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검사는 거물이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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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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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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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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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8) 감옥에 보낼 놈은 내가 고른다

DUMMY

임의조사, 수사당국이 강제성 없이 [협조]를 얻어 진행하는 수사 절차다.


“아주, 흥미로워. 저 백발검사.”


노담 남부경찰서 강력팀 팀원, 김인찬이 묘한 눈으로 나유신을 보며 말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일단 임의수사라고 해서 그냥 자동으로 척척 진술이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문신 양복남 수십 명 때문에 좁아진 경찰서 안.


강력팀 오권우 형사가 이를 갈며 대꾸했다.


“뭐가 흥미롭다는 겁니까? 이런, 빌어먹을. 갑자기 조폭 놈들 30명이 와르르 오니, 대처가 안 되는데!”

“이 사건, 흉악 살인사건이야. 그것도 10명이나 죽었다고.”

“살해방식은 칼질로 간단하고, 범인이 누군지 몰라서 골치인 건 아닙니까. 밀입국자 같아서 지문도 안 나오구요. 젠장.”


구형 모니터 위, [범죄정보]가 뜨는 광경을 보다, 오권우가 모니터를 쳤다.


CIMS, 곧 범죄정보관리 시스템.

검사들에게 [이프로스]가 있다면 경찰에게는 CIMS가 있다.

보통 전과자나 실종자를 찾아내는 경찰 내부 정보가 바로 CIMS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살해현장에서 나온 지문의 주인이 없다.

이건 살인범들이 성인이 아니거나, 혹은 한국인이 아니란 뜻이다.

미성년자가 전직 조폭들을 잔인하게 살해했을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그러니 범인은 분명 외국인이다.

물론 외국인이라고 해도 한국은 개인정보 따위 무시하는 나라답게 출입국 때, 지문등록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건 출입국사무소에서 관리하는 정보라, 경찰이 함부로 찾기 어렵다.


최소한 인적사항 정도는 잡아내야 추적할 수 있단 얘기다.

그래서 노담경찰서 강력팀이 나선 것이다.

조직이 관련된 살인사건, 그것도 사채업을 뒤로 하던 대부업자들의 살해.


이건 원한이나 돈 관계가 틀림없고, 그러니 삼화회가 분명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삼화회, 아니 천당삼거리파 덮친 거 아냐? 그런데 뒤져도 뭐가 안 나오는 상황에서, 아주 능수능란하게 경찰서로 끌고 왔단 말이야.”


일단 영장이 없는 상황에선 의심 가는 참고인을 끌고 오는 것부터 난관이다.


다만 사람이 자기 집에서 여유롭게 조사받는 것과 경찰서에서 압박 받으며 조사받을 때는 진술상 엄청난 차이가 생긴다.

모든 수사관이 일단 관련자를 경찰서로 부르고 보는 근본적인 이유다.

한데 닳고 닳은 조직폭력배들을 일개 신입검사가 단숨에 경찰서로 끌고 온 거다.


물론 오권우는 격분해 대꾸했다.


“그게 뭐 대단합니까? 나도 할 수 있어요!”

“오권우 형사, 자네가 10년 전 신출내기 형사 때 저럴 수 있었을 거 같아?”

“예?”


강력팀 한쪽에서 믹스 커피를 마시던 나유신을 보며 김인찬 형사가 뇌까렸다.


“저 친구, 올해 부임한 초임검사야. 이런 강력사건은 난생 처음일 거고. 그런데 아주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어. 보통 담력이 아냐.”


만약 신수겸 검사쯤 되는 사람이 이랬다면, 김인찬도 그냥 경험치라 생각했을 것이다.

허나 나유신은 엄연히 올해 처음 부임한 초짜.

이런 능수능란한 솜씨를 발휘하는 건 분명 대단한 일이다.


그때다.


-쿵!


나유신이 발이 꼬여 넘어졌다.


“아야!”

“좀 보고 다녀요. 왜 혼자 넘어지는 거예요?”

“아니, 발이 갑자기 걸려서. 으윽.”


강시영이 나유신을 붙잡아 일으키는 꼴을 보다, 오권우가 이를 갈았다.


“그냥 약골 백면서생 아닙니까? 뭘 몰라서 저러는 거죠! 빌어먹을, 약한 척 강 팀장 손이나 붙잡고!”


어째 서툰 초짜 특유의 몸짓을 보다, 김인찬이 입맛을 다셨다.


“이상하단 말이야. 분명, 신입 검사가 낼 수 있는 포스가 아닌데. 쯥.”


물론 나유신은 사실 전생에서도, 그리 능수능란한 검사는 아니긴 했다.


***


수많은 범인들 중, 나유신의 [시한부]와 관련된 자는 누굴까?


“영감님, 왜 빤히 보쇼?”


노담시 남부경찰서, 강력팀 형사 오권우는 나유신이 진짜 마음에 안 든다.


물론 강시영이 처음 나유신을 보았을 때와는 다른 이유다.

일단 머리카락이 백발인 것부터 이상하다.

한데 그 백발에게 강시영 팀장이 관심을 보이는 게 더 기괴하다.


여기에 걸핏하면 경찰 수사중인 사건에 끼어드니, 좋아할 수가 없다.

게다가 경찰서까지 따라올 건 또 뭔가.

그것도 조폭들을 [참고인] 조사하는 와중에 말이다.


그런데 오권우를 뚫어져라 보던 나유신이 불쑥 물었다.


“도로교통법 위반했죠?”

“뭐, 뭐, 뭐요? 갑자기!”

“운전할 때 조심해서 다녀요. 항상 범인 쫓을 때처럼 정당행위로 인정되는 게 아니니까.”


어안이 벙벙한 채 벙쪄 버린 오권우를 냅둔 채, 나유신은 돌아섰다.


정보제공, 정오판정, 여기에 단기예측.

이 3가지 능력은 시한부 생명을 담보로 황금문자가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3가지를 조합할 경우, 어디까지 사람을 캘 수 있을까?


일단, 최소한 상대방이 범법자라는 건 알 수 있다.

사실 당연한 얘기다.

일상 생활에서 단 하나의 법도 어기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드무니까.


그때 강력팀장, 강시영이 나유신에게 일렀다.


“오권우 형사 너무 미워하지 말아요. 본인 일은 열심히 하는 친구예요.”

“미워할 거야 없죠. 그건 그렇고, 저기 저 아저씨는 우리 쪽에 보내줬으면 좋겠는데.”

“누구요? 백재선?”


잠시, 조사를 받고 있는 ‘조폭’들을 돌아보다, 강시영이 미간을 찌푸렸다.


“곤란한데요? 지금 우리가 데려온 건 임의조사 차원이에요. 따로 체포영장이 나온 것도 아니고 불법 혐의가 입증된 것도 없어요.”


물론 한국 형법상 조직폭력배는 존재 자체로 죄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폭력조직]을 구성했다는 혐의가 입증될 때다.

세상 법이란 건 언제나 빠져나갈 구석이 있는 법.

대부분 폭력조직은 합법적인 기업 조직이나 이익단체의 허울을 둘러쓰기 마련이다.


삼화회도 마찬가지라서, 이번에 나유신이 받아온 영장도 압수수색 영장일 뿐이었다.

다만 경찰과 틀어졌을 때 귀찮아지는 건 조직폭력배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관계자인 SH금융서비스가 박살난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서 삼화회 간부들도 일단 순순히 경찰에 [임의]로 온 상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협력이라, 본인이 집에 간다면 붙잡을 구실이 없다.

하지만 10년치 경험을 가진 신입검사 나유신은 코웃음을 쳤다.


“범죄란 만들기 나름입니다. 나한테 넘겨주면, 실행범은 넘겨주죠.”

“누구? 설마 SH금융서비스 살인범?”

“혼자가 아닌 것 같던데. 그 친구들 싹 다 넘겨드리죠.”


나유신은 삼화회 고문, 백재선을 흘겨보며 차갑게 웃었다.


“내가 잡아야 할 자는 따로 있는 것 같으니까.”


그러니까, 진범은 분명 따로 있다.

저 백재선은 아니겠지만.


분명 알고 있는 게 있을 것이다.


***


그러니까 털어서 먼지가 안 나오는 사람이 없다는 명언이 있다.


“일단, 털어서, 자백을 받아내죠.”


분명 황금문자가 알려주었다.


백재선의 죄목 중 하나, 외환관리법 위반을.

환치기 사건에 아주 어울리는 범죄가 아닐 수 없다.

그 죄목이 [전과], 그러니까 이전에 선고된 판결이 아니란 점이 확정적이라 더욱 그렇다.


반면 강시영 경감은 아주 수상쩍은 눈으로 나유신을 살폈다.


“솔직히 말해봐요. 지금 무슨 수사를 하고 있는 거죠?”

“SH금융서비스 살인사건 아닙니까.”

“엄밀히 말해, 저 사람들은 피해자예요. 단지 조폭일 뿐이죠. 그런데 지금 나 검사님은 다른 속셈이 있는 것 같단 말이에요.”


조직폭력배라고 해도, 사람이 죽었다.


나아가 SH금융서비스는 삼화회, 명목상 주식회사 [삼화]의 자회사다.

그런데 아무리 불법 사채업을 하던 혐의가 있어도, 구성원 모두가 일시에 살해당했다.

자연히 모회사인 삼화의 임직원은 일종의 피해자다.


그런데 나유신은 어쩐지 삼화회 조직원들을 ‘범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왜?

나유신이 잠시 망설이다 결국 낮게 털어놓았다.


“난 저 치들이 살인범들과 [공범]이라고 봅니다. 물론 살인사건 말고, 돈 문제로 엮인 사이.”


강시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반문했다.


“또, 예단인가요?”

“합리적 추론이라고 해두죠.”

“대체 근거가 뭔데요?”


신수겸 부장대행의 말을 빌려 대꾸하던 나유신이 묘한 얘기를 꺼냈다.


“이 사건 뒤에 오 회장이 있다면, 모든 게 가능하죠.”


사채업계의 대부.


본인 스스로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온갖 심각한 범죄의 배후에는 [오 회장]의 돈이 있다.

특히나 아직 10년 전만 해도 한국보다 앞서던 일본의 금융 수법을 도입하는 데는 오 회장이 단연 일인자다.


그런데 10년 전만 해도 비트코인 거래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앞섰다.

어쨌든 세계최대 거래소가 있었을 정도니까.

하지만 강시영은 눈을 깜박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누군데요?”

“몰라요? 사채업계 거물, 삼화회 배후 스폰서, 이래도?”

“난 들은 바 없어요. 하여간, 오 회장이란 작자가 있다고 치죠.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건데요?”


나유신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졌다.


사실 강시영은 나유신과 나이가 비슷하다.

비록 경찰대를 졸업해서 승진은 빨랐지만 경력이 그리 길지 않다는 소리다.

일선 범죄라면 꽤 많이 처리했지만 진짜 [거물]과 부딪쳐 본 적은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비트코인을 설명하긴 더 어렵다.


“이 사건, 1천억원 대 외환관리법 위반일 가능성이 있어요. 그러니까 환치기라구요.”


결국 나유신은 이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환치기.

외환거래법을 위반해 외환을 투기적으로 거래해 이익을 얻는 수법.

보통 외환 신고나 허가 없이 거액의 외환을 사고 파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국가별로 그 가치가 다르다.

여기서 코인을 이용한 환치기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일본의 화폐, 엔이 높은 가치를 기록하고 있는 10년 전이라면 더욱 그렇다.


퀭한 눈을 크게 뜬 강시영에게 나유신이 재빨리 말했다.


“문제는 환치기 사건은 알다시피, 관할이 금감원이란 말이에요. 아니면 검찰 금융수사 합수단이거나.”

“어차피 넘어간다구요?”

“시간을 끌면 그렇죠. 하지만 지금은 아직, 노담 남부경찰서와 노담지검에서 핸들링할 수 있어요.”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나유신이 또 다시 거절하기 어려운 유혹을 던졌다.


“곧 승진 시즌 다가오지 않습니까?”


조직사회에서 승진이란 많은 것을 의미한다.


권력의 획득, 월급의 상승, 그리고 꿈의 성취.

정직한 경찰일수록 더욱 갈망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강시영 경감이 빤히 나유신을 보다 돌아섰다.


“임의조사니까, 참고인이 집에 가겠다고 해도 난 몰라요.”


일단, 됐다.

그 다음은 나유신의 몫이다.


***


이른바 범죄조직의 [고문]이란 실제 폭력을 행사하는 자가 아니라 보통, 두뇌파다.


“허, 경찰에서 잘 조사받고 있었는데. 왜 영감님들이 날 부르시나? 이건 또 아주 젊은 영감님이군.”


아주 유들유들하게 양복을 입은 40대 남자, 백재선이 웃었다.


오전, 경찰서에서도 여유롭더니 오후, 검찰에서는 더욱 그렇다.

본인 죄목을 수사당국이 밝힐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자의 모습이다.

보통 스스로 범죄를 저지르는 대신, 간접적으로 시키는 자들이 이렇다.


나유신은 조사실에서 빤히 백재선을 보다 불쑥 물었다.


“누군지 알지?”

“이런, 갑자기 다짜고짜 무슨 소리요? 게다가 반말부터 하다니. 이봐요, 영감님. 지금이 쌍팔년도도 아니고. 난 피의자가 아니지 않소.”

“백재선, 나이 48세. 전직 은행원 출신 조폭. 외환위기 때 일본계 자금을 한국에 들여오는 브로커로 활약. 사실상 SH금융서비스의 오너.”


백재선이 눈을 치뜰 찰나, 나유신이 책상을 내려쳤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 회장]의 대리인. 맞나?”


물론 나유신은 단지 읊었을 뿐이다.


눈에 보이는 정보, 정오판정으로 보이는 신체 반응, 그리고 5초 후의 미래 예지를.

그렇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르다.

상대가 자신의 모든 것을 일단 꿰고 들어왔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굳어진 낯으로 나유신을 보던 백재선이 어깨를 으쓱였다.


“조사를 많이 하셨군. 설마 내가 수사대상이었나? 하지만 한 가지는 잘못됐소.”

“뭐, 조폭이라는 거? 삼화회 고문이란 건 누구나 알아.”

“일단 삼화회란 조직은 없소. 천당삼거리 식구파가 경찰에서 우리 조직에 붙인 공식 명칭이오. 게다가, 엄밀히 말해 폭력조직은 위법이니까 존재할 수도 없지요. 후후.”


백재선은 전직 은행원, 굳이 말하자면 엘리트 조폭이다.


그러니 검사나 경찰이 [법]으로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법으로 싸우는 이들은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보다, 대항하기 쉽다.

위법을 행하면 안 되니까.


다시 여유로운 웃음을 머금으며 백재선이 대꾸했다.


“내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건, 오 회장이란 사람이 내 뒤에 있다고 한 거요. 난 처음 듣는 얘기인데. 혹시 그런 분을 안다면, 내게 소개나 시켜주쇼.”


나유신은 백재선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 여유로움은 당연히 오 회장을 믿기 때문에 나오는 거다.

혹시 오 회장을 건드린다면, 나유신이 박살날 거라 여길 테니까.

하지만 나유신은 지금 오 회장을 잡으려는 게 아니다.


가만히 백재선을 보던 나유신이 입가를 틀어 웃었다.


“그럼, 오 회장에게 말하면 되겠지?”

“뭘 말이오?”

“비트코인.”


순간, 백재선의 낯이 다시 굳어지고 나유신이 다그쳤다.


“당신이 하진우를 이용해 빼돌린 비트코인, 그거 오 회장에게 보고 안 된 거지? 내 생각에는 그 보고를 들으면 오 회장이 아주 화낼 거야. 왜냐면.”


지금, 이 모든 것은 추측이다.


다만 그냥 추측하는 건 아니다.

나유신은 쉴 새 없이 유도심문을 통해 정오판정을 끌어내고 있다.

동시에 신체감정을 통해 백재선의 심장박동과 눈동자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여기서 확신이 들었을 때 [5초예지]를 쓴다.

그러면 백재선이 말하게 될 진술이 예측된다.

예측된 순간, 재빨리 심문 내용을 바꿔서 다시 몰아붙이는 거다.


문득 백재선의 코앞에 나유신의 스마트폰이 들렸다.


“지금 2배로 뛰었거든.”


세계 최대 코인 거래소, [밸리 곡스]의 화면이 떠오른다.


[비트코인 시세, 1코인 당 252달러]


139달러에서 거의 2배 가까이 뛴 것이다.


물론 비트코인이 늘 그렇듯 이 가격은 24시간 등락을 거듭한다.

허나 1천억 원의 비트코인이라면, 2천억 원으로 변했을 게 뻔하다.

한데 문제가 있다.


백재선이 비트코인에 대해 오 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면?

설사 보고 했어도 중간에 일부 빼돌렸다면 어떨까?

나유신은 처음부터 이 가능성에 주목했다.


삼화회가 너무 여유로웠기 때문이다.

수하 조직, SH금융서비스 구성원이 갑자기 전부 살해당했는데, 부두목을 비롯한 간부들이 본거지에 모두 모여 있었다.

아주 이상한 일이다.


그건 SH금융서비스의 배후가 의도적으로 사건을 축소했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삼화회 고문, 백재선이라든가.

눈을 쉴 새 없이 깜박이던 백재선이 고개를 돌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비트코인이라니.”

“당신은 아주 잘 알아. 그리고 나도 당신이 최신 금융 이슈에 빠삭하다는 걸 잘 알지. 꼭 필요하다면 당신 집에 있는 컴퓨터와 휴대폰 탈탈 털어줄까?”

“무슨 근거로 털겠다는 거요?”


잠시 발끈하는 백재선을 향해 나유신이 코웃음을 쳤다.


“그야 당연히 탈세지. 당신 사업의 모든 과정에 탈세가 있을 게 뻔한데. 아니면 당신 부인이 하는 음식점이나 당신 자녀가 다니는 학교 털어줘?”


당연히 지금까지 나유신이 떠든 소리에 증거란 단 하나도 없다.

하지만 나유신은 언제든 증거를 찾아낼 자신이 있다.

왜냐면 백재선이 뭔가 숨기고 있는 건 확실하니까.


침묵이 조사실을 감돌았다.

나유신은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다섯.


5초가 지났을 때.


“일단, 분명히 해둡시다. 난 어디까지나 피해자요.”


진짜로, 됐다.


***


형사 제3부, 신수겸이 기다리던 소식이 왔다.


“나왔습니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부장대행, 신수겸이 벌떡 일어나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나유신이 가져온 서류 위, 난생 처음 보는 얼굴이 있다.

노담시의 배테랑 전과자들이라면, 대충 얼굴은 안다고 자부해 왔는데 말이다.

누굴까?


어쩐지 평범하지만 예리하게 생긴 게, 날카롭다.


“이게 누군데?”

“살인실행범이요.”

“진술이 나왔어?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아니, 그 백재선인가 하는 놈이랑 무슨 관계래?”


나유신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잘 받아냈죠. 백재선 본인 말로는 피해자라는데, 사실 원래는 [사주자]였던 거 같아요.”


물론 문자 그대로 강압수사를 한 결과지만, 신수겸이 거기까지 알 필요는 없다.


“진짜 재수 없긴. 하여간, 어디 보자. 뭐야, 조선족?”

“이름 남춘식, 나이 23세, 조선족 출신으로 삼합회와 협업하는 밀수업자. 한국 국적이 아니에요. 그래도 완전히 밀입국자는 아니라서, 옛날에 등록된 외국인등록증은 있더군요.”

“지문 등록은 되어 있나?”


순간, 나유신이 눈을 번뜩였다.


“예. 아마 현장 정밀 감식해보면 나올 겁니다.”


그러니까, 이건 전생에서 10년 전 미제로 남았던 사건이다.


살해당한 대부업을 가장한 사채업자들.

이후 한참 뒤에야 드러난 코인 외환 거래 환치기.

하지만 드러났을 때는 이미 살인범들은 한국을 떠난 뒤였고 누군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반면 기습을 당한 조직, 삼화회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단지 관계자인 백재선이 코인 거래를 하려고, 조용해질 때까지 숨기고 있었을 뿐.

물론 여기까지 알 길이 없는 신수겸은 환호만 터뜨렸다.


“대박을 터뜨렸군, 나검! 난 그럴 줄 알았어!”

“이건 노담 남부 경찰서에 넘겨줄 건데요.”

“뭐?”


신수겸의 낯이 일그러질 찰나, 나유신이 재빨리 말했다.


“진짜는 따로 있어요. 곧, 직접 이걸 받아 갈 장본인이 한국에 들어올 테니까요.”


문득, 나유신의 손에 사진이 들렸다.


“비트코인이 들어 있는 USB죠.”


정확히 말하면 비트코인의 주소가 기록된 USB다.

1천억, 혹은 2천억원치 가치가 있는 USB.


작가의말

* 이제 범인을 잡으러 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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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8) 재벌가 상속녀도 보이스피싱을 당한다 +16 24.09.18 3,431 77 9쪽
58 (57) 전시안 보유 시한부 인생은 무서울 게 없다 +12 24.09.17 3,917 89 29쪽
57 (56) 새로운 검찰총장이 백발공적을 보호한다 +12 24.09.12 4,953 108 30쪽
56 (55) 총장의 자백으로 3조 폰지 사기를 부수다 +22 24.09.09 5,225 131 28쪽
55 (54) XBC 폭로로 현직 총장 사모를 붙잡다 +20 24.09.07 5,190 123 28쪽
54 (53) 황금금강석 멤버들은 그린벨트에 3조를 투자한다 +12 24.09.04 5,504 109 28쪽
53 (52) 총장 사모님이 피라미드 거물이다 +22 24.08.30 5,842 115 28쪽
52 (51) 3조짜리 피라미드 조직을 잡아보자 +18 24.08.29 6,014 126 29쪽
51 (50) 나유신이 첫 휴가지에서 상속녀를 보다 +26 24.08.24 6,641 140 31쪽
50 (49) 초보형 전시안으로 사채왕을 발견하다 +16 24.08.22 6,592 154 30쪽
49 (48) 회장 등극식에서 대법관을 이용해 진범을 잡다 +20 24.08.20 6,720 164 21쪽
48 (47) 재벌 회장이 되게 해주세요 +26 24.08.18 6,811 156 34쪽
47 (46) 특수부 폭력이 조폭 진범보다 위다 +20 24.08.14 7,007 169 34쪽
46 (45) 강앤함과 월야 재벌가의 동상이몽을 털어라 +12 24.08.12 7,155 156 24쪽
45 (44) 월야그룹 살인사건을 만나다 +12 24.08.08 7,807 152 25쪽
44 (43) 나유신의 팀을 수도대 동문회에서 완성하다 +14 24.08.06 8,197 167 35쪽
43 (42) 백사여, 노담에서 다시 시작해라 +20 24.08.02 8,325 177 29쪽
42 (41) 시한부 연장권과 함께 중수부가 폐지되다 +20 24.07.31 8,157 194 20쪽
41 (40) 백발이가 사채왕을 잡다 +27 24.07.30 8,079 195 21쪽
40 (39) 이렇게 된 이상 선제 폭로로 중수부를 친다 +14 24.07.28 8,019 195 19쪽
39 (38) 진짜는 미래살인 배후 사채왕이다 +16 24.07.26 8,017 191 21쪽
38 (37) 금수저 비밀 정보로 스캔들 범인부터 잡다 +19 24.07.24 8,057 187 32쪽
37 (36) 이건 중수부의 운명이 걸린 사건이다 +14 24.07.19 8,182 180 30쪽
36 (35) 위치 추적 보상과 함께 서울시장 스캔들을 만나다 +22 24.07.17 8,480 187 23쪽
35 (34) 진짜 마약범을 잡고 금수저 변호사와 손잡다 +27 24.07.15 8,419 197 22쪽
34 (33) 골드스컬 클럽을 함정으로 일망타진하다 +17 24.07.14 8,355 192 23쪽
33 (32) 조기유학 금수저 학폭이 사건 진상이다 +16 24.07.10 8,432 183 23쪽
32 (31) 철벽의 성을 대규모 교사 시위로 넘어볼까 +13 24.07.08 8,371 188 22쪽
31 (30) 학교폭력 연쇄 자살사건이 터졌다 +15 24.07.05 8,764 183 22쪽
30 (29) 한국 재계를 뒤엎을 진짜 거물을 만나다 +21 24.07.03 9,056 195 24쪽
29 (28) 노동 살해 협박으로 진범을 잡다 +16 24.07.01 8,902 202 22쪽
28 (27) 솔라코인 전관 법무팀의 방어를 뚫어라 +15 24.06.27 9,092 197 21쪽
27 (26) 특수부 첫 사건은 1조원 분식회계다 +17 24.06.26 9,434 199 22쪽
26 (25) 중수부장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다 +15 24.06.24 9,644 201 35쪽
25 (24) 백발이를 죽인 자에게 진짜 복수를 해보자 +16 24.06.19 9,368 198 34쪽
24 (23) 백사가 또 검사를 잡았다 +22 24.06.18 9,448 200 22쪽
23 (22) 특수부식 예단수사로 마약통관범을 잡아라 +11 24.06.15 9,500 197 23쪽
22 (21) 이 나라에는 마약도 너무 많다 +17 24.06.13 10,276 210 24쪽
21 (20) 첫 기자회견과 함께 위수증 5백억 코인이 남다 +19 24.06.07 10,259 224 36쪽
20 (19) 5초 예지로 폭발 속 범인을 잡다 +14 24.06.06 10,153 221 24쪽
» (18) 감옥에 보낼 놈은 내가 고른다 +14 24.06.04 10,138 218 18쪽
18 (17) 1천억 비트코인 사건을 5초 예지로 파헤치자 +14 24.05.31 11,148 219 31쪽
17 (16) 나를 건드리면 검찰총장 예정자도 가만 안 둔다 +25 24.05.29 11,025 233 26쪽
16 (15) 독사를 건드리면 제왕도 문다 +20 24.05.27 11,102 237 30쪽
15 (14) 공판부 땜방으로 백발검사를 보내라 +10 24.05.24 11,599 224 30쪽
14 (13) 언론비리 일망타진으로 신체감정 보상을 받다 +11 24.05.23 12,217 230 31쪽
13 (12) 특활비 별건수사로 무전취식 기자를 잡자 +12 24.05.21 12,307 237 21쪽
12 (11) 사고뭉치에게는 법카부터 먹여줘라 +13 24.05.20 13,516 243 21쪽
11 (10) 나유신이 주가조작 일당을 함정수사로 잡았다 +17 24.05.20 13,586 262 21쪽
10 (9) 오풍제지 그래핀 사기를 경찰공조로 잡는다 +16 24.05.18 14,422 257 25쪽
9 (8) 정오판정으로 오풍제지 주가조작을 발견하다 +16 24.05.17 14,784 276 15쪽
8 (7) 선배가 장애물이면 부수고 해결한다 +15 24.05.14 15,182 280 22쪽
7 (6) 상태창의 보상은 놓칠 수 없다 +23 24.05.12 16,047 296 27쪽
6 (5) 의원 하나 잡고 시작하자 +20 24.05.11 15,818 290 14쪽
5 (4) 신입 수석검사가 꼴통이래 +15 24.05.10 17,085 307 15쪽
4 (3) 범인을 잡으니 시한부 연장 +16 24.05.09 18,235 293 11쪽
3 (2) 우선 범인부터 잡고 죽자 +17 24.05.08 19,824 312 13쪽
2 (1) 백발 신입검사 나유신 +25 24.05.08 23,075 354 11쪽
1 프롤로그 : 시한부 상태창이 생겼다 +42 24.05.08 30,322 41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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