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화 - 발전의 토대
56화, 빠른 배를 만들어야 해
산타페를 공략할 방책을 대략 결정한 박정기가 윌슨을 바라보았다.
“왜요?”
“지금 추가로 뽑을 수 있는 인원이 얼마나 되지?”
“500명도 넘어요.”
“그중에서 200명만 골라서 말타기 훈련을 시켜봐.”
“그럼 지금 기병대가 타고 있는 말로 훈련을 시키라고요?”
“그래.”
“모두 싫어할 거예요.”
“그럼 기병대에게 2명씩 붙여주고, 부하로 삼으라고 해.”
“아! 그럼 좋아하겠네요.”
처음 50명이 100명을 훈련 시켰다. 그리고 지금 100명이 200명을 훈련 시키는 것이다.
피라미드 식으로 상하 관계가 적립되는 순간이다.
“총은 100정을 더 줄 테니까. 네가 직접 사격 훈련도 시키고.”
“총이 모자라는 데요.”
“더 사다 줄 테니까. 한정을 둘이 쓰라고 해.”
“알겠어요.”
박정기는 계급장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병 200명은 이병, 지난 기수 100명은 일병, 처음 50명은 상병, 독수리 발톱은 병장이 적당하겠다고 생각했다.
“계급장도 만들어야겠지?”
“네 좋아요. 저는 대위 할래요.”
“높은 것도 있는데, 왜 하필 대위야?”
“캡틴! 멋있잖아요.”
‘이런 애를 지휘관으로 써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일단 부딪혀보고 판단하지 뭐.’
박정기는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괜히 더 높은 자리에 앉아서 사고 치면, 대형 사고가 된다.
“그럼 대위는 윌슨이 맡고, 카를로스 중위는 그대로 중위를 맡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헤헤 좋아요.”
‘권한을 나눠줘야지 싸움이 안 나겠지.’
“처음 들어온 50명은 특수부대로 편성해서 윌슨이 맡아.”
“특수부대가 뭐 하는 거예요?”
“너 그린베레를 몰라? 람보!”
“람보가 그린베레예요? 저 그거 할래요.”
윌슨이 정신연령은 어려도 순진하고 착해서 다행이었다.
성격이 포악했으면 벌써 여러 명 죽어나갔을 것이다.
“한 달 후에 훈련이 모두 끝나면 부대를 둘로 나눌 거야. 특수부대는 윌슨이 맡고, 카를로스 중위는 일반 병사들을 맡아주세요.”
“지금 나누면 안돼요?”
“지금은 훈련을 시켜야 되니까 안 돼. 훈련 끝나고 나누자.”
“그럼 저는 훈련 시키러 갈게요.”
“그래 나가봐.”
윌슨이 나가자 카를로스가 질문을 했다.
“그럼 여기 관리는 누가 맡는 거죠?”
“여기 톰이 있잖아요.”
“아! 그렇군요. 일 처리를 꼼꼼하게 잘하더군요.”
한쪽에서 조용히 메모를 하고 있던 톰이 화들짝 놀랬다.
“제가 여기를 전부 관리하라고요?”
“응, 뭐가 문제 있어?”
“그래도 갑자기 그러시면....”
“암스테르담에서는 몇 백 명도 관리했잖아.”
“그거야 시키니까, 한 거죠.”
“그래! 지금 내가 시키고 있잖아. 그러니까 똑바로 잘해봐.”
“예? 네~ 알겠습니다.”
톰은 기가 죽은 것처럼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영화 보여주는 권한을 줄 테니까. 잘 활용해봐.”
“정말입니까?”
“그래! 그 정도 권한은 있어야 되겠지?”
“흐흐흐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얘 웃음소리가 원래 이랬나? 아유 징그러워.’
“톰! 내일 배 만들러 가야 하니까. 노예 중에 50명만 뽑아줘.”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나요?”
“그래, 바닷가에 조선소를 만들 거야.”
“그럼 목공 기술이 있는 사람으로 보내야겠네요.”
“그렇지. 그리고 식사를 담당할 사람도 보내야겠네.”
“네, 그럼 요리와 뒷일 할 사람 포함해서 준비하겠습니다.”
“오케이 좋아.”
박정기는 카를로스 중위를 보고 말했다.
“조선소 경비를 맡을 인원 10명만 뽑아주십시오.”
“제 부하를 보내라는 말씀입니까?”
“부하가 아니라도 상관없습니다. 보수는 넉넉하게 드리겠습니다.”
“그럼 민병대와 부하들을 섞어서 보내겠습니다.”
“그래주면 고맙겠습니다.”
박정기는 큰 안건들을 끝냈으니 비행기에 가서 물품을 정리해야 했다.
“비행기로 가서 조선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정리합시다.”
“네 가시죠.”
“네!”
박정기 일행은 비행기로 갔다. 이미 남자 승무원들이 하역을 해서 물건들을 밖으로 꺼내놓았다.
농기구며 면포 각종 씨앗 등 온갖 물품들이 가득했다.
“안정호 팀장 오랜만이요?”
“네? 아까 인사를 드렸는데...”
“미안합니다. 정신이 없어서 못 봤습니다.”
“아유 괜찮습니다. 오랜만에 노변근이를 만나서 회포를 풀고 있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모두 군기시 출신들이죠?”
“커흠~ 큼.”
“헙! 어찌 그걸?”
신분이 들통 나자, 주변에 있던 조선인들이 난리를 쳤다.
‘히히히 재미있네, 좀 더 모르는 척할걸 그랬나?’
“내일 모두 배 만들러 갈 겁니다. 여기는 한 사람만 남아서 농사일 감독하시고요.”
“저희도 갑니까?”
“네, 문제 있습니까?”
“그게, 거기서 영화 볼 수 있습니까?”
‘이 인간들이 죄다... 영화에 미쳤나?’
노변근 팀장과 일행은 영화를 보지 못해, 뭔 말을 하는지 몰라 다행이었다.
“그럼요, 볼 수 있습니다.”
“아! 그럼 다행입니다. 사람을 준비해 놓겠습니다.”
‘흐흐흐 일 년에 한번은 보여줘야지~ 아니다, 배 한척 만들 때 마다 보여줘야지.’
박정기는 음흉한 마음을 품고 짐 정리를 맡겼다.
“여기에 남길 것과 조선소로 가져갈 것 들을 분리하세요, 톰은 원주민들에게 팔 물건들을 챙기고.”
“네 알겠습니다.”
바쁜 하루가 마무리 되고 저녁이 되었다. 각자 저녁 식사를 마치고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광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 맨 뒤는 소리는커녕 영상이 보일지 의문이 들었다.
“이래서 관람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그러니까, 앞에 앉은 사람이 인기가 있는 겁니다. 영화가 끝나면 앞에 앉았던 사람에게 몰려들어 내용을 설명해 달라고 하거든요.”
소리가 안 들리니까. 앞에 앉은 사람에게 내용을 다시 듣는다.
“아~ 한마디로 재담꾼이 되는 거군요.”
“네 맞습니다.”
“재미있네. 아예 극단을 만들라고 하지 그래요?”
“오! 그거 좋은 생각이십니다.”
박정기는 영화가 시작되자 관사로 갔다.
“불편한 것 없습니까?”
“이만하면 되지요. 감사합니다.”
이 상궁보다 아래지만 여기서 가장 지위가 높은 장 상궁이 대답했다.
“소일 거리라도 찾으셔야 할 텐 데요.”
“아까 면포를 찾아왔습니다. 옷을 만들어 팔아볼까 합니다.”
“오 좋은 생각입니다. 이곳 원주민들이 좋아 할 겁니다.”
“네 개똥이가 미리 언질을 해줘서 준비했습니다.”
“개똥이가 누구... 아~ 장금이요?”
“네! 이름을 바꿨다고 하는데,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만.”
"크크 크음~"
박정기는 오랜만에 개똥이라는 이름을 듣고, 웃음이 나와서 참느라 혼났다.
그러고 보면 처음에 대왕대비가 뽑아서 보낸, 5명이 진짜 예쁜 것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궁녀들도 빠지지 않는 얼굴이지만, 장금이나 승무원들에 비하면 평범한 수준이다.
박정기는 시청 집무실로 들어와서 노트북을 켜고 영화 타이타닉을 플레이 시켰다.
영상을 빠르게 돌리면서 화면 캡쳐를 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배가 두 동강이나 꼬리 부분이 위로 들리는 장면에서 스크류 부분을 확대해서 여러 장 캡쳐했다.
'이 사진만 보고 스크류를 만들 수 있을까?'
다시 영화 진주만을 보면서 배들이 기동하는 장면을 캡쳐했다.
동력선을 만들 때 중요한 것이 구동 방식과 연료다.
구동 방식은 스크류가 정답이다. 현대의 모든 선박이 스크류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게 그 증거다.
다음이 연료다. 석탄은 부피도 크고 다루기도 힘들다. 마찬가지로 현대의 선박이 석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을 만들려면 시간과 기술이 필요한데 아직은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
석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증기기관이 가장 현실적이 대안이다.
증기기관에 석유를 태우면 되니까 크게 연구 할 것도 없다.
석유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져오면 된다.
실제 역사를 살펴보면,
1807년 로버트 풀턴은 물갈퀴 수차가 붙은 클러몬트호(길이 43m, 150t)를 만들어 시험에 성공했다.
그 이후 빠른 발전을 거듭하며 1820년이 되면서 미국 동부의 거의 모든 하천에서 증기선이 운항되었고,
3년 후인 1838년에는 증기선으로 대서양을 횡단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이라면 배 양옆에 큰 물레방아를 달고 다녔다는 것이다.
스크류 방식에 비하면 추진력이 많이 떨어졌다.
'이만하면 배 만들 자료는 된 것 같고, 다음은 군복을 만들어야지.'
군 시절에 입었던 전투복과 건빵 바지 입은 사진을 찾아서 프린트로 출력했다.
“이렇게 사진으로 주면 만들 수 있겠지?”
“뭔가요?”
“아이, 깜짝이야. 언제 들어왔어?”
“왜 그렇게 놀라세요?”
장금이가 아양을 떨어 대며 다가왔다.
“저리가! 떨어지라고.”
“히잉~ 제가 싫으세요?”
“누가 싫대, 그냥 너무 가깝다는 거지.”
“에바는 맨 날 안아 주면서.....”
“걔들은 풍습이 그렇다고~ 말했잖아.”
“저도 안아주세요. 넹~”
“아이고 팔자야~”
장금이 깡충 뛰어 박정기 품에 폭 안겨 들었다.
“근데요. 우리는 어디서 자요?”
“비행기에서 자야지.”
“히잉~ 비행기에서 자는 거 너무 힘들어요.”
“뭐가 힘들어 화장실도 있고 편하잖아.”
장금이 입을 뽀죽 내밀고 조곤조곤 하소연을 해댔다.
“목욕도 못하고, 편한 옷도 못 입고, 설 잠만 잔단 말이에요.”
“음~ 그런 건 있지.”
“우리도 집 지어 주세요.”
“어디다?”
“호숫가에 예쁜 집을 지으면 좋겠어요.”
“호숫가에?”
“네, 비행기가 바로 보이는 곳이요.”
박정기가 호숫가의 집을 짓는 상상을 해보니 아주 좋은 그림이 나왔다.
선착장 옆에 3층 짜리 집을 지어 놓고, 비행기로 직접 갈 수 있도록 전용 부두도 만들면 좋을 것 같았다.
담장을 높게 세워서 사생활 보호도 하고.....
-커억!
“주무세요?”
“어! 나 잤어?”
“잠든 것 같기도 하고...”
"피곤해서 깜빡 졸았는가 보다, 나는 자러 가야겠다.”
“저는요?”
“이거 장 상궁님께 갖다 주고, 50벌만 만들어 달라고 해.”
“히잉, 더 있어주면 안돼요?”
“응! 안 돼.”
박정기가 모질게 말하자 장금이 입을 삐쭉거리며 물러났다.
혈기 왕성한 총각이 열 여자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교통 정리 잘못했다가는 평생 개 고생할게 훤히 보였다.
'여인천하를 괜히 봤어, 그냥 확 저지르고 마는 건데, 아니지! 그랬다가 후손들이 피를 보게 될 텐데 함부로 놀리면 안되지? 에이 씨! 모르겠다. 갑자기 에바가 보고 싶지!'
박정기는 머리를 흔들어 현실을 부정했다.
***
다음날 새벽부터 선착장은 분주했다.
“천천히 들어가세요.”
“뒤쪽부터 앉아주세요.”
“신발은 잘 털고 타야 합니다.”
남녀 승무원들이 탑승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안내하느라 바빴다.
“장금아 대충 태우라고 해. 어떻게 가는 시간보다 탑승 시간이 더 오래 걸리겠다.”
“안돼요! 인원 체크는 확실히 해야 해요.”
이제 외래어도 자연스럽게 쓰는 승무원들이다.
‘배를 만들어야 하니까, 타이타닉을 보여주면 도움이 될려나?’
박정기는 노트북을 꺼내 기내 랜 케이블에 연결하고 파일을 방송 장비로 옮겼다.
리모콘을 가지고 나가 천정에 붙어있는 모니터를 켰다. 외부입력을 조종하자 영화가 시작하고 있었다. 볼륨을 키워줬다.
‘러시아는 이런 디테일에서 약해, 그래도 LG TV 달아 놨네.’
보잉이나 에어버스는 모든 방송 시스템이 중앙에서 통제 되는데, 이 러시아 제 BE-200 기종은 이것저것 갖다가 붙여놔서 일일이 사람 손으로 조종해야 한다.
그래도 긴급구조와 소방 겸용으로 제작되어있어서, 과거로 돌아온 상황에서는 쓸모가 꽤 많았다.
러시아는 국토가 넓어서 재난 구조 활동도 비행기로 한다.
시베리아 외진 곳이나 북극의 툰드라 지역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빨리 날아가야 하니까, 이런 수륙양용 비행기가 필요한 것이다.
“영화를 틀어줄 테니 조용히 관람하세요.”
“어떤 영화입니까?”
“타이타닉이라고 배가 나오는 영화입니다. 잘 보세요. 배울게 많을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제일 앞자리에 앉아있는 시몬스씨와 기술자들은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비행기는 피라미드 호수를 달려 가볍게 이륙해서 서쪽으로 날았다. 300km 거리라 30분도 되지 않아 도착했다.
샌프란시스코 만을 낮게 날아 조선소 입지로 선정된 곳에 살며시 내려앉았다.
수심이 낮아서 조심해서 접근하고 적당한 거리에 비행기를 멈추었다.
공회전 하는 엔진을 식히고 시동을 껐다.
“장금아 문 열고 보트 내리라고 해,”
“......”
“뭐하는 거야?”
조종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디 갔어?”
조종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모든 사람들이 박정기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아니 박정기 위에 있는 TV를 쳐다보는 것이다.
“도착했어! 빨리 준비해.”
“에~이”
“조용히 해~”
“비켜 봐요.”
“저리 가요.”
“이제 내려야 한다니까. 뭐하고 있어?”
“대장님! 지금 중요한 순간이에요. 비켜주세요.”
“비켜요!”
“저리가!”
욱! 박정기는 속에서 성질이 났지만 차마 화를 내지 못했다.
지금 소리를 지르고 있는 80명이 박정기보다 더 화가 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이 씨, 무섭게 왜 그래? 이건 영화를 틀어줘도 지랄 들이네.’
문을 꽝 닫고, 박정기가 조종실로 들어가 버렸다.
“이게 언제 끝나는 거야?”
컴퓨터에서 재생 시간을 확인하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뭐? 194분, 3시간이면 180분이니까, 그럼 3시간 14분!”
“.......”
‘씨발, 끝나면 점심때 되겠네. 그때까지 뭐하냐?’
“아참 기장님한테 연락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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