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검사는 거물이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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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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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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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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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시한부 연장권과 함께 중수부가 폐지되다

DUMMY

원래 검찰의 모든 조직은 [검찰조직법]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된 이상 중수부를 폐지해야 마땅합니다! 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합니다!”


60분 토론, XBC가 자랑하는 간판 논쟁 [생방송]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 토론회에 중수부 폐지 찬반론자들이 모였다.

특히 중수부 폐지를 주장해 온 학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밀어붙이려 난리다.

열띠게 외치는 수도대 로스쿨 석창희 교수의 열변에 폐지 반대 패널, 성정미 변호사가 발끈 화를 냈다.


“아니, 중수부가 문제가 아니잖아요? 사건 본질을 보셔야죠! 정치자금인데!”

“천만에, 만약 중수부가 아니라 일반 수사부서에서 진행했다면 벌써 전모가 밝혀졌을 일이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한달 조금 넘은 사건이란 말입니다.”


성정미 변호사는 날카롭게 반문했다.


“우선 사채왕이란 사람을 조사해서 사건의 전말을 명백히 밝히는 게 순서죠! 중수부가 문제가 아니라 부장이 문제였던 거 아닌가요?”


겉으로 보기에는 성정미 변호사의 말이 맞다.


이 사건은 원래 스캔들로 시작했다.

그런데 형사사건이 된 것은 조영란이 명예훼손 고소를 했기 때문이다.

분명 명예훼손 자체라면 김익천에 대한 기소와 제트파파 대표 구속으로 끝났을 일이다.


하지만 갑자기 정치자금 별건 수사가 진행되었다.

여기에 난데없이 [사채왕]이란 자가 등장해 구속되었다.

그러니 중수부와 일견 무관하게 사건 수사에 집중하는 게 먼저라는 얘기는 논리적이다.


석창희 교수가 코웃음을 쳤다.


“성 변호사님의 말씀은 하나도 맞는 게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그런 모욕을! 석 교수님, 말 다하셨습니까?”

“당연히 다 하지 않았습니다. 중수부가 만악의 근원이란 건 역대 사건을 봐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문득 석창희 교수가 목청을 다시 높였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총장이 어떻게 수사에 개입했죠? 중수부 지휘권이 총장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총장의 임의적 의사와 수사를 분리해야 한다는 증거죠!”


이게 중수부가 문제인 이유다.


총장의 수사 개입.

애초에 아무런 의도 없이 수사에 집중했다는 말 자체가 거짓이다.

중수부, 그리고 수도중앙지검 특수부는 양측 모두 [기획]에 의해 사건에 투입되었다.


이 의도는 단순히 수사의 중대성이나 방향에만 작용하는 게 아니다.

결과에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사건 진실이 아니라 기획 의도에 따라 결론이 나온다는 뜻이다.


그런데 열변에 대한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

반대측 토론자, 성정미가 한 눈을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론자, 앵커 심희석이 슬쩍 주의를 주듯 물었다.


“성 변호사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잠시만요. 지금 속보가 들어왔다는데요. 앵커님?”

“속보라구요?”


성정미 변호사가 알림이 온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보다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지금 법무부장관 긴급 기자회견이 열린다고 합니다.”


갑자기 토론이 중단되었다.

토론장 디스플레이에도 화면이 떠올랐다.

법무부 기자실에서 수많은 플래시가 터지고 있다.


-찰칵, 찰칵, 찰칵!


기자실 한쪽 XBC 출입 기자가 외친다.


“여기는 법무부 청사 기자실 현장입니다!”


심희석 앵커가 황급히 물었다.


“진명준 기자. 어떻게 된 겁니까. 장관이 어떤 발표를 한다던가요?”

“확실하지 않습니다. 사전에 보도자료가 배포되지 않았고, 갑자기 잡힌 기자회견입니다. 다만 중수부에 대한 발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건 자체에 대한 입장은 없다던가요?”


진명준 기자는 말을 더듬다 고개를 돌렸다.


“그건, 아, 장관이 나옵니다.”


법무부장관이 단상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과연,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발표할까?

기자들이, 나아가 카메라 너머 시청자들까지 숨을 죽인 가운데, 장관이 입을 열었다.


“본 장관은 문제의 폐단이 총장 직할 중수부에 있다고 확신합니다. 따라서, 중수부 폐지를 전격 선언합니다!”


중수부가 공식적으로 폐지 결정난 것이다.


***


당연히 이건 검사들에게는 초유의 사태다.


“평검사 연석회의를 열어야 해! 어떻게 중수부가 폐지되도록 내버려 둘 수 있냐고! 응? 백검 너도 동의하지?”


임용 후 한 번도 연락이 없었던 지상균 검사가 백희진에게 달려와 역설했다.


평검사 연석회의.

이름만 들으면 뭔지 모를 회의지만, 사실 간단하다.

보직이 없는 저년차 검사들이 한데 모여서 일종의 [시위]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백희진은 이상했다.

따지고 보면 사법파동이나 중대 국란도 아니고, 조직 하나 없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평검사 수백 명이 모여서 항의 시위를 해야 한단 말인가?


“글쎄, 난 굳이.”

“이건 시작이야! 중수부 갈 일이 없다고 남의 일이 아니야!”

“시작? 무슨 소리야, 그게?”


지상균 검사가 고함쳤다.


“수사권 박탈!”


전혀 예상치 못한 얘기에 백희진이 눈을 크게 떴다.

수사권이 완전히 날아간다?

그건 조직 하나 사라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는 맞다.


지상균이 마치 60분 토론에라도 나온 듯 열변을 뿜어냈다.


“지금은 총장의 수사권만 박탈한 거지. 하지만 이걸로 끝날 것 같아?”

“잠깐만. 그냥 중수부를 폐지한 거야. 총장님께는 여전히 수사지휘권이 있고, 또 이전에도 중수부장님에게 무작정 지시할 수는 없었어.”

“그렇지 않아! 직할부서가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가 있어!”


문득 지상균이 가슴을 치며 소리쳤다.


“이제 총장이 수사에 대해 개입할 방법은 봉쇄된 거나 마찬가지야. 아닌 말로 수도중앙지검 특수부 불러서, 직접 이래라저래라 할 거야? 아니잖아!”


분명 직속부서가 없다면 총장의 수사지휘는 간접적으로 변한다.

다만 총장의 수사지휘가 약해진다는 건, 일선에서는 수사자율성이 생긴다는 뜻 아닐까?

허나 지상균은 정반대라고 본 것이다.


“오히려 이건 시작일 뿐이라고.”

“문제가 된 조직을 폐지했을 뿐인데?”

“천만에. 중수부 폐지론자들은 원래 검경수사권 분리론자들이야. 경찰이 수사권을 독점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검경 수사분리.


무슨 소리냐면 수사는 경찰에게, 형사재판은 검찰에게 맡기라는 뜻이다.

이건 의외로 유서 깊은 논쟁이다.

실은 해방 때부터 수사권을 경찰에게만 줄지, 검찰에게도 줄지를 두고 제헌의회에서 다투었기 때문이다.


지상균이 하늘을 우러러 목놓아 부르짖었다.


“그럼 자연히 경찰의 무식한 수사로 인해 서민들이 피해를 보겠지! 오, 이 나라가 어찌될 것인가! 멕시코처럼 되지 않을까!”

“오버하지마.”

“현실이라고, 백검!”


그러나 백희진은 방방 뛰는 지상균을 보다,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이른바 ‘서민형 사건’이라면 절도, 사기, 폭행 같은 건데, 그건 경찰이 99프로 다 하고 있어. 무슨 차이가 있다고 그래?”


사실 제헌의회 때 검사에게 결국 수사권은 주어졌다.


무엇보다 수사지휘권이 생겨서 경찰이 검사의 통제를 받는 제도가 성립되었다.

하지만 그건 무슨 경찰이 무식하고, 검사가 민생을 돌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제헌의회 의원들은 다른 점을 걱정했다.


당시에 경찰은 일제시대 [순사]가 변신한 조직이었다.

그래서 순사처럼 국민을 통제할 것을 두려워했다.

때문에 검사에게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부여해 경찰을 통제할 수 있는 견제책으로 이용하려 든 것이다.


물론 역사 속에서 그런 배려는 별 의미가 없어졌다.

왜냐하면 쿠데타가 일어나 경찰이 아니라 군인이 통제하는 시대가 도래했으니까.

하지만 뼛속까지 검사인 지상균은 기가 막힌 얼굴로 반문했다.


“넌 검찰에 수사권 박탈당해도 상관없냐? 어? 백발 그 새끼랑 똑같이?”

“유신이도 검찰 수사권 박탈을 위해 나선 건 아냐. 수사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

“똑같아!”


지상균은 지나가는 모두가 들으라는 듯 고함쳤다.


“조직을 망치고 본인만 스타가 된 거야! 당장 검사 신분증 빼앗고 아예 매장해야 마땅하다고!”


사실 지나가는 검사들이나 수사관들은 모두 동의하는 얼굴이긴 하다.

아주 기세등등하게 지상균이 더욱 외치려는 찰나.

실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네가 말하는 정당한 검찰은 사건을 덮고 모른척하는 검찰인가 보지?“


지상균은 쭈삣거리며 돌아보다 한 걸음 물러났다.


“뭐, 뭐냐. 너 언제 왔냐?”

“대답해 보시지, 지상균. 어차피 내가 보기엔 넌 수사권이 있든 없든 다 경찰에게 하달할 거 같은데.”

“그, 그, 수, 수사지휘권도 중요한 거야!”


백발 검사 나유신이 코웃음을 쳤다.


“아니, 중요한 건 누가 하든 수사를 철저히 하는 거다.”


그게 꼭 검사일 이유는 없다.


***


그럼 중수부가 폐지되면 수사는 누가 할까?


“우리 중앙지검 특수부가 이 사건을 처리하기로 결정되었다.”


수도중앙지검 특수부 부장, 구호승이 말했다.


평소 자신을 과시하며 나타나던 서수휘는 보이지 않는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든 위험하다는 걸 직감했기 때문일까.

잠시 쓴웃음을 머금던 나유신이 고개를 돌렸다.


“그럼 특별 TF는 손 떼란 말씀입니까?”

“아니, 유명세 팀장은 사건에 계속 손을 댄다.”

“어떤 방식으로 말인가요?”


그때 나유신 뒤에서 낄낄대는 목소리가 들렸다.


“특수 3부 부장으로서지. 크크큭!”


그러니까 중수부가 폐지된 대신, 특수부가 늘어난 것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중수부장의 거취가 문제다.

나유신이 미간을 좁혔다.


“설마, 이주혁 부장님은 사직하시는 겁니까?”

“그럴 리가 있나. 이주혁 부장이 손에 쥔 카드가 몇 개인데.”

“보직 발령 나셨습니까?”


구호승이 유명세 대신 대꾸했다.


“수도중앙지검 제3차장. 곧 발표날 거다.”


순간, 나유신은 눈을 크게 떴다.


“그럼, 서수휘 차장이 밀려난 거군요.”


나유신이 알고 있던 [미래]가 바뀌었다.

이 순간, 서수휘가 밀려나는 형태로.


***


그러니까 모나코 비자금 계좌 사건의 진실은 이렇다.


“시작은 장우찬이 본인의 친모를 알게 되었을 때야.”


나유신은 [마르스 시크릿 바]에 앉아 주인의 말을 들었다.


바 너머에 서서 바텐더인 양 칵테일을 만들고 있는 남자는 한강민 변호사다.

부자들이 보통 스스로 하기보다 돈 주고 시키는 걸 좋아한다는 점에서, 꽤 이색적인 취미랄까.

맛은 아주 뛰어나진 않다.


칵테일을 건네며 한강민이 말했다.


“조영란은 젊은 시절에 어떤 남자를 만났어. 그 남자가 누군지는 우리도 밝히지 못했지.”

“난 화성그룹이 이 사실을 어떻게 아는지가 더 궁금한데.”

“이런, 내게 손잡자고 한 것치고는 화성에 대해 잘 모르는군.”


문득 한강민이 아주 여유만만한 얼굴로 대꾸했다.


“우리는 외환위기 때부터 [정보]에 그룹 역량을 집중한 기업집단이야. 심지어 다른 그룹들이 전략기획실을 폐지할 때도 우리만은 오히려 강화했다고.”


전략기획실, 구 시대의 비서실이 변신한 기업 회장 직속 조직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10대 그룹은 대부분 선단경영을 없앤다면서 비서실을 폐지했다.

그러나 한국 특유의 그룹 경영은 항상 콘트롤타워를 요구한다.

때문에 만들어진 게 [전략기획실]이란 이름의 오너 보좌조직이다.


다만 이것도 주주 중심 경영이나 책임 경영에 반한다는 대내외 압박이 많았다.

사실 틀린 얘기도 아니다.

전략기획실의 업무 중에는 오너의 상속 문제 해결이나 내부자 거래, 법인카드 남용 관리도 있다.


그래서 상위 그룹일수록 전략기획실을 폐지하는 추세다.

대신에 등장하는 게 그룹 내 CEO 회의체다.

여기에 회의체를 보좌하는 조직으로 슬쩍 전략기획 업무를 끼워넣는 식으로 넘어가곤 했다.


하지만 대기업이긴 해도 4대그룹은 아닌 화성은 전략기획실을 오히려 확대한 모양이다.


“그래서 미혼모로 아이를 낳고 버렸다?”

“뭐, 그냥 버린 건 아니야. 양자로 보낸 집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왔다고 하더군. 다만 장우찬이 친모가 누군지 알게 된 건 최근이야.”

“모나코로 가기 직전이었다는 소리군.”


한강민이 본인도 칵테일을 마시며 대꾸했다.


“그때 조영란이 장우찬을 만났을 때 [계좌]를 만들어달라고 한 거지.”


이게 모나코 비자금 차명 계좌가 만들어진 경위다.


“여기서부터는 난 몰라. 어떻게 된 거지?”


하지만 한강민도 사건의 전부를 알지는 못한다.

당연히 수사당국에서 한강민에게 사건을 알려줄 의무는 없다.

그러나 나유신은 처음 중요 정보를 알려준 대가로 후일담을 들려주기로 한 것이다.


나유신이 칵테일 잔을 굴리다 답했다.


“당선 축하금이란 게 있지.”

“뭐야, 그게?”

“조금 오래된 관행인데 큰 선거에서 이긴 승자에게, 기업이나 부호들이 당선 축하 명목으로 [통치자금]을 마련해주는 거야.”


문득 나유신이 칵테일을 들이키며 말을 이었다.


“물론 이 관행이 끝난 지는 꽤 됐어. 다만 그건 대기업들만 그런 거고, 그보다 아래에 해당하는 기업이나 현금 부자들에게는 남아 있었던 모양이야.”


한강민이 눈에 이채를 띠었다.


“사채왕 오지후가 그 관행을 따랐다?”

“뭐, 사채왕이라고 해도 수십 년씩 재계에 군림해 온 10대 그룹처럼, 무슨 전통이 있는 건 아냐. 4대 사채업자들이란 자들도 다들 부동산 투자로 물러났다고 하더군.”

“금융위기 때 엄청나게 손실 봤을 거야. 그러니까.”


한강민은 나유신을 응시하며 확인하듯 물었다.


“신흥 부자인 오지후는 옛 관행을 써서 기득권에 끼어들려고 했다는 건가?”


그 어떤 업계든 신참자는 기득권자들에게 견제받는다.


심지어 불법의 세계도 그렇다.

음지의 자금을 장악하는 사채업계도 전통적인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이른바 4대 사채업자라 불리던 노 괴물들.


하지만 이 4대 사채업자들은 수명이 다하거나 금융위기를 맞아 업계에서 은퇴했다.

이후에 시장을 장악하게 된 게 오지후다.

그런데 오지후는 업계에 빨리 안착하기 위해 무리수를 쓴 것이다.


예컨대 대선주자나 거물 당선자에게 [축하금] 명목으로 비자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아직 자백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렇게 추측돼. 조영란은 장우찬 문제를 약점으로 잡혀서 오지후의 요구를 들어야 했던 모양이고.”


조영란을 통해 해외 비밀 계좌를 만들고 자금을 예치한 이유다.

금융거래가 추적되지 않는 해외 면세지를 이용하면 쉽게 뇌물을 쓸 수 있으니까.

문득 한강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김익천은?”

“뭐, 그쪽은 정계 입문 초기부터 줄을 댄 것 같던데. 아니, 검찰 시절부터인가?”

“스폰서였다는 거야?”


변호사 한강민은 흥미로운 얼굴로 검사 나유신에게 물었다.


“누구나 다 스폰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성공한 검사 뒤에는 스폰서가 있다던데. 정말인가?”


스폰서.


말이 좋아서 후원자라고 불릴 뿐, 결국 뇌물 관계다.

밥을 사고, 술을 사고, 가끔 휴가비도 대는 기업가들.

당장 사건관계가 없으니 뇌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분명 문제는 맞다.

청탁금지법이 아직 없는 시대.

스폰서가 불법이 아닌 기이한 시절을 가늠하다, 나유신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재벌 금수저 도련님이 알 일이지.”

“스폰서 해줄까? 어쩐지 부러워 보이는 얼굴인데?”

“헛소리를. 난 약점 잡히고 싶은 생각도 없고, 남의 돈 필요 없어.”


그러자 한강민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하긴, 아버님이 미국 부자시지? 포르셰 신형 기종이던데.”


확실히 한강민은 불법이란 인식이 없다.

재벌가 금수저다운 태도랄까.

칵테일 잔을 놓고 일어서는 나유신에게 문득 한강민이 손을 내밀었다.


“하여간, 이번 거래는 이렇게 마무리 되는군. 다음 거래 기대하겠어.”

“죄짓지 말고 살아. 안 봐줄 테니까.”

“이런, 난 준법시민이야. 게다가.”


나유신과 악수하며 한강민이 씩 웃었다.


“세상에 진짜 나쁜 놈들은 밖에 많잖아?”


그건, 맞다.


***


이제 학폭 사건은 끝났다.


“특별 TF 해체라!”


일반 형사부로 서류를 넘기고 온 신임 특수 제3부장, 유명세가 혀를 찼다.


“이렇게 보복이 돌아오는군.”

“아니, 그런 것치고는 팀장님은 영전하셨잖습니까? 특수 3부 부장 되셨는데.”

“또 다른 보복으로 자네를 팀원으로 맞이할 작정이야. 거절은 거절하겠어. 크크큿!”


박달한은 유명세의 말에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전 부산이 좋다니까요! 그래도, 서울에 미녀가 많겠죠?”


싫다는 것치고는 기대감이 넘치는 얼굴이다.

나유신이 피식 웃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주선 검사가 나유신을 빤히 보고 있었다.


“저, 저기, 나, 나 검사는 어디, 희망해요?”

“예? 갑자기 왜 물으십니까, 마 선배?”

“어, 배지밀 [범정실장]님이 물어보라고, 하셨어요.”


범정실 출신 파견 검사, 마주선이 힘주어 말했다.


“이대로 가면 혼자 독박 쓸 거라고.”


그러니까 기획통에서 다시 손을 내민 셈이다.

나유신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전생에서 딱히 인연이 없었음에도 지속적으로 기획통 검사들은 나유신을 마음에 들어하는 모양이다.


꽤 사고는 많이 친 것 같은데도.


“호의는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제안, 안 받으실 건가요?”

“예. 기획이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닙니다. 다만.”


나유신이 싱긋 웃었다.


“저는 먼저 처리해야만 할 일이 있어요.”


복수.

혹은 전생에서 해결하지 못한 사건의 해결.

어느 쪽이든 기획만 해서는 불가능하다.


그때 유명세가 나유신을 힐끗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쫓겨나면 못 하는 거지.”

“팀장님, 아니 부장님께서 특채해 주시려구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1부장이랑 싸우잔 소리가 되겠지? 게다가.”


유명세는 나유신을 정시했다.


“백사, 넌 이번에 총장까지 물 먹였어. 그런데도 팀장이었던 난 승진했단 말이야.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해. 어때, 구호승을 날리고 살래. 아니면 네가 뒤집어쓸래?”


비록 이주혁 전임 중수부장과 거래했어도 책임은 남는다.

특히 검찰총장이 이번 사태로 사직하게 생겼으니 조직에서는 희생양이 필요하다.

그건 특수부장일까, 아니면 사고를 친 나유신일까?


나유신은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제가 뒤집어 써야죠. 설마 자르진 못할 테니까.”

“정말 대담하군. 그래도 자신 있다는 거냐?”

“출세 따위가 목적은 아닙니다. 게다가 어디로 가든 전 수사만 할 수 있으면 됩니다.”


나유신이 입가를 틀며 냉소했다.


“수사권이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건, 지난 1년 간 아주 잘 배웠습니다.”


검사는 실로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다.

그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쥔 검사권의 힘이다.

당연하지만 아무 검사나 그럴 수 있는 건 아니다.


유명세, 박달한, 마주선이 서로 돌아보았다.


“아니, 그건 백사, 네가 막무가내로 수사해서 그런 거지.”

“혹시 정말 잘리게 되면 말해. 내가 탄원서 넣어줄게.”

“고작, 그런 걸로, 될까요? 음.”


그때 특별 TF 임시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유신아!”


백희진이 놀란 얼굴로 문에 서 있었다.


“조영란 의원이 긴급 후보 사퇴 회견을 한대!”


이건 나유신도 조금 놀랄 일이다.


***


TV 화면 속, 파리한 얼굴의 조영란이 서 있다.


[저는 죄인입니다.]


백희진은 나유신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러니까 정계 은퇴하는 거겠지?”

“아닐걸.”

“왜? 비자금 범죄를 저질렀으면 처벌받고 감옥 가야 하잖아.”


나유신은 고개를 저었다.


“내 생각이 맞다면, 동정론이 피어오를 가능성이 있어. 뭐, 그게 아니라도.”


전생의 사건 전개를 떠올리다 나유신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때는 이 사건이 드러나지 않았다.

대신에 조영란은 시장의 지위를 얻었지만, 자살했다.


어느 쪽이 좋을까?


“자살보다는, 낫지.”


아마도 사실을 안다면 똑같이 생각할 조영란은 결심한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제게는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여러분이 모르는 자식입니다. 바로.]


확실히 정치인은 정치인이다.

이슈로 이슈를 덮는다.

비자금 사태는 숨겨진 자식을 폭로해 막는다.


백희진이 놀라 입을 벌리는 가운데, 나유신이 중얼거렸다.


“그래, 숨기고 싶은 진실이 거짓보다 항상 세지.”


그 순간 황금문자가 떴다.


[보상.]


나유신도 놀랄 찰나, 황금문자가 보상을 확정했다.


[시한부 말일 도래 시, 연장권. 30일 이내 사안마다 1회 가능.]


실로 나유신이 바라던 보상이다.

서울시장 후보 스캔들 사건이 완전히 해결된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 이제 사건 후일담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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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5) 총장의 자백으로 3조 폰지 사기를 부수다 +22 24.09.09 5,141 130 28쪽
55 (54) XBC 폭로로 현직 총장 사모를 붙잡다 +18 24.09.07 5,119 121 28쪽
54 (53) 황금금강석 멤버들은 그린벨트에 3조를 투자한다 +12 24.09.04 5,447 108 28쪽
53 (52) 총장 사모님이 피라미드 거물이다 +20 24.08.30 5,786 114 28쪽
52 (51) 3조짜리 피라미드 조직을 잡아보자 +18 24.08.29 5,958 125 29쪽
51 (50) 나유신이 첫 휴가지에서 상속녀를 보다 +26 24.08.24 6,587 139 31쪽
50 (49) 초보형 전시안으로 사채왕을 발견하다 +15 24.08.22 6,535 153 30쪽
49 (48) 회장 등극식에서 대법관을 이용해 진범을 잡다 +19 24.08.20 6,660 163 21쪽
48 (47) 재벌 회장이 되게 해주세요 +25 24.08.18 6,752 154 34쪽
47 (46) 특수부 폭력이 조폭 진범보다 위다 +20 24.08.14 6,952 167 34쪽
46 (45) 강앤함과 월야 재벌가의 동상이몽을 털어라 +12 24.08.12 7,103 154 24쪽
45 (44) 월야그룹 살인사건을 만나다 +12 24.08.08 7,752 151 25쪽
44 (43) 나유신의 팀을 수도대 동문회에서 완성하다 +14 24.08.06 8,144 166 35쪽
43 (42) 백사여, 노담에서 다시 시작해라 +20 24.08.02 8,276 176 29쪽
» (41) 시한부 연장권과 함께 중수부가 폐지되다 +20 24.07.31 8,108 193 20쪽
41 (40) 백발이가 사채왕을 잡다 +27 24.07.30 8,031 194 21쪽
40 (39) 이렇게 된 이상 선제 폭로로 중수부를 친다 +14 24.07.28 7,969 194 19쪽
39 (38) 진짜는 미래살인 배후 사채왕이다 +16 24.07.26 7,969 188 21쪽
38 (37) 금수저 비밀 정보로 스캔들 범인부터 잡다 +19 24.07.24 8,006 184 32쪽
37 (36) 이건 중수부의 운명이 걸린 사건이다 +14 24.07.19 8,127 178 30쪽
36 (35) 위치 추적 보상과 함께 서울시장 스캔들을 만나다 +22 24.07.17 8,422 186 23쪽
35 (34) 진짜 마약범을 잡고 금수저 변호사와 손잡다 +27 24.07.15 8,367 195 22쪽
34 (33) 골드스컬 클럽을 함정으로 일망타진하다 +17 24.07.14 8,305 190 23쪽
33 (32) 조기유학 금수저 학폭이 사건 진상이다 +16 24.07.10 8,383 182 23쪽
32 (31) 철벽의 성을 대규모 교사 시위로 넘어볼까 +13 24.07.08 8,320 187 22쪽
31 (30) 학교폭력 연쇄 자살사건이 터졌다 +15 24.07.05 8,708 182 22쪽
30 (29) 한국 재계를 뒤엎을 진짜 거물을 만나다 +21 24.07.03 9,008 194 24쪽
29 (28) 노동 살해 협박으로 진범을 잡다 +16 24.07.01 8,855 201 22쪽
28 (27) 솔라코인 전관 법무팀의 방어를 뚫어라 +15 24.06.27 9,043 196 21쪽
27 (26) 특수부 첫 사건은 1조원 분식회계다 +17 24.06.26 9,384 198 22쪽
26 (25) 중수부장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다 +15 24.06.24 9,589 201 35쪽
25 (24) 백발이를 죽인 자에게 진짜 복수를 해보자 +16 24.06.19 9,315 198 34쪽
24 (23) 백사가 또 검사를 잡았다 +22 24.06.18 9,397 200 22쪽
23 (22) 특수부식 예단수사로 마약통관범을 잡아라 +11 24.06.15 9,441 197 23쪽
22 (21) 이 나라에는 마약도 너무 많다 +17 24.06.13 10,215 210 24쪽
21 (20) 첫 기자회견과 함께 위수증 5백억 코인이 남다 +19 24.06.07 10,211 224 36쪽
20 (19) 5초 예지로 폭발 속 범인을 잡다 +14 24.06.06 10,104 221 24쪽
19 (18) 감옥에 보낼 놈은 내가 고른다 +14 24.06.04 10,091 218 18쪽
18 (17) 1천억 비트코인 사건을 5초 예지로 파헤치자 +14 24.05.31 11,100 219 31쪽
17 (16) 나를 건드리면 검찰총장 예정자도 가만 안 둔다 +25 24.05.29 10,979 233 26쪽
16 (15) 독사를 건드리면 제왕도 문다 +20 24.05.27 11,055 237 30쪽
15 (14) 공판부 땜방으로 백발검사를 보내라 +10 24.05.24 11,550 223 30쪽
14 (13) 언론비리 일망타진으로 신체감정 보상을 받다 +11 24.05.23 12,155 230 31쪽
13 (12) 특활비 별건수사로 무전취식 기자를 잡자 +12 24.05.21 12,245 237 21쪽
12 (11) 사고뭉치에게는 법카부터 먹여줘라 +13 24.05.20 13,451 243 21쪽
11 (10) 나유신이 주가조작 일당을 함정수사로 잡았다 +17 24.05.20 13,516 262 21쪽
10 (9) 오풍제지 그래핀 사기를 경찰공조로 잡는다 +16 24.05.18 14,348 257 25쪽
9 (8) 정오판정으로 오풍제지 주가조작을 발견하다 +16 24.05.17 14,706 276 15쪽
8 (7) 선배가 장애물이면 부수고 해결한다 +15 24.05.14 15,098 280 22쪽
7 (6) 상태창의 보상은 놓칠 수 없다 +23 24.05.12 15,957 296 27쪽
6 (5) 의원 하나 잡고 시작하자 +20 24.05.11 15,732 290 14쪽
5 (4) 신입 수석검사가 꼴통이래 +15 24.05.10 16,983 307 15쪽
4 (3) 범인을 잡으니 시한부 연장 +16 24.05.09 18,128 292 11쪽
3 (2) 우선 범인부터 잡고 죽자 +17 24.05.08 19,693 312 13쪽
2 (1) 백발 신입검사 나유신 +25 24.05.08 22,926 354 11쪽
1 프롤로그 : 시한부 상태창이 생겼다 +42 24.05.08 30,118 41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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