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 조선
12화, 하와이는 우리 땅
박정기는 빨리 조선에 가고 싶었다.
다음날 새벽 인디언 청년 5명이 비행기에 탔다.
박정기가 청년들에게 주의 사항을 말해준다.
[화장실 볼 사람 없어?]
[......]
[높은 고도에서 귀가 멍해지면 침을 삼켜!]
[......]
[안전벨트는 절대로 풀지 말고.]
[......]
청년들은 눈만 깜빡거렸다.
화장실, 고도, 안전벨트 모두 처음 듣는 말이다.
설명을 마친 박정기가 조종실로 가버렸다.
[야! 대장님이 뭐라고 하는 거냐?]
[침을 삼키라는데]
[근데 고도가 뭐냐?]
[나도 몰라]
비행기가 시동을 걸고 천천히 호수 중간으로 나아갔다.
[와! 움직인다.]
[재들은 좋겠다.]
[나도 가고 싶은데, 왜 쟤들만 데려가는 거야.]
호숫가의 인디언들이 부러움을 가득 담아 비행기를 바라보았다.
새~애앵~ 솨아~ 쏴아~
비행기가 물위를 달리다가 가볍게 이륙했다.
[와~ 말보다 더 빨라!]
[저기 봐 우리를 쳐다보고 있잖아~]
[으악! 떨어진다.]
[아니야, 떠 있잖아]
[사람들이 작아 보인다.]
[바위섬도 작아~]
[우리 마을이 저렇게 생겼어?]
비행기는 빠른 속도로 끝없이 상승했다.
“힘이 넘치는 군.”
“그러게요. 전투기도 아닌데 이런 기동이 가능하네요?”
“비행기도 가볍고, 파워가 넘치는군.”
“그럼 성능이 이중으로 향상된 거네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비행기는 빠르게 북쪽으로 날아갔다.
지도를 보면 미국의 서쪽에 한국이 있다.
하지만 비행기로 가려면 북쪽으로 가야 한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북극 항로가 최단 거리다.
알래스카를 거쳐 알류샨열도, 캄차카반도, 사할린 섬으로 이어지는 것이 북극 항로다.
북극 항로는 서울까지 약 9,000Km 이다.
만약 서쪽으로 간다면 9,800Km, 800Km 정도 더 멀다.
하와이를 거쳐서 간다면 11,500Km, 2,500km 정도 더 멀다.
이것은 1시간과 3시간을 더 비행해야 된다는 것이다.
비행기가 순항 고도에 오르자 박정기가 안전벨트를 풀었다.
“기장님! 애들 좀 보고 오겠습니다.”
“그래, 다녀오게.”
[호수가 끝도 안 보여.]
[나무도 안 보여.]
[여기가 하늘나라냐?]
[맞아! 밑에 구름이 있잖아.]
박정기는 창문에 매달려서 떠들고 있는 청년들을 지켜보았다.
‘지금이 좋을 때다. 모든 게 신기하고 재밌겠지?’
그리고 그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이름, 참 잘 졌단 말이야.’
말 많고 눈이 큰 녀석이 ‘수다 개구리’
날카롭게 생긴 녀석이 ‘바람 매’
크고 우직한 녀석이 ‘들소 바위’
호기심 많은 녀석은 ‘큰 귀'
눈치 빠른 녀석이 ‘독수리 눈’이다.
[큰 귀야 아침 먹자!]
[네! 대장님!]
[아~ 배고프다.]
큰 귀는 이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음식 보따리를 풀어서 그릇에 담았다.
"기장님! 식사 하세요."
오토 파일럿으로 전환해서 식사는 편안히 할 수 있다.
“기내식은 우리가 세계 최초로 한 게 맞겠죠?”
“태평양 무 착륙 횡단도 최초일걸.”
“10,000m 상공을 비행하는 것도 우리가 최초죠.”
“시속 900Km로 비행하는 것도 최초지.”
“비행기 탔다는 것 자체가 세계 최초 아닐까요.”
“라이트 형제가 땅을 치겠군.”
“땅을 칠 사람이 엄청 많아요.”
두 사람은 시답잖은 말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울까지 총 11시간을 날아가야 한다.
졸음을 피하기 위해서 시시한 농담을 자주 한다.
[대장님!]
박정기를 부르는 소리가 밖에서 들렸다.
[왜?]
[저 똥 싸겠어요.]
[어? 잠깐만 기다려.]
박정기는 안전벨트를 풀어주고 얼른 화장실로 데려갔다.
[변기에 앉아서 똥 싸고, 이 휴지로 똥꼬를 닦아, 그리고 버튼을 이렇게 누르면 되는 거야.]
[네 알겠습니다.]
[진짜 알겠어?]
[네! 진짜 급해요.]
박정기는 화장실 문을 닫아주고 나왔다.
안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변기 깨지겠다.”
[또 갈 사람?]
[저요.]
[저 급해요.]
[저는 쌀 것 같아요.]
[그럼 진작 말해야지.]
[금방 내릴 줄 알았죠.]
비행 시간을 말하지 않은 걸 그제야 깨달았다.
‘여객기를 안 해봤더니, 이런 데서 표가 나네.’
여객기를 타면 늘 나오는 안내 방송이 있다.
목적지까지 얼마나 멀고, 몇 시간 걸리고, 기상 상황은 어떻고, 높이는 얼마고, 외부 온도, 속도는 얼마고, 현지 날씨는 어떻고, 조종은 누가 하고 있는지 필요 없는 말만 잔뜩 하는 안내 방송을 들을 때마다....
‘이 사람 진짜 할 일도 없구나'
'뭐 쓸데없는 것까지 다 얘기해주고 있어. 그냥 즐거운 여행 되십시오. 한마디 하면 될 걸.’ 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리고 승무원들이 몸 동작을 하면서 안전 수칙을 설명할 때는 웃기까지 했다.
“다 필요한 거였구나.”
'이 녀석들을 잘 가르쳐서 승무원으로 써야겠어.'
청소도 시키고, 물건도 싣고 내리고, 비행기를 지키고, 밥도 하고, 할 일이 은근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덜그럭 소리가 나서 화장실로 갔더니 문을 못 열고 있었다.
박정기가 문을 열어주니 지독한 냄새가 풍겨왔다.
“야! 물 내리라고 했잖아. 그리고 휴지 어디 있어? 어디다 버린 거야?”
하도 당황해서 한국말을 해 댔다.
박정기는 한 사람씩 붙잡고 똥 싸는 교육을 해야 하냐? 눈앞이 캄캄했다.
‘안 되겠다. 단체로 교육을 시켜야지.’
[모두 이리 와봐.]
[......]
[왜 안 와?]
청년들을 안전벨트를 못 풀어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뒷목을 잡은 박정기는 다가가서 하나씩 안전벨트 푸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화장실로 모두를 데리고 가서 일단 냄새 나는 덩어리부터 처리했다.
쏴~악!
물이 내려가면서 진공청소기처럼 덩어리를 쏙 빨아버리자 다들 감탄했다.
[어떻게 된 거야.]
[순식간에 없어졌어.]
[주술 같은데?]
각자 한 마디씩 해 댔다.
[봐봐! 이 버튼을 누르면 똥이 없어지는 거야. 알았지?]
쏴~악!
[봤지, 이거 꼭 눌러!]
[네 알겠습니다.]
[누가 급하다고 그랬지?]
[큰 귀가요.]
[그래, 큰 귀! 저기 변기에 앉아서 똥 싸봐.]
[모두 쳐다보는데요?]
[뭐, 어때서! 다른 사람도 배워야 하잖아!]
박정기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큰 귀는 깜짝 놀라 얼른 엉덩이를 까고 변기에 앉았다.
빠앙! 힘찬 방귀 소리에 박정기가 눈살을 찡그렸다.
부득! 뿌드드득!
헤~ 하고 큰 귀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버튼 눌러! 똥 나올 때마다 한 번씩 누르라고!]
[네!]
쏴~악!
물이 내려가자 큰 귀가 엉덩이를 들고 똥이 내려갔는지 확인을 했다.
[뭘 보는 거야?]
[내려갔는지 몰라서요....]
[그냥 또 싸!]
[네~ 끄~으응~]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큰 귀는 배에 힘을 줬다.
푸덕~
[또 눌러! 쳐다보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쏴~악!
냄새가 올라오다가 변기로 싸악 빨려나갔다.
[또 싸!]
[안 나오는 데요.]
[그래? 그럼 이 휴지로 요만큼 잘라서 접어, 두 번 접어, 자! 이걸로 똥꼬를 닦아봐.]
[네! 끙~ 이렇게 요?]
[잘했어! 또 반을 접어!]
[이렇게 요?]
[그래 또 닦아!]
[네~]
큰 귀가 내미는 화장지에 약간 노란색이 남아있었다.
[한 번 더 접어! 그리고 또 닦아!]
휴지가 동전 만해졌다.
[으음~ 아픈데요.]
[아퍼?]
[네.]
[그럼 됐어. 이제 그 변기 속에 버려!]
[네]
[또 버튼 누르고.]
쏴~악!
물이 내려갔다.
[이제 바지 올리고, 세면대에서 손을 닦아!]
어떻게 하는지 몰라하자 박정기는 수도꼭지를 돌려줬다.
[와~ 물이 나온다.]
[어디서 나오는 거야?]
[신기하다.]
큰 귀가 손을 닦자 박정기가 말했다.
[물 잠가야지. 수도꼭지를 돌려!]
[이렇게 요?]
[그래 잘했어, 이제 나와.]
큰 귀가 나오자 옆에서 수군거렸다.
[다음은 너잖아.]
[나 안 싸도 돼. 니가 먼저 해.]
[싫어, 너 먼저 해.]
[수다 개구리 너 급하다고 했잖아.]
사람들 앞에서 똥 싸는 게 창피해서 모두 피하려고 했다.
[너! 수다 개구리! 죽어볼래?]
[아뇨, 들어가요. 들어 간다고요.]
얼마나 무서운지 수다 개구리는 얼른 화장실로 들어가 바지를 내리고 눈을 꾸욱 감았다.
쁘드드득! 쁘득! 빠빠방~ 으음! 헙!
[버튼 눌러!]
쏴~악!
[와 저놈 뭘 먹어서 이렇게 독하냐?]
[하얀 가루를 엄청 먹더라]
[그래? 하얀 가루 먹으면 냄새가 독하냐?]
[그런 거 같은데.]
하얀 가루에 대해 물어본 들소 바위가 하얗게 질렸다.
‘아이씨! 괜히 많이 먹었네, 완전 똥 됐다.’
들소 바위는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해야 되는지 머리를 싸맸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대장님이 물어볼 때 제일 크게 대답했었다.
심장이 뛰고 손에 땀이 났다. 다음은 자신의 차례가 분명하다.
[다 했어요.]
[잘했다. 다음!]
[......]
수다 개구리가 뒤처리까지 깔끔하게 끝내고 나왔다.
‘독수리 발톱이 똑똑한 놈들로 보내줬네.’
한번에 잘 따라 해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응? 다음 누구야?]
[들소 바위 너잖아.]
‘윽! 젠장, 수다 개구리 너 죽었어.’
[저~ 전데요.]
커다란 녀석이 개미 목소리로 대답했다.
[잘 봤지?]
[네~]
[잘 할 수 있겠어?]
[네~]
[그럼 들어가!]
[네~]
도살장에 들어가는 소처럼 덜덜 떨렸다.
오직! 똥 냄새가 안 나기만 바랬다.
변기 앞에 서서 바지를 잡았다.
꽝! 문이 닫혔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꽝! 하는 소리에 하체의 힘이 풀렸다.
으악!~ 바지에 뭔가 나왔다.
-혼자서 잘할 수 있지?
[네~에~]
박정기는 더 이상 지켜볼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아침부터 똥 냄새 맡았더니 기분 잡쳤다.’
[너는 오줌이지. 꼭 앉아서 싸야 돼! 알았어?]
[네~ 그런데. 여자처럼 앉아서 오줌을 싸요?]
바람 매는 자신을 지목한 대장님께 왜냐고 물었다.
[여기는 무조건 앉아서 싸야 돼. 알았지?]
[네~ 알겠어요.]
바람 매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누구보다도 용감했던 녀석이 여자처럼 소변을 봐야 한 다니까,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차라리 똥을 쌀까?’
바람 매는 똥과 함께 오줌을 싸기로 마음을 먹었다.
[야! 저 녀석 앉아서 오줌 싼대]
[그러게 맨 날 잘난 척을 하더니 쌤통이다.]
[여러분! 바람 매는 앉아서 오줌 싼 대요~]
청년들이 놀리니까, 바람 매의 눈 꼬리가 날카롭게 올라갔다.
박정기는 피식 웃고는 조종실로 들어갔다.
밖에서는 우당탕 요란한 소리가 났다.
“기장님, 교대하고 좀 쉬세요.”
“지금 쉴 때가 아니야.”
“왜 요?”
“저기 하늘을 보게.”
“먹구름이네요.”
기장님은 고개를 흔들었다.
“먹구름이 아니네. 아무래도 화산재가 날리는 것 같네.”
“아이고, 그럼 큰일이잖아요?”
“그래 좀 돌아가야겠어.”
기장님은 지도에서 캄차카 반도를 찍으면서 말했다.
“여기가 활화산이 많은 지역이라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화산이 160개 그중에 29개가 활화산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박정기는 오래전에 봤던 기사가 떠올라 스스로 놀랬다.
“맞네, 조종사들이 기피 하는 위험 지역이지.”
“그럼 화산이 또 분화한 건가요?”
“그렇겠지. 피해가면 별문제는 없을 걸세.”
비행기가 멀리 돌아가느라 시간이 늘어났다.
“연료는 문제없을까요?”
“충분하네.”
비행기는 예상 코스를 벗어나 일본 상공을 지나게 되었다.
“갈 때는 하와이를 경유해서 돌아가야겠네요.”
“그것도 좋지. 하와이에서 하루 쉬었다 가세.”
“저도 좋아요.”
하와이 하니까,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많은 한인들이 농장에서 힘들게 일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원주민은 백인들에게 땅을 빼앗겼고,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들은 노예처럼 일했다.
‘백인들이 손대기 전에 접수해야겠군.’
설탕이 큰 돈이 되는 것은 역사에서 증명된 일이다.
건강에 안 좋지만 그건 풍요로움 이후의 문제이다.
특히 설탕이 많이 들어간 콜라가 문제다.
[출처] 러시아 캄차카 화산 7천m 분출..."항공안전 경보 발령" / YTN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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