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검사는 거물이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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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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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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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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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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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금수저 비밀 정보로 스캔들 범인부터 잡다

DUMMY

이 사안은 세상을 뒤흔들만한 비밀이 확실하다.


너무 경악스러운 급발진이라 옆에 있던 백희진이 고개를 홱 돌렸다.

심정지 변호사는 아예 심장이 정지될 것처럼 눈알이 튀어나올 기세다.

누구보다도 장우찬이 창백하게 변했다.


아주 간신히 심정지가 입을 열었다.


“그, 그, 그게 무슨 소리.”

“변호사님, 이쯤 되면 알아서 나가거나 입 좀 닥쳐주지 않겠습니까? 지금 여기서부터는 녹화도 중단했습니다.”

“아니, 그건 규정 위반 아닙니까?”


나유신은 차갑게 웃다 장우찬을 돌아보았다.


“우리 편하게 이야기하자구. 장우찬 씨. 당신이 방금 먹은 물컵에 DNA가 묻어 있어. 이 DNA를 조영란 의원의 머리카락 DNA와 비교하면 어떻게 될까? 내 생각엔 말이야.”


그 순간 장우찬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와장창!


유리잔을 던져 깨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문자 그대로 자백이나 마찬가지다.

백희진이 자신도 모르게 놀라 외쳤다.


“어머, 진짜예요? 세상에.”


장우찬은 안절부절 못하다가 나유신을 노려보았다.


“고소할 겁니다.”

“그러시죠. 그런데 고소는 검사들이 기소를 결정합니다. 장우찬 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신을 엿 되게 만들 겁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까?”


나유신은 차갑게 웃었다.


“상관없습니다. 그 전에 당신 모친은 하기에 따라선, 확실히 끝장날 테니까.”


어차피 나유신에게 미래는 불확실하다.


사건해결이 없으면 죽는다.

이번에는 나유신이 아니라 백희진의 목숨이 걸렸다는 게 다를 뿐.

또한 폭로가 이뤄질 경우 타격을 받는 쪽은 정치인인 조영란이지 나유신이 아니다.


장우찬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 고개를 숙였다.


“사실입니다. 난, 어머니를 보러 모나코에 간 겁니다.”


결국, 장우찬이 자백했다.


***


비밀은 숨길 때 그 위력을 발휘한다.


“너 대체 어떻게 알았어? 그런 비밀을?”


조사실에서 나온 순간, 백희진이 나유신을 급히 붙들었다.


이 사실은 밖에 드러나는 순간 엄청난 폭탄이 될 것이다.

유력 정치인과 천만 배우가 숨겨진 모자관계다?

차라리 조영란 의원이 불륜을 택한 게 이해가 갈 정도다.


그러니 검사라고 해도 알아서 좋을 게 없다.

다행히 염민아는 기대가 없었는지 자리를 비웠고, 매직미러로 볼 수 있는 조사실 반대편 방에는 아무도 없다.

나아가 나유신은 진술 녹화를 일부러 껐다.


나유신이 어깨를 으쓱였다.


“찍었어.”

“장난하지 말고!”

“뭐, 닮았잖아. 조영란과 장우찬. 사진을 봐.”


물론 나유신이 이 사실을 아는 이유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고 나면 굉장히 간단하게 보이는 [증거]가 있다.

참고자료 속, 조영란과 장우찬의 사진을 유심히 보다, 백희진이 숨을 들이켰다.


“진짜네? 왜 몰랐지. 다들?”


당연히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애초에 정치인이 불륜의 자식을 갖고 있다는 것도 이상한데, 그게 스타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통상의 사건이라면 이것만으로도 나라를 흔들 이슈가 확실하다.

전생의 나유신이 살았던 10년의 시간 속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일이지만.


그러나 나유신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사건과 무관한 진실이지, 실체가 아냐.”


백희진이 눈을 깜박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스캔들의 실체가 밝혀졌잖아?”

“백희진 검사, 지금 우리에게 들어온 고소가 뭐지?”

“응? 명예훼손 고소지? 조영란 의원이 제기했고.”


나유신이 눈을 번뜩였다.


“그럼, 조영란이 원하는 건 뭘까?”


단순히 사건을 덮는 거라면 검찰 고소는 독이다.


수사를 할수록 언론의 집중도가 높아지는 데다, 조영란은 야당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법무부장관이 직접 나서서 특별 수사부를 꾸리라고 지시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검찰총장이 야당의 손을 들어준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눈을 깜박이던 백희진이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설마, 상대방 후보를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 거?”

“바로 그거야. 누가 됐든 명예훼손을 주도한 자가 있겠지. 조영란 의원은 그게 상대방 후보가 되길 바랄 거야. 또한 검찰총장도.”

“그건, 이상하잖아.”


백희진이 미간을 좁힌 채 말했다.


“사건 수사는 진실에 따라 이뤄져야지. 정치적인 고려가 아니라. 그런 건 이상해.”


이 사건은 중수부와 특수부라는 서로 다른 수사부서가 달라붙은 건이다.


또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라는 검찰의 양대 수뇌부가 다른 편에 선 상태다.

각자 라인을 길게 늘어 뜨려놓고 검사들을 줄세우기 하고 있을 게 뻔하다.

그저 나유신에게만 협조하라고 중수부에서 사람을 보냈을 리도 없다.


그러나 백희진은 이런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혹시나 이런 성격 때문에 위험에 처하기라도 하는 걸까?

전생의 태양그룹 사건 때, 백희진이 왜 죽었을까?


그때 나유신은 본인 앞가림도 바빠, 백희진의 사망 사건 전말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단지 태양그룹 사건에 휘말려 죽었다는 사실만 알 뿐이다.

잠시 백희진을 응시하던 나유신이 고개를 저었다.


“순진한 소리를 하는군.”

“나검, 아니 유신아. 너 주시평 잡을 때 정치적 고려 같은 거 했어?”

“뭐?”


백희진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오직 범인을 잡을 생각으로 달려든 거 아냐? 그게 검사가 하는 일이고.”


아무래도, 이번 생에선 나유신 때문에 백희진이 대담해진 게 맞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나유신은 아주 잘 안다.

전생에서 잘못 휘말렸다가 죽었으니까.


나유신은 미간을 찌푸리다 어깨를 으쓱였다.


“뭐, 좋아. 이렇게 되면 제트파파를 추가로 파야겠는데.”

“응? 이 사건 실체는 우연인 거 아냐? 유명인사들이 모나코에서 발견되니까, 찍은 거 같던데?”

“백희진, 넌 세상에 우연이 정말 있다고 생각하냐? 검사 2년 차가 될 상황인데도 아직도?”


나유신은 콧방귀를 뀌었다.


“애초에 모나코까지 한국에서 가려면 16시간이 넘게 걸려. 이게 단순히 스타 파파라치로 따라가다 발각된 건이라고?”


아무런 근거 없이 달라붙은 게 아니다.

조영란 의원의 말처럼 누군가 정적이 공작했을 가능성이 높다.

백희진 검사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그럼, 제트파파가 알고 있었다는 거야? 조영란 의원이 친모란 사실을?”

“설마. 다른 이유로 추적하던 거겠지.”

“무슨 소리야, 그게?”


나유신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니까 실은 정말로 상대방 후보의 음모일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이를테면.”


황금문자는 나유신에게 지시했다.

[정치자금] 사건을 해결하라고.

스캔들이 아니다.


“2등, 김익천 후보라든가.”


그렇다면 스캔들 유포 자체는 경쟁자가 범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


하지만 검사는 꼭 진실을 파헤치는 자는 아니다.


“수사 보고를 하러, 왜 안 오는 거지?”


중수부는 대검찰청에 있다.

그러니 중수부 에이스, 전우석 검사가 수도중앙지검에 드나드는 것은 꽤 눈에 띄는 일이다.

혹시 전우석은 일부러 나유신과 만나며, 다른 검사들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게 아닐까?


나유신은 눈앞에 나타난 전우석을 빤히 보다 되물었다.


“중수부가 조영란 줄에 섰습니까?”

“무슨 소리인가, 그게?”

“아니면 왜 이렇게 안달 나 있는지 모르겠는데요.”


그러자 전우석이 나유신을 향해 다그쳤다.


“백 검사, 이건 수사지휘 체계의 문제야. 총장님이 직접 수사를 총괄하고 계셔. 그런데 수도중앙 특수부가 멋대로 하면.”

“전우석 검사님. 난 중수부 갈 생각 없습니다.”

“뭐?”


나유신은 냉소하며 전우석에게 대꾸했다.


“어차피 언제 폐지될지 모를 조직, 가고 싶은 생각 없다구요. 그러니까 조사는 알아서 하세요.”


검사는 출세를 꿈꾼다.

출세의 정점은 중수부를 거쳐야 갈 수 있다.

이것이 전우석이 아는 진리일 것이다.


하지만 한 번 죽어본 나유신은 안다.

그게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를.

전우석은 낯을 찡그린 채 나유신을 보다 돌아섰다.


“후회할 거다. 나 검사.”


나유신이 전우석이 소득 없이 돌아서는 것을 구경할 때, 복도 끝에서 또 다른 검사가 나타났다.


“의외로 결기가 있군.”

“보고는 문서로 올렸습니다만.”

“적히지 않은 게 있는 거 같던데.”


수도지검 3차장, 서수휘가 나유신에게 물었다.


“20분. 진술 녹화가 중단된 시간이지. 그때 무슨 일이 있었지?”


나유신은 어깨를 으쓱였다.


“수사와 무관한 사안입니다.”

“나유신, 그렇잖아도 내게 찍혀 있는 거 모르나? 만약 여기서 한 발 더 실수하면.”

“차장님.”


검찰청에서 지청 차장은 2인자다.

물론 서수휘는 3차장이긴 하지만 사실상 2인자나 마찬가지란 건 누구나 안다.

반면에 나유신은 검찰조직에서 막내에 해당하는 신입 검사다.


그럼에도 나유신은 까마득한 상관인 서수휘에게 오연하게 대꾸했다.


“어차피 전 차장님께 찍힌 거 아닙니까? 마음대로 하시죠.”


서수휘가 기가 막혀 낯을 새빨갛게 물들일 때 나유신은 돌아섰다.


“게다가, 이 사건은 스캔들이 진짜도 아닐 테니까.”


이 사건의 본질은 분명, 따로 있다.


***


물론 스캔들을 파헤칠 때까지 검사가 기다려준다는 보장은 없다.


“중수부가 전격 압수수색에 돌입했답니다!”


아직 나유신이 정식 보고를 올리기 직전.

수도지검 특수부에 수사관 고거경이 황급히 뛰어들었다.

구호승 특수부장이 마뜩찮은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어딜 덮쳤는데?”

“김익천 선거캠프요!”

“뭐?”


고거경은 마른 침을 삼키며 부르짖었다.


“김익천 쪽에서 루머를 퍼뜨렸다는 제보를 받고 덮쳤답니다!”


물증이 나오기 전에 먼저 압수수색부터 한다.


특수부 수사방식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그러나 여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를 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선수를 빼앗긴 특수부장, 구호승이 이를 갈 찰나.


특별TF 팀장 유명세가 낄낄 웃으며 손뼉을 쳤다.


“이거 한 방 먹었군. 어떻게 할 건가? 구호승 부장?”


그때 나유신이 입을 열었다.


“범인을 잡으면 됩니다.”

“오호라, 우리 백사는 누가 범인인지 아는 모양이지?”

“스캔들 유포라면 간단합니다.”


나유신은 수사보고서 중 한 대목을 가리켰다.


“사진을 처음 찍은 곳을 파면 되죠.”


바로 파파라치 전문 매체, 제트파파다.


***


그러니까 애초에 모나코까지 가서 사진을 찍었다는 것, 자체가 수상하다.


-〈중수부는 전격적으로 서울시장 후보 김익천 전 의원 캠프를 수색했습니다. 김익천 의원은 4선 의원으로 현재 서울시장 선거에서 유력 후보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한편, 야당에서는······〉


제트파파는 강남에 자리잡고 있다.


원래 전통적인 언론 매체는 종로나 광화문에 사옥을 둔다.

방송사는 여의도나 상암에 본사를 두는 게 보통이다.

언론의 주요 출입처가 광화문에 있거나 혹은 여의도에 있던 시절의 유산이다.


그러나 인터넷 매체는 이런 전통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게다가 파파라치 전문이면 위치가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동이 간편한 강남대로 부근이 좋다.


뉴스를 보다 제트파파의 편집장, 우지한은 배를 잡고 스스로 감탄했다.


“캬, 우리가 쏘아올린 공이 대체 어디까지 가는 거야?”


파파라치 매체도 자부심이 있다.


특종.

사진 한 장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보도.

선악, 도덕, 상식은 알 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보도를 통해 얼마나 세상을 뒤흔들 수 있느냐다.

게다가 이번 사안은 여러 경로를 통해 돈도 되니 [제트파파]로서는 일석다조다.

그런데 사진기자, 성덕수가 입맛을 다셨다.


“편집장님, 괜찮을까요, 이거?”

“뭐가?”

“너무 커져 버렸잖습니까. 그냥 장우찬 스캔들도 아니고, 서울시장 선거 스캔들인데.”


성덕수가 바로 모나코까지 가서 특종 사진을 찍은 최고의 파파라치다.


평소 아이돌 팬들이 난리칠 때도 태연하더니, 이번엔 덜덜 떠는 모양이다.

하긴 상대는 아이돌이나 스타 정도가 아니다.

정치인, 그것도 서울시장 유력 후보가 대상이다.


자칫 언론사를 폐간시킬 수도 있는 게 유력 정치인이다.

특히 사진을 직접 찍은 성덕수는 타깃이 되기 십상이다.

정작 편집장 우지한은 배포 좋게 웃어 제쳤다.


“우리는 그저 사진을 찍었을 뿐이야. 그것도 연예인 사진. 그 사진에 조영란 의원이 있었다고 해서 이상할 게 있나? 응?”


물론 사진은 누구나 찍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진을 함부로 유포하면 범죄가 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우지한 편집장은 믿는 구석이 있다.


우선 언론의 자유다.

언론사는 취재 목적으로 사진을 촬영해 보도할 수 있다.

나아가 선거에서도 유력 후보가 도덕적인 흠결이 있는지 여부를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사명 중 하나다.


당연히 우지한은 그런 목적으로 이번 사건을 일으킨 적이 없다.

오히려 음흉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알게 뭔가?


게다가 만일을 대비한 [조력자]도 있는 상황이다.


-쿠당탕!


갑자기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사무실 문이 강제로 열리고 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모두가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우지한 편집장이 눈을 부라리며 나섰다.


“뭐요, 갑자기?”

“검찰에서 나왔습니다. 협조 좀 해주시죠?”

“협조? 영장 있소? 이건 언론 탄압이오. 어떻게 사진 하나 내보냈다고 검찰에서 이렇게 막무가내로 들어와?”


선두에 선 수사관, 고거경이 히죽 웃었다.


“그럼, 체포영장 집행합니다.”


순간 우지한의 팔목에 은색 수갑이 채워졌다.


-철컥!


우지한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에 입을 쩍 벌렸다.


사실, 압수수색 정도는 예상했다.

당장 검찰이 서울시장 후보 캠프를 덮친 상황이다.

본래 원사진을 찍은 제트파파로 올 것도 뻔한 일이었다.


다만 사전에 연락이 올 거라 생각했는데, 조율 없이 다짜고짜 올 줄은 몰랐다.

허나 그래도 적당히 대응하며 자료를 내주면 그뿐이라 여겼다.

한데 체포라니, 이건 정도를 넘어선 일이다.


“뭐야, 이거!”

“제트파파 편집장 우지한. 당신을 허위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고,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진술하지 않을 권리도 있습니다.”

“이봐, 무슨 근거로 날 체포한다는 거야! 대체 왜!”


고거경 수사관이 우지한을 노려보며 말했다.


“협박을 하셨더군. 우지한 편집장. 장우찬 씨에게.”


우지한은 눈을 부릅떴다.


그러니까, 장우찬 쪽에서 고발이 들어왔던 모양이다.

하지만 장우찬은 연예인이고 제트파파에게 약점 잡힌 것도 꽤 많다.

당장 숨겨진 또 다른 애인 사진만 해도 제트파파 금고에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렇게 장우찬이 까발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잠깐, 그건 어디까지나 사진을 찍고, 왜 모나코에 갔는지 취재를 한 거고.”

“그걸 협박이라고 하는 겁니다. 게다가 이전에 다른 연예인에게서도 같은 방식으로 금품을 뜯어낸 혐의도 있습니다. 이런 건, 공갈죄에 해당하지요.”

“절대 그런 일 없소!”


딱 잡아 뗐지만 고거경은 코웃음을 쳤다.


“장우찬만이 아니라, 다른 연예인들도 모두 진술했습니다. 물론 당신네 자료도 우리에게 모두 압수될 거고. 모두 가져가! 범죄 증거다!”


미처 기자들이 막기도 전에, 수사관들이 사무실을 싹쓸이 하기 시작했다.

아마 틀림없이 영장 범위를 넘어선 압수수색일 것이다.

허나 본인이 체포된 마당이라 우지한은 막을 틈도 없었다.


단지 끌려가며 고함칠 뿐.


“내 뒤에 누가 있는 줄 알아! 이대로, 절대 난 안 죽어!”


그런데 고거경이 비웃으며 일렀다.


“당신 뒤에 있는 사람도 같이 죽을 거요. 우지한 편집장.”


우지한은 눈을 부릅떴다.

검찰에서, 이미 알고 온 것이다.


***


검사동일체란 원칙이 있다.


비공식적인 룰이지만, 사실상의 불문율이다.

곧 검사 조직은 하나로 움직인다는 거다.

이런 원칙에 따르면 김익천 서울시장 후보 캠프를 덮친 압수수색은 검찰 전체의 단일의지여야 한다.


그러니까 김익천이 이렇게 외치는 것도 근거가 없는 게 아니다.


“이건, 검찰의 정치 탄압입니다!”


검찰 수사관들이 한바탕 쓸고 간 캠프.

엉망진창인 사무실 중심에서 김익천 후보가 외치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싼 것은 카메라, 마이크, 그리고 스마트폰을 든 기자들.


요컨대 기자회견이다.


“김익천 후보님. 그럼 검찰이 이유 없이 압수수색을 했다고 보십니까?”

“당연한 얘기요. 아니, 애초에 조영란 의원이 아들뻘 되는 남자랑 모나코에 갔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이요?”

“만약에 조영란 의원이 이번 스캔들로 낙마한다면, 상관이 있지 않을까요?”


김익천은 기자 한 명의 질문에 껄껄 웃다 눈을 부릅떴다.


“물론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사람이 시장이 되면 안 되겠지요! 하지만 그건 본인이 저지른 짓이지, 나랑 무관하다, 이 말입니다!”


기이하게도 김익천은 여유가 있다.


보통 검찰의 압수수색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또한 선거 국면에서 검찰 수사를 받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다.

검찰 수사부서의 핵심, 중수부의 압수수색은 더욱 그렇다.


왜냐면 압수수색이 지나고 나면, 피의자 소환조사나 구속영장이 날아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익천은 흥분한 표정이긴 하지만, 또한 여유가 넘친다.

기자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검찰이 여당 후보를 탄압한다는 얘기입니까?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뭘 모르시는군! 기자 양반, 검사들은 정권 눈치를 보지 않소. 그자들이 신경 쓰는 건 단 하나, 검찰권력뿐이오!”

“검찰권력이라고 하셨습니까? 책임질 수 있는 발언입니까?”


김익천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기자들을 향해 힘껏 팔을 휘둘렀다.


“당연하지요! 이 나라를 지금 좌우하는 건 검찰권력이요. 보시오, 당장 서울시장 선거만 해도 검사들이 쥐락펴락하고 있지 않소? 응?”


그런데 캠프 사무실로 양복을 입은 사람과 점퍼 차림의 남자들이 뒤따라 들어섰다.


-뚜벅, 뚜벅, 뚜벅.


선두에 선 양복쟁이를 보던 기자들이 재빨리 달려들었다.


“검찰이다!”


지금까지 여유롭던 김익천의 표정이 달라졌다.

중수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양복쟁이, 수도지검 특수부 검사 사정국이 김익천 앞에 섰다.


“김익천 후보님, 수도지검 특수부에서 나왔습니다.”

“지금, 뭐 하자는 거지? 나 모르나? 난 장관이랑 동기야. 나도 초년차 때는 검사였다고. 선배에게 이러기인가?”

“우지한 편집장이 자백했습니다.”


사정국은 김익천을 향해 조용히 일렀다.


“처음 사진을 찍은 건 의원님 사주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사진을 찍고 난 뒤에는 의원님이 사진을 사려고 하셨다고 말입니다.”


김익천은 식은땀을 흘렸다.


뭔가, 이상하다.

사실 중수부가 쳐들어올 때는 그러려니 했다.

지금 검찰총장이 야당 라인을, 사실 정확히는 야당과 여당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건 여의도에선 다 안다.


하지만 김익천은 당당했다.

왜냐면 또 다른 수사부서, 수도지검 특수부가 김익천 편이라는 얘기를 사전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수도지검 특수부에서 김익천에게 쳐들어왔을까?


나름 전직 검사였던 정치인, 김익천이 목청을 높였다.


“명예훼손은 미수죄가 없어! 난 무죄야. 물론 사려고 했다는 그 말이 사실이란 전제 하에!”

“아닐 겁니다.”

“뭐?”


사정국은 어깨를 으쓱였다.


“캠프 단톡방에서 해당 사진을 돌려보면서, 비아냥거리셨죠? 톡을 나누신 내역이 입수되었습니다. 그건 명예훼손 기수입니다.”


김익천은 입을 벌렸다.

아무래도 수도중앙지검 특수부도 줄을 타는 모양이다.


***


명예훼손은 물론 범죄지만 치명적인 범죄라고 하긴 어렵다.


“사건의 범인은 제트파파 편집장, 우지한입니다! 또한 김익천 후보는 명예훼손의 방조범으로 기소될 예정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얘기다.


제트파파 편집장 우지한은 정말로 장우찬을 추적하다 사진을 손에 넣었다.

바로 정치인 조영란과 장우찬이 팔짱을 낀 사진이다.

사실은 두 사람이 숨겨진 모자관계라 그런 거였지만, 우지한은 그 사실을 몰랐다.


그렇지만 여성 정치인과 남성 스타의 야릇한 사진은 그 자체로 스캔들.

우지한은 이 사실을 이용해 조영란을 협박하고, 동시에 상대 캠프인 김익천과 거래를 시도했다.

김익천은 사진을 폭로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당연히 제트파파 편집장 우지한에게는 실형이 내려질 것이다.

그러나 김익천은 그저 사진을 거래하고 유도했을 뿐.

가벼운 벌금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선거에는 타격이지만, 중대한 피해는 아니다.

요컨대 법무부장관의 하명을 받는 특수부는 묘하게 줄을 탄 셈이다.

수도중앙지검 기자실에서 특수부장, 구호승이 지금 발표하는 게 바로 이 내용이다.


뒤에서 구경하던 특별TF 팀장, 유명세가 비아냥거렸다.


“이거, 특수부장은 좋겠어. 부하 하나 잘 둬서 중수부장까지 제쳐버리고. 그림 그리는 솜씨 아주 탁월하네, 백사?”

“팀장님, 진짜를 잡으시고 싶으십니까?”

“응? 무슨 소리냐, 그게?”


나유신은 유명세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제가 보기에 이 사건은 단순히 정치인와 연예인의 스캔들 사건이 아닙니다.”


지금 구호승의 발표는 모두 나유신의 [기획]이다.


이 기획은 모자관계 정보, 정오판정 능력, 여기에 10년 후 미래까지 아는 나유신이기에 그릴 수 있었다.

사건 전체는 이로써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황금문자는 사건해결을 판정하지 않았다.


물론 나유신도 똑같은 생각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연예인 스캔들이나 명예훼손 정도가 아닐 테니까.

반면 유명세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거야 당연한 얘기 아닌가? 지금 여당 후보가 이 사건 때문에 낙마하게 생겼는데.”

“팀장님. 고작 연예인 스캔들 문제였다면 왜 중수부가 [보호자]로 나섰을까요? 게다가 장관이 굳이 [공격자]로 나선 이유가 뭐겠습니까?”

“서울시장 선거가 그만큼 중요하단 소리 아닌가?”


나유신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이 사건 뒤에는 더 큰 게 있습니다.”


유명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번 사건에 달라붙은 수사부서는 크게 넷이다.

중수부, 수도중앙 특수부, 서수휘 직할 남부지검 합수단, 그리고 학폭 특별TF다.

학폭 특별TF는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고, 한 일도 없지만, 독자적인 수사가 가능하다.


뭔가, 나유신이 일부러 사건을 끌고 온 게 유명세 눈에도 보인다.


“돌려서 말하지 마. 뭘 냄새 맡은 거냐, 백사?”


나유신은 하얀 머리를 긁적이다 대꾸했다.


“정치 비자금 스캔들입니다. 팀장님.”


이건 황금문자의 판정이기도 하다.


***


원래 검사들의 회의는 당연히 검찰청 건물에서 진행해야 한다.


-삐꺽!


그러나 오늘 학폭 특별 TF의 팀장, 유명세가 밀고 들어가는 방은 수도중앙지검 검찰청사가 아니다.

당연히 본청도 아니며, 지청 중 하나도 아니다.

검찰이 소유하고 있는 별도 건물조차도 아니다.


아주 낡아 경첩에서 소리가 나는 문을 쏘아보다, 유명세가 입맛을 다셨다.


“여기, 시설 왜 이래?”

“그거야 팀장님이 비밀스러운 장소를 찾으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갑자기 찾으면 당연히 이런 재건축 직전인 건물 밖에 안 나오죠.”

“어차피 박달한 검사 자네가 아니라 저기 금수저들이 계약한 거 아냐?”


유명세가 앞을 턱짓하자, 백희진과 나유신이 먼저 들어와 청소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백희진은 자신을 쳐다보는 눈길에 도리질을 쳤다.

반면에 나유신은 어깨를 으쓱였다.


“금수저는 아니지만, 제 아버지 명의로 계약하긴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곳은 임시 안전가옥, 실은 강남의 낡은 재건축 대상 건물이다.


이번 사안은 윗선 몰래 수사해야 하는 일.

허나 수도중앙지검 청사에서는 팀이 모이면 눈에 띈다.

해서, 유명세는 나유신에게 따로 모일 수 있는 장소를 요구했다.


이래저래 시간이 별로 없는 나유신은 부친, 나재천에게 연락했다.

그 결과가 다 무너져가는 건물의 빈 사무실이다.

아주 마뜩찮게 먼지를 털어내다 유명세가 털썩 주저앉았다.


“좋아. 반역 모의를 시작해 보자고.”

“팀장님, 저는 반역할 생각 없습니다. 게다가 저 원소속 부산지검인 거 아시죠?”

“너, 천년만년 부산에만 있을 거냐? 결국 서울로 올 거 아냐?”


유명세는 박달한을 향해 오히려 호통치며 단언했다.


“그럼 격변기에 적응해야지! 내가 라인 같은 건 안 키우지만, 나랑 사건 같이 하면 누구든 떠! 저기 백사를 보면 알잖아!”


박달한은 입맛을 다셨다.


사실 애초에 학폭 사건이 일단락 되었을 때, 학폭 TF의 업무는 끝난 상황이다.

장관 특별 지시로 참여하긴 했지만 애초에 서울시장 후보 사건은 박달한의 임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유명세는 라인을 길게 세워 후배를 키워주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박달한은 이곳에 왔다.

상부에는 전혀 보고하지 않은 채 독자적 수사를 감행하려는 팀원들을 따라서.

학폭사건, 실은 마약 사건이었던 시한국제중 사건을 처리하며 나름 정이 든 탓이다.


그러나 백사, 곧 나유신이 유명세 덕분에 떴다고 주장하니 어째 좀 그렇다.


“갑자기 팀장님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는군요.”

“하여간, 이 사건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야.”

“그거야 그렇죠. 일단.”


문득 박달한이 코끝을 찡그렸다.


“구호승 부장, 아니 서수휘 차장이 사건을 너무 덮으려는 느낌이 납니다.”


아주 황급히 제트파파가 사건의 전부라고 덮었다.


이건 뭔가 이상하다.

물론 그저 제트파파가 사진을 찍고 협박한 게 사안의 전부일 수도 있다.

허나 고작 그 정도라면 장관이 나서서 특별 수사팀을 꾸리고, 총장은 반대하는 형국이 벌어졌을지 의문이다.


유명세도 고개를 까딱이다 마주선을 돌아보았다.


“그럼 사건 브리핑을 해보지. 마주선 검사?”


마주선이 긴장한 얼굴로 사전에 준비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척, 척, 척!


PPT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 회의자료도 모두 서면이다.


“지금까지, 사, 사건은, 이, 이렇습니다.”


서면 회의자료의 상단에 적힌 제목이 도드라진다.


-〈조영란 의원 명예훼손 사건 진행 현황〉


아주 평범한 제목이지만, 마주선의 정리는 일목요연했다.

범죄정보실 근무 경력에 걸맞게 서류 정리는 완벽한 셈이다.

자료를 보며 마주선이 입을 열었다.


“먼저 제트파파가 조영란과 장우찬이 만나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후 조영란, 김익천 양 캠프를 향해 협박을 시작했죠.”

“장우찬 쪽에도 협박이 들어갔겠지. 그런데, 우리 백사가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단 말이지?”

“조영란과 장우찬이 불륜 관계가 아니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사전에 준비된 자료를 보고할 때는 말을 더듬지 않는 마주선이 눈에 이채를 띠었다.


“그런데 중수부에서 먼저 김익천을 친 겁니다.”


유명세는 낡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고개를 까딱였다.


“중수부는 당연히 총장 직속이고, 총장은 조영란 쪽에 줄을 대고 있어. 여기까진 이상하지 않아.”

“하지만 이건 특수부를 엿 먹이는 일이죠. 그래서 나유신 검사가 ‘기획’을 제안했죠.”

“아주 깔끔한 기획이었어. 웬만한 기획통들도 그 정도는 못 할 텐데. 하여간.”


문득 유명세가 나유신을 쏘아보았다.


“그래서 김익천에게 가벼운 처벌로, 조영란은 명예훼손 고소 승리로, 그리고 제트파파 편집장 우지한이 주범으로 처벌받게 됐지. 모두가 윈윈이지?”

“뭐, 제가 그리긴 했지만, 완성시킨 건 특수부장님이죠.”

“그런데, 이게 정치자금 사건 같다고? 근거가 뭐지? 백사?”


다시, 모두가 나유신을 응시했다.


사실 이게 결국 검사들을 움직이게 만든 진짜 이유다.

고작 스캔들 사건이 아닌 것 같다는 수상한 상황.

한데 지금까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온 2년차 검사가 말했다.


이 사건 뒤에는 정치자금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모나코. 그게 문제죠.”


나유신이 엉뚱한 답을 내놓자 박달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소리야, 그게?”

“모나코는 휴양지로만 유명한 게 아닙니다. 조세회피처로 더욱 유명합니다.”

“그런가? 뭐, 설사 그렇다 해도 그건 재벌들이나 관련된 일 아니야? 조영란이나 장우찬이 조세 회피용 계좌라도 만들었대?”


나유신은 잠시 말을 골랐다.


사실 이 문제는 원래는 추적이 불가능하다.

일단 계좌를 추적하는 일은 그냥 되는 게 아니라 금감원이나 해당 은행의 도움이 필요하다.

또한 국외계좌라면 국제금융기구나 해당 국가의 외교적 협조를 얻어야 한다.


그럼에도 나유신이 이렇게 위험하게 나선 이유는 하나다.

황금문자가 사건의 결론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이건 스캔들이 아니라 정치자금 사건이라고.


문제는 어디서 어떻게 추적할지다.


“조영란 의원은 정치인이고, 추적도 어렵지만, 그런 계좌를 만들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장우찬은 다르죠. 비밀 계좌를 모나코에 만들었더군요.”


이건 추적이 가능한 영역이다.


***


왜냐면 연예인은 추적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저, 저를 왜 부르신 겁니까?”


특별 TF 소집 하루 전.

나유신은 근처 카페에서 엉뚱한 사람을 만났다.

바로 제트파파의 사진기자, 성덕수다.


“성덕수 기자, 긴장하실 거 없습니다. 밖에서 보자고 한 건 정식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그, 그렇죠? 저야 그냥 사진만 찍었으니.”

“민사소송을 당하실 수는 있겠죠. 그 사진 덕분에 장우찬 씨가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으니까.”


성덕수가 안심하다 낯빛이 변할 찰나, 나유신이 일침을 놓았다.


“어쩌면 억 단위로 소송당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한국은 미국과 달리 위자료 손해배상이 그리 크지 않다.

그렇지만 보통 사람은 소송을 당하는 것 자체가 큰 일이다.

게다가 방어하려면 변호사를 써야 하는데, 수임 비용만 수백만원에서 기천만원이 깨진다.


이제 회사까지 망하게 생긴 성덕수가 기겁해서 나유신을 붙잡았다.


“살려주십시오!”

“그건 검찰에서 소송 거는 게 아닙니다. 성덕수 기자.”

“그래도 절 만나자고 한 건 방법이 있어서 아닙니까?”


역시 파파라치 기자답게 성덕수도 머리는 빨리 도는 모양이다.

뭔가 제안할 게 있어서 나유신이 보자고 한 것을 눈치챈 것이다.

잠시 성덕수를 보다 나유신이 물었다.


“모나코에서 장우찬이 은행에 들르는 걸 봤죠?”


성덕수는 정오판정을 발휘할 필요도 없이 수긍했다.


“예? 어, 그건 그랬죠.”

“은행 이름이 뱅크 드 루나, 맞습니까?”

“거기까진 잘 모릅니다만, 은행에 갔던 건 확실합니다. 어, 그러니까.”


잠시 식은땀을 흘리다, 성덕수가 스마트폰을 꺼냈다.


“여기, 사진이 있어요.”


이미 검찰에서 압수수색을 했지만, 따로 보관한 파일이 있었던 것이다.

사진 속 장우찬이 은행에서 나오는 장면이 보인다.

뱅크 드 루나, 모나코의 가장 오래된 은행이다.


“그런데 이게 왜 문제죠?”


나유신은 성덕수의 질문을 듣다 눈을 가늘게 떴다.


“그거야 조영란이 장우찬을 이용한 것 같기 때문이죠.”


숨겨진 아들도 이용하는 게 정치인답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


최근 장우찬은 일이 없다.


-삑!


왜냐면 스캔들 문제로 모든 스케쥴이 펑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이 없다고 해서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리는 없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집에 다녀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오늘도 신나게 친구들과 밀폐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돌아온 장우찬은 문을 자동키로 잠그며 나섰다.


그때다.


“장우찬 씨?”


장우찬은 힐끗 돌아보다 미간을 찌푸렸다.


“제 집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소속사에서 알려주더군요. 압수수색 영장 받기 싫으면 내놓으라고 했더니 다 내놓던데요. 그건 그렇고 음주운전 하셨습니까?”

“대리기사 썼습니다. 그리고 제 변호사와 얘기하시죠. 전 더 이상 할 말 없습니다.”


물론 대리기사를 썼어도 주차장까지는 본인이 들어온 게 확실하다.

검사 앞에서 음주운전을 한 주제에 대담하게 대꾸하는 셈이다.

잠시 쓴웃음을 머금던 나유신이 물었다.


“그 변호사를 얼마나 믿으십니까?”


어쨌거나 나유신은 장우찬의 음주운전을 단속하러 온 게 아니다.

게다가 지금은 장우찬의 협력이 필요하다.

문득 장우찬도 이상한 점을 느꼈는지 나유신을 쏘아보다 답했다.


“심정지 변호사님은 어머니, 아니 조영란 의원님이 소개시켜준 분입니다. 당연히 믿을 수밖에요.”

“그분 원래 전문분야는 가사사건이나 연예 사건이 아니더군요.”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 겁니까?”


그런데 나유신이 묘한 얘기를 던졌다.


“국제 외환거래가 전문이던데요. 장우찬 씨, 모나코에 계좌를 트셨죠?”


장우찬은 눈을 깜박이다 돌아섰다.

낯이 굳어진 채 장우찬은 성큼 나유신의 옆을 지나쳤다.

재빨리 나유신이 막아서자 장우찬이 다시 비키려 했다.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군요.”

“그 계좌로 비자금이 오갔을 겁니다.”

“뭐라구요?”


나유신은 장우찬을 정시했다.


“당신 어머니, 조영란 의원이 당신 명의 계좌로 정치 비자금을 움직였을 거라구요. 당신을 속인 겁니다.”


이게 바로 스캔들이 일어난 이유다.

바로, 정치자금을 숨기기 위해서.


작가의말

* 이제 1차 사건 해결 후, 2차 사건 개시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9

  • 작성자
    Lv.99 세비허
    작성일
    24.07.24 23:04
    No. 1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8 기신
    작성일
    24.07.25 09:00
    No. 2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이름만 나오던 사채왕이 나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n9077
    작성일
    24.07.24 23:25
    No. 3

    불쌍혀...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8 기신
    작성일
    24.07.25 09:00
    No. 4

    감사드립니다. 이제 2차 사건으로 돌입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24.07.24 23:37
    No. 5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8 기신
    작성일
    24.07.25 09:00
    No. 6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오회장 수사 편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이자금
    작성일
    24.07.25 13:33
    No. 7

    지금까지 검찰 개혁은 사기죠
    문재인 조국이 하겠다는 사법개혁도 결국은 검찰 장악이 목적이었죠
    진짜 검찰 개혁은 본래의 검찰로 돌리는거죠

    이승만 박정희때 검찰은 독재자들의 말은 안 듣는 검사들이 많았어요
    이걸 인사권 지휘권으로 목줄을 채우고 서열을 만들어 출세라는 당근으로 검사들을 부려먹었죠

    사법개혁은
    평검사 평판사 제도 뿐이죠
    모든 검사 판사가 동등하며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누구도 인사권을 가지지 못하는 평생 평검사 평판사로 재직하는거죠

    대통령 장관 대법원장등의 인사권 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사 판사는 누구의 지시도 인사상 불이익도 없이 독립된 존재로 사건을 처리 하는거죠

    평검사 평판사 임용은 변호사 경력 5년이나 10년 이상자중 범법 부정한 자가 아니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고 추첨으로 평검사 평판사를 뽑고
    5년 마다 재임용 감사를 받고 5년마다 지방이면 다음은 수도권으로 수도권은 다음은 지방으로 옮기는거죠
    한 번 배정 받은 사건은 누구도 간섭 할 수 없고
    다른 검사 판사의 부정한 방법에 의한 사건 조작은
    검사 누구나 재조사 할수 있게 하여 처벌하면

    지금과 같은 법의 사유화는 사라질수 있을거에요

    평검사 평판사 제도가 아닌 사법 개혁은 거짓말이자 사기일 뿐이죠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8 기신
    작성일
    24.07.26 10:23
    No. 8

    체크 감사드립니다. 사실 지적하신 방향의 개혁을 위해 검사 내 지위를 총장과 검사로 이원화하는 법제도 만들어지고 개혁 추진도 되긴 했었으나.. 아무래도 다 실패로 돌아간 상황이긴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구피
    작성일
    24.07.25 14:53
    No. 9

    바빠서 늦게 봅니다
    항상 어떤 사건이 더 나올까? 하고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8 기신
    작성일
    24.07.26 10:23
    No. 10

    감사드립니다. 좀 더 열심히 새로운 사건으로 달려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장금
    작성일
    24.07.25 17:45
    No. 11

    아들 이용한거야 참 못됐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8 기신
    작성일
    24.07.26 10:22
    No. 12

    체크 감사드립니다. 사실 자녀 이용하는 정치인이 많긴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n7******..
    작성일
    24.07.25 20:03
    No. 13

    안아 않아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8 기신
    작성일
    24.07.26 10:22
    No. 14

    체크 감사드립니다. 수정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유리아o
    작성일
    24.07.25 20:58
    No. 15
  • 답글
    작성자
    Lv.48 기신
    작성일
    24.07.26 10:21
    No. 16

    감사드립니다. 이제 다음은 사채업계 오회장 편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물물방울
    작성일
    24.08.16 02:45
    No. 17

    건필하시어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8 기신
    작성일
    24.08.22 10:27
    No. 18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사채왕 편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추세추종
    작성일
    24.09.19 06:32
    No. 19

    친모가 맞나..모성애가 부인되는 일은 언제나 슬프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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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49) 초보형 전시안으로 사채왕을 발견하다 +15 24.08.22 6,533 153 30쪽
49 (48) 회장 등극식에서 대법관을 이용해 진범을 잡다 +19 24.08.20 6,660 163 21쪽
48 (47) 재벌 회장이 되게 해주세요 +25 24.08.18 6,752 154 34쪽
47 (46) 특수부 폭력이 조폭 진범보다 위다 +20 24.08.14 6,952 167 34쪽
46 (45) 강앤함과 월야 재벌가의 동상이몽을 털어라 +12 24.08.12 7,103 154 24쪽
45 (44) 월야그룹 살인사건을 만나다 +12 24.08.08 7,751 151 25쪽
44 (43) 나유신의 팀을 수도대 동문회에서 완성하다 +14 24.08.06 8,144 166 35쪽
43 (42) 백사여, 노담에서 다시 시작해라 +20 24.08.02 8,276 176 29쪽
42 (41) 시한부 연장권과 함께 중수부가 폐지되다 +20 24.07.31 8,107 193 20쪽
41 (40) 백발이가 사채왕을 잡다 +27 24.07.30 8,030 194 21쪽
40 (39) 이렇게 된 이상 선제 폭로로 중수부를 친다 +14 24.07.28 7,969 194 19쪽
39 (38) 진짜는 미래살인 배후 사채왕이다 +16 24.07.26 7,968 188 21쪽
» (37) 금수저 비밀 정보로 스캔들 범인부터 잡다 +19 24.07.24 8,006 184 32쪽
37 (36) 이건 중수부의 운명이 걸린 사건이다 +14 24.07.19 8,126 178 30쪽
36 (35) 위치 추적 보상과 함께 서울시장 스캔들을 만나다 +22 24.07.17 8,422 186 23쪽
35 (34) 진짜 마약범을 잡고 금수저 변호사와 손잡다 +27 24.07.15 8,367 195 22쪽
34 (33) 골드스컬 클럽을 함정으로 일망타진하다 +17 24.07.14 8,305 190 23쪽
33 (32) 조기유학 금수저 학폭이 사건 진상이다 +16 24.07.10 8,383 182 23쪽
32 (31) 철벽의 성을 대규모 교사 시위로 넘어볼까 +13 24.07.08 8,319 187 22쪽
31 (30) 학교폭력 연쇄 자살사건이 터졌다 +15 24.07.05 8,708 182 22쪽
30 (29) 한국 재계를 뒤엎을 진짜 거물을 만나다 +21 24.07.03 9,007 194 24쪽
29 (28) 노동 살해 협박으로 진범을 잡다 +16 24.07.01 8,855 201 22쪽
28 (27) 솔라코인 전관 법무팀의 방어를 뚫어라 +15 24.06.27 9,043 196 21쪽
27 (26) 특수부 첫 사건은 1조원 분식회계다 +17 24.06.26 9,384 198 22쪽
26 (25) 중수부장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다 +15 24.06.24 9,589 201 35쪽
25 (24) 백발이를 죽인 자에게 진짜 복수를 해보자 +16 24.06.19 9,314 198 34쪽
24 (23) 백사가 또 검사를 잡았다 +22 24.06.18 9,397 200 22쪽
23 (22) 특수부식 예단수사로 마약통관범을 잡아라 +11 24.06.15 9,441 197 23쪽
22 (21) 이 나라에는 마약도 너무 많다 +17 24.06.13 10,215 210 24쪽
21 (20) 첫 기자회견과 함께 위수증 5백억 코인이 남다 +19 24.06.07 10,211 224 36쪽
20 (19) 5초 예지로 폭발 속 범인을 잡다 +14 24.06.06 10,103 221 24쪽
19 (18) 감옥에 보낼 놈은 내가 고른다 +14 24.06.04 10,090 218 18쪽
18 (17) 1천억 비트코인 사건을 5초 예지로 파헤치자 +14 24.05.31 11,098 219 31쪽
17 (16) 나를 건드리면 검찰총장 예정자도 가만 안 둔다 +25 24.05.29 10,979 233 26쪽
16 (15) 독사를 건드리면 제왕도 문다 +20 24.05.27 11,054 237 30쪽
15 (14) 공판부 땜방으로 백발검사를 보내라 +10 24.05.24 11,548 223 30쪽
14 (13) 언론비리 일망타진으로 신체감정 보상을 받다 +11 24.05.23 12,155 230 31쪽
13 (12) 특활비 별건수사로 무전취식 기자를 잡자 +12 24.05.21 12,245 237 21쪽
12 (11) 사고뭉치에게는 법카부터 먹여줘라 +13 24.05.20 13,451 243 21쪽
11 (10) 나유신이 주가조작 일당을 함정수사로 잡았다 +17 24.05.20 13,516 262 21쪽
10 (9) 오풍제지 그래핀 사기를 경찰공조로 잡는다 +16 24.05.18 14,347 257 25쪽
9 (8) 정오판정으로 오풍제지 주가조작을 발견하다 +16 24.05.17 14,706 276 15쪽
8 (7) 선배가 장애물이면 부수고 해결한다 +15 24.05.14 15,098 280 22쪽
7 (6) 상태창의 보상은 놓칠 수 없다 +23 24.05.12 15,957 296 27쪽
6 (5) 의원 하나 잡고 시작하자 +20 24.05.11 15,732 290 14쪽
5 (4) 신입 수석검사가 꼴통이래 +15 24.05.10 16,983 307 15쪽
4 (3) 범인을 잡으니 시한부 연장 +16 24.05.09 18,128 292 11쪽
3 (2) 우선 범인부터 잡고 죽자 +17 24.05.08 19,690 312 13쪽
2 (1) 백발 신입검사 나유신 +25 24.05.08 22,926 354 11쪽
1 프롤로그 : 시한부 상태창이 생겼다 +42 24.05.08 30,116 41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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