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검사는 거물이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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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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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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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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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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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33) 골드스컬 클럽을 함정으로 일망타진하다

DUMMY

학교폭력은 당연히 범죄다.


“양수호 학생?”


사실 장소가 학교라서 특별해 보이는 것일 뿐, 아주 간단한 범죄다.

폭행, 상해, 협박.

보통 강력범죄 삼종 세트라고 할 수 있는 일련의 행위가 결합된 것이 학교폭력이다.


그런데 왜 학폭이 특수한 문제로 다뤄질까?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가끔은 단순한 미성년자가 아니라서 문제가 된다.


차에서 내리던 양수호가 고개를 돌렸다.


“뭐야? 어, 어른?”


그곳에 백희진이 웃으며 서 있었다.


“어머, 차 좋네. 설마 기사가 데리러 온 거야? 놀라운데? 집이 정말 잘 사나봐?”

“그야 우리 집은 태양그룹이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당신 누군데 날 아는 척이야? 경찰에 신고한다!”

“걱정할 거 없어. 수상한 사람 아니거든.”


백희진은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양수호에게 부드럽게, 무시무시한 얘기를 건넸다.


“난, 검사야. 너희 [골드 스컬 클럽]에 대해 물으러 왔어.”


검사, 일단 그것만으로도 미성년자가 아니라도 무섭다.


실상 재벌이나 권력자라 해도 검사와 엮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

한데 골드 스컬 클럽에 대해 물으러 왔다니, 몸이 떨릴 수밖에 없다.

이를 악물던 양수호가 백희진을 노려보며 대꾸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기사는 먼저 보내고 우리끼리 얘기 좀 할까? 잠깐이면 돼.”

“싫다면요?”


백희진은 여전히 웃으며 양수호에게 더욱 무서운 말을 던져왔다.


“그럼, 난 너희 부모님을 찾아가야겠지? 부모님께 이렇게 말할 거야. 아드님이 동급생과 후배들을 때렸고, 협박했고, 나아가 죽게 만들었다고.”


그러니까 백희진은 나름, 화가 많이 난 상태다.


평소 겉으로 화를 내지 않을 뿐, 검사로서 범죄를 봤을 때 분노하지 않기는 어렵다.

특히 이번 사건은 중학생이 죽은 사안이다.

또한 죽은 학생 중 신유건이 [마약]을 맞았다는 사실마저 부모에게 들었다.


이 상황에서 원흉으로 예측되는 [골드 스컬]에게 분노하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양수호는 골드 스컬의 [부회장]이다.

과연 아무것도 몰랐을까?


이건 나유신처럼 정오판정 능력이 없어도 판별하기 쉽다.


“나, 나, 난 그런 짓 안 했어요!”

“그런 짓한 거 맞을걸? 네 핸드폰.”

“예?”


입과 달리 시선은 차가운 백희진이 양수호의 손을 보았다.


“그 핸드폰에 네가 저지른 짓 전부 들어 있지 않을까? 내 생각엔 그런데.”


그때 양수호와 백희진 사이로 갑자기 남자가 끼어들었다.


“증거 있습니까?”


바로 양수호가 타고 다니는 차의 운전 기사다.


본래 기사는 양수호의 [과외] 학습을 위해 학교까지 왔다.

한데 갑자기 검사라는 여자가 오더니 폭행, 협박, 죽음을 운운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름 경호원을 겸하는 운전기사가 가만 있는다면, 아마 잘릴 것이다.


운전기사 주필상이 백희진을 노려보며 다그쳤다.


“보자보자 하니까 너무 하시는군. 우리 도련님이 뭘 어쨌다고 이러는 겁니까?”

“기사분이신가요?”

“경호원 겸 기사요. 아무리 검사님이라도 증거나 영장을 들고 오셔야!”


그때 백희진이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마약.”


허를 찔린 주필상이 입을 벌릴 찰나, 백희진이 부드럽게 쏘아붙였다.


“골드스컬이 마약을 쓴다는 증거가 있어요.”

“그게 무슨, 헛소리.”

“그런데 애들이 그냥 자기들끼리 마약을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아무리 부유층 자제라도 동원할 수 있는 [인력]에 한계가 있으니까.”


부유층 자제는 당연히 돈은 많다.


어린 시절부터 풍족한 용돈을 받는 데다, 아예 카드를 내주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애는 애다.

어른과 달리 사람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은 약하다.


그런데 항상 붙어 다니는 어른이 있다면, 부유층 아이가 어떻게 이용할까?


“어쩐지 기사님이 도와줬을 것 같은데, 내 생각이 틀린가요?”


주필상의 낯이 새하얗게 질릴 순간, 백희진의 등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쯤 하시죠. 검사님.”


백희진이 뒤를 돌아보았을 때, 학교 정문 쪽에 차가운 인상의 소녀가 서 있었다.


“골드 스컬 클럽장은 저예요.”

“어머, 유현이구나? 지난번에 한 번 우리 봤지? 그때 인사 제대로 했어야 하는데.”

“또한, 골드 스컬 클럽은 20년 전통의 학생 클럽이고, 클럽 졸업자들은 사회 지도층 인사로 성장 중이에요.”


차가운 소녀, 정유현이 성큼 다가와 백희진을 쏘아보았다.


“만약 골드 스컬의 명예를 더럽히려 하신다면, 저도 가만있지 않겠어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맞설 겁니다.”


중학생답지 않은 말이다.

물론 백희진도 아무리 부유층 자제라 한들, 중학생에게 겁먹을 리는 없다.

가만히 정유현을 보던 백희진이 생긋 웃었다.


“그래? 그럼 수사에 협조해 주지 않겠니? 기왕이면 출석해 주면 더 좋구.”


그러자 정유현은 망설이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


“명함 주세요. 우리 변호사가 연락할 테니까.”


그때만 해도 백희진은 그저, 참 되바라진 애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


그럼 왜 백희진은 직접 학생들을 방문했을까?


-쾅!


아주 간단한 이유다.


영장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나유신이 한인화 선생에게 했던 것처럼, 직접 탐문 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용의자가 애들이란 거다.


민사 소송이라면 부모에게 그냥 걸면 그만이다.

허나 형사 사건에서는 어쨌든 미성년자라도 당사자를 직접 만날 필요가 있다.

한데 나유신은 애들을 직접 보기에는 흰 머리가 너무 눈에 띈다.


그래서 백희진이 갔던 것인데, 썩 결과가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임시 TF 사무실 문을 팀장, 유명세가 박차고 들어온 걸 보면.

유명세를 보다 나유신이 샌드위치를 흔들어 보이며 대꾸했다.


“지금 저희 식사중인데요. 요새 너무 바빠서. 일 때문에 부르실 거면 전화로 연락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차석!”

“제가 아니라, 희진이, 아니, 백검이요?”


슬쩍 나유신이 눈썹을 치뜰 찰나, 유명세는 신문을 책상 위로 던졌다.


“뭔 짓을 했길래, 해동일보에서 이런 기사가 나와!”


그때까지 사무실에서 여유롭게 샌드위치를 먹던 백희진도, 낯빛이 굳어졌다.


-〈학폭 TF 검사, 학생 협박! 검사의 수사권 남용 이래도 좋은가?〉


해동일보 사회면.

누가 봐도 이 기사가 지목하는 검사는 백희진이다.

어째서 이런 기사가 나왔을까?


“어, 그러니까, 이건 말이죠. 팀장님.”

“당장 해동일보에 해명, 아니 사죄하고 와.”

“팀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당황한 백희진을 향해 유명세가 으르렁댔다.


“해동일보는 3대 메이저 일간지, 아니 최고 신문이야. 여기 찍히면 대통령이라도 무사하지 못해! 그런데 신참 검사 따위가 찍혀서 뭘 어쩌자는 거야! 수사고 나발이고, 네가 끝장나!”


이건 나유신이 노담시민뉴스에 찍혔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사태다.


메이저 신문에서 백희진을 타깃으로 삼았다.

게다가 상대는 권력자도 아니고 [학생]으로 포커싱 된 상태다.

그러면 여론이 아이를 탄압한 검사로 낙인찍기 쉬워진다.


아직 백희진의 실명은 나오지 않은 상황.

그렇지만 곧 한 발만 더 움직이면 실명까지 나올 수도 있다.

박달한 검사가 정보실 출신 마주선을 돌아보았다.


“정유현이 해동일보 쪽 집안이었나 보군. 맞나?”

“어, 마, 맞아요. 해, 해동일보 사주, 외손주.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조기유학, 다녀왔어요. 음, 집안 참, 좋네요. 부러워요.”

“마 검사, 이게 부럽다고 생각할 일은 아닌데. 음.”


나유신은 미간을 좁혔다.


“그러니까, 받아 간 명함으로 이런 함정을 팠군.”


물론 명함을 주지 않았어도 공격은 진행됐을지도 모른다.

다만 백희진 개인을 타깃으로 삼은 공격은 아니었을 것이다.

신문 기사를 뚫어져라 보던 백희진이 굳은 낯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애들 함부로 건드리지마. 명확한 증거 없이는! 그리고 해동일보에는 사과 연락해!”

“그건.”


백희진이 입술을 깨물 찰나, 나유신이 먼저 나섰다.


“팀장님, 제가 대신하고 오죠.”

“뭐? 백사, 네 마음대로 움직이지 말랬지? 이건 중대 사안이야. 만약 해동일보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면 중앙지검장님조차 위험해져!”

“그럼 반대로 제가 사고 쳐도 팀장님 목이 위험한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나유신이 입가를 틀며 웃었다.


“백 검사는 제가 부탁해서 다녀온 거니, 제 식대로 해결하겠습니다.”


유명세는 당장 나유신을 한 대 칠 기세로 노려보았다.


그러나 나유신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유명세도 안다.

초임 검사의 몸으로 부장부터 날리고 커리어를 시작한 문제 검사.

만약에 여기서 막아선다면 부당 간섭이니 어쩌니 하며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아무도 모른다.


결국 유명세가 두 손을 들었다.


“난 아무것도 못 들었어. 빌어먹을!”


물론 유명세가 허락하지 않았어도, 나유신은 무슨 짓이든 해야 할 판이긴 했다.


***


왜냐면 시한이 닥쳤기 때문이다.


“정유현, 솜씨가 좋더군.”


검사는 정보가 있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따.


그러니 일개 학생의 동선 파악 따위는 일도 아니다.

학생이 제법 유력자의 딸이라 고급 세단을 타고 다닌다고 해도.

독일제 마이바흐를 타려던 정유현이 돌아서다, 나유신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또, 검사인가요? 요즘 검사들은 머리 염색도 하나 보죠?”

“이런, 내 머리는 타고난 거야. 조기유학 했다더니, PC 같은 건 안 배우고 왔나? 그런 식으로 사람의 결함을 모욕하는 건 올바르지 않지.”

“미성년자에게 공권력을 함부로 행사하는 것도 정치적 올바름과는 거리가 먼 것 같네요.”


그 순간 나유신이 직설적으로 물었다.


“골드 스컬 클럽 멤버들의 연쇄 자살, 알지?”

“모르는데요?”

“네가 배후냐?”


이건 직설을 넘어서 거의 협박이다.

나름 중학생답지 않은 정유현도 이번에는 당혹했다.

잠시 입술을 깨물던 정유현이 나유신을 마주 쏘아보았다.


“정말 무례하군요.”

“네가 배후든 아니든 사실 상관없어. 지금부터 그렇게 만들 생각이거든.”

“뭐라구요?”


나유신은 정유현보다도 더욱 차갑게 웃으며 낮게 다그쳤다.


“네가 범인이야. 그러니까, 이제부터 증거를 찾아주지.”


정유현이 잠시 압도될 찰나, 교문 쪽에서 누군가 외쳤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교감, 최혜란이 달려와 정유현 앞을 가로막았다.


“영장 가져오세요. 게다가 미성년자에게 무슨 짓이죠? 유현이는 형사 미성년자예요!”

“2학년이라고 들었는데요?”

“조기 유학과 월반 입학으로 아직 만 14세가 안 됐어요!”


최혜란은 백발 검사 앞에서도 용맹한 태도로 부르짖었다.


“검사님들이 함부로 할 사람도 아니죠. 아세요? 유현이가 해동일보 사주 집안인 건?”


이게 바로 최혜란이 결사적으로 정유현을 막은 이유다.


시한국제중 재단 이사회의 수장.

해동일보 사주 집안.

그 집안의 외손주가 바로 정유현이다.


물론 나유신은 알 바 아니지만.


“그렇군요. 선생님, 그 말씀 하시니까 더욱 달려들고 싶어지는 거 아십니까?”


왜냐면 황금문자가 또 다시 번뜩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유현, 만 13세, 학폭 연쇄 자살 사건, 진범. 시한부까지 D-5일]


나유신은 최혜란 너머, 정유현을 노려보며 웃었다.


“정유현 학생, 사실 내가 온 건 한 가지 알려주기 위해서야.”

“협박을 말인가요? 내일 해동일보 기사나 기대하세요.”

“이연준.”


이번에는 정유현의 낯이 창백하게 굳어질 찰나다.


“깨어났어. 그 입에서 어떤 증언이 나올까? 아주 기대해도 좋아. 난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모두의 진술을 받아낼 테니까.”


물론, 뻥카다.

그렇지만 정유현은 진위를 알 수 없는 뻥카다.


***


이곳은 시한국제중, 특별 클럽실이다.


“이렇게 모이면 안 되는 거 아냐?”


클럽실에 학생들이 모이는 것 자체는 학교에 허가받은 일이다.


그렇지만 문제가 있다.

시간이다.

클럽활동 자체는 당연히 학교 생활에 부수된 사안이니, 일과 중에 이뤄져야 한다.


어떤 클럽활동이든 지도교사가 따라붙어야 하고, 학생들이 ‘사고’를 치지 않게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해서, 이렇게 한밤중에 모이면 안 된다.

아주 특별한 클럽이 ‘강압적’으로 모이라고 했다면 모를까.


부클럽장, 양수호를 돌아보다 정유현이 차갑게 대꾸했다.


“이연준.”

“응? 그게 누군데?”

“멍청한 네가 탈퇴한다고 두들겨 팬 후배.”


일순 양수호의 낯이 굳어지고 정유현은 코웃음을 쳤다.


“그 머저리가 죽지도 않고 살았던 거 알지? 깼대.”


장예준, 신유건, 그리고 이연준.


문득 이연준의 이름을 들었을 때 다른 학생들도 놀라 눈을 굴렸다.

클럽 멤버들의 숫자는 총 10명.

모두 특별한 집안의 자식들이거나, 공부가 특출하거나, 주목받을 재능을 지닌 이들.


사실 장예준이나 신유건, 이연준도 마찬가지였다.

여기 살아서 숨쉬는 이들과 세 학생이 다른 점은 하나다.

클럽 골드스컬의 클럽장, 정유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렇지만 정유현이라고 사람을 죽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단지 [비밀]을 지키라고 다짐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구사했을 뿐이다.

그 폭력조차도 따지고 보면 양수호가 저지른 짓이다.


다만 정유현이 보기에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죽은 건 본인 책임이다.

한데 문제가 있다.

만약 차라리 모두 죽었다면 상관없다.


그런데 딱 하나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

바로, 이연준이다.

의식을 상실했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깨어났다니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양수호가 호들갑을 떨었다.


“아니, 그럼 당장 그 자식 입부터 막아야!”

“그 전에, 클럽 내부부터 단속해야지.”

“뭐?”


정유현은 차가운 눈으로 클럽에 모인 시한국제중 골드스컬 멤버들을 돌아보았다.


“캔디 가져왔지? 꺼내. 다들 다시 한 번 공범이 되어줘야겠어.”


양수호는 미간을 찌푸리다 주머니를 뒤적였다.


그러자 [캔디]처럼 보이는 물건이 가득 든 봉지가 나왔다.

물론 진짜 단순히 ‘사탕’이라면 공범 운운할 리는 없다.

골드스컬 멤버 학생들은 저마다 몸을 떨며 색다른 반응을 보였다.


“서, 선배. 꼭, 이 캔디 먹어야 해요?”

“저기, 저희는 말 안할게요. 그러니까.”

“난 상관없는데. 저거 먹으면 기분 좋아지더라구. 혹시 더 센 거 없어요?”


누군가는 공포를 느낀다.

누군가는 죄책감을 느낀다.

누군가는 호기심을 느낀다.


그러나 정유현은 그런 생각을 품으라고 캔디를 꺼내고, 먹으라고 말한 게 아니다.


-쾅!


유리창이 깨졌다.


정유현이 던진 칠판지우개가 창을 깨버렸기 때문이다.

내일, 경비실장 배음탁은 깨진 창을 수습하느라 꽤 고생할 것이다.

학교에서 모든 기물은 기록되어야 할 비품이자 자산이니까.


그렇지만 정유현이 알 바는 아니다.

설사 정유현 책임이 된다고 해도 지금은 신경쓸 여유가 없다.

늘 차갑게 보이는 정유현이 오늘은 부쩍 감정의 격동이 심하다.


초조해진 탓이다.


“이게 장난인 줄 알아?”


정유현이 눈에 불꽃을 튕기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지금 우리는 클럽의 존폐와 학교의 명예, 그리고 각자 집안까지 걸려 있어.”

“아니, 그러니까 꼭 [캔디]로 입막음 할 필요는.”

“모두 같은 배를 탔다는 의식이 필요해. 양수호.”


문득 정유현의 손에 [캔디]가 들렸다.


“먹어, 너도.”


양수호는 마른 침을 삼켰다.


사실 모두가 ‘캔디’를 먹었던 것은 아니다.

골드스컬에 들어온 이들 중, 집안이 받쳐주지 않는 애들에게 특히 캔디를 먹여왔다.

왜?


신고식이다.

특별한 클럽, 특별한 학교, 특별한 학생.

해동일보나 태양그룹의 오너 일가처럼 특별한 집안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곳.


특별 클럽 골드스컬.

이곳에 들어오려면 당연히 특별한 의식이 필요하다.

특별하지 않은 집안의 학생 따위가 들어오고 싶다면.


정유현이 클럽장이 되면서 세운 규율이다.

양수호도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캔디를 먹지 않고 달아난 ‘녀석들’을 괘씸하다 여겼다.


단지 그래서 괴롭혔을 뿐이다.

설마 죽을 줄은 몰랐지만.

한데 ‘특별한’ 본인도 이런 캔디를 먹어야 한다?


“으, 이건. 크윽.”


양수호가 떨리는 손으로 캔디를 잡고 입에 넣으려 했다.


-찰칵!


그 순간 셔터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찰칵, 찰칵, 찰칵!


양수호의 손에서 캔디가 떨어졌다.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먹으려다 멈췄다.

뭔가, 이상하다.

서로 스마트폰으로 찍는지 확인했지만 아무도 폰을 들고 있지 않다.


그럼, 누굴까?

순간, 정유현이 고개를 돌렸다.

클럽 밖에서 창문 사이로 카메라를 든 여성 어른이 손을 흔들며 웃고 있다.


“와, 요새 애들은 진짜 대단하구나?”

“누구야!”

“안녕, 노담시민뉴스, 아니 이제 프리로 나온 서나래 기자라고 해.”


서나래가 키득 웃다 떨어진 캔디를 가리켰다.


“이거, 마약 성분이 든 캔디 맞지? 진짜 특종이네?”


정유현은 눈을 부릅떴다.

진실이었기 때문에.


***


그러니까, 이 사건은 [신고식]에서 시작된 것이다.


“뭐라구요? 마약? 중학생들이요?”


나유신이 정유현을 만나기 하루 전.


전직 노담시민뉴스 기자, 서나래가 나유신의 호출에 설레는 마음으로 나왔다.

딱히 나유신에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다.

일단 나유신이 부르기만 하면 사건사고에, 특종 만발인데 기대가 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그렇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얘기를 할 줄은 몰랐다.


“아마도 캔디 형태겠죠. 수급도, 은폐도, 그리고 유포도 쉬우니까.”

“잠깐만요. 물론 제가 나 검사님 덕분에 대박을 쳤고, 그래서 프리로 나오기도 했고, 그 대박이 사실 마약 사건이지만. 그래도 중학생 마약이라뇨?”

“죽은 신유건 학생의 부친이 고백했어요. 아들 시신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화장하긴 했지만 장예준 학생 부친도, 아들이 이상한 걸 느꼈다고 했죠.”


나유신은 밀실 카페 안, 서나래를 정시하며 말했다.


“게다가 학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정유현의 절대적인 지배력. 이건 보통 엄청난 약점을 잡았을 때 보이는 건데, 마약이면 설명이 됩니다.”


사실 서나래는 조금 다른 특종을 기대하고 왔다.


바로 나유신의 동기, 백희진이 일으킨 [학생협박] 사건에 대한 진실이다.

물론 진실보다 흥미 위주의 기사를 쓸 생각으로 왔다.

가장 근접 취재원인 나유신은 속사정을 잘 알 테니까.


그런데 엉뚱하게 그 협박당한 학생이 [마약] 연루자라는 얘기를 들은 거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중학생 마약사범이라니,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다.


서나래는 고개를 휘젓다 반문했다.


“그냥 집안이 좋아서 발휘하는 지배력이면? 게다가 원래 시한 국제중은 종교재단 산하 학교라면서요? 혹시 교도라든가?”

“개신교 계열 종교 재단이긴 하죠. 하지만 그 핵심은 해동일보 사주 일가입니다. 재단 쪽도 결국 해동일보에 예속되어 있을 뿐이에요.”

“아, 그래요. 해동일보! 언론의 힘으로, 애들을 지배하는 거라면!”


그러나 나유신은 차갑게 대꾸했다.


“학생들이 언론사를 무서워한다구요? 차라리 SNS 평판이나 마이튜브 폭로를 무서워할 겁니다. 서 기자님.”


해동일보, 메이저 언론사로 한국 미디어의 핵심.


이곳에 찍히면 대통령도 날아간다는 뒷소문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애초에 신문이고 뉴스고 보지도 않는 중학생이 해동일보의 무서움을 알까?

오히려 학생들 사이에서 도는 소문이나, SNS 익명 평판, 마이튜브 업로드가 훨씬 두려울 것이다.


결국 서나래는 두 손을 들었다.


“그럼 신고식에서 마약을 썼단 말인가요?”

“제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대체 왜? 아니, 그런데 죽은 학생들은 어쩌다가? 또, 선생님은요!”


나유신이 테이블 위, 하나씩 죽은 학생들의 사진을 들어 올렸다.


“학생들은 마약을 하다가, 죄책감을 느꼈겠죠. 그래서 탈퇴하겠다고 했을 겁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마약 신고식을 했는데, 탈퇴가 쉽겠습니까?”


순간, 나유신의 눈이 번뜩였다.


“보복이 있었겠죠. 집단적으로, 은밀하게, 교사조차 보호해주지 않는 폭력과 괴롭힘, 따돌림과 압박!”


서나래는 마른침을 삼켰다.


어이없게도 설득력이 있다.

만약 정말로 골드스컬 가입 신고식에서 마약캔디가 쓰여졌다면 엄청난 스캔들이다.

그러니 폭로를 막기 위해 학생들도 잔인한 짓을 서슴지 않았을 것이다.


문득 나유신이 또 다른 사진을 들어 올렸다.


“그러다, 신입 교사가 알게 된 겁니다.”

“고미래 선생님?”

“맞아요. 그리고 막아보려 했겠죠.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진 속 고미래 선생은 웃고 있었다.


“이 마약을 신고식에 쓰는 학생들은 보통 학생들이 아니었던 거죠.”


부모를 동원해 교사조차 날려버릴 수 있는 학생들.

그게 골드스컬의 멤버들이다.

어쨌든 정유현이 아니라 양수호만 해도 태양그룹 4세니까.


사안은 묻혔고, 고미래는 고립되었을 것이다.


“압박, 죄책감, 모든 걸 못 이기고 결국 죽었을 겁니다. 고미래 선생은.”


서나래는 뚫어져라 고미래 선생의 사진을 보았다.

죽은 장예쭌과 신유건, 아직은 살아있다는 이연준의 사진도 살폈다.

한 순간, 서나래의 시선이 나유신을 향했다.


“지금까지 얘기하신 거, 전부 가설이죠?”

“확실한 예단입니다.”

“증거, 하나도 없는 거죠?”


나유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만들어야죠.”


보통은, 이런 경우 미쳤냐고 말할 것이다.


“정말 검사님이 하는 수사는 전부 도박이네요. 좋아요.”


그렇지만, 서나래도 미친 기자였다.


***


순간, 정유현은 눈을 번뜩이다 학생들에게 외쳤다.


“없애!”


상대는 어른이다.


아직 아이들인 골드 스컬 학생들이 폭력을 구사하려 한다 해도 한계가 있다.

물론 서나래는 여자고 양수호쯤 되면 상당히 덩치가 큰 남학생이니 가능할지도 모른다.

허나 불확실한 일에 매달리기 보다 더욱 간단한 방법이 있다.


증거 자체를 없애는 거다.

캔디만 없어진다면, 사진 따위는 아무런 증거가 될 수 없다.

그때였다.


-콰직!


문짝을 부수며 이번에는 또 다른 어른들이 들어왔다.


황급히 캔디를 짓밟으려던 정유현도, 양수호도, 다른 학생들도 얼어붙었다.

총.

TV에서나 보던 물건이 눈앞에서 번뜩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실은 가스총을 든 남자, 고거경이 고함쳤다.


“애새끼들한테 이러고 싶진 않지만, 당장 손 들어! 무릎 꿇고!”

“어, 어, 어, 겨, 경찰?”

“검찰수사관이다, 애새끼야.”


고거경과 수사관들이 들이닥치며 학생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우리 영감님, 아니 백 검사님 엿 먹인 놈은 누구야? 아주 제대로 끌고 가 주지!”


그야말로 범의유발식 함정수사가 성공한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 이제 사건의 완전 해결편으로 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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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4) XBC 폭로로 현직 총장 사모를 붙잡다 +18 24.09.07 5,118 121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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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2) 총장 사모님이 피라미드 거물이다 +20 24.08.30 5,786 114 28쪽
52 (51) 3조짜리 피라미드 조직을 잡아보자 +18 24.08.29 5,957 125 29쪽
51 (50) 나유신이 첫 휴가지에서 상속녀를 보다 +26 24.08.24 6,587 139 31쪽
50 (49) 초보형 전시안으로 사채왕을 발견하다 +15 24.08.22 6,533 153 30쪽
49 (48) 회장 등극식에서 대법관을 이용해 진범을 잡다 +19 24.08.20 6,660 163 21쪽
48 (47) 재벌 회장이 되게 해주세요 +25 24.08.18 6,752 154 34쪽
47 (46) 특수부 폭력이 조폭 진범보다 위다 +20 24.08.14 6,952 167 34쪽
46 (45) 강앤함과 월야 재벌가의 동상이몽을 털어라 +12 24.08.12 7,103 154 24쪽
45 (44) 월야그룹 살인사건을 만나다 +12 24.08.08 7,751 151 25쪽
44 (43) 나유신의 팀을 수도대 동문회에서 완성하다 +14 24.08.06 8,144 166 35쪽
43 (42) 백사여, 노담에서 다시 시작해라 +20 24.08.02 8,276 176 29쪽
42 (41) 시한부 연장권과 함께 중수부가 폐지되다 +20 24.07.31 8,107 193 20쪽
41 (40) 백발이가 사채왕을 잡다 +27 24.07.30 8,029 194 21쪽
40 (39) 이렇게 된 이상 선제 폭로로 중수부를 친다 +14 24.07.28 7,969 194 19쪽
39 (38) 진짜는 미래살인 배후 사채왕이다 +16 24.07.26 7,968 188 21쪽
38 (37) 금수저 비밀 정보로 스캔들 범인부터 잡다 +19 24.07.24 8,005 184 32쪽
37 (36) 이건 중수부의 운명이 걸린 사건이다 +14 24.07.19 8,126 178 30쪽
36 (35) 위치 추적 보상과 함께 서울시장 스캔들을 만나다 +22 24.07.17 8,422 186 23쪽
35 (34) 진짜 마약범을 잡고 금수저 변호사와 손잡다 +27 24.07.15 8,367 195 22쪽
» (33) 골드스컬 클럽을 함정으로 일망타진하다 +17 24.07.14 8,305 190 23쪽
33 (32) 조기유학 금수저 학폭이 사건 진상이다 +16 24.07.10 8,383 182 23쪽
32 (31) 철벽의 성을 대규모 교사 시위로 넘어볼까 +13 24.07.08 8,319 187 22쪽
31 (30) 학교폭력 연쇄 자살사건이 터졌다 +15 24.07.05 8,707 182 22쪽
30 (29) 한국 재계를 뒤엎을 진짜 거물을 만나다 +21 24.07.03 9,007 194 24쪽
29 (28) 노동 살해 협박으로 진범을 잡다 +16 24.07.01 8,855 201 22쪽
28 (27) 솔라코인 전관 법무팀의 방어를 뚫어라 +15 24.06.27 9,043 196 21쪽
27 (26) 특수부 첫 사건은 1조원 분식회계다 +17 24.06.26 9,384 198 22쪽
26 (25) 중수부장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다 +15 24.06.24 9,589 201 35쪽
25 (24) 백발이를 죽인 자에게 진짜 복수를 해보자 +16 24.06.19 9,314 198 34쪽
24 (23) 백사가 또 검사를 잡았다 +22 24.06.18 9,397 200 22쪽
23 (22) 특수부식 예단수사로 마약통관범을 잡아라 +11 24.06.15 9,441 197 23쪽
22 (21) 이 나라에는 마약도 너무 많다 +17 24.06.13 10,214 210 24쪽
21 (20) 첫 기자회견과 함께 위수증 5백억 코인이 남다 +19 24.06.07 10,211 224 36쪽
20 (19) 5초 예지로 폭발 속 범인을 잡다 +14 24.06.06 10,103 221 24쪽
19 (18) 감옥에 보낼 놈은 내가 고른다 +14 24.06.04 10,090 218 18쪽
18 (17) 1천억 비트코인 사건을 5초 예지로 파헤치자 +14 24.05.31 11,097 219 31쪽
17 (16) 나를 건드리면 검찰총장 예정자도 가만 안 둔다 +25 24.05.29 10,979 233 26쪽
16 (15) 독사를 건드리면 제왕도 문다 +20 24.05.27 11,054 237 30쪽
15 (14) 공판부 땜방으로 백발검사를 보내라 +10 24.05.24 11,548 223 30쪽
14 (13) 언론비리 일망타진으로 신체감정 보상을 받다 +11 24.05.23 12,155 230 31쪽
13 (12) 특활비 별건수사로 무전취식 기자를 잡자 +12 24.05.21 12,245 237 21쪽
12 (11) 사고뭉치에게는 법카부터 먹여줘라 +13 24.05.20 13,451 243 21쪽
11 (10) 나유신이 주가조작 일당을 함정수사로 잡았다 +17 24.05.20 13,516 262 21쪽
10 (9) 오풍제지 그래핀 사기를 경찰공조로 잡는다 +16 24.05.18 14,347 257 25쪽
9 (8) 정오판정으로 오풍제지 주가조작을 발견하다 +16 24.05.17 14,706 276 15쪽
8 (7) 선배가 장애물이면 부수고 해결한다 +15 24.05.14 15,098 280 22쪽
7 (6) 상태창의 보상은 놓칠 수 없다 +23 24.05.12 15,957 296 27쪽
6 (5) 의원 하나 잡고 시작하자 +20 24.05.11 15,732 290 14쪽
5 (4) 신입 수석검사가 꼴통이래 +15 24.05.10 16,983 307 15쪽
4 (3) 범인을 잡으니 시한부 연장 +16 24.05.09 18,128 292 11쪽
3 (2) 우선 범인부터 잡고 죽자 +17 24.05.08 19,689 312 13쪽
2 (1) 백발 신입검사 나유신 +25 24.05.08 22,925 354 11쪽
1 프롤로그 : 시한부 상태창이 생겼다 +42 24.05.08 30,116 41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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