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검사는 거물이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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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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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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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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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백발이가 사채왕을 잡다

DUMMY

중수부, 검찰의 중추로 오랫동안 군림해 온 곳이다.


“도대체, 왜 중수부 폐지론이 나온 거야! 이 사태에서!”


수도중앙지검장, 박태곤이 고함쳤다.


본래 정치 사건에서는 중수부가 직접 수사를 총괄한다.

단지 특수부가 날뛰게 내버려 두지 않고 사건 대상이 되는 곳을 모조리 압수수색으로 초토화시킨다.

허나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총장이 암시한 정치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스캔들이나 야당 후보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다.

비자금.


그것도 여야를 막론한 정치자금이 뒤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들었다.

중수부장 이주혁이 신중히 움직이고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한데 눈여겨보던 [백사]가 사고를 쳤다.


거기까진 그렇다 치자.

미친 검사가 세상에 한둘이야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도대체 여론은 왜 이렇단 말인가?


박태곤 앞, 제3차장 서수휘가 차갑게 말했다.


“원래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중수부에 불만이 많았죠. 주로 대선자금을 건드려 왔으니까.”

“이번 사건이 바로 그 대선자금 문제 아닌가! 다 죽고 싶다는 거야, 뭐야?”

“기회라고 본 겁니다.”


서수휘가 비웃음을 머금었다.


“검찰의 힘을 빼고 길들일 기회로.”


물론 중수부는 대선자금 수사 전담부서는 아니다.


실은 오히려 검찰총장, 나아가 정권 핵심의 [칼]로 기능해 왔다.

특히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야당 정치인 사냥이나 불온세력 파괴를 전담하는 정권 수호신에 가까웠다.

허나 민주화 시대 이후 중수부도, 실은 검찰도 바뀌었다.


일단 정권교체라는 게 일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제의 야당이 오늘의 여당이 되고, 오늘의 여당은 내일의 야당이 된다.

특정세력에 붙어 수호신 역할을 하다가 목이 날아간 검사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러자 검찰 자체의 이익을 추구할 필요가 생겼다.

재벌 회장을 구속시키고, 정권 핵심도 건드리고, 그러다 대선자금까지 수사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중수부의 위상은 올라갔지만 적은 수도 없이 많아졌다.


그런데, 사실 이 대화는 조금 이상하다.

중수부가 아니라 수도중앙지검에서 수뇌부가 나누고 있으니까.

물론 내막을 들여다보면 꼭 이상한 것도 아니다.


어쨌거나 사고는 수도중앙지검에서 났고, 중수부 사태는 검찰 전체 문제다.


“망할, 사고 친 놈이 누구라고? 백사?”

“특수부 소속 나유신 검사입니다. 현재는 학폭 특별 TF로 파견 발령난 상태입니다.”

“당장 그 새끼부터 대기발령시켜! 이게 대체 무슨!”


박태곤 지검장이 방방 뛰는 이유가 있다.


물론 수도중앙지검은 이번 사태에서 총장이 아니라, 장관 라인에 섰다.

사실 장관이라고 하지만 법무부 장관은 보통 전직 고위검사가 앉으니 그냥 선배 검사다.

하여, 박태곤은 선배 검사 중에서 총장보다는 장관이 권력자라고 본 것이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적극적으로 나선 건 특수통 거물 서수휘다.

박태곤은 그저 서수휘가 날뛰도록 내버려 뒀을 뿐.

어느 쪽이 이기든 떡이나 먹을 생각으로 지켜보았다.


그런데 수도중앙지검 일개 검사가 사고를 쳤으니 수습은 박태곤이 해야 하는 상황인 된 것이다.


“학폭 TF는 법무부 직할입니다. 장관님이 인사 발령을 내셔야 합니다.”


서수휘가 남의 일 얘기하듯 말하자 박태곤이 노려보았다.


“자네 누구 편이야? 설마 그놈 편이야? 응?”

“지검장님. 검찰에서 나유신을 증오하는 사람 베스트 순위가 있다면 제가 3위입니다.”

“1등과 2등은 누군데? 아니, 그런데 그 나유신인가, 신입 아닌가? 무슨 증오 베스트가 있어?”


서수휘는 여전히 냉담한 태도로 대꾸했다.


“2위는 이충우 전 노담지검 형사 3부장, 1위는 주시평 검사겠지요.”


물론 둘 다 현직 검사는 아니다.


그렇지만 서수휘는 여전히 그들이 검사라고 생각한다.

언제든 경력 검사로 복직시킬 수도 있으니까.

전직 검사도 검찰 식구로 보는 [검찰광신자]인 서수휘를 기가 질린 눈으로 보다 박태곤이 고개를 저었다.


이제야 누군지 기억이 났다.


“아, 검사 되자마자 법무연수원 교수 날리고, 자기 직속 부장 날렸다는 그놈이야?”

“엄상전 의원도 날렸습니다.”

“그 문제로 총장님께 한 소리 들었었지. 정치인 수사 함부로 하는 거 아니라고. 쯧.”


박태곤이 입맛을 다셨다.


“날리면 사고칠까? 그놈?”


서수휘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예.”

“빌어먹을. 검찰이 요새 기강이 왜 이래? 신입 하나 다루지 못해서 이 꼴이라니!”

“사안이 가라앉은 후 날려버리시면 됩니다. 하지만.”


서수휘가 차갑게 눈을 번뜩였다.


“이번 일은 수도지검이나 특수부에선 모르는 일입니다. 또한, 여론은 중수부에 집중되고 있죠.”


요컨대 본인 일이 아니라는 투다.


분명히 범죄를 저지르고 쫓겨난 전직 검사도 검찰이라고 감싸는 서수휘다.

그러나 [정적]이 있는 곳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예컨대 중수부장 이주혁이라든가.


박태곤이 어이없는 얼굴로 되물었다.


“어이, 서수휘 차장. 중수부는 검찰 아니야? 검사동일체 원칙 몰라?”

“제가 아는 건 이주혁 중수부장이 지검장님보다 앞설 수도 있다는 겁니다.”

“뭐야?”


서수휘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중수부가 설마 폐지되겠습니까? 하지만, 이주혁은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갑자기 박태곤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사실은 중수부장은 지검장급이라 아직 총장이 되려면 거리가 있다.

그러나 검찰의 핵심 요직이자, 스타 검사의 산실이 중수부다.

만약에 이번 사건을 중수부가 도맡아 해결했다면, 이주혁에게 차기 총장의 길이 열렸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평소라면 이런 소리를 하지 않았을 서수휘를 박태곤은 뚫어져라 보았다.


“변했군, 서수휘.”


서수휘는 무표정하게 박태곤을 마주 보았다.


“싫으시다면, 수사 개시할까요?”

“아니, 절대로! 자네까지 백사 따라 할 셈인가!”

“알겠습니다.”


서수휘가 몸을 돌렸다.


“그럼 중수부 솜씨를 보죠. 물론, 이대로 가면 모두 목이 잘리겠지만.”


그러니까 검찰광신자도 자기 ‘식구’만 챙기지, 적까지 챙기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


어느새 서울시장 스캔들 따위는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이슈가 되었다.


-〈중수부, 검찰의 적폐! 해체만이 답이다!〉

-〈수사 성역 구분하는 중수부, 왜 존재하나〉

-〈영욕의 30년, 중앙수사국 때부터 따지면 50년. 중수부의 갈림길〉


사정국은 일은 하지 않고 열심히 뉴스를 살피는 중이다.


실은 일하는 게 맞다.

여론동향을 살펴 보고하라는 게 특수 1부장, 구호승의 지시였으니까.

물론 옆에서 함께 구경하는 염민아는 정말 노는 거지만.


[중수부의 역사는 1981년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1949년, 중앙수사국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상파 뉴스를 시큰둥하게 보던 염민아를 향해 사정국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아이고, 뉴스 진짜 많네! 내가 찾아본 것만 2백 건이 넘어! 이러다 전 국민이 중수부에 대해서 알겠어.”

“검찰에 관심 가지고 좋네, 뭘.”

“관심은 수사력을 발휘할 때 갖는 게 좋은 거야, 염검. 이건 망하라고 제사 지내는 격이잖아? 백사 이 녀석은 대체 무슨 생각이야?”


그때 특수부 사무실 밖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수사하고 싶은 생각이죠. 선배.”


사정국은 부리나케 일어나 나유신을 향해 다가갔다.


“이봐, 백검. 특수부 안 돌아올 거야?”

“제가 특수부를 공격한 기억은 없습니다만.”

“틀려! 중수부가 바로 검찰이라고! 그리고 검찰은 하나야!”


평소 유들유들하던 사정국이 어울리지 않게 진지하게 외쳤다.


“나검은 지금 검찰을 공격한 거나 마찬가지야. 유명세가 나검을 앞세운 이유도 그거라고!”


물론 검사동일체 원칙이니 조직을 위해야 한다느니 하는 설교를 하려는 게 아니다.

이 상황에서는 나유신 하나 죽이고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유신은 태연히 백발을 긁적일 뿐이었다.


“그럼, 정말 그런지 확인해 보죠.”

“무슨 소리야, 그게?”

“슬슬 연락이 올 때가 되었을 거라서요.”


그때 나유신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부장님이 한 번 보시겠다고 한다. 오늘 저녁 시간 되나?]


문자다.

나유신은 문자를 빤히 보았고, 사정국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시점에 나유신을 만나자는 부장 검사가 누가 있을까?


“누구야?”

“전우석 검사요.”

“중수부 에이스? 대체 왜?”


나유신의 답에 사정국은 입을 쩍 벌렸다.


“제가 중수부장님 뵙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쪽도 타개책이 없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중수부장 미팅이란 소리다.


***


비공식 면담은 중수부도 대검찰청이 아니라 서초동 식당을 이용한다.


“그래서, 나를 보자고 한 이유는?”


특히 밀실로 이뤄진 고급 횟집이면 금상첨화다.

나름 맛난 식사와 함께 경계를 풀고 편한 얘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치고는 나유신도, 전우석 검사도, 그리고 이주혁 중수부장도 모두 긴장한 얼굴이었지만 말이다.


나유신이 회 한 점 먹지 않은 채 말했다.


“간단한 제안이 있습니다.”

“뭔가?”

“이렇게 된 이상 중수부를 살리긴 어렵습니다. 50년 간 누적된 검찰에 대한 불만이 중수부로 집중되고 있으니까요.”


전우석이 어이가 없어 입을 쩍 벌렸다.

중수부 폐지론을 떠들려고 이주혁 부장을 불렀단 소리다.

한때 나유신을 [철검회]로 영입 제안했던 일종의 ‘은인’에게 말이다.


한 대 칠 기세인 전우석을 제지하며 이주혁이 나유신을 노려보았다.


“그런 얘기라면 만날 이유가 없겠군. 자네에게 많은 기대를 했는데.”

“정치권은 지금 이슈를 이슈로 덮으려 하고 있습니다. 같은 방식을 쓰시죠.”

“뭐라고 했나, 지금?”


나유신은 심호흡을 하며 이주혁 부장을 보았다.


“어떻습니까? 중수부를 없애고 총장이 되시는 게?”


시간이 없다.

단숨에 해결해야 한다.

그러니 정면돌파다.


“철저한 수사. 그게 이번 사안의 유일한 타개책입니다.”


중수부장을 통해 사건을 해결한다.

그게 나유신이 택한 해결책이다.


어차피 사라질 중수부 대신, 이주혁이라는 검사 하나를 움직여서.


***


골프가 부유층의 전유물이라는 건 편견이다.


-딱!


그러나 부유층이 즐기는 운동이 골프란 사실은 틀리지 않다.

최고급 회원제 골프 클럽의 경우, 회원권 가격이 억 단위에 해당한다.

게다가 다른 팀을 모두 막고 본인들만 클럽을 독점할 때는 엄청난 거액이 필요하다.


얼음처럼 냉정한 인상의 남자가 자신이 친 공이 날아가는 광경을 보았다.


“굿샷! 쭉쭉 뻗어나가는군요!”

“꼭 우리 사업 같습니다. 회장님!”

“크, 저 샷처럼 시원하게 날려버려야 하는데!”


바로 옆에서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박수를 치며 외쳤다.

한 눈에 봐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언뜻 드러나는 손목 부위에는 문신이 그려져 있다.


문득 마지막으로 말한 칼자국이 은은하게 새겨진 남자가 골프채를 받아들며 말했다.


“특히 그 애송이 백발 검사 말이죠!”


얼음 같은 인상의 남자, [회장]은 답하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돌려 뒤쪽에 시립해 있던 양복쟁이를 보았다.

이제 1월이지만 겨울이라 춥다.


그러나 양복쟁이는 코트조차 입지 않은 채 공손히 서 있을 뿐이다.


“조영란이 입을 열었나?”


회장이 물은 양복쟁이, 심정지 변호사가 슬쩍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답했다.


“예, 회장님.”

“어째서 입을 열고, 또 최측근인 자네까지 여기 보냈지? 이유가 있을 텐데.”

“그야 양해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서울시장 후보, 조영란의 최측근인 심정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더 이상 모나코 계좌를 유지할 수 없겠다는 말씀을 드려야 할 테니까요.”


모나코 계좌.


그 말에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모두 눈을 부릅떴다.

특히 칼자국 남자, 형검수는 거의 죽일 기세로 노려본다.

당장이라도 칼이라도 뽑아 찌를 것 같은 살의가 심정지를 옥죄어 온다.


얼음 같은 얼굴의 회장이 고개를 기울였다.


“3천만 유로를 날려라?”

“돈이야 마음대로 하십시오. 어차피 장우찬 씨 계좌 아닙니까. 장우찬 씨는 회장님이 투자한 연예기획사 소속 연예인이구요.”

“그거야 그렇긴 한데. 애초에 조영란보고 쓰라고 준 돈이 아니잖아?”


회장이 눈을 가늘게 떴다.


“난 조영란 뒤에 있는 [야당]을 보고 준 거야. 특히 차기 대권주자인 대표님을.”


3천만 유로, 원화로 4백억 원.

아무리 돈이 많다 해도 허공에 버릴만한 금액이 아니다.

게다가 외환반출이 엄격한 대한민국에서 억지로 해외로 보내, 비자금으로 조성한 자금이다.


금액의 크기보다 조성 자체에 들인 노력이 아깝다.

그런데 그 계좌를 통째로 못 쓰게 만든다고 한다.

당연히 조영란이 거절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검찰이 수사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도 해외 비자금은 어떻게든 이동시킬 수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모나코는 조세회피처, 금융정보를 함부로 공개하지 않는다.


스위스만큼은 아니라도 모나코에서 비밀리에 자금을 움직이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허나 조영란은 통지한 것이다.

더 이상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겠다고.


회장, 오지후의 시선에 심정지가 벌벌 떨면서도 할 말을 다했다.


“그것도 거절하신다고 했습니다.”

“누구 마음대로? 거기까지 자기 힘만으로 간 줄 아나?”

“회장님께서 대표님과 거래하고 싶으시면 직접 하시기 바란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회장은 여전히 분노하는 대신, 차가운 시선으로 심정지를 응시했다.


“그 말, 책임질 수 있나? 검사들이 날뛰기 시작해도 상관없어? 응?”


심정지는 이를 악물었다.


[회장]은 그저 단순히 말로만 경고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아가 일반적인 엘리트들처럼 사회적인 공격을 가하는 자라고 할 수도 없다.

옆에서 지켜보는 이들의 험악한 인상은 그저 위협용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심정지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깊은 해량 부탁드립니다.”


회장은 가볍게 손짓했다.


문득 골프채를 들고 있던 남자들이 다가와 심정지의 배후와 옆을 가로막았다.

심정지는 눈을 부릅떴다.

사회에 나온 뒤로는 단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일이다.


설마, 정말로 폭력을 가하려는 걸까?


“아가리 꽉 다물어.”

“왜, 왜 이러십니까?”

“물론 이걸로 끝낼 생각은 아니지만 말이야.”


회장은 여전히 얼음 같은 얼굴로 심정지를 노려보며 골프채를 치켜들었다.


“조영란도 스스로 뭔 짓을 당할지 경고는 받아야 하지 않겠어?”


심정지는 아찔한 기분을 느꼈다.


이 자는 정말 사회 규율을 무시하고 범죄를 저지른다.

그런데 가지고 있는 재산이 조 단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아무도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만약 회장이 조영란 의원을 타깃으로 삼는다면 어떻게 될까?

폭력을 통해 정말로 비참한 상황까지 벌어질지도 모른다.

골프채가 날아들 순간, 심정지는 소스라쳐 눈을 질끈 감았다.


-탕!


총성이 거세게 울렸다.

심정지가 간신히 눈을 떴다.

골프채를 휘두르려던 회장이 당혹한 표정이 된 게 보인다.


“뭐, 뭐야, 이거!”


지금껏 얼음처럼 보이던 여유와 냉정함이 깨졌다.

단 한 순간,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

총이다.


“검찰이다. 모두 양손 들어! 모두 특수폭행 미수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한다!”


새하얀 백발의 청년이 달려오며 외치고 있었다.

물론 총을 든 것은 백발 청년, 나유신이 아니다.

그 옆에서 함께 달려오던 수사관들, 그중에서도 고거경이다.


하지만 총기 앞에서는 아무리 폭력과 재력을 자랑하는 사람도 멈추기 마련이다.

게다가 폭행을 가하려던 상황을 공권력에 목격당했다.

그러니 긴급체포를 피할 수가 없다.


순식간에 잡혀버린 회장과 그 측근들 사이로 심정지가 기어나왔다.


“초, 총까지 쏜다고는 안 하셨잖습니까?”


나유신은 심정지를 보다 낮게 웃었다.


“뭐, 이 정도는 돼야 이슈가 되죠.”


그러니까 이건 처음부터 준비된 [작전]이다.


***


조직과 개인의 이해는 당연히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부장님. 그 미친 소리를 들어주실 겁니까, 정말로?”


전우석은 단상에 나가기 직전, 이주혁을 붙잡았다.


이주혁은 그 말에 멈춰섰다.

사실 중수부장 이주혁도 썩 내키지 않는 자리다.

그러나 이미 결정을 내린 뒤다.


방금 전, 중수부 소속 수사관들과 검사 나유신이 사채왕 오지후 회장을 잡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조영란 의원의 최측근, 심정지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서.

핵심은 심정지가 오지후의 범법을 끌어내는 거였다.


어떻게 끌어낼지는 나유신과 심정지에게 맡겼다.

그랬더니 폭행 미수로 잡은 모양이다.

아마 협박이나 공갈도 섞어서 꽤 오래 붙잡고 있을 것이다.


그 사이 비자금 계좌를 오지후와 연계시켜야 한다.


“알지, 우석아? 이거 처음부터 총장님이 핸들링한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다 알죠. 하지만 부장님이 뒤집어쓸 건 아니잖습니까?”

“나도 그럴 생각은 없다. 그러니까.”


단상 쪽을 보며 어둠 속에서 이주혁이 이를 갈았다.


“백사 그 녀석 얘기를 듣기로 한 거다.”


오지후가 어디까지 손을 뻗었는지, 그건 두 번째 문제다.


어차피 이주혁이 직접 오지후에게 뭔가를 받은 적은 없다.

문제는 오지후 회장과 연결된 사람들이 총장을 움직였다는 거다.

그래서 검찰총장이 이 사건을 핸들링했고, 사태가 여기까지 왔다.


그렇다면 이주혁도 빠져나가려면 여기서 누군가를 잡아야 한다.


“그럼, 총장님과 적이 됩니다.”

“내가 사채왕인가 하는 범죄자 때문에 오명을 뒤집어써야 하냐?”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주혁은 미간을 찡그리며 대꾸했다.


“차라리 조영란이나 김익천 때문에 내가 골로 가는 거면 이해하지. 하지만 오지후인가 뭔가 하는 범죄자 새끼 때문에 죽는 건 참을 수 없어. 그 백사 놈 말대로.”


나유신이 집요하게 설득한 부분이 그 부분이다.


「정말, 범죄자 때문에 함께 골로 가실 겁니까?」


정치인 수사를 하다가 잘린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영광이다.

그러나 사채업자를 보호하다가 검사 인생이 끝난다면?

개업도 못 할 망신이 된다.


문제는 나유신이 여기서 한 발 더 요구했다는 거다.


“하지만, 중수부 해체 선언은 어차피 대통령만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불씨는 던져줄 수 있지. 못 받아먹으면, 그것도 좋은 거고.”

“검사가 굳이 불씨를 던져줄 건 아니지 않습니까?”


전우석이 붙들었지만 이주혁은 일순 뿌리치며 대꾸했다.


“너, 올라가고 싶지 않냐? 여기서?”


그 어떤 검사든 승진을 원한다.

더 많은 권력, 더 커다란 재량, 더 높은 지위를 원한다.

그렇지만 원한다고 올라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여기서, 누군가 올라가려면 희생양이 필요해. 그런데 그 희생양이 내가 될 수는 없는 거야. 내 새끼인 너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이대로 가면.”

“총장이 죽겠지. 그런데 말이야.”


이주혁이 입가를 비틀었다.


“원래 총장은 그 자리가 끝인 사람 아니냐. 이제 후배들 위해서 은퇴해 줘야지.”


곧이어 이주혁은 단상으로 나섰다.


-찰칵, 찰칵, 찰칵!


이곳은 대검찰청 기자실.

본래는 총장의 통제하에 있어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전격적으로 중수부장이 움직이면 총장도 알 수가 없기 마련.


“간만에 뵙습니다. 기자 여러분. 지난번에 중단되었던 중대발표를 하고자 합니다.”


기자들을 돌아보며 이주혁 중수부장이 목청을 높였다.


“검찰 중수부는 이 시각 현재, 한국의 정치 로비스트 [사채왕] 오지후를 전격 체포했습니다. 또한, 이번 사태에 책임감을 느끼며 저는 중수부장을 사퇴하고자 합니다.”


체포, 그리고 보직 사퇴.


지금까지 언론은 중수부를 타깃으로 삼았다.

총장도 보호해주지 않았다.

한데 갑자기 중수부장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기자들이 놀라 질문하려는 순간, 이주혁은 또 다른 승부수를 던졌다.


“나아가, 정치권과 검찰에 제안합니다. 이번 사태는 중수부가 있어서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중수부는 해체되어야 합니다.”


중수부장발 중수부 해체 요구가 나온 것이다.


***


오늘 하루는 나유신에게도 길었다.


“나유신,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지?”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그렇지만 그 하루를 끝내는 퇴근길에 저 얼굴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나유신은 백발을 긁적이다 대꾸했다.


“중수부장이 물러난다지 않습니까. 눈에 가시 아니셨나요?”

“누가 중수부를 해체하라고 했어? 아니, 그 전에 사채왕은 왜 잡은 거지?”

“어차피 중수부장이 사퇴했으니 사건은 다시 수도중앙 특수부로 옵니다.”


문득 나유신이 싱긋 웃으며 제3차장 서수휘를 정시했다.


“나머지 처리하셔야죠, 차장님. 바쁘시지 않습니까?”


서수휘가 낯을 찡그렸지만 나유신은 그대로 퇴근했다.

원래 근무시간은 이미 지킨 뒤다.

게다가 황금문자가 떠오르고 있었다.


[D-day. 사건 해결. 백희진 시한부 유예. 보상 예정.]


나유신이 할 일은 끝났다.

사채왕을 잡았으니까.


작가의말

* 이제 사건 완전 해결편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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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8) 재벌가 상속녀도 보이스피싱을 당한다 NEW +11 14시간 전 2,344 53 9쪽
58 (57) 전시안 보유 시한부 인생은 무서울 게 없다 +10 24.09.17 3,631 84 29쪽
57 (56) 새로운 검찰총장이 백발공적을 보호한다 +10 24.09.12 4,834 107 30쪽
56 (55) 총장의 자백으로 3조 폰지 사기를 부수다 +22 24.09.09 5,141 130 28쪽
55 (54) XBC 폭로로 현직 총장 사모를 붙잡다 +18 24.09.07 5,118 121 28쪽
54 (53) 황금금강석 멤버들은 그린벨트에 3조를 투자한다 +12 24.09.04 5,447 108 28쪽
53 (52) 총장 사모님이 피라미드 거물이다 +20 24.08.30 5,786 114 28쪽
52 (51) 3조짜리 피라미드 조직을 잡아보자 +18 24.08.29 5,957 125 29쪽
51 (50) 나유신이 첫 휴가지에서 상속녀를 보다 +26 24.08.24 6,587 139 31쪽
50 (49) 초보형 전시안으로 사채왕을 발견하다 +15 24.08.22 6,535 153 30쪽
49 (48) 회장 등극식에서 대법관을 이용해 진범을 잡다 +19 24.08.20 6,660 163 21쪽
48 (47) 재벌 회장이 되게 해주세요 +25 24.08.18 6,752 154 34쪽
47 (46) 특수부 폭력이 조폭 진범보다 위다 +20 24.08.14 6,952 167 34쪽
46 (45) 강앤함과 월야 재벌가의 동상이몽을 털어라 +12 24.08.12 7,103 154 24쪽
45 (44) 월야그룹 살인사건을 만나다 +12 24.08.08 7,751 151 25쪽
44 (43) 나유신의 팀을 수도대 동문회에서 완성하다 +14 24.08.06 8,144 166 35쪽
43 (42) 백사여, 노담에서 다시 시작해라 +20 24.08.02 8,276 176 29쪽
42 (41) 시한부 연장권과 함께 중수부가 폐지되다 +20 24.07.31 8,107 193 20쪽
» (40) 백발이가 사채왕을 잡다 +27 24.07.30 8,031 194 21쪽
40 (39) 이렇게 된 이상 선제 폭로로 중수부를 친다 +14 24.07.28 7,969 194 19쪽
39 (38) 진짜는 미래살인 배후 사채왕이다 +16 24.07.26 7,969 188 21쪽
38 (37) 금수저 비밀 정보로 스캔들 범인부터 잡다 +19 24.07.24 8,006 184 32쪽
37 (36) 이건 중수부의 운명이 걸린 사건이다 +14 24.07.19 8,127 178 30쪽
36 (35) 위치 추적 보상과 함께 서울시장 스캔들을 만나다 +22 24.07.17 8,422 186 23쪽
35 (34) 진짜 마약범을 잡고 금수저 변호사와 손잡다 +27 24.07.15 8,367 195 22쪽
34 (33) 골드스컬 클럽을 함정으로 일망타진하다 +17 24.07.14 8,305 190 23쪽
33 (32) 조기유학 금수저 학폭이 사건 진상이다 +16 24.07.10 8,383 182 23쪽
32 (31) 철벽의 성을 대규모 교사 시위로 넘어볼까 +13 24.07.08 8,319 187 22쪽
31 (30) 학교폭력 연쇄 자살사건이 터졌다 +15 24.07.05 8,708 182 22쪽
30 (29) 한국 재계를 뒤엎을 진짜 거물을 만나다 +21 24.07.03 9,007 194 24쪽
29 (28) 노동 살해 협박으로 진범을 잡다 +16 24.07.01 8,855 201 22쪽
28 (27) 솔라코인 전관 법무팀의 방어를 뚫어라 +15 24.06.27 9,043 196 21쪽
27 (26) 특수부 첫 사건은 1조원 분식회계다 +17 24.06.26 9,384 198 22쪽
26 (25) 중수부장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다 +15 24.06.24 9,589 201 35쪽
25 (24) 백발이를 죽인 자에게 진짜 복수를 해보자 +16 24.06.19 9,315 198 34쪽
24 (23) 백사가 또 검사를 잡았다 +22 24.06.18 9,397 200 22쪽
23 (22) 특수부식 예단수사로 마약통관범을 잡아라 +11 24.06.15 9,441 197 23쪽
22 (21) 이 나라에는 마약도 너무 많다 +17 24.06.13 10,215 210 24쪽
21 (20) 첫 기자회견과 함께 위수증 5백억 코인이 남다 +19 24.06.07 10,211 224 36쪽
20 (19) 5초 예지로 폭발 속 범인을 잡다 +14 24.06.06 10,103 221 24쪽
19 (18) 감옥에 보낼 놈은 내가 고른다 +14 24.06.04 10,091 218 18쪽
18 (17) 1천억 비트코인 사건을 5초 예지로 파헤치자 +14 24.05.31 11,099 219 31쪽
17 (16) 나를 건드리면 검찰총장 예정자도 가만 안 둔다 +25 24.05.29 10,979 233 26쪽
16 (15) 독사를 건드리면 제왕도 문다 +20 24.05.27 11,055 237 30쪽
15 (14) 공판부 땜방으로 백발검사를 보내라 +10 24.05.24 11,550 223 30쪽
14 (13) 언론비리 일망타진으로 신체감정 보상을 받다 +11 24.05.23 12,155 230 31쪽
13 (12) 특활비 별건수사로 무전취식 기자를 잡자 +12 24.05.21 12,245 237 21쪽
12 (11) 사고뭉치에게는 법카부터 먹여줘라 +13 24.05.20 13,451 243 21쪽
11 (10) 나유신이 주가조작 일당을 함정수사로 잡았다 +17 24.05.20 13,516 262 21쪽
10 (9) 오풍제지 그래핀 사기를 경찰공조로 잡는다 +16 24.05.18 14,348 257 25쪽
9 (8) 정오판정으로 오풍제지 주가조작을 발견하다 +16 24.05.17 14,706 276 15쪽
8 (7) 선배가 장애물이면 부수고 해결한다 +15 24.05.14 15,098 280 22쪽
7 (6) 상태창의 보상은 놓칠 수 없다 +23 24.05.12 15,957 296 27쪽
6 (5) 의원 하나 잡고 시작하자 +20 24.05.11 15,732 290 14쪽
5 (4) 신입 수석검사가 꼴통이래 +15 24.05.10 16,983 307 15쪽
4 (3) 범인을 잡으니 시한부 연장 +16 24.05.09 18,128 292 11쪽
3 (2) 우선 범인부터 잡고 죽자 +17 24.05.08 19,693 312 13쪽
2 (1) 백발 신입검사 나유신 +25 24.05.08 22,926 354 11쪽
1 프롤로그 : 시한부 상태창이 생겼다 +42 24.05.08 30,117 41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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