어 오고 있다.”
“큰일이네요.”
“어떻게 되겠지.”
박정기는 톰에게 여러 가지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함께 온 상인에게 상점으로 쓸 건물을 임대 해주고 상품들을 옮겨줄 것.
벨기에에서 온 가족과 직원들이 살 집을 내주고 지원해줄 것.
기술자 모두 숙소를 배정하고 식사나 편리를 제공할 것.
기계 장비와 재료를 연구소로 옳길 것.
“그리고 모든 기술자들을 시청 회의실로 불러줘.”
“휴~ 알겠습니다.”
박정기가 회의실에 도착해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사이 기술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늘의 안건은 새로운 사람들을 소개하고 개틀링 건의 진행 과정과 그리고 새롭게 만들 리볼버 소총, 다이너마이트에 관한 건이다.
미리 영상을 찾아 놨지만, 절대로 먼저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번처럼 영상을 보고 연구실로 뛰쳐나가 버리면 곤란하니까.
기술자들이 모두 모이자 박정기가 본인을 소개했다.
“인사 드리겠습니다. 리노의 시장 박정기입니다.”
짝짝짝짝.....
“오늘 이렇게 모두 모이게 된 것은 새롭게 모신 연구원들이 많아서 인사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것입니다. 모두 열린 마음으로 잘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한 사람이 큰소리로 대답하자 웃음 바다가 되었다.
하하하하하
“여기에 계신 분들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배우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 기술들은 우리나라를 세계 최강 대국으로 발전시킬 것입니다.”
“맞습니다!”
“네 정말입니다.”
기존의 기술자들이 큰소리로 동조했다.
“매일 아침은 첨단 기술과 과학 상식에 대한 영상을 시청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은 연구 발표회를 개최해서 상호 지식을 교환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만들겠습니다.”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새로온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있는데 기존의 기술자들은 감사하다고 한다.
기술을 교환하고 토론한다는 데 그것이 감사할 일인가? 싶고, 영상을 시청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지 통 이해가 안 갔다.
“지금 다른 곳에 파견 나가있는 기술자들도 모두 다시 불러올 계획입니다. 그래서 이곳 리노를 세계 최고 과학의 성지로 만들겠습니다.”
“......”
과학이란 말이 생소한지 반응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연구 성과를 낸 팀에게는 포상을 주겠습니다. 금전적인 보상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하루 동안 경치가 좋은 곳으로 관광을 시켜드리겠습니다.”
“와~최고다.”
“빨리 만들러 가자!”
“정말입니까?”
엉덩이가 들썩이는 사람들이 있어서 재빨리 다음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영상을 시청하시겠습니다.”
“아이고, 어떡하지?”
“뭘? 어떻게 영상을 봐야지.”
박정기는 미리 준비해둔 프로젝트를 켜고 노트북으로 리볼버 권총에 대한 3D 영상을 틀어줬다.
“이 권총을 참고해서 소총 크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5일 안에 만드는 팀에게 포상 관광을 시켜드리겠습니다.”
“와! 대단하다. 저런 게 있다니.”
“어! 우리가 만들던 것과 비슷한데요?”
“우리 것은 총신이 긴데 저것은 약실만 돌아가게 만들었군.”
“우리는 금방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총열 부분만 이어 붙이면 되니까 금방이지.”
벨기에에서 온 마리에트와 기술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들이 만든 페퍼박스 총을 조금만 개조하면 바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5일 내로 이 총이 50자루 필요합니다.”
“너무 촉박합니다.”
“여러 명이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잠시 소란스럽더니 새로 온 벨기에 기술자가 외쳤다.
“저희는 만들 수 있습니다.”
“정말입니까?”
“네, 시제품은 내일까지 만들 수 있고, 성능에 만족하면 5일 내로 50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벨기에의 마리에트 팀은 이미 여러 개의 페퍼박스 총이 있었고, 총열을 깎는 장비와 총기 제작에 필요한 기계를 완벽하게 구비하고 있어서 자신 있게 답한 것이다.
장내가 조용해졌다.
“저희도 자신 있습니다.”
“맞습니다.”
개틀링 건을 만들고 있던 팀도 도전장을 던졌다.
개틀링 건과 부속품들은 유사한 점이 많았다.
다만 탄피를 적용하면 장전이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네 좋습니다. 그럼 마리에트씨를 팀장으로 새로 온 기술자들 팀과 스티븐씨를 팀장으로 하는 기존 기술자 팀으로 나누어서 선의의 경쟁을 겨뤄보겠습니다. 단, 서로 도울 건 돕고 장비를 독점하지 말고 신사적으로 경쟁해야 합니다.”
스티븐이 나서서 말했다.
“그건 염려 마십시오. 기술로 이기는 것이지, 치사한 짓을 해서 이기고 싶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저희도 동감합니다.”
“영상은 언제든지 다시 보여드릴 테니 저를 찾아오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보여주십시오.”
“네 보여드리지요.”
다시 영상을 틀어서 보여주었고, 중요 부품은 캡쳐를 받아서 사진으로 출력해주었다.
모두 물러가고 박정기는 연금술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오셔서 정신이 없으시겠지만, 저도 급한 일이 있어서 부탁 드릴 것이 있습니다. 우선 니트로글리세린이란 물질이 있습니다. 지금 흔히 사용되는 흑색 화약보다 훨씬 강력한 폭발물이며, 규조토에 흡착 시키면 안정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연금술을 하는 한 학자가 물어왔다.
“오! 글리세린이라면 비누를 만들 때 나오는 액체가 맞습니까?”
“맞습니다. 진한황산과 진한질산의 1:1 혼합액에 글리세린을 반응 시키면 니트로글리세린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다만, 주의하실 것은 매우 뜨겁게 반응하기 때문에 실험하실 때 물로 중탕을 시켜서 식혀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무엇을 생각하는지 조용했다.
“그리고 니트로글리세린은 약한 충격에도 폭발합니다. 한마디로 심하게 흔들리거나 바닥에 떨어트리면 폭발하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주 위험하겠군요.”
“네! 그래서 규조토에 흡착 시켜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맥이 풀린 말투로 질문을 했다.
“모두 알려주시면 저희는 뭘 하라는 것입니까?”
“제가 알려드린 것은 대략적인 지식입니다. 하시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그때는 여러분이 가진 실력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음, 알겠습니다.”
박정기는 시큰둥해 하는 연금술사들에게 의욕을 불러일으킬 만한 당근을 던져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방법으로 질산 황산 혼합물에 목화 솜을 넣으면 면화약이 만들어집니다. 이것도 폭발력이 매우 우수하나, 이물질이 있거나 세척을 소홀히 하면 폭발할 수 있습니다. 면화약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주는 약품을 만드는 분에게는 연구소를 하나 지어드리고, 연구비를 넉넉하게 지원해드리겠습니다.”
한 사람이 손을 들고 말했다.
“그것은 만드는 방법이 없습니까?”
“네 없습니다. 약 3가지 물질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 이상은 모릅니다.”
“오호! 이제야 연구할 맛이 나는군.”
사람들 반응이 조금 나아졌다.
“비행기에 진한 황산과 진한 질산 그리고 글리세린이 많이 싣고 왔습니다. 이번 건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해 보시고 니트로글리세린과 면화약이 완성되면 각자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드리겠습니다.”
규조토에 니트로글리세린을 흡착 시켜서 포탄에 넣으면 폭발력이 대폭 상승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같은 크기에 살상력은 더 높은 포탄이 만들어진다.
사실, 비행기에 실려 있는 50mm포탄의 성능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흑색 화약으로 포탄을 만든다는 것이 어불성설이긴 하다.
흑색화약의 폭속이 초당 300m 전후로 매우 느린 편이다.
반면 면화약이나 다이너마이트의 폭속은 초당 5~6,000m로 20배 빠르다.
그러니 포탄의 파편이 더 잘게 쪼개지고 확산 속도도 빠른 것이다.
“얼마 후에 석유를 연구하는 사람이 올 겁니다. 그분과 연구하시면 수백 수천 가지 물질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물질 중에 톨루엔이란 것이 있는데 그것 또한 질산과 황산에 반응 시키면 TNT라는 아주 안전하고 강력한 폭발물이 만들어집니다.”
“왜? 폭발물만 연구해야 하는 거죠?”
한 사람이 불만을 토로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시급한 것이 포탄이라 그런 것입니다. 석유를 연구하면 제가 입고 있는 이 옷의 섬유도 만들 수 있고, 이런 플라스틱도 만들 수 있습니다.”
박정기가 백팩에서 플라스틱 물병을 꺼내 보여줬다.
그제야 다들 몰려들어 물병을 관찰했다.
“오호 신기합니다.”
“유리처럼 투명한데 깨지지가 않습니다.”
“누르면 다시 튀어나옵니다.”
“이 뚜껑을 보십시오.”
‘물병이 그렇게 신기한 거였어? 이 사람들 머릿속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네.’
박정기는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연금술사들에게 다이너마이트와 면화약에 대한 과제를 던져주고 박정기는 연병장으로 향했다.
“어? 윌슨!”
“네, 안녕하세요?”
“그래, 와이프가 아프다며?”
“지금은 다 나았습니다. 헤헤”
“그럼 결혼해야지?”
“헤헤, 해야지요.”
입이 벙글벙글 주체할 수 없이 웃고 있는 윌슨이다.
“결혼 선물로 예쁜 집을 지어주어야겠다.”
“고맙습니다.”
“뭘~ 그만한 것 가지고.”
“아니요. 와이프를 소개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응? 장 상궁이 그렇게 말했어?”
“다 알아요. 헤헤.”
“아무튼 축하한다.”
박정기는 신혼 생활을 하고 있는 윌슨에게 출정을 해야 한다고 말 하자니 찜찜했다.
“윌슨! 네 와이프 나라에 적군이 쳐들어온대.”
“감히 어떤 놈들이 쳐들어와요?”
“차이나라고 알지?”
“중국 놈들이요?”
중국에 안 좋은 기억이 있는지 급 흥분하는 윌슨이다.
“그래, 그놈들이 쳐들어온대, 그래서 며칠 후에 특공대가 출동해야겠다.”
“중국 놈들은 전부 쳐 부셔야해요.”
“맞아, 그래서 갈 거지?”
“와이프 한테 물어보고요.”
맥이 확 풀리는 박정기다.
예전에는 자신의 말을 잘 따르더니 이제는 와이프 말을 우선한다.
‘결국 장 상궁을 컨트롤해야 하나?’
아니면 윌슨을 배제하고 독수리 발톱을 키워야 하나 고민이 많아지는 박정기다.
“윌슨 너는 이번에 집에 있어, 특공대만 데려갈 테니까.”
“어! 그러면 안 되는데?”
“뭐가 안 된다는 거야?”
“특공대는 제 부하들인데요.”
눈알을 뒤룩뒤룩 굴리는 윌슨이다.
“군대는 명령인데, 너는 여자가 더 중요하잖아. 그러니까 집에서 와이프랑 있어.”
“아니 갈게요. 저는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 군인입니다.”
“진짜야?”
“넵! 정말입니다.”
“그럼 명령한다. 특공대에게 조선으로의 파병을 명한다.”
“충성! 특공대는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어설프게 특공대의 파병이 결정되었다.
“새로 리볼버 소총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조선에 혈통 좋은 말들로 100마리가 준비될 것이야. 조선에 가게 되면 중국 놈들을 유인하는 역할을 맡길 거니까, 말 타고 치고 빠지는 훈련을 하고 있어라.”
“넵! 알겠습니다! 그런데~ 와이프에게 뭐라고 해야 돼요?”
“나한테 보내, 내가 설득해줄 테니까.”
“아! 그럼 되겠구나.”
윌슨과의 문제는 해결이 됐고, 남은 문제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벨기에의 앙리 피퍼가 설계한 리볼버 소총.
[출처] 나무위키, 피퍼 M1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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