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사생활 (5)
건흥의 결혼식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그의 성격대로 너무 거창하지 않게 진행된 결혼식에는 주요 인사들과 로이나의 가족들이 모여 치뤄졌다.
결혼식까지 마치고 백악관에서 황후로 생활하게 된 순간부터 로이나의 표정은 많이 좋아졌다. 아무래도 확실한 자신의 위치가 생긴 것 때문이었는데 그렇다고 그녀가 거만해지는 일은 없었다.
"해부학 실험은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아요"
"그럼 의학 공부는 그만둘까?"
"그러고 싶진 않지만... 아무래도 외과보다는 내과로 진학해야 할까 봐요"
둘이 결혼한 것도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그녀는 이제 백악관 생활이 꽤 익숙해 진것과 동시에 건흥을 대하는 데에도 여유가 생겼다.
오늘처럼 하루를 마감하는 밤, 침대 위에서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를 털어 놓는 로이나였다.
"내과는 해부 안 해도 되나?"
"학부생인 지금은 수업에서 하면 해야죠. 그래도 나중에 의사가 되었을 때는 수술할 일이 적으니 훨씬 나아요"
"그래도 해부학을 해야 몸 내부에 대해서 배우는 것 아냐?"
"맞아요. 오늘 배운 곳은...."
로이나의 손길이 건흥의 목덜미에서 가슴 아래로 내려왔다. 그녀의 손길이 지나갈 때 마다 건흥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 심장. 우심방, 좌심방.... 그리로 우심실, 좌심실..."
로이나는 건흥의 왼쪽 가슴의 부분 부분을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말했다. 그녀의 손길은 간지럽기도 했고 묘하게 사람을 흥분시켰다.
"내 심장 상태가 어때?"
"열심히 뛰고 있어요. 폐하의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서요"
"점점 더 빠르게 뛰는 것 같은데?"
"몸이 더 많은 혈액을 요구하고 있나 봐요"
"왜 더 많은 혈액이 필요하지?"
건흥은 그녀에게 물음을 던지며 자신의 하체를 쓰윽 쳐다봤다. 그곳에는 서서히 몸을 일으키고 있는 건흥의 또 다른 자아가 있었다.
"저 친구가... 혈액이 더 필요하다고 소리치고 있으니까요"
로이나가 미소 지으며 건흥의 아랫도리를 가리켰다.
"저 친구도 좀 봐줘, 상태가 어떤지"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건흥의 요청에 로이나는 일어서서 건흥의 위에 올라왔다. 그녀의 탄력있는 엉덩이가 건흥의 하체에 제대로 안착했고 그는 기분 좋은 압력에 나른한 숨결이 튀어나왔다.
"어디 보자... 혈액을 잔뜩 머금고... 있는데"
로이나는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으며 건흥을 기분 좋게 했다. 그녀의 손길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곳을 매만져 줬다.
'기분 좋아 지시고 있으신 거지?'
그녀는 열심히 건흥을 만지며 그의 표정을 살폈다. 건흥은 얼굴에 미소를 띄고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었는데 확실히 기분 좋아 하는 것 같았다.
손으로 만져주던 그녀는 건흥에 또 다른 자아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이 부분 부터는 비서실의 시녀들에게 배운 내용이었다.
그녀는 건흥을 좀 더 기분 좋게 해주고 싶어 시녀들에게 많을 것을 배우고 있었는데 덕분에 건흥은 날로 능숙해지는 그녀의 기술에 행복해하고 있었다.
"혈액이 과도하게 몰려 딱딱해 졌어요"
"어허... 그럼 이제 어쩌지?"
"폐하께서 열심히 움직여 해결하셔야 해요"
"오호! 그렇다면 내가 열심히 해야지"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그녀의 말을 들으니 이미 흥분한 건흥의 상태가 끓어오르는 냄비처럼 터지기 직전까지 갔다.
이후 건흥은 그녀를 끌어안고 본격적인 거사를 치뤘다. 뜨거운 교감이 두 세차례 지나가고 축 늘어진 그녀에게 건흥은 시원한 물 한잔을 건넸다.
"힘들어? 마법 써줄까?"
"마법쓰고 절 회복 시킨 다음 또 하실려구요?"
"하하.. 오늘은 그만해야지."
"그래요 시간은 많아요 폐하. 우리 이제 대화 나눠요"
"그럴까?"
그녀는 간단하게 몸을 씻고 와서 고급 비단으로 만들어진 의상을 입었다. 황후가 된 이후 그녀는 원하는 모든 옷을 소유할 수 있었는데, 지금 입고 있는 비단옷도 서울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여성옷 고급 옷이었다.
"벌써 11시에요"
로이나는 침실에 걸린 시계를 보며 말했다.
"시간이 너무 빠르군"
"이제 잠잘 시간이에요 폐하. 제국의 백성들도 다들 잠들었을 거에요. 우리도 얼른 자요"
"11시면 한창인 시간인데 말이야. 아직 다들 멀었어."
건흥은 현대 지구의 시간 관념을 생각하며 11시에 잠들어 버리는 지금 시대의 사람들을 비난했다. 전구도 개발했고 커피도 공급하는데 이제 다들 12시까지 깨어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11시까지 취침 시간이 늦어진 것도 전구 때문이에요. 요즘은 옛날과 다르게 저녁 9시라도 불을 밝히고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어요"
"좋은 일이지"
"으으응. 아니에요 충분한 취침시간이 있어야 사람은 건강할 수 있다구요. 물론 폐하는 그런 것과 상관 없으시겠지만"
"안토니가 그렇게 가르쳤어?"
"생리학 기본서에 나와있는 내용이에요. 안토니 학장님까지 갈 것도 없지요."
"그 기본서 바뀌어야 겠는데?"
"아이.. 그러지 말고 얼른 자요"
로이나는 건흥의 눈을 손으로 감기며 말했다. 물론 그녀의 손길이 지나가고 나면 바로 눈을 뜨는 건흥이었다.
건흥을 재우고 자신도 자려는 로이나와 아직 자고 싶지 않은 건흥의 장난이 이어졌다.
"재밌는 구경 하고 싶지 않아?"
"이 밤에요? 내일 해요."
"아직 밤이 오지 않은 곳으로 가면 되지"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건흥은 로이나를 품에 꼭 껴안은 다음 게이트를 열었다. 그가 처음으로 이동한 곳은 조선이었다.
뉴욕과 한양의 시차는 14시간 정도 되었기에 뉴욕이 밤 11시면 한양은 오후 1시 였다.
건흥이 로이나를 데리고 이동한 곳은 한양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북한산이었다. 높게 뜬 태양이 한 낮임을 알려주고 이제는 제법 복구한 궁궐이 보였다.
"여...여긴?"
"네 어머니의 고향. 조선이라는 곳이다"
"아!... 이곳이..."
로이나는 어머니에게 종종 조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렇지만 그 내용이 별로 좋은 것은 아니었다.
외세에 침략 당해 백성들이 끌려가고, 식량이 부족해 배불리 먹지 못한다는 이야기들이었기에 어머니의 고향이지만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좀 더 제대로 구경해 보자꾸나"
".......!!"
건흥은 로이나와 자신에게 투명 마법을 걸었다. 서로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의 허리를 단단히 껴안고 있는 건흥의 굵은 팔은 잘 느껴졌었다.
투명화를 한 둘은 하늘을 날아 북한산에서 내려왔다. 이미 몇 번 건흥의 손에 이끌려 하늘을 날아봤던 로이나이기에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그에게 몸을 맡겼다.
"냄새가 너무 심하네요"
"여전하군"
한양의 대로로 착지한 그들은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살폈다. 로이나는 도시 곳곳에 있는 오물들이 내 뿜는 악취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가 평생을 살았던 서울은 기초적인 하수 시설이 완비 되어 있어서 길가에 오물이 있는 경우가 적었다. 그리고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한 법 적용이 엄격했기 때문에 더욱더 거리는 깔끔했다.
그에 비하여 한양은 하수 처리 시설이 전무하고 환경 보호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그저 내 집만 아니면 된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사람들의 모습을 봐라"
"다들 말라 있군요"
"수도인 한양이 이 정도면 지방은 더 심각할 것이다"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영양 상태는 매우 나빠 보였다.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시작된 소빙하기 때문에 조선은 기근에 시달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역사적으로 기록 되어있는 경신 대기근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니 그럴만 했다.
"몇 년전 부터 기후가 변하면서 이곳의 농작물 산출량이 급격하게 줄었을 것이다. 그 결과가 지금의 이 모습이지"
"그러면 우리나라도 위험해 질 수 있는 건가요?"
"우리의 식량 생산 거점은 연중 온화한 지역에 몰려 있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좀 어려운 이야기긴 하지만, 차가운 바다의 흐름인 한류가 조선땅 보다 훨씬 적게 들어오기에 우린 큰 걱정없다"
"그렇군요..."
"여기는 구경 할 만한 것이 없겠다. 다른 곳으로 가자"
이왕 구경 온 김에 저잣거리에서 음식이라도 먹으려 했던 건흥은 계획을 바꿔 로이나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우와!"
게이트가 새롭게 열린 곳은 이집트 카이로의 피라미드 꼭대기였다. 지금 카이로는 이슬람 세력인 오스만 제국이 지배하고 있었다.
피라미드는 이슬람 경전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유적인지라 거의 방치되어 있었고 수많은 도굴꾼이 포장된 외벽을 다 떼어가고 허름한 내부 돌무더기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래도 피라미드는 피라미드인지라 상당히 웅장했고, 그 꼭대기에 소환된 로이나는 높은 건축물과 눈앞에 펼쳐진 사막도시 카이로의 모습에 감탄했다.
"이곳이 어딘 줄 아느냐?"
"알아요! 책에서 봤어요. 피라미드 맞죠?"
"허허 그래 맞다"
"고대 이집트의 문화유산이라고 들었어요"
"그렇지. 그래서 이슬람 세력인 지금 지배층이 이 유적을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있다"
로이나와 건흥은 피라미드를 다 둘러본 뒤, 그 아래 스핑크스도 살펴봤다. 책에서만 봤던 건축물을 실제로 봐서 그런지 로이나는 굉장히 즐거워 보였다.
"피라미드가 생긴 건 언제인가요?"
"으음... 지금으로부터 6천년 정도 전이다"
"6천년이요?"
"제일 오래된 것이 그 정도 될 것이야."
"그 옛날에 이런 건축물을 어떻게 지었을까요? 정말 대단해요"
피라미드 구경을 마친 둘은 그곳에서 멀지 않은 카이로 도심까지 구경했다. 사람이 넘치고 활력이 있었지만, 악취 만큼은 한양 못지 않았다. 이곳도 온갖 쓰레기와 오물들이 도시의 내부를 장식하고 있었다.
"다음 도시로 가자"
카이로를 떠난 둘은 로이나의 아버지가 살던 베네치아로 향했다. 건흥이 한 덩이 크게 떼어간 바람에 초승달 모양이 된 베네치아는 건흥으로 인한 재난을 극복하고 새롭게 다양한 상점들이 건설되고 있었다.
"여기가... 아버지의 고향이군요"
"맞아. 물의 도시 베네치아다"
베네치아는 새벽이라 조용했고 사람들이 없었다. 아직 도시는 잠들어 있었는데 그 모습이 곳곳에 묶여있는 곤돌라들과 어울려 평화로워 보였다.
"시간대만 맞았으면 이곳에서 커피 한잔 하려 했는데 아쉽게 되었구나"
"우리 조금 있음 자야 하는데 커피 마시면 안되죠"
"하하 그깟 카페인이야 내가 다 처리하면 그만이다."
"다음에 또 와요! 사람들이 깨어 있을 시간에요"
"좋다."
커피를 마시면 좋겠지만, 시간대가 맞지 않았다. 건흥은 누구라도 강제로 깨워서 상점 문을 열까 생각했지만, 로이나가 그 생각을 읽었는지 다음에 또 오자고 말하며 건흥의 주의를 돌렸다.
"마지막 도시는 감시 차원에서..."
둘이 마지막으로 이동한 도시는 세비야였다. 세비야에 도착했을 때 아침이 밝아 오고 있었다. 백악관에서 출발 한지 3시간 정도 되었으니 지금 뉴욕은 새벽 2시, 세비야는 아침 7시 정도였다.
건흥이 게이트를 연 곳은 세비야의 안전가옥이었다. 알버든이 마련한 안전가옥에서 나온 둘은 세비야 대성당을 구경하고 바다를 보기 위해 항구쪽으로 이동했다.
-뿌우우우
둘이 항구에 도착했을 때 정박하고 있던 엄청난 숫자의 군함들이 출항을 알리는 뿔피리 소리를 울리며 돛을 펼치고 있었다.
"배가 엄청나게 많네요.. 저 배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모두 제국으로 올 배들이지"
"제국이면.... 유럽에 있다는 신성로마제국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니. 대서양 건너에 있는 내 나라 미연방제국"
"어....어? 그러면... 저 배들이...지금"
"맞아. 우리에게 쳐들어오는 거야"
굉장히 심각한 내용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건흥에게 로이나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그녀는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반년 넘게 그와 함께 있으면서 황제 건흥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제 정말 돌아가서 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저들이 배를 타고 쳐들어오고 있는데"
"이제 출발해서 우리땅에 오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걱정 하지 말고 여기 있는 카페에 가서 커피와 츄로스 먹고 가자. 츄로스 안먹어 봤지?"
"그럼 츄로스만 먹고 이제 자러 가는거에요? 약속?"
"하하하 그래 약속!"
세비야 항구를 출발한 대선단이 제국을 향해 이동하는 모습을 봤음에도 건흥은 태연하게 로이나와 츄로스집으로 향했다.
아침을 맞이하여 갓 구워진 츄로스는 바삭하고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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