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 특공대
74화, 특공대 4, 분노한 캡틴의 귀환
요새를 점령한 윌슨은 포로가 된 카빈 소령을 만나고 있다.
“으응? 이상하네, 내가 아까 죽였는데?”
“크응.”
세상에, 자신이 죽인 사람을 앞에 두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미안한 기색이나, 걱정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이, 신기한 물건을 보는 듯했다.
카빈 소령은 요새 난간에 서 있다가 윌슨이 발사한 총알에 정확히 가슴을 맞았다.
하지만 그의 가슴엔 두꺼운 수첩이 들어있었고, 그 수첩을 뚫지 못한 총알 때문에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요새 밖으로 굴러 떨어져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왜 우리를 공격한 것이냐?”
“여기는 우리 땅인데 너희들이 들어왔잖아요?”
“무슨 소리냐? 이곳은 프랑스로부터 구입한 명백한 우리의 영토다.”
“......”
자신의 머리로는 더 이상 대꾸할 말이 없자 문자를 보냈다.
-포로가 여기는 자기들 땅이라는 데요?
-원래는 원주민 땅이었는데, 너희들이 허락도 없이 들어온 거라고 해.
-아! 알겠어요.
문자를 확인한 윌슨이 말했다.
“여기는 원래 원주민들 땅이요.”
“원주민은 나라도 없는 미개인들이다.”
윌슨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멍청이와 깜둥이다.
미개인이라는 말이 이상하게 거슬렸다.
“미개인이 아니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요.”
“너 같은 노예나 똑같지 우리와는 다르다.”
윌슨을 탈출한 흑인 노예로 여기고, 깔보면서 말하는 카빈 소령이다.
눈치가 있는 자라면 말을 골라서 했을 테지만, 귀족 출신인 카빈 소령은 그러질 못했다.
거슬리던 단어들이 윌슨의 머리에서 정리됐다.
멍청이, 미개인, 깜둥이, 노예, 무언가 맥락이 비슷했다.
드디어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분노가 머리 끝까지 도달했다.
“뭐? 미개인, 노예, 다 죽었써~어!”
“......”
퍽 퍼벅 퍽 퍼퍼퍽!
윽! 아아아악! 아악!
윌슨의 몽둥이 질이 시작되었다.
지켜보던 사람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퍼퍽! 퍽 퍼벅 퍽 퍼퍼
아악! 아악! 윽! 아아~
한참을 분 풀이한 윌슨이 광오한 한마디를 남겼다.
“노예를 전부 해방 시킬거다!”
“......”
남들은 그냥 홧김에 한 말로 생각했지만, 윌슨의 행보에 큰 전환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 * *
“금방 끝났군.”
“이렇게 금방 점령할 줄은 몰랐습니다.”
“저놈들이 가진 총도 보통 물건이 아니었군.”
“저런 건 어디서 구했을까요?”
“음~”
추장과 심복은 윌슨 일행이 가진 방탄 모포와 장거리 소총에 욕심이 났다.
“그런데 어떻게 뺐죠?”
“흐음, 뺏을 수 없다면 거래를 해야겠지.”
윌슨 일행의 전투력을 보니 쉽게 제압할 수 없어 보였다.
그래서 거래를 제안해 보려는 심산이다.
“포로 67명, 말 92마리, 소총 73정, 화약 6통입니다.”
“엉? 포로가 왜 줄었어?”
“아까 맞아서 죽은 사람을 뺏습니다.”
“죽었어?”
“네.”
“......”
윌슨에게 맞다 보니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서 사망하게 된 카빈 소령이다.
“이제 뭐하면 돼?”
“돌아가야죠? 훈련 기간이 끝날 때가 되었습니다.”
“말이 더 있으면 좋겠는데.”
“그럼 민간인들의 말을 잡아갈까요?”
민간인이란 말이 생소한 윌슨이 물었다.
“민간인?”
“백인들이요.”
“오? 그래 모두 뺏어와.”
“넵! 알겠습니다.”
백인에 대한 반감이 생긴 윌슨이 바로 결정했다.
요새 주변으로 광활한 면적의 농지가 개간 됐고, 농가도 많이 몰려있었다.
이들 농가는 타는 말과 짐 말, 밭을 가는 말 등 보통 5~6필 씩 말을 보유하고 있었다.
독수리 발톱의 명령에 따라 각지로 흩어진 특공대는 반나절 만에 300여 마리의 말을 끌고 나타났다.
“캡틴! 말을 총 415마리를 확보했습니다.”
“와~ 그렇게 많아?”
“목장이 있어서 많이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가자!”
“넵! 돌아간다. 출발!”
귀환 경로를 상의하거나 보급을 꾸리거나 그런 건 일절 없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두두두 두두두두 두두두
“이보게! 어? 잠깐! 갑자기 어?......”
말을 잡아오더니 갑자기 어디론가 달려가는 윌슨을 보고, 추장은 뭐라 말을 하려다 멈추었다.
뿌연 흙 먼지가 앞을 가려, 윌슨 특공대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인사도 없이 가버린 윌슨 일행을 보고만 있는 추장과 심복.
나타날 때도 엉뚱했던 놈들인데, 갈 때도 예상을 깨뜨리고 훌쩍 떠나갔다.
“저들이 어디로 가는 것이냐?”
“돌아가는 것 아닐까요?”
“어디로 가는지 아느냐?”
“남쪽으로 열흘 거리라는 거 밖에....”
“유령 같은 놈들이군.”
샌티 족 전사들은 어부지리로 얻은 요새를 점령하고, 포로와 농민들을 동쪽으로 몰아냈다.
모든 재산을 잃고 말도 없이 쫓겨난 백인들은 다른 요새에 구원을 요청했다.
샌티 족에게 기구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서쪽으로 향하는 람보 특공대는 지나온 길을 되 집어갔다.
“하하하 추장 잘 지내셨습니까?”
“어서 오십시오.”
“우리가 동맹의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지난번에 받았는데요.”
추장은 지난번에 받은 도끼와 칼을 사용해보고 사기를 맞았다고 생각했다.
도끼로 나무를 찍어도 한 번에 되지 않고 10번을 찍어야 넘어갔다.
그리고 칼로 나무를 썰어도 조금씩 깎여나갈 뿐 두부처럼 썰려 나가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돌 도끼나 돌 칼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윌슨이 한방에 나무를 찍어서 보여준 여파가 컸다.
‘이번에는 또 어떤 걸 속이려고 저러지?’
추장의 의심은 아랑곳 하지 않고, 윌슨이 비쩍 마른 말을 앞으로 내밀었다.
추장의 눈이 왕방울 만하게 커졌다.
“이 동물을 주신다고요?”
“하하하 맞습니다. 아주 귀한 겁니다.”
추장의 눈이 빛났다.
윌슨의 특공대가 대지를 가르며 달리는 모습이 얼마나 부러웠던가.
드디어 자신에게도 기회가 왔다.
“계산은 정확해야겠죠?”
“캬~ 추장님은 이제 우리 사람이 다됐습니다.”
추장이 주먹만 한 금 덩어리를 가져왔다.
윌슨이 손으로 들어보고는 씩 미소 지으며 한 마리를 더 주었다.
“제가 특별히 한 마리 더 선물할게요.”
“이이고 감사합니다.”
“그럼 우리는 바빠서 이만~”
윌슨이 말 위에 훌쩍 올라타자, 독수리 발톱이 추장에게 다가가서 조언을 건넸다.
“절대로 말 뒤로 가시면 안 됩니다.”
“왜 그렇습니까?”
“뒷발 차기에 맞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잘 계십시오.”
그때였다.
“아버지 저도 저 사람들 따라가고 싶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냐?”
“저도 용감한 전사가 되고 싶습니다.”
추장의 아들은 특공대가 다녀간 이후, 특공대 모습에 반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 좋아!”
“아니~ 얘는 후계자라 안 됩니다.”
추장이 허락하기도 전에 승낙해버리는 윌슨이다.
“쟤도 추장 아들 인데요.”
“......”
윌슨이 독수리 발톱을 가리켰다.
“아버지! 나중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흐음~”
“저도 가고 싶습니다.”
건장한 청년 하나가 앞으로 나와 추장에게 청했다.
“아니, 너는 사냥을 다녀야 하는데 어딜 간다는 것이냐?”
“하하하 사냥은 이거로 하면 돼요.”
윌슨이 총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그것도 선물입니까?”
“음~ 이건 그냥 줄게요.”
추장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이젠 금 덩어리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어떻게 사냥을 하는 겁니까?”
“이걸로 사냥을 하려면~... 응~”
마을 뒤 숲 속에서 풀을 뜯는 사슴이 보였다.
윌슨이 장전을 하고 사슴을 겨눴다.
500m거리라 모두 신경도 안 쓰고 쳐다봤다.
탕!
아이쿠!
으악!
벼락이닷!
추장과 원주민들이 나자빠졌다.
총 쏘는 걸 처음 보는 사람이 겪는 당연한 반응이다.
“하하하 맞았다!”
-와~ 역시 캡틴이 짱이다.
-진짜 대단하다.
-우리는 왜 안 되지?
“가서 잡아와!”
“넵 알겠습니다.”
두두두두 두두두 두두
세 명의 특공대원이 달려 나가 사슴을 싣고 돌아왔다.
‘이렇게 쉽게 사냥을 할 수 있다니.’
마을에 앉아서 숲 속에 있는 사슴을 죽이고, 간단하게 말 에다 싣고 오는 것을 보면서 추장의 행복 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굶을 일은 없겠군. 조상께서 은인을 보내주셨구나.’
사냥으로 먹고사는 대부분의 원주민이 그렇듯이, 이 부족도 굶기를 밥 먹듯이 했다.
특히 사슴은 눈치가 빠르고 날렵해서 잡기가 정말 어려웠다.
독수리 발톱은 백인들 요새에서 얻은 구식 소총 2자루와 화약 총알 넘겨주고, 총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특공대는 이 부족에서 하루를 쉬면서 사슴 고기로 배를 채우고, 총과 말을 남겨주고 떠나갔다.
“또 버릴 말이 있어?”
“아직 100마리는 더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은데.”
“짐 말들이라 사람이 타기 어렵습니다.”
“그럼 선물을 더 주고 가야겠다.”
독수리 발톱은 조금 어설픈 미소를 지었다.
“신입은 잘 따라와?”
“열심히 타고 옵니다. 아마도 다리에 쥐가 날 겁니다.”
“헤헤헤 그럼 달려볼까?”
윌슨이 이끄는 람보 특공대는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귀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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