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화 - 황제
82화, 황제 1, 부찰 복청은 북경으로 달리고
황제는 자신의 머리 위를 낮게 날아가는 봉황의 눈 사이로 웃고 있는 놈을 보았다.
잠시 후 원구단에 오줌을 뿌리는 봉황.
황제는 부화가 치밀었다.
쿠꽝!~
멀리서 화염과 함께 거대한 원이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찰라의 순간에 황제를 덮쳤다.
퍼억! 부웅~ 퍼서석
황제와 신하들은 충격파로 인해 바닥을 굴렀다.
황제가 넘어지면서 까인 주먹을 움켜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저 봉황을 반드시 잡아서 오늘의 치욕을 갚으리라.”
“태의를 불러라!”
“폐하, 보체 미령하시옵니까?”
“시끄럽다!”
황제가 태화전으로 들어가자 먼지가 자욱했다.
'에잉~ 멀쩡한 게 아무것도 없군.'
“여봐라! 원구단에 가볼 것이다. 채비를 서둘러라.”
“위험 하옵니다.”
“시끄럽다!"
"하오나....."
"한번만 더 입을 놀리면 목을 벨 것이다!”
“......”
두 눈이 벌겋게 물들어 씩씩거리고 있는 황제에게 눈치 없는 신하가 제명을 단축하고 있었다.
태감들이 부지런히 움직여 가마를 대령했다.
“황상폐하 가마 대령했나이다.”
“흠, 가자!”
“네이~”
황제가 자금성을 나와 원구단으로 가면서 본 장면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지붕이 날아가고, 무너진 집이 즐비했다.
‘봉황의 오줌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화약도 아니고 이 정도 광범위한 피해를 줄 수 있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감조차 오지 않는 황제였다.
‘봉황만 잡을 수 있다면 천하를 손에 넣을 수 있을 텐데.’
최근 가장 골치 아프게 하는 문제는 빠르게 퍼지고 있는 아편이다.
영국 동인도회사가 아편을 밀수출하면서 광동지역에 널리 퍼졌고, 내륙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추세다.
‘양이 놈들을 몰아낸다면 백성들이 짐을 칭송 할 것이다.’
도광제는 봉황을 잡아 자신의 약화되고 있는 권력을 보충하려고 했다.
선대 황제인 가경제 때부터 쇠퇴하기 시작한 청나라를 떠맡았다.
즉위 하자마자 신장 호자족의 반란이 일어나 6년 만에 진압하고 주동자를 잡아 처형했으나 계속된 관리 미흡으로 신장 지역의 통치력이 약화되었다.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점점 더 반란과 외세의 침탈이 심해졌다.
‘봉황만 잡을 수 있다면......’
직접 눈으로 확인한 원구단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아름답던 원구단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사방으로 날아간 잔해만이 그곳에 원구단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런 가공할 힘이 무엇이란 말인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어떠한 물증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 냄새는 무엇이냐?”
“소신 처음 맡아보는 냄새 옵니다.”
“이 냄새의 원인을 찾아라!”
“네이~ 황상.”
도광제는 더 이상 볼 것이 없자 몸을 돌렸다.
“백성들의 출입을 막고 빠른 기일에 복구토록 하라!”
“네이~ 황상폐하.”
자금성으로 돌아온 황제는 석유 냄새 말고는 마땅한 증좌가 없자 관심을 접었다.
화약이 터지고 나면 매캐한 냄새가 남는 것처럼, 그 냄새도 폭발하고 발생하는 잔여 냄새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한강 하류의 갈대 밭에서 신음 소리가 들렸다.
으윽!
청나라 금려팔기의 부찰 복청은 옷을 찢어 팔뚝을 묶어 지혈했다.
비행기 문이 열리고 5명이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는 순간 몸을 돌려 피하려고 했다.
보통 수석식 총은 격발하고 잠깐의 시간이 있으나 그들이 쏜 총알은 바로 날아왔다.
퍼커션 캡의 효용으로 미쳐 피하지 못하고 왼쪽 어깨 밑에 총알을 맞았다.
심장에 맞지 않은 것이 다행이나 왼팔을 쓸 수 없게 되었다.
‘으윽! 일단 지혈을 하고 자리를 피해야겠다.’
부찰 복청은 옷을 찢어 팔을 감고 입으로 한쪽 끝을 물고 강하게 묶었다.
잠시 후 자신을 향해 총을 쏜 자들이 강둑에 나타났다.
‘이런 빨리 피했어야 했는데, 이를 어쩌지?’
부찰 복청은 자세를 낮춰 갈대 사이로 몸을 숨겼다.
주변을 수색하면 잡힐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 그들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뒤 상류로 사라졌다.
‘휴~ 천운이 따르는구나. 이제 말을 찾아서 돌아가야겠다.’
어둑 해지자 갈대 밭에서 나온 부찰 복청은 말을 찾아 다녔으나 한 마리도 볼 수가 없었다.
‘300마리나 되는 말이 한 마리도 없다니, 이건 조선에서 사람을 풀어 끌고 간 것이 분명하다.’
부찰 복청은 미국과 조선이 손잡고 한강에 독을 풀어 팔기를 몰살시킨 것이라 확신했다.
‘어디 두고 보자, 내 반드시 황제폐하께 고해서 조선을 지우고 말겠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다짐을 한 부찰 복청은 야음을 틈타 북쪽으로 이동했다.
배가 고프면 민가에 숨어들어 밥을 훔쳐 먹고, 닭이나 강아지도 잡아먹었다.
보름 후 압록강을 건너 마시촌으로 갔다.
“대인! 이것이 어찌된 일이 옵니까?”
“급히 황궁으로 가야 하니 좋은 말을 내 오너라!”
“지금은 좋은 말은 없고 다 저런 말밖에 없습니다요.”
“후~ 알았다. 음식과 술을 가져 오거라!”
“예~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얼마 전 팔기 300기를 이끌고 조선으로 넘어갔던 우두머리가 거지 꼴로 나타나자 무슨 변고가 있었음을 직감했다.
‘아이고~ 군사를 잃고 저 꼴로 돌아온 것을 보니 전쟁에서 패했나 보군?’
상인 인지라 전쟁이 나면 무엇이 제일 필요한지 알고 있다.
‘군마를 많이 모아야겠구나.’
부찰 복청은 주안상이 나오자 술을 벌꺽벌꺽 들이켰다.
총알에 맞은 상처가 덧나서 썩어 들어가기 때문에 보통 사람이라면 그 고통을 참지 못 혼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원한을 갚기 위해 황제에게 진상을 밝혀야 하는 부찰 복청은 강한 정신력으로 이를 참고 견뎌왔다.
술을 모두 비워낸 부찰 복청이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말에 올랐다.
“말 값은 치루고 가셔야합니다요.”
“감히 황제폐하께 급보를 전하는 나를 막아 설 셈이냐?”
“그럼 책문에 가서 말을 구하십시오. 여기는 시장이지 관아가 아닙니다요.”
“이익! 이걸 잘 간직하고 있어라. 내가 돌아오면 네놈 목과 함께 돌려받겠다.”
길을 막아서는 상인에게 금으로 장식된 단검을 던져주고 부찰 복청은 말을 몰아 북으로 달렸다.
‘북경에 도착하기도 전에 죽겠구먼. 무슨 목 타령이야?’
말 상인은 부찰 복청의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다.
팔에서 썩는 냄새가 나고,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것이 며칠 내로 죽을 것만 같았다.
부찰 복청이 청나라 영토에 들어서니 가는 곳마다 술과 음식은 대접 받을 수 있었고, 말을 바꿔 타며 북경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열흘 만에 북경성 성문 앞에 당도한 부찰 복청.
그는 숨이 붙어있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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