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화 - 기술자들
85화, 기관총 만들 방법을 찾다.
고깃집에서 일하는 궁녀에게 푹 빠져 지내던 카를로스 중위에게 안 간난이 나인을 불러 소개 시켜주었다.
두 사람이 잘되라는 마음에 열심히 통역을 해주었더니, 서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취해버렸다.
술에 취한 카를로스 중위에게 물었다.
“중위님! 이제 자리를 끝내야 하는데 어떻게 하실래요?”
“안나씨에게 내일 만나자고 전해주시겠습니까?”
“알겠어요.”
박정기가 안 간난이에게 통역을 해주었다.
“중위님이 내일 또 보자고 하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저도 좋아요. 저에게 말을 가르쳐 달라고 전해주십시오.”
“배우는 것도 좋지만 조선 말도 가르쳐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두 사람을 그렇게 연결해주고, 관리자들도 숙소로 돌아갔다.
오늘은 대포 실험도 성공적으로 마쳤고, 세인트조지에서 항공모함을 닮은 활주로도 발견을 했다.
또한 산타페를 정찰하고, 그랜드캐니언도 날아보고 무중력 체험까지 무사히 마쳤다.
그야말로 보람차게 하루를 마감하고, 기분 좋게 술에 취하니 잠이 쏟아졌다.
달콤하게 자고 있는 깊은 밤.
-치잇!
깜짝 놀라 눈을 뜬 박정기는 비몽사몽 무슨 일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렇게 누르고 말을 하면 온다는 것이지요? 참으로 신기합니다. 네 맞습니다. 그렇게 하시면 되는 것이 옵니다. 치잇!
박정기의 제복에 넣어두었던 무전기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엄마야!”
“뭐야!”
“귀신 이예요?”
“대비마마 목소리 아니야?”
“김 대감 목소리도 나왔는데.”
'젠장!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더니 그새 입을 털어? 하여튼 믿을 놈이 못된 다니까?'
대왕대비와 김좌근이 무전기를 가지고 말하고 있었다.
-~게 하면 온다 더니 어떻게 오는 것이요? 이상하~ 치익!
-~렇게 누르면 된다고 했는데. 분명~ 치익!
-치익!
-~고장났나? 치익!
꿀잠을 자다가 깜짝 놀라서 깼으니 화가 단단히 난 박정기다.
주머니에서 무전기를 꺼내 고함을 질렀다.
“잠자는 새벽에 뭐 하자는 겁니까?”
-으악! 치익!
“내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
“사내가 돼서 그따위로 약속을 못 지키면 의형제고 뭐고 때려치웁시다.”
-......
“듣고 있는 거요?”
-동생, 말씀이 과하시네. 약속을 못 지킨 건 미안하지만. 치익!
“앞으로 약속을 안 지키면 형님이고 조선이고 끝입니다. 끝!”
-아이고~ 어찌 그렇게 험한 말을 하는가? 치익!
“거기는 낮이겠지만 여기는 한밤중입니다. 앞으로 낮에 연락하지 마세요.”
-자는데 미안하네. 적이 쳐들어와도 밤에 해야 하는가? 치익!
“네!”
-끙! 알았네. 어서 자게. 치익!
무전기에 대고 고함을 질러 댔더니 화가 가라앉았다.
“너희들도 각자 방에 가서 자!”
“안돼요.”
“뭐가 안 된다는 거야?”
“대장님을 지켜야 한단 말이에요.”
“니가 더 무서워! 누가 누굴 지킨다는 거야?”
이 샘이 팔짱을 끼고 눈을 부라렸다.
“저것들이 대장님을 덮친단 말이에요.”
“아이고 누가 할 소리! 네 년이 호시탐탐 노리는 거 우리가 모를 줄 알아?”
“맞아! 저년이 제일 위험하다니까.”
“웃기시네. 장금이 너! 대장님께 계속 치근덕거리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햐~ 이게 완전히 생사람 잡네. 너 머리털 몽땅 뽑혀볼래?”
장금이와 승무원들이 달려들려고 하자, 이 샘이 박정기 품으로 파고든다.
“어머! 살려주세요.”
“그만!”
“......”
“......”
“......”
박정기가 소리를 지르자, 아무 말 못하고 고개를 처박는 승무원들이다.
“내가 경고 했지. 한 번 더 싸우면 몽땅 조선으로 돌려보낸다고.”
“......”
-저런 말 들었니?
-나도 못 들었는데.
-긴가민가하네.
박정기도 말을 해놓고 보니, 그런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크흠! 아무튼 앞으로 싸우면 다 보내버릴 거야. 알겠어?”
“네. 그런데 저년은 비행기에서 자라고 하면 안돼요?”
“이익!”
“앞으로 욕하지 마! 서로 사이좋게 지내야지, 왜 자꾸 싸우는 거야?”
“저 녀~어~ 이 샘이 왕비가 되면 우리를 죽이려고 할 거예요.”
“맞아요. 절대로 안돼요.”
박정기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숨이 나왔다.
‘내가 왕도 아닌데 왜 저러냐? 진짜로 싹 정리해야지 안 되겠다.’
“후~ 내가 왕도 아닌데, 누가 왕비라는 거야?”
“지금은 아니래도 나중에 왕이 될 거 아니에요.”
“맞아요. 제일 높은 사람이잖아요.”
“아이고 머리야! 니들한테 뭘 바라겠냐~ 잠이나 자자.”
박정기는 뒤로 벌렁 누워버렸다.
그러자 서로 옆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달려들었다.
‘이젠 무섭다. 무서워! 이러니 궁중암투가 얼마나 심했겠어.’
여인천하가 오히려 많이 미화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아침은 다시 돌아왔다.
-장 상궁님이 안 돌아왔대.
-어머! 그럼 같이 있는 거야?
-병간호하고 있겠지.
-장 상궁님이 대위님을 노리는 것 같던데.
-맞아 음식도 잔뜩 싸갔잖아.
-한번 가볼까?
-그래 가보자.
박정기는 승무원들이 소곤거리는 얘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웃었다.
‘히히히 둘이 어떻게 됐을까? 궁금해 미치겠네.’
어제 장 상궁의 비장한 모습을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박정기는 궁금함을 미뤄두고 연구소로 향했다.
“잘들 쉬셨습니까.”
“아이고, 밤새 날아다니는 꿈을 꾸느라 피곤해 죽겠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좋았습니까?”
“말해 뭐합니까. 새가 되어 날아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좋았다니 다행입니다.”
비행기에 대포를 탈부착 할 수 있도록 받침대 개조하는 일을 도왔다.
비행기에 붙은 의자 나사를 풀어내고, 그 자리에 받침대를 고정하기로 했다.
장착하는 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가장 안전하고 자리를 적게 차지해서 좋았다.
그리고 대포 속으로 바람이 심하게 들어오는 문제는 포신 앞에 원통을 달아서 해결했다.
연속 발사를 할 때 납과 탄매가 강선에 끼는 문제는 포탄에 윤활유를 발라 보기로 했다.
“모두 준비된 거죠?”
“다됐습니다.”
“그럼 이륙하겠습니다.”
“네, 좋습니다.”
기술자들은 비행기 타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비행기가 호수 중간으로 나아가 속도를 올렸다.
잔잔한 호수에 길게 물보라와 파문이 일었다.
어제 시험 사격을 하던 바위에 도착해서 메모해 놓았던 스피드와 고도대로 선회 비행을 했다.
두 바퀴 도니까 안정적이 코스를 그리고 있었다.
‘저 테이프에 바위를 맞추면 되겠지.’
창문에 붙여 놓은 테이프가 바위와 일치하게 조종간을 조작했다.
-이제 발사해도 됩니다.
꽝!
-명중이다.
-맞았다.
초탄에 바위가 정확하게 맞았다.
‘내가 조종을 잘한 거야? 아니면 잘 쏘는 거야?’
꽝!
-또 맞았다.
-내 실력 봤지?
박정기는 시험을 해보기로 했다.
창문에 붙여 놓은 테이프 보다 조금 높게 비행기를 기울였다.
꽝!
-어 안 맞았다.
-다시 쏴봐.
-이상하네.
꽝!
-야! 똑바로 쏴야지!
-다시 조준해 보겠습니다.
꽝!
-조금 빗나갔다.
-이상하네. 왜 이러지?
‘내가 조종을 잘한 거였구나. 으하하하.’
박정기가 다시 정확하게 조종을 해주자, 쏘는 대로 명중했다.
-팀장님 조종실로 와주세요.
“네, 부르셨습니까?”
“탄매가 끼는 문제는 어떻게 됐습니까?”
“기름을 바르니까 확실히 적게 낍니다. 그런데 화염이 많이 발생합니다.”
“화염이라면 밖으로 나가는 거 아닌가요?”
“맞습니다. 불꽃이 번쩍번쩍합니다.”
“하하하 밤에 쏘면 재미있겠네요.”
“맞습니다. 하하하.”
말을 하다가 문득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참! 예광탄을 4발에 한발씩 끼워서 쏘잖아!’
“팀장님 청소탄을 만들어서 10발에 한 번씩 쏘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아! 포신을 깨끗하게 닦아줄 수 있는 가짜 포탄을 넣고 쏘라는 말씀이시죠?”
“네 그렇죠. 그럼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습니까?”
기술 팀장이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기막힌 생각입니다, 총에도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아! 그거 진짜 좋은 생각인데요?”
“아니? 시장님이 생각한 거 아닙니까?”
“저는 대포만 생각했는데요?”
“하하하 그게 그거죠?”
“그런가요?”
“하하하”
흑색 화약을 쓰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탄매다.
10여 발을 쏘면 총알이 끼이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도 납 총알은 물러서 어떻게 하든 나가겠지만, 주철이나 구리로 만든 포탄이 끼이면 포신이 폭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청소탄을 만들어서 탄매를 제거해준다면 얼마든지 연속 사격이 가능해진다.
무연 화약을 만들기 전까지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아싸! 기관총도 만들 수 있겠구나.’
기관총을 만들지 않았던 이유도 탄매가 문제였다.
특전부사관 출신이 기관총 원리를 몰라서 안 했겠는가?
무연 화약을 만들 때 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어느 정도 해결책이 생겼다.
“제가 도면을 그려 줄 테니까, 총 좀 만들어 주십시오.”
“무슨 총입니까?”
“연속으로 발사되는 총입니다. 기관총이라고 하죠.”
“연속으로 쏠 수 있다고요?”
“네, 영화에서 봤잖아요.”
기술 팀장은 생각이 났는지 손뼉을 쳤다.
“아! 맞다. 람보가 쏘는 총이요?”
“네 맞아요.”
“도면이 있습니까?”
“개념도 만 그려드릴 테니 연구해 보십시오.”
“오호! 재미있겠군요.”
그렇게 대포 실험을 마치고 호수로 돌아왔다.
대포는 분리해서 화물창에 넣어 놨다.
언제 조선으로 가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준비를 해야 했다.
탄피와 포탄도 계속 생산해 달라고 부탁해 놨다.
“수고 많았습니다. 참! 그리고 대포를 다룰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럼 비행기에 타고 다니는 겁니까?”
“네 그렇죠. 남자 승무원들이 다루기에는 아직 부족합니다.”
“제가 했으면 좋겠습니다.”
“에이, 팀장님은 불합격입니다.”
“하~ 아쉽게 되었군요. 찰스! 자네가 따라다니게.”
“제가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찰스라는 청년이 무척 좋아했다.
이 청년이 대포 조준을 잘했던 친구다.
박정기도 만족스런 인선이었다.
“잘 지내봅시다. 찰스씨!”
“네 감사합니다. 시장님!”
“나보다 어린 것 같은데, 편하게 말해도 되겠지?”
“그럼요. 상관없습니다.”
“알았어. 저 친구들과 잘 지내고, 비행 때는 항상 동행해야 돼.”
“네, 염려 마십시오.”
찰스에게 개인 용품과 만들어 놓은 포탄을 비행기에 실어 놓으라고 지시하고 집으로 갔다.
대포를 실험하는 거라, 여자 승무원들은 집에 있으라고 하고 다녀왔더니, 입구부터 박정기를 붙잡고 부산을 떨어 댔다.
“대장님 큰일 났어요.”
“무슨 일인데?”
“장 상궁님이 아파요.”
“병문안 간다 더니, 왜? 본인이 병이 났어.”
“아예, 거동을 못하세요.”
“많이 아픈가 보네. 지금 어디에 있어?”
“대위님 집에 있어요.”
“아프면 데리고 와서 치료를 해야지, 왜 거기에 둔 거야?”
“안 온대요. 아니 못 보낸대요.”
박정기의 고개가 좌로 넘어갔다.
박정기는 짐작 가는 것이 있었다.
‘못 보낸다고? 이 자식이! 아니지 오히려 잘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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