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검사는 거물이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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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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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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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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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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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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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쪽

(17) 1천억 비트코인 사건을 5초 예지로 파헤치자

DUMMY

분명 대낮인데도 캄캄한 뒷골목 거리가 있다.


“엎어.”


어둠 속, 검은 후드를 쓴 남자가 말했다.

그러자 남자 뒤를 따르던 이들이 일제히 건물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건물에 엿보이는 간판은 누렇다.


-〈SH금융서비스〉


이름만 보면, 꼭 최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 같은 장소.


하지만 금융업에 어울리는 인테리어나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은 보이지 않는다.

건물을 누비는 것은 담뱃재에 찌든 남자들.

갑자기 밀어닥친 후드를 쓴 자들만큼이나 험악하게 생겼다.


-쾅!


후드를 쓴 이들이 문을 걷어 차자 안에서 칼자국이 얼굴에 도드라진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뭐야?”


이곳, SH 금융서비스는 당연히 보통 금융기업이 아니다.


사채, 그것도 폭력조직 [삼화회]가 운영하는 곳이다.

물론 칼자국이 있는 남자, SH 금융서비스 사장도 보통 사람이 아니다.

실로 20년 간 노담시의 수라장을 돌파한 자.


하진우가 눈살을 찌푸릴 찰나.

후드를 쓴 검은 옷의 남자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뒤를 따라온 역시, 후드를 쓴 부하들에게.


“모두, 제압해.”

“이 새끼들, 갑자기 왜!”

“쳐! 모두 밟아! 시발, 어디서 온 놈들이야!”


SH 금융 서비스 직원들이 황급히 놀라 일어났다.


물론 이 직원들도 보통 금융회사 직원은 아니다.

삼화회 하부조직답게 다들 조직에 입문했거나, 혹은 그 직전에 있는 건달들이다.

그렇지만 갑자기 기습을 당하면 누구든 이길 장사가 없다.

그것도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건장한 남자들이 밀어닥친다면.


게다가 밀어닥친 이들은 폭력에 익숙한 조직원들 기준으로도, 무척 잔혹했다.


-콰직!


그야말로 순식간에 집기가 모두 부서졌다.


방금 전까지 전화로 협박하고 있던 직원들은 이제 인사불성이다.

압도적인 폭력.

도저히 저항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SH 금융 서비스 사장, 하진우가 피투성이가 된 채 숨을 헐떡였다.


“컥.”

“자, 잠깐, 말로 합시다. 말로.”

“으악, 피해!”


다음 순간 컴퓨터가 날아와 하진우 옆에 있던 부사장 머리를 갈겼다.


-쿵!


결국 폭력은 물리적 충격으로 요약된다.


물리적 충격은 속도와 무게.

사람의 머리는 컴퓨터보다 약하고, 또 가볍다.

머리에 피를 뒤집어 쓴 채 쓰러진 부사장을 보며 하진우가 떨고 있을 때였다.


문득 후드남이 하진우 앞에 다가왔다.

하진우는 정신을 차렸다.

이 놈은 [진짜]다.


그러니까 사람 죽이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진짜 살인마다.

만약 여기서 배짱을 부렸다간.

단순히 맞는 게 아니라 아주 처참하게 고통을 겪으며 죽을 것이다.


황급히 하진우는 고개를 넙죽 조아렸다.


“사, 사, 살려주세요. 크윽!”

“밟아.”

“알겠습니다.”


용서를 구하는 비굴함이 무색할 정도로 빨랐다.

후드남만 무자비한 게 아니었다.

그 부하들로 보이는 똑같이 후드를 쓴 남자들도 무참했다.


짓밟히고 뼈가 부러지는 고통 속에서, 하진우는 애원했다.


“대, 대체 왜 이러는 건데. 뭐, 뭐든 시키는대로 할게요.”


물론 여기서 살아나기만 한다면 이런 굴욕 따위는 단숨에 사라진다.


삼화회 차원에서 이놈들을 추적할 것이다.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과 일가 친척까지 찾아내 보복하리라.

그러니 잠시간의 굴욕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그때 발길질이 멈췄다.

후드남이 고개를 디밀었다.


검은 그림자 속, 차가운 눈이 번뜩이는 게 보인다.


“그래? 그럼, 진작에 좀 그러지.”

“뭐, 뭐요. 우리, 아는 사이요?”

“모르는 사이지. 하지만, 돈은 그렇게 말 안 하지.”


역시, 돈 문제다.

SH서비스의 자금을 가져가려고 온 걸까?

하지만 이곳은 사실 직원들의 집합소일 뿐, 실제 자금 금고는 따로 있다.


어디에 있는지 하진우가 황급히 말하려던 찰나.


“코인 어딨어, 새꺄?”


전혀, 모르는 소리가 떨어졌다.


***


나유신은 한가하게 오늘도 노담시 거리에 출근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뭐야, 이거? 세상에.”


현재 나유신은 강제 재택근무 중이다.


강유중 지청장의 고육책이랄까.

사고뭉치 백발독사를 자를수도, 강제휴직시킬 수도, 그렇다고 전출시킬 수도 없었다.

하여 강유중 지청장이 생각해낸 방법이 [재택근무]다.


서류 처리는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니 일견, 합리적인 처리였다.

사실 나유신도 주식 거래를 훨씬 더 활발하게 할 수 있어 편했다.

특히 1일당 30만원의 용돈벌이, 통상 월 7백만원 정도의 주식 이득이 2배로 뛰었다.


괜히 나유신이 호텔 헬스장을 다니고 있었던 게 아니다.

한데 방에 처박혀 주식만 할 수도 없고, 또한 주식 시장은 3시면 문을 닫는다.

해서 노담시 지리를 알기 위해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런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왜애앵!


경찰, 소방차, 앰뷸런스.

사이렌 3종 세트가 바삐 움직이는 곳.

그야말로 사건 현장을.


노란색 출입금지 테이프 너머, 나유신을 알아본 강시영 경감이 손을 흔들었다.


“뭐예요. 나 검사님? 여긴 또 어쩐 일이에요?”

“아니, 그냥 노담시 탐색을 나왔는데, 오늘은 범죄가 빈발한다는 구도심 거리 차례였죠. 우욱!”

“이런, 검사님 혹시 현장 처음 봐요?”


무너진 건물, 불에 탄 시체, 그리고 폭력이 벌어진 현장.

사실은 형사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수석 인생이었던 나유신은 직접 볼 기회가 없었다.


“볼 일이 없었죠. 서류로만 봤지.”

“강력팀에는 일상인데. 검찰도 강력부 있지 않나요? 노담지청에야 없어도, 언젠가 가실 수도 있을 텐데?”“원래는 역시 갈 일이 없죠.”


나유신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지금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강력 사건.


이름만 들으면 뭔가 힘이 세지는 사건 같지만 실상, 흉악범죄를 말한다.

살인, 강도, 강간, 성추행, 절도, 폭행.

시민들이 일반적으로 부딪치는 사건들인데, 정작 검사들은 좀 다른 강력사건을 많이 다룬다.


조직범죄 혹은 마약이다.

물론 수석 인생이었던 나유신은 그런 험악한 경로는 밟지 않았다.

검사들 10프로, 그 중에서도 딱 3프로만 오간다는 특수사건 전문이었기 때문이다.


이 특수사건도 이름만 들으면 특별히 어려운 사건 같지만 아니다.

주로 정치범이나 경제사범, 고위 계층 범죄를 말한다.

그러니 나유신이 이런 험악한 현장을 와봤을 리가 없다.


강시영이 피식 웃다 낯을 굳혔다.


“그럼, 이제부터 배우셔야겠네요. 노담시가 왜 기피 도시라고 불리웠는지를.”


나유신은 강시영 너머, 처참한 현장을 보았다.


“이런 [강력사건]이 많기 때문이에요. 검사님이 좋아하시는 [특수사건]이 아니라.”


일단 시체들부터 다르다.

깨끗하게 죽은 게 아니라 고문당하다 죽은 흔적이 역력하다.

국과수까지 굳이 가지 않아도 나유신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정말 처참하군요.”

“이 정도야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에요. 이상성욕이라든가 잔혹범죄라고 하기도 어렵고.”

“사람이 죽어 나갔는데요?”


최소한 시체만 20구 이상인데 강시영은 무척 심상하게 말했다.


“조폭이 사람 봐주면서 칼 쓰진 않잖아요? 물론 이 도시 조폭이라면 죽이기까지 하진 않았겠지만.”


나유신은 마른 침을 삼키다 주위를 둘러 보았다.


확실히 조직 범죄라기엔 이상하다.

서류로 보았던 것뿐이지만, 보통 조직폭력배는 살인까지는 잘 하지 않는다.

폭력을 바탕으로 불법적 비즈니스를 하는 게 조폭의 영역인 탓이다.


게다가 혹시 저지른다 해도 깔끔하게 흔적을 지우려 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곳 SH금융서비스에서 벌어진 사건은 정반대다.

누군가 마치 보라는 듯 적나라했다.


“대체 뭣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거죠?”

“이상할 게 뭐 있나요. 대부분 돈 문제죠. 여긴 사채업자들 사무실이니까 더 그럴거고.”

“고작 돈 때문에 이 정도로 사람을 고문하다, 죽인다구요? 불까지 질러서?”


그 순간 현장을 보고 있던 강력팀 형사가 화를 냈다.


“아, 진짜. 물정 모르는 소리 하시네. 이보쇼, 영감님. 돈 1억, 2억에도 살인이 일어나요. 여긴 수십억은 왔다 갔다 하는 곳이라고.”

“오형사, 그만.”

“팀장님도 너무 검사 어리다고 봐주지 마쇼. 진짜 이런 현장에 왜 출입시키는 거요? 관계자도 아닌데!”


강시영은 낯을 찌푸렸지만 반박하지는 못했다.


“그건, 어쩌다 보니.”


어쨌든 나유신이 국외자인 건 맞으니까.


하지만 할 말 정도는 나유신에게도 있다.

아직은 수사지휘권이 살아있는 시대, 정식 절차를 밟으면 수사현장도 출입할 수 있는 게 검사다.

어쩐지 오 형사, 그러니까 강시영의 부하 오수권이 상사를 우습게 보는 것 같다.


“이봐요. 오수권 형사. 난 이 지역 검사고.”


나유신이 한 마디 하려는 찰나.


“으으으.”


순간 현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여기, 생존자 있습니다!”

“상태 확인해! 구급차로 빨리 병원으로 데려간다!”

“다른 시체들도 어차피 가져가야 사망판정 받는다. 빨리 움직여!”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나유신은 눈을 크게 떴다.

5초.

이후 저 생존자는 죽음을 맞이하는 경로에 들어선다.


그 전에 뭔가 들어야 한다.

아니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나유신이 황급히 달려 들어갔다.


“이봐요.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겁니까? 누가 이런 일을 저질렀죠?”

“검사님, 비키쇼! 환자요!”

“단순히 피해자인 것 같지는 않아서 말이죠.”


나유신은 죽어가는 ‘생존자’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생존자, 하진우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미친놈들이 찾아왔소.”

“여기에? 정신병자가 왔다구요?”

“저, 전혀 모르는 걸 내놓으라고, 와서 칼부림을. 아마 조선족 같았는데.”


하진우가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코인, 이라는 걸 내놓으라고.”


죽었다.

주위의 경찰들이 화를 내고, 구급대원들은 탄식했다.

하지만 나유신은 멍하니 서 있을 뿐 듣지 않았다.


“아, 검사님! 이거 죽어 버렸잖아요! 쓸데없는 말만 하다가!”


하지만 오권우 형사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나유신은 전혀 엉뚱한 말을 했다.


“설마, 비트코인?”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이었기 떄문에.


***


10년 전, 비트코인은 모두가 아는 정보는 아니었다.


“그게 뭔데?”


형사 3부 부장대행, 신수겸도 모른다.


“이 시점이라면,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기술이죠. 블록체인을 이용한 화폐.”

“블록, 뭐? 그건 또 뭐야. 요새 유행하는 거냐?”

“위조가 불가능한 일종의 네트워킹 기술이에요. 그것 자체는 그렇게 뜨지 못했지만.”


나유신은 신수겸에게 사건보다 비트코인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 했다.


“이 비트코인이란 건 확실히 뜨죠.”


그건 10년 후에는 명백해지는 사실이다.

허나 현재로서는 아무나 아는 얘기는 아니다.

일개 사채업자가 알 리는 더욱 만무하다.


“그런데 정체도 모를 최신 기술이 지역 사채업자하고 뭔 상관이야?”


신수겸이 그 점을 지적할 순간.

나유신은 미간을 좁혔다.

이제서야 명백해졌다.


“아무래도, 이거 환치기 사건 같아요.”


왜냐면 황금문자의 알림이 떴기 때문이다.


[코인 불법 환전 케이스, D-30. 해결하지 못하면, 죽음]


새로운 사건이 시작되었다.


***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기술 중 하나로 절대 [파해]할 수 없다는 정보 암호 집적체다.


“그걸, 왜 돈 주고 사?”


그러나 처음 나왔을 때는 누구나 염민아 검사처럼 생각했다.


도대체 왜 전자신호 따위에 실제 현금을 주고 산단 말인가?

혹시나 블록체인 기술이 일반화되고, 세상을 뒤바꾸기라도 했다면 모른다.

하지만 남은 것은 블록체인으로 만들어진 암호화폐 뿐.


그럼에도 10년 뒤를 아는 나유신은 안다.

이 블록체인 암호 집적체가 엄청난 가치를 갖게 된다는 것을.

그런데 10년 뒤를 모르는 채승배가 갑자기 반색하며 끼어들었다.


“아, 이거 요새 유행 중이에요. 미국에서는 이걸 갖고 피자를 사 먹는 내기가 인기래요.”

“아니, 그러니까. 이거 도토리 같은 거 아니야? 대체 왜 돈 주고 사?”

“도토리? 아, 이웃월드 꾸미는 거요? 염 선배, 대체 언제 적 얘기하는 거예요? 이건 그런 게 아니라구요.”


채승배는 열을 올리며 외쳤다.


“이건 첨단 암호기술의 총화라구요. 절대 풀 수 없는!”


눈치를 보니 채승배도 [비트코인]을 좀 산 모양이다.


그런데 10년 전, 스마트폰 초기 시대라면 비트코인의 용도는 한정되어 있다.

예컨대 19금 사이트 불법 결제용이라든가.

어쩐지 수상쩍어 나유신이 채승배를 슬쩍 볼 찰나, 형사3부 부장대행 신수겸이 껄껄 웃었다.


“이런, 이런. 채검. 이제 좀 알아야 할 텐데. 아직 밥총무 벗어나려면 멀었구만?”

“제가 뭘 모른다는 겁니까? 게다가 밥총무가 뭔 상관이죠? 여기 우리 백발 후배님이 안 하고 계셔서 문제죠!”

“세상에 절대로 풀 수 없는 자물쇠 같은 건 없어. 채검.”


신수겸은 신선 수염을 쓰다듬으며 대꾸했다.


“블록체인? 비트코인? 그것도 다 푸는 해법 나와. 해법이 안 나오면 사람을 족쳐서라도 풀 수 있을 거라고.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지.”


이것도 놀라운 혜안이다.


사실 비트코인을 구성하는 블록체인 암호는 10년 뒤에도 풀지 못한다.

그럼에도 비트코인 [해킹 사건]은 수도 없이 일어난다.

왜?


아주 간단한 이유다.

비트코인 거래는 블록체인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코인을 저장하고 보관하는 거래소는 결국 웹 기반이고 일반 인터넷 기술에 보안을 첨가한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거래소 사이트에서 빈번히 유출 사고가 발생한다.

하지만 코인 자체는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강탈할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킹과 강탈 사건이 벌어질까?


바로 블록체인에 기록된 비트코인의 주소를 강탈하고, 해킹하고, 훔친다.

이번 사건도 근본 원리는 같다.

아직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염민아가 물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부장대행?”

“이 사건, 살인사건이지. 그런데 살인은 보통은 그냥 일어나지 않아. 원한이든, 이익이든, 하다못해 범인이 사이코패스든 뭔가 이유가 있어.”

“돈 문제라고 보시는 겁니까? 예단 아닌가요?”


신수겸이 피식 웃으며 염민아에게 대꾸했다.


“이런 건 예단이 아니라 합리적 추론이라고 하지. 사채업자 사무실에서 사람이 죽었어. 그런데 돈을 가져가지 않았다? 그럼, 그 코인인지 비트인지 하는 게 돈이 된다는 소리지. 자.”


문득 신수겸의 시선이 나유신을 향했다.


“여기까지는 나도 알겠어. 그런데, 환치기 사건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비트코인은 꼭 미래가 아니라도 10년 전, 현 시점에서도 돈이 된다.


그런데 불법 사채를 다루는 대부회사, SH 금융서비스의 대표 하진우가 죽기 전 말했다.

범인이 비트코인을 내놓으라고 했다고.

그러면 코인에 대해 아는 자라면 추론할 수 있다.


SH 금융서비스가 비트코인과 연관되어 있다고.

허나 나유신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환치기라고.


대체 어떻게 이런 추론이 가능했을까?


“일단, 환치기가 뭔지는 아시죠?”

“장난하냐? 불법 외환거래 아냐. 허가 받지 않고 투기성으로 원화와 외화를 거래하는 거.”

“이 코인을 이용하면 그게 가능하죠. 왜냐면.”


문득 나유신이 설명하다 본인의 노트북을 작동시켰다.


“직접 보여드리는 게 빠르겠군요.”


모두가 멀뚱거리는 사이, 나유신은 이상한 사이트에 접속했다.


-휘리릭, 탁!


신수겸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느 국가기관이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검찰은 외부 사이트 접속이 제한되어 있다.

한데 본인 개인 노트북을 반입해서 함부로 외부 사이트에 접속하다니.

이건 보안규정 위반으로 감찰부에 불려가도 할 말이 없을 일이다.


“이게 뭐냐? 나검, 외부 접속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안 배웠어? 해킹의 위험이 있다고.”

“보안프로그램 깔아놨습니다. 게다가 여긴 보안이 철저한 사이트예요. 해킹 프로그램이 깔릴 염려는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뭐 하는 사이트인데? [다크웹]이라도 되냐?”


다크웹, 곧 검색 사이트에 잡히지 않는 불법 범죄용 사이트.

역시, 10년 전인데다 스마트폰 초기 시대인 지금은 아직 유명하지 않다.

나유신은 조금 놀라며 설명했다.


“의외로 능통하시군요. 아닙니다. 일본의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밸리 곡스]예요.”


당연히 이건 10년 전 얘기다.


아직 이른바 김치 코인은 물론이고 비트코인조차 별로 유명하지 않던 때.

코인 거래는 굉장히 제한된 형태로 운영되었다.

이때 유명했던 거래소가 바로 밸리 곡스다.


물론 나유신은 안다.

10년 뒤, 밸리 곡스가 다름 아닌 [해킹]으로 파산한다는 것을.

다만 아직은 암호화폐 거래소 중에선 가장 뛰어난 보안으로 유명한 거래소다.


그런데 신수겸은 전혀 다른 쪽에 놀란 얼굴로 물었다.


“일본어도 할 줄 아냐? 요새는 법조계에 일어 공부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어르신들이나 공부하죠. 하지만 일본어 몰라도 영어로 보면 됩니다. 여기 보이시죠?”

“어디, 보자. 뭐야.”


신수겸이 눈살을 찌푸리며 사이트를 살피다 눈을 크게 떴다.


“이딴 게 139달러나 한다고?”


비트코인 1개 가격, 139달러.


이 시점, 원화로 대략 14만 6천원.

물론 10년 뒤에 비트코인이 1개당 9천만 원을 넘는다는 사실을 안다면, 신수겸은 거품을 물 것이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기가 막힌 소리다.


염민아 말대로 아웃월드 도토리보다 쓸 데가 없는 정보집적체가 1개당 15만원에 육박한다니.


“문제는 지금 일본이 엔고라는 거죠. 그리고, 한국에선 더 비싸요.”


그때서야 신수겸도 일단 알아 들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환치기로 차익을 빼돌리려 했다는 건가? 그런데, 나검은 이걸 어떻게 예단한 거야?”


모두가 쳐다보는 가운데, 나유신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야 전 수석이니까요.”


물론 사실은 황금문자와 10년 전 기억을 조합한 결과다.


***


비트코인 1천억 원 환치기 사건, 나유신은 미해결 사건파일에서 보았다.


“죽은 SH금융서비스 사장, 하진우는 바지사장에 가까워요. 실제로는 삼화회 소속 중간보스 중 하나입니다.”


염민아 검사가 간단히 브리핑을 시작하자, 나유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삼화회?”

“아, 천당 신도시에서 세력 넓히고 있는 신흥 조폭이야. 조직원 수는 50명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조직이지. 문제는 사채업으로 돈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거고.”

“굴리는 규모가 얼마나 되길래 그렇죠?”


문득 염민아도 또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글쎄, 여기는 형사 제1부에서 팠던 거 같은데. 민 계장, 알아요?”


검사에게 한 달에 배당되는 사건은 많게는 2백 건에 달한다.


그러니 염민아도 모든 사건을 꿰고 있지는 않다.

특히 조폭은 주로 강력범죄에 연루되는데, 형사 3부 몫은 아니다.

반면에 노담지청 사무국 수사과는 모든 형사부의 뒤치닥거리를 하기 마련이다.


수사과 베테랑, 민혁기 계장이 어깨를 으쓱였다.


“작년 기준으로 3천 5백억쯤 됩니다.”

“엥? 일개 지방도시 대부업자 따위가 뭐 그렇게 금액이 커요?”

“뒤에 누가 있긴 한 거겠죠?”


염민아가 고개를 까딱이며 첨언했다.


“사채업계의 대부 중 하나, 오 회장이 있다는 얘기가 있어.”


나유신은 백발을 긁적였다.


사채업계의 대부, 오 회장.

물론 사채업계 대부는 하나가 아니고 오씨 사채업자도 꽤 많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 회장은 기억에 있다.


10년을 살았던 전생에서도.

혹은 최근에 보았던 뉴스에서도.

분명히 [오풍제지 그래핀 사건]에서, 배후에 오 회장이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과연, 노담지검은 오 회장의 뒤를 캐기나 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잠시 수염을 쓰다듬던 신수겸이 말했다.


“사채업과 최신 기술이라, 별로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군.”

“아니, 오 회장이라면 가능하죠.”

“뭐야? 너도 오 회장 아냐?”


조금 놀란 눈으로 돌아보는 신수겸에게 나유신이 대꾸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일본에서 돈이 되는 일이라면, 오 회장이 모를 리 없죠. 게다가 일본산 비트코인을 환전하는 건이라면.”


분명 전생에서도 그랬다.


사채업계의 대부로, 불법 환전과 주식 사기, 그리고 외환 도박까지 손을 뻗었다던 자.

하지만 나유신은 소문만 들었을 뿐, 증거를 잡지 못했다.

아니, 종적도 못 잡아냈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문제는 그 작자가 나유신이 엮였던 마지막 사건에서도 나타났다는 거다.

태양그룹 3세가 일으킨 [살인] 사건에서.

씁쓸한 기분을 나유신이 애써 삼킬 때, 신수겸이 혀를 찼다.


“그럼, 여기서 문제군. 이게 만약 우리 백발 막내 말대로 비트코인이란 게 관련되어 있고, 그것도 환치기라면, 우리가 맡아야 할 영역이 아니지 않나?”

“다시 관할 문제입니까? 엄연히 노담시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에요. 아무리 천당 신도시라도 노담시 안의 행정구역이죠.”

“나검, 그럼 살인사건으로 파야 하는데, 그건 지금 경찰이 조사하고 있잖아. 수사지휘권이라도 발동시킬 건가?”


아직 [수사지휘권]이 살아있는 시대.


검사는 경찰이 진행하는 사건에 지휘권을 발동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그저 구두로 내리는 명령이 아니라 문서상 절차를 밟아야 한다.

당연히 까다로운 절차를 밟기보다는 그냥 전화하는 검사가 많지만.


그렇다 해도 경찰이 싫어할 것은 당연하다.


“협조를 받아야죠. 일단, 경찰에선 삼화회가 어디 붙어 있는지는 알 거 아닙니까?”


나유신이 되묻자 신수겸은 입맛을 다셨다.


“이런 사건 건드리는 건 아주 싫어할 텐데.”


이를테면 경찰의 [고유영역]이기 때문이다.


***


물론 부장도 날린 나유신이 경찰 눈치를 볼 이유는 없다.


“아, 영감님. 이런 데 오시면 안 된다니까요!”


천당신도시, 노담의 특별행정구역.


이곳이 개발되면서 경기 남부의 버려진 도시였던 노담은 그야말로 급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고속성장은 언제나 상흔을 남긴다.

신도시 자체는 사각 구도로 번듯하게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구시가지의 구부러진 골목이 노담시에는 상존한다.


지금 강시영 경감이 서 있는 천당신도시와 노담 구시가지 경계지대처럼.

문득 직속부하, 오권우 형사가 외치는 소리에 강시영은 시선을 돌렸다.

한데 아주 익숙한 [백발]이 뻔뻔히 서 있는 게 보인다.


일순, 또 다른 강력팀 직속 부하, 김인찬 형사가 옆에서 낄낄 웃었다.


“누가 들으면 진짜 노인이 온 줄 알겠군. 오권우 형사가 유독 나 검사를 싫어하나봐?”

“지난번 오풍제지 사건 때문에 그래. 그때 사건 빼앗겼다고 무척 화를 내던걸.”

“아, 오풍제지? 그거라면 화낼만하지. 나도 투자했다가 말아먹었는데, 빌어먹을.”


강시영이 미간을 찡그렸다.


“김 형사, 설마 투자했었어? 사건 관련 주식을 사면 어떡해?”


그러자 김인찬 형사는 턱짓으로 백발 [영감님]을 가리켰다.


“왜, 저 막 나가는 검사도 샀잖아.”

“함정수사였어. 게다가 그떄는 정식 수사 상태도 아니었고.”

“검사가 절차 안 밟고 경찰 사건 함부로 가져가는 건 문제야. 지금도 그렇잖아?”


온몸을 비틀며 격투할 태세를 갖춘 김인찬이 한 마디 말을 남기고 건물에 들어섰다.


“너무 봐주지 말라고. 팀장님.”


확실히 경찰이 [수사]를 하러 온 현장에 검사가 들락거리는 건 문제다.

아무리 나유신이 막무가내 [백발독사]라 불리는 검사라도 마찬가지다.

강시영 경감은 혀를 차며 나유신과 오권우가 실랑이를 벌이는 쪽으로 향했다.


“왜 왔어요?”

“아니, 삼화회 문제로 경찰에 연락했더니, 다들 강력팀은 현장 나갔다고 해서 따라왔죠.”

“미안하지만 지금 우리는 정식으로 수사 나온 상황이에요. 지휘하고 싶으면 절차를 밟아주세요.”


그런데 나유신이 강시영 앞에 엉뚱한 종이를 꺼내 들었다.


-펄럭!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종이다.


“영장 필요하지 않아요?”


결국 강시영도, 오권우도 나유신을 막지 못했다.


-쾅!


대신 오권우는 울분을 건물 문짝에 들이부으며 뛰어들었다.


“이런 빌어먹을. 뭐야?”

“뭐긴 뭐야, 경찰이다. 새꺄.”

“아야! 이 새끼가 머리를 쳐? 경찰이면 다야? 폭행으로 고소할 거야!”


구시가지 경계 일대 건물.


무너져 가는 건물 안, 험악한 인상의 양복남들이 앉아 있었다.

바로 삼화회, 곧 이번 사건을 당한 SH금융서비스를 운영하던 배후 조직이다.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 강력팀에게 조직원들이 들고 일어나려던 찰나.


가장 약해보이는 백발머리 청년이 팔랑거리는 문서를 들이댔다.


“압수수색 영장이다. 얌전히 협조하면 그냥 지나갈 거고, 아니면 다 공무집행 방해로 처넣어주지. 응?”


신나게 떠들던 나유신이 잠시 멈칫거리자, 오권우 형사가 이죽댔다.


“또 왜 그러쇼? 현장에서 조폭들 직접 보니 떨리쇼?”


나유신은 바로 답하는 대신 사무실 안을 빙 둘러 보았다.

살풍경한 조직폭력배들의 공간.

그렇지만 나유신이 놀란 것은 조폭의 근육이나 문신, 혹은 곳곳에 흩어진 흉기가 아니다.


“이거, 진짜 떨릴 정도군.”


황금문자가 사람을 볼 때마다 떠오른다.


[삼화회 행동대원 한교상, 전과 5범 .불법사채 대부업법 위반 유죄.]

[삼화회 부두목 양차승, 전과 12범, 폭행, 상해, 살인교사 유죄]

[삼화회 이사, 백재선, 전과 0범, 범인도피, 외환관리법 위반, 유죄]


잠시 눈을 깜박이던 나유신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진짜, 이거 너무 많은데.”


전부, 감옥에 처넣을 [범인]들 뿐이었으니까.


***


모든 조폭이 그렇듯, [삼화회]란 명칭은 공식 칭호는 아니다.


“고문님, 이거 내버려 둬야 합니까? 노담 남부경찰서에 전화 넣을까요?”


주식회사 삼화의 [보안과장], 한교상이 이를 갈며 낮게 물었다.


물론 과장이란 직책은 허울일 뿐.

실상 한교상은 중간보스급 행동대장이다.

주된 업무는 천당신도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철거와 건설 현장에서 용역 폭력을 행사하는 일.


21세기 조폭들이 기업화의 길을 걷고 있는 표상이라 할 수 있다.

철거업, 용역업, 경비업.

이름은 그럴듯하지만 실상 백수나 대학생, 혹은 반-건달들을 모아 철거민들을 폭행해 쫓아내는 게 직업이랄까.


하지만 [두목]이 없는 지금, 이 자리에서 삼화회의 방침을 결정할 자가 없다.


“지금, [사장님]이 자리 비우고 있는 거 잊었나? 한 과장. 함부로 경거망동하면 안 돼.”


고문, 백재선이 느긋하게 대꾸했다.


물론 사장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삼화회의 두목.

현재 외유 중이다.

만약 국내에 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백재선은 입가를 비틀려다 간신히 참았다.

아마, 이번에 [살해]당할 자는 하진우가 아니라 두목이 되었을 테니까.

그런데 경찰들이 압수수색 영장을 앞세워 사무실을 털자, 별의별 게 나오기 시작했다.


형사 오권우가 소파를 휙 뒤집더니 철거현장에서 쓰이는 흉기를 찾아냈다.


“이거 쇠망치 아냐? 이야, 위험한 물건 잔뜩 있네.”

“함부로 건드리지 마쇼. 공사장에서 쓰는 물건이요.”

“그래, 불법 철거할 때 휘두르는 용도지?”


문득 오권우는 ‘부사장’ 양차승에게 낯을 들이대며 물었다.


“혹시 SH금융서비스 덮친 놈들도, 이런 거 휘두르다 원한 쌓은 녀석들이냐? 응?”


부사장, 실은 ‘부두목’ 양차승은 당장 오권우를 한 대 칠 기세로 이를 갈다 깜짝 놀랐다.


백재선 고문은 그 모습을 뒤에서 보다 혀를 찼다.

주먹질 솜씨가 뛰어나 부두목에 올랐다.

하지만 아직 양차승은 두목을 대행하기엔 많이 모자란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나왔을 때, 능수능란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조직을 이끌 수 있는데 말이다.

압수수색은 증거를 찾기 위해서만 시행되는 게 아니다.

지금 오권우가 한 것처럼 현장에서 유도심문을 하기 위해서도 발생한다.


이번에 경찰이 온 이유는 하나.

삼화회를 터는 게 아니라 SH 살인사건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다.


SH금융서비스는 삼화회와 관련이 있다.

그것도 하필 백재선과 말이다.

허나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아주 잠시, 백재선의 눈치를 보던 양차승이 낯을 굳히며 으르렁댔다.


“SH금융? 그게 뭐하는 거요? 우리는 모르는 일인데.”

“거, 선량한 시민 그만 괴롭힙시다.”

“나참, 사장님이 빨리 귀국하셔야 이런 꼴을 안 당하지.”


양차승에 이어 한교상과 수하들이 떠들어댈 때였다.


“그럼, 하진우는 어때. 혹시 죽은 건 알고 있지?”


문득 엉뚱한 곳에서 질문이 들어왔다.


백재선은 시선을 돌리다 미간을 좁혔다.

하얀머리 풋내기다.

압수수색 영장을 흔들던 녀석인데, 나이로 보아 막내쯤 될까.


무시해도 되겠다고 판단한 백재선이 오권우를 돌아보았다.


“거기, 형사님 이름이 뭐라고?”

“왜? 남부경찰서 오권우다.”

“그쪽 상관이 누구지? 수사과? 형사과? 아니면 범죄대응과? 어느 쪽이든 간에, 내가 과장님들하고 아주 친한데 말이야.”


백재선은 이죽대며 을러댔다.


“아무리 영장이 있어도 적당히 한도 내에서 하쇼. 하진우? 그래, 아는 사이긴 하지. 하지만 우리 조직, 아니 회사 나간 지 오래요. 아무 관계도 없다고.”


남부경찰서 간부와 친하다?


일견 맞고, 일견 틀리다.

사실 연혁이 제법이고 기업화가 이뤄진 조폭쯤 되면, 경찰에 대한 상납은 필수다.

다만 이런 상납이란 언제든 상황이 달라지면 무효화된다는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백재선은 자신 있었다.

어쨌든 SH금융서비스 살인사건 외에는 삼화회가 털릴 일은 없다.

한데 SH사건에서는 삼화회는 겉으로는 관련이 없거나, 혹은 피해자다.


그때 다시 하얀머리가 날카롭게 지적했다.


“정말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는 조사해야 다 나오지.”


이쯤 되자 삼화회 조직원들이 이를 드러냈다.


“뭐야, 저 백발 새끼는?”

“아까부터 너무 깝치는데. 어이, 막내 형사. 그만 좀 하지? 아저씨들 화나려고 한다.”

“캬, 밤길 조심해라. 너 얼굴 싹 기억했어.”


그런데 백발머리 ‘막내’ 실은 나유신이 오히려 웃으며 대꾸했다.


“아니, 난 형사가 아니고 검사야. 그리고 얼굴 기억하는 건 내가 더 잘해.”


순간 어깨를 들썩이며 을러대던 삼화회 조직원들이 멈췄다.


검사.

비록 민주화 시대 이후로 수사당국의 권위가 예전같지 않다지만, 그래도 검사는 다르다.

전직 검사도 아니고 현직이라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데 충분할 권력이 있다.


게다가 사실 삼화회는 기업이라곤 하지만 불법과 탈법을 넘나들며 사업한다.

심지어 대부업의 허울만 쓰고 있던 SH금융서비스는 더욱 그랬다.

백재선 고문이 혀를 차다 나섰다.


“영감님? 허, 경찰 압색 현장에 무슨 일이시오?”

“협조 좀 해주시지? 검사가 직접 왔는데,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상호 간에 안 좋아.”

“무슨 말이요, 그게?”


문득 나유신이 가볍게 부르듯 손짓했다.


“일단, 경찰서 다 같이 가자고. 여기서 이러지 말고. 이봐요, 강 팀장! 어때요, 뭐, 나올 거 같아요? 안 나올 거 같으면 그냥 경찰서 가죠!”


마치 개를 부르는 것 같은 손짓.

보는 이를 아주 기분 나쁘게 만든다.

혈기 넘치는 부두목, 양차승이 눈을 번뜩였다.


“아니, 이게 진짜!”

“그만.”

“고문님, 아무리 검사라도, 이건 우리 회사를 얼마나 우습게 보길래!”


그러나 백재선은 고개를 저었다.


“백발검사, 들어본 적이 있지. 엄상전 의원을 날려버렸다던데.”


이제야 생각났다.

초짜 주제에 부장검사를 날리고, 노담시 3선 의원을 살인범으로 만들더니, 얼마 전 [오 회장]이 돈을 댄 [브로커]들까지 잡아 처넣은 무모한 신입.

당연히 그런 검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설치다, 죽는다.


하지만 죽기 전까지는 아주 골치 아픈 자다.


“일단, 가보자고. 우리가 죄 저지른 건 없잖나?”


이로써 삼화회 간부들은 노담 남부경찰서에 자진출두하게 되었다.

물론, 그게 함정이었지만.


작가의말

* 새로운 보상과 사건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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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8) 회장 등극식에서 대법관을 이용해 진범을 잡다 +19 24.08.20 6,660 163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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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5) 강앤함과 월야 재벌가의 동상이몽을 털어라 +12 24.08.12 7,103 154 24쪽
45 (44) 월야그룹 살인사건을 만나다 +12 24.08.08 7,752 151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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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 조기유학 금수저 학폭이 사건 진상이다 +16 24.07.10 8,383 182 23쪽
32 (31) 철벽의 성을 대규모 교사 시위로 넘어볼까 +13 24.07.08 8,320 187 22쪽
31 (30) 학교폭력 연쇄 자살사건이 터졌다 +15 24.07.05 8,708 182 22쪽
30 (29) 한국 재계를 뒤엎을 진짜 거물을 만나다 +21 24.07.03 9,008 194 24쪽
29 (28) 노동 살해 협박으로 진범을 잡다 +16 24.07.01 8,855 201 22쪽
28 (27) 솔라코인 전관 법무팀의 방어를 뚫어라 +15 24.06.27 9,043 196 21쪽
27 (26) 특수부 첫 사건은 1조원 분식회계다 +17 24.06.26 9,384 198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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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 백발이를 죽인 자에게 진짜 복수를 해보자 +16 24.06.19 9,315 198 34쪽
24 (23) 백사가 또 검사를 잡았다 +22 24.06.18 9,397 200 22쪽
23 (22) 특수부식 예단수사로 마약통관범을 잡아라 +11 24.06.15 9,441 197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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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 5초 예지로 폭발 속 범인을 잡다 +14 24.06.06 10,104 221 24쪽
19 (18) 감옥에 보낼 놈은 내가 고른다 +14 24.06.04 10,091 218 18쪽
» (17) 1천억 비트코인 사건을 5초 예지로 파헤치자 +14 24.05.31 11,100 219 31쪽
17 (16) 나를 건드리면 검찰총장 예정자도 가만 안 둔다 +25 24.05.29 10,979 233 26쪽
16 (15) 독사를 건드리면 제왕도 문다 +20 24.05.27 11,055 237 30쪽
15 (14) 공판부 땜방으로 백발검사를 보내라 +10 24.05.24 11,550 223 30쪽
14 (13) 언론비리 일망타진으로 신체감정 보상을 받다 +11 24.05.23 12,155 230 31쪽
13 (12) 특활비 별건수사로 무전취식 기자를 잡자 +12 24.05.21 12,245 237 21쪽
12 (11) 사고뭉치에게는 법카부터 먹여줘라 +13 24.05.20 13,451 243 21쪽
11 (10) 나유신이 주가조작 일당을 함정수사로 잡았다 +17 24.05.20 13,516 262 21쪽
10 (9) 오풍제지 그래핀 사기를 경찰공조로 잡는다 +16 24.05.18 14,348 257 25쪽
9 (8) 정오판정으로 오풍제지 주가조작을 발견하다 +16 24.05.17 14,706 276 15쪽
8 (7) 선배가 장애물이면 부수고 해결한다 +15 24.05.14 15,098 280 22쪽
7 (6) 상태창의 보상은 놓칠 수 없다 +23 24.05.12 15,957 296 27쪽
6 (5) 의원 하나 잡고 시작하자 +20 24.05.11 15,732 290 14쪽
5 (4) 신입 수석검사가 꼴통이래 +15 24.05.10 16,983 307 15쪽
4 (3) 범인을 잡으니 시한부 연장 +16 24.05.09 18,128 292 11쪽
3 (2) 우선 범인부터 잡고 죽자 +17 24.05.08 19,693 312 13쪽
2 (1) 백발 신입검사 나유신 +25 24.05.08 22,926 354 11쪽
1 프롤로그 : 시한부 상태창이 생겼다 +42 24.05.08 30,118 41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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