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개척 (1)
건흥이 함양을 세우며 북미 중부까지 진출한 시점에, 북미 남부와 텍사스 그리고 바다 건너 쿠바까지 모두 스페인 식민지였다.
특히 이 시기 쿠바는 스페인의 설탕 생산 거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스페인은 쿠바에 사탕수수 농장을 건설하고 노예들을 동원해 플랜테이션 운영을 하고 있었다.
중미로 만족하지 못한 스페인은 더 많은 노예와 더 많은 설탕 생산을 위해 플로리다까지 진출했으며 세인트 오거스틴이라는 개척 도시를 건설했다.
세인트 오거스틴 개척 초기 스페인이 이 지역을 통제하기가 쉽지 만은 않았는데 바로 호전적인 인디언 부족인 세미놀족의 주요 거점이 플로리다 지역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페인은 쿠바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 시킬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좋았고 중미에 완벽한 거점을 마련해 둔 상태였기에 대서양을 건너 지원해야 되는 영국, 네덜란드와는 지원할 수 있는 규모가 달랐다.
스페인은 오거스튼의 안정과 세미놀족의 준동을 통제하기 위해 쿠바에서 병력을 파견하였다. 그래서 건흥이 도착했을 땐 세미놀족은 플로리다반도에서 쫓겨나고 이 일대는 온전히 스페인의 영토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규모가 제법 있구나'
세인트 오거스틴은 뉴암스테르담 보다 약간 컸다. 그리고 대규모 사탕수수 재배지가 넓게 펼쳐져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리고 항구에는 스페인의 갤리온 선박이 3척 정박해 있었는데 오거스틴에서 생산된 설탕을 선적하고 있는 중 이었다.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역사의 흐름을 알고 있는 나로선 지금 플로리다 아래의 쿠바나 멕시코, 카리브를 장악하고 있는 이시기 스페인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아래에 스페인 대규모 병력이 주둔해 있었기에 뉴암스테르담이나 버지니아처럼 비교적 자유롭게 오거스틴 주민들을 대한다면 끊임없는 반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제 조선인 출신이 아닌 자들은 모두 노예부터 시작하자'
오거스틴과 플로리다 일대를 쭉 탐색하면서 나는 결심을 굳혔다. 어차피 스페인 세력과의 일전은 불가피했고 내부의 우환을 키우며 적과 싸울 순 없었다. 모두 노예로 받아 각인을 찍게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추가로 신도시를 건설해야겠다'
플로리다 반도 북부에 위치하는 오거스틴 아래로 쓸만한 땅이 많이 있었다. 현재 미국의 마이애미 지역과 템파베이 지역이 대표적이었는데 건흥은 오거스틴을 정리한 다음 추후에 신도시를 세울 생각이었다.
"내려간다"
"예. 군주님"
오거스틴 개척지가 보이는 언덕 위에 로빈을 데리고 착지 했다.
"적당한 곳에 몸을 피하고 있어라. 금방 끝내겠다"
"예. 알겠습니다."
나는 몸을 날려 오거스틴 개척지로 순식간에 날아갔다.
'어차피 다 노예로 삼을 것이니 쓸데없는 쇼는 필요 없겠지'
지금까지 새로운 개척지를 병합 할 때는 위기에서 도와주기도 하고, 대화를 하며 번거로운 과정을 거쳤었지만 아예 노예로 이들을 품기로 한 만큼 그런 과정은 필요 없었다.
오거스틴 상공에 떠 있는 건흥의 눈빛이 회색으로 변하며 하늘을 향해 요사스런 빛을 내뿜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오거스틴 상공의 하늘에 회색 결계가 생기기 시작했다.
다크 일루전
군중들에게 환상을 보게 하여 정신을 통제하는 고위급 흑마법이었다.
"으어..어어어..."
다크 일루전의 효과로 오거스틴의 주민들은 이지를 상실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항구에 정박해있는 스페인 선박의 선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광장으로 모여라"
음침하기 짝이 없는 건흥의 음성이 결계안 모든 인간들에게 전달되었고 그들은 마치 좀비가 된 것처럼 개척촌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치이익
"끄아아아악!"
모여든 주민들에게 노예의 각인이 찍히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고통에 몸부림 치며 바닥을 굴렀다. 그들의 눈, 코, 입 모든 곳에서 체액이 흘러나왔다.
"너희는 나의 종이다. 모두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고 나를 거역할 경우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을 느끼게 되리라"
그들에게 이곳을 벗어날 수 없는 영역의 금제와 복종의 금제를 걸었다. 제법 시간이 지난 후 고통은 진정되었지만 건흥이 금제를 통해 내린 명령에 의해 모든 주민이 광장에 모인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로빈 이리 오라"
오거스틴을 완전히 제압한 건흥은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로빈을 데려왔다. 로빈은 처음 보는 건흥의 흑마법에 또 한번 놀란 상태였다.
'하긴 죽은 자도 부리시는 데 무엇을 못하시겠는가?'
이제 건흥이 무슨 일을 하더라도 웬만하면 놀라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로빈이었다.
"여기 집들은 벽돌로 지어졌구나"
"벽돌공이 있거나 선박으로 벽돌을 공수해온 것 같습니다"
오거스틴은 미국의 도시들과 다르게 벽돌로 집을 지었다. 그래서 훨씬 도시처럼 보였고 실제로도 매우 튼튼했다.
"여기가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아무래도 통제를 할 추가 인원이 필요하겠다"
"그렇습니다. 규모가 뉴암스테르담 보다 큰 것 같습니다"
"서울로 게이트를 열어 줄 테니 바스텐과 홍대수를 불러와라"
"예. 군주님"
건흥이 열어준 게이트를 통해 서울로 넘어간 로빈은 오래지 않아 그들을 데려왔다. 그들이 게이트를 넘어 오기 전 건흥은 오거스틴 주민들을 통제해 직업별로 분류하고 있었다.
"전하.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아니다. 이들을 조사하여 인적 사항과 특징을 모두 파악하라. 나는 로빈과 이 일대를 둘러보고 오겠다."
"군주님께서 떠나시면 저희 둘로서 이들을 통제하기가....."
"걱정 하지 마라 그들 모두 노예의 각인이 찍혀 있으니"
"각인... 말씀이십니까?"
걱정하는 그들에게 노예의 각인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자 홍대수는 그런 것이 있는 가보다 했지만, 바스텐은 조금 두려운 눈치였다.
나는 오거스틴 주민들에게 걸린 금제의 복종의 대상에 홍대수와 바스텐을 추가했다. 그러자 홍대수의 바스텐의 명령에도 마치 내 명령처럼 주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간혹 명령을 거절하거나 도주를 시도하는 돌발 행동을 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바로 바닥을 구르며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둘이서 이곳을 잘 정리 할 것 같으니 우린 신도시를 지을 공간을 탐색하러 가 보자"
"예. 군주님"
오거스틴을 둘에게 맡긴 나는 로빈을 데리고 남쪽으로 내려갔다. 텍사스만에 있는 템파베이와 대서양에 있는 마이애미 지역을 개척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선박으로 물류를 하고 있으니 텍사스만 보단 대서양 지역에 먼저 도시를 세우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 지역에 먼저 도시를 세워야겠다."
마이애이미 인근에 착지한 나는 주변을 해안가 주변의 나무를 싹 정리하며 로빈과 어떻게 신도시를 만들어 갈지 상의했다. 지금 까지는 기존에 있던 도시에 추가로 도시를 짓는 형태였지만 이곳은 완전 빈 땅에 도시를 건설하는 거라 로빈과 이것 저것 논의 할 것이 많았다.
"헌데... 노예의 각인은 몇 명까지 하실 수 있는 겁니까?"
"하하. 왜 겁나나?"
"그런건 아닙니다만..."
"걱정 하지 마라 자네에게 그 각인을 사용할 일은 없을 테니까"
신도시를 세울 전반적인 계획을 거의 다 논의 한 뒤 로빈이 마음속에 있던 의문을 던졌다. 사실 자신도 저런 각인을 당하는 것이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 이었다.
노예의 각인의 한계 수치는 만 명 정도였다. 각인에 사용되는 검은 연기는 망혼벽이라는 악독한 기물 속에 있던 혼백 들이었는데 혼백들이 숙주들의 중추 신경에 머무르며 통제하는 구조였다.
아스트라스에 있을 때 망혼벽을 입수 할 수 있었고 건흥은 혼백들을 공간의 틈 사이에 끼워 영원히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지구에 와서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추가로 노예의 각인을 사용할 순 없다'
북미에 들어온 잉글랜드와 네덜란드 선박의 선원들에게 각인을 사용했고 지금 오거스틴 주민들에게 까지 각인을 사용하면서 혼백을 거의 다 사용하게 되었기에 앞으로 추가적으로 확보하게 될 노예들은 혼백의 도움 없이 무력으로 제압해야 했다.
건흥은 마이애미 해변 인근에 땅을 고르고 바람의 칼날을 만들었다. 그리고 로빈이 목수들과 서울을 오가며 작업 할 수 있도록 게이트를 열어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난번처럼 5만호 정도 지어둬라"
"예. 군주님!"
마이애미 신도시 건설을 로빈에게 일임한 뒤 나는 다시 오거스틴으로 돌아왔다. 홍대수와 바스텐은 오거스틴 인원 파악을 끝낸 상태에서 건흥을 맞이했다.
"다녀오셨습니까"
"그래."
"보고 드리겠습니다"
오거스틴은 스페인 지배층 천명에 노예 7천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노예들의 출신은 다양했는데 북아프리카에서 해적들에게 잡혀온 자들도 있었고 중앙아프리카 에서 넘어온 흑인들도 있었다.
심지어 정복 과정에서 사로잡은 인디언들도 제법 포함되어 있었는데 인디언 노예의 숫자는 날로 줄고 있었다.
'천연두 때문이겠지...'
오거스틴의 인디언 노예의 숫자는 한때 3천명에 육박했으나 천연두로 죽거나 병세가 심해 버려지면서 현재는 4백명 수준까지 떨어져 있었다.
스페인 지배층은 대부분 쿠바에서 넘어온 자들이었고 아예 쿠바에서 태어난 백인들도 제법 있었다.
"노예들은 인근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을 하고 지배층은 군인이나 상인들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그럼 이 노예들은 대부분 부유한 상인들의 소유였겠군?"
"그렇습니다"
"그들도 똑같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노역 시켜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곳을 담당할 총독이 필요한데 서울에서 데려올 만한 자가 있는가?"
"치안부 에스테반이 스페인어를 잘합니다. 그에게 맡기면 좋을 듯 합니다"
"좋다."
에스테반은 아버지가 스페인인이고 어머니가 네덜란드인 이었다. 한 때 네덜란드가 스페인령이었기 때문에 종종 있는 일이었다.
추후에 에스테반을 부르기로 하고 일단은 능력이 출중하고 검증된 인력인 홍대수와 바스텐에게 오거스틴 안정화 작업을 맡겼다. 그들은 오거스틴 주민들에게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하여 설명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연설했다.
"여러분들은 모두 노예 신분으로 시작한다! 허나 영원히 노예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통역마법을 통해 모두에게 설명 할 수 있게 된 홍대수가 좌중을 사로잡으며 연설했다. 그 모습을 건흥은 뒤에서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언어인 미국어! 미국어 중급 이상의 실력을 가지게 된다면 여러분들은 자유인이 되어 미국의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다!"
홍대수의 연설은 어떻게 미국어를 배울 수 있는지로 이어졌다. 오래 지나지 않아 이곳에 학교가 세워질 것이고 노역을 한 뒤 주어지는 시간에 충실히 학습한다면 누구나 미국어 중급 이상의 실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그의 연설이 끝나고 스페인 출신의 백인들은 매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으나 노예였던 자들은 새로운 희망에 눈이 반짝였다.
'자유를 다시 찾을 수 있다!'
이곳에 잡혀온 노예들 중 처음부터 노예였던 자들은 드물었다. 아직 식민지배 초기 단계라 대를 물려 노예로 생활하는 자들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들 자유를 가지고 생활하던 과거를 그리워 하고 있었는데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잃어버린 자유를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연설 아주 좋았다"
"감사합니다. 전하"
"조만간 또 연설할 기회가 생길 것이야. 그 때 또 부르겠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건흥의 칭찬에 홍대수는 고개를 조아렸다. 그는 군중들을 상대하는데 타고난 사내였다. 미국에 대해 설명하는 일이 마무리 된 다음, 설탕을 생산하는데 인력을 배치했다. 기존 노예들 인력에 추가로 일을 하지 않던 백인들 까지 투입하게 되니 인력이 남았다.
그래서 건흥은 추가로 사탕수수 밭을 만들기로 하고 땅을 개간했다.
'이 짓도 여러번 하니 느는군'
개간을 하도 여러번 하다 보니 밭을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추가된 사탕수수밭에는 남는 백인 인력들을 투입했다. 그들은 수수밭에서 노동을 하게 되는 것을 온몸으로 거부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의 명령을 어기고 통제에서 벗어나는 순간 이마에 선명하게 새겨진 노예의 각인이 정신을 헤집어 놓았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오거스틴이 안정화 되고 나서,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었던 바스텐과 홍대수가 서울로 돌아가고 그 자리를 대신할 에스테반이 넘어왔다.
"군주님께 인사드립니다. 서울 치안부 소속 에스테반입니다"
"반갑다"
나는 오거스틴의 이름을 감주로 변경했다. 설탕이 생산 되는 도시이기에 정한 이름이었다. 도시 이름 정하는 것에 나름 재미를 붙인 건흥이었다.
"자네가 이제 이 감주를 잘 통솔해야 할 것이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노예의 각인 통제권을 바스텐과 홍대수에서 에스테반으로 넘긴 다음, 나는 로빈이 도시를 잘 건설하고 있는지 확인하러 남쪽으로 내려갔다.
"자 빨리 빨리 움직이라고!"
로빈은 해골병사들을 이끄는 것과 동시에 목수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신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로빈이 역시 잘해주고 있군'
만족스런 얼굴로 로빈을 살핀 건흥은 게이트를 열었다.
'목적지는 조선'
조선에서 추가로 인력을 구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좌표가 없는 중국 땅으로 가려 했기에 가장 가까운 조선에 게이트를 열어 이동하는 것이었다. 열린 게이트 너머로 오랜만에 한반도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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