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검사는 거물이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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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의신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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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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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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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나유신이 첫 휴가지에서 상속녀를 보다

DUMMY

휴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얻을 권리가 있는 시간이다.


“공무원에겐 그런 거 없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거든? 그러니까, 보통은 휴정기 아니면 휴가를 안 보내준다, 이거야!”


노담지검 형사3부 부장, 신수겸이 아주 거들먹거리며 신선 수염을 쓰다듬었다.


어쩐지 부장이 된 뒤로도 면도를 안 하는 걸 보면, 원래 취향인 모양이다.

따지고 보면 부장검사가 길게 수염을 기르는데 아무 말 않는 지검장이 보살일지도 모른다.

하기야 나유신이 사고치고 다니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해탈했을 수도 있다.


나유신은 고개를 저어 잡상을 떨치며 되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휴가를 가라는 겁니까?”

“왜냐면 분위기를 식힐 필요가 있거든.”

“지금요? 전 이미 서울에서 화산폭발 시키고 이곳에 온 줄 알았는데요.”


신수겸이 어이없는 얼굴로 대꾸했다.


“본인이 한 짓을 잘 알긴 하는군. 하지만, 이번엔 달라. 두목을 잡아 처넣었으니 부하들이 이를 갈 거 아냐?”


결국 이번 월야그룹 사건은 나유신이 3명을 파멸시킨 일이다.


하대진, 하무식, 그리고 윤서희.

여기에 월야그룹 경영권을 노리던 시대그룹이나 전직 대법관 홍복원의 계획도 부숴놓긴 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부수적 결과다.

그런데 하무식이나 윤서희는 대신 보복해 줄 사람이 없지만 하대진은 다르다.


전국구 조폭 조직의 중간 두목이자, 독자 조직을 갖고 있던 자다.

이번 재벌가 살인사건에 엮여 [오진회] 주요 간부들은 이미 구속되긴 했다.

그렇지만 말단에는 멋 모르고 복수심에 불타는 조직원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검사에게 조폭이 무서워 도망가라니, 모욕적인 소리다.


“부장님, 설마 저보고 일진회 무서워서 미국 가 있으란 말입니까? 그럼 차라리 연수를 가라고 하시죠?”

“연수 갈래? 내 생각엔 네가 미국 유학 간다고 하면 총장 대행부터 도장 찍어줄 거다.”

“총장님이 벌써 물러났어요?”


나유신이 눈썹을 치뜨자, 신수겸이 혀를 찼다.


“언론 발표는 안 됐지만 사표 쓰셨다. 전관 제한 때문에 당장은 대형펌 못 가고, 개인 개업하실 모양이다. 누구 덕분에.”


결국 검찰총장 김석추는 물러날 모양이다.


다음 총장은 누가 될까?

전생을 통해 기억하는 총장들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중수부가 단순히 정치적 알력이 아니라 검찰 관련 사건으로 날아간 상태니까.


나유신은 고개를 기울이다 툭 쏘았다.


“사채왕 돈 먹은 것 같던데 감옥 안 간 걸 다행으로 여겨야죠.”

“아, 그래. 하여간 좀 식히고 오자. 특별 포상휴가까지 결재 받아줄 테니 봄까지 쉬다 와라.”

“대체 그 사이에 뭘 하시려는 겁니까? 사건 무마하시려는 거라면.”


신수겸이 결재판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탄식했다.


“유신아, 유신아! 네가 아직 2년 차라는 건 알지만 사건을 볼 땐 크게 봐야지. 이번 건은 월야그룹에서 원해. 엄벌을!”


본래 월야그룹은 사건 해결을 원하지 않았다.


허나 그건 하무식이 주도권을 잡고 있을 때 얘기다.

현재 경영권은 불안정한 상태긴 하지만, 하주연이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단연 계모인 윤서희나 하무식, 그리고 살인범 하대진에 대한 엄벌을 원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사건 수사에 대한 외부 압력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까 사건이 무마될 가능성은 없어. 걱정 말고 다녀와라.”

“아직 답하지 않으셨습니다.”

“조폭 새끼들하고 만나러 간다, 됐냐!”


빽 소리를 지르며 신수겸이 입맛을 다셨다.


“지검장님이 만날 수는 없잖아?”


나유신은 눈을 크게 떴다.

조폭과 부장검사가 만난다?

설마, 거래라도 하려는 걸까?


“부장님, 그건!”

“유신아, 사고만 치고 다니는 건 네 성질이 그래서 어쩔 수 없겠지.”

“성질이 문제가 아니잖아요? 전 사건을 해결한 겁니다!”


신수겸은 다시 수염을 쓰다듬으며 혀를 찼다.


“하지만 모두와 싸울 수도, 동시에 앞뒤에서 싸울 수도 없는 거다. 전쟁은 한 번에 하나씩, 상대를 뒤에 두면 안 되는 거야.”


전쟁에서 꼭 피해야 할 상황이 있다.

이중전선.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양면에 적을 두고 싸우는 일은 금기다.


나유신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조폭과 거래하신다는 건.”

“걱정마라. 경고하고 올 거니까. 내가 미쳤냐? 너 때문에 조폭에게 빌고 오게?”

“대체 어떻게 하시려구요? 제가 말씀드리지 않은 게 있습니다, 부장님.”


신수겸도, 옆에서 흥미롭게 듣고 있던 채승배도 낯이 굳어졌다.


“무슨 사고 쳤는데?”


나유신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이 사건 뒤에 사채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증거는 없지만.”


사채왕 오지후 회장.


만약에 이 사건 뒤에 오지후가 있다면 일진회도 단순 관련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일진회를 통해 오지후가 하대진에게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폭과 사채업계는 아주 면밀한 관계가 있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정작 신수겸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난 또 뭐라고. 그럼 별 다를 것도 없겠군.”

“예?”

“휴가나 다녀와. 네가 수석인 것도 알고, 엄청난 망나니인 것도 알고, 사실 대단한 놈인 것도 알겠지만.”


문득 신수겸이 손사래를 치며 일렀다.


“검사가 사람을, 그것도 조폭을 협박하는 데는 백 가지 방법이 있단다.”


그러자 채승배도 여유롭게 어깨를 치며 웃었다.


“갔다 오면 선물 사와! 밥총무도 안 하니 그 정도 값은 치러야지!”


재벌은 무서워도, 확실히 조폭은 안 무서운 모양이다.

심지어 사채왕도.


***


그래서 나유신은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해외로 나왔다.


“이곳이 그 유명한 바하마인가? 경치가, 아주.”


사실 전생에서도 검사 생활 10년 동안 나올 시간이 없었다.

또한 로스쿨 졸업 후에는 거의 바로 [임관]이라 해외로 나가는 게 까다로웠다.

해서, 나유신 입장에선 거의 15년 만의 해외여행이다.


-우르릉, 쾅쾅!


하지만 휴양지 겸 조세도피처로 유명한 미국 남부 해안쪽 섬나라, 바하마는 [우기]다.


“개떡 같군.”


나유신은 바하마 최대 호텔, [아틀란티스] 창밖을 보며 투덜댔다.


한국에는 바하마 직항로도 없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나 마이애미를 경유해서 와야 한다.

기껏 오랜 여정 끝에 왔더니, 밖에 사이클론이라도 몰아치는 모양이다.


문득 앞에서 모히토 칵테일을 마시고 있던 블랙리버가 물었다.


“이런 말하긴 뭣하지만, 대체 왜 여기 온 거요?”

“우리 아버지 보러.”

“어라, 부친이 계셨소? 아니, 꼭 혼자 떨어진 것처럼 살길래, 고아인 줄 알았는데.”


나유신은 코웃음을 쳤다.


“나 어렸을 때 부모님 모두 뉴욕에 갔으니까. 이상할 것도 없지.”

“그래서 여기서 보는 거요? 차라리 뉴욕에 가지?”

“요새는 이곳에서 일하셔. 여기가 조세회피구역이라 돈이 많이 돈다나. 코인 거래소도 있는 모양이고.”


문득 나유신은 블랙리버를 가리켰다.


“하여간 여기서 넌 미국 시민권자 블랙리버 남이야. 명심해.”


그러니까 블랙리버는 이를테면 불법 [밀입국]을 한 거다.


물론 킬러 출신이니 밀입국 범죄 하나 추가한다고 달라질 거야 없겠지만.

다만 문제는 미국 이민자로서 걸맞는 ‘교양’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잠시 눈을 굴리던 블랙리버가 탄식했다.


“팔자에 없는 영어까지 배워야 할 판이군. 러시아 어라면 좀 하는데.”

“러시아어를 할 줄 안다고?”

“흥, 내가 지금은 킬러, 이젠 킬러도 아닌가? 하여간 이러고 있지만 원래는 청운의 꿈이 있었수다. 어라.”


옛일을 그리워하듯 떠올리던 남춘식, 아니 블랙리버의 눈이 나유신의 뒤를 향했다.


“이야, 휴가지에서 벌써부터 헌팅이신가?”

“무슨 소리야, 그게?”

“저기 보쇼.”


나유신은 시선을 돌리다 깜짝 놀랐다.


“웬 비키니 미녀가 검사님께 다가오는데? 난 자리 비켜드리지.”


그야말로 풍만하면서도 날씬한 비키니 미녀가 다가온다.

밖은 폭풍이 몰아친다지만, 호텔은 휴양지답게 실내 수영장이 붙어 있다.

그래서 로비에서도 수영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은데 묘하게도 동양인이다.


나유신이 당황해 블랙리버를 부를 찰나.


“야, 어디가! 응?”


비키니 미녀가 수건으로 몸을 감싸며 나유신 앞에 섰다.


“나유신 검사님? 어머나.”


구면이다.

왜냐하면 월야그룹 상속녀, 하주연이었으니까.


***


확실히 옷을 반쯤 벗으니, 하주연의 매력은 훨씬 높아졌다.


“여기서, 이렇게 뵙네요?”


나유신은 눈을 둘 데가 없어 천장만 보았다.


하지만 말을 걸 때마다 시선이 내려오다 다시, 갈 곳을 잃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국의 재벌가는 아주 보수적이다.

아무리 해외 휴양지라지만 이렇게 개방적인 모습이라니, 놀랍기 그지없을 정도다.


미니 비키니를 입은 하주연이 다리를 꼬며 웃었다.

나유신은 심호흡을 하다 하주연의 눈을 보았다.

차라리 이게 몸을 보지 않아도 돼서 편하다.


“우연일 것 같지는 않군요.”

“왜요? 바하마는 좋은 휴양지예요. 전 유학 때부터 여기서 자주 지냈는데.”

“얼마 전 조모상을 치르셨고, 조부께선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죠. 게다가 가문 승계 문제로 난리법석일 텐데.”


나유신이 하주연을 뚫어져라 정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휴양이나 오실 분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하주연이 입술을 삐쭉 내밀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래요. 사실 검사님 따라왔어요. 왜, 안 되나요?”

“이유가 뭡니까?”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잖아요?”


하주연이 문득 자리에서 반쯤 일어나 나유신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갔다.


“아주, 가까운, 친구가.”


나유신은 하주연이 사라진 뒤에도 한참동안 앉아 있었다.

낯이 새빨개진데다 몸이 흥분해 버려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간신히 심장을 진정시킨 나유신이 이를 갈았다.


“이거 아무래도 한강민 짓인 것 같은데?”


세상에 그냥 벌어지는 일은 없으니까.


***


변호사의 덕목 중 하나는 철면피라고 한다.


[그래? 월야그룹 상속녀가 바하마에 갔다고? 이야, 멋진데! 나처럼 야근하는 변호사는 꿈도 못 꿀 곳이군.]


물론 영상 통화가 아니라서 나유신은 한강민을 볼 수는 없다.

허나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는 확연하다.

밤의 바하마.


비가 몰아치는 밤바다를 로비에서 응시하며, 나유신이 이를 갈았다.


“검은 머리 외국인 주제에 헛소리하지 마. 네가 보낸 거지?”

[무슨 소리야? 하주연을 내가 어떻게 보내? 상속녀라고 해서 자꾸 어리게 보는 것 같은데, 엄밀히 말해 너보다 조금 나이가 적을 정도야. 대학도 졸업했다고.]

“한강민, 진짜 속셈이 뭐냐?”


나유신은 차갑게 물었다.


“월야그룹 상속녀에게 나를 알려준 이유 말이야.”


한강민은 하주연과 소개팅을 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한강민이 하주연을 찬 이유를 나유신은 짐작한다.

로스쿨 시절부터 한강민은 법조계 유명인사 중 하나인 주정한 변호사의 딸, 주소율과 사귀는 걸로 유명했다.

실은 한강민 옆에 붙어 있는 류서진도 한강민과 [썸]을 타던 사이로 소문이 자자했다.


이래저래 여자관계가 복잡한 한강민으로선 또다른 골칫거리를 늘리고 싶지 않았을 게 뻔하다.

하주연은 미녀지만 복잡한 집안 관계가 엮여 있는 여자니까.

나유신의 정보를 흘려서 떠넘긴 건 아닐까?


그때 한강민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대꾸했다.


[꼭 독심술이라도 쓰는 것 같군.]

“말 돌리지 마.”

[아니, 정말이야. 미래예측이나 감이 좋은 사람은 나도 많이 봤어. 나름 재계든 법조계든 탑 클래스들과 만나왔단 말이야. 그런데 나유신 너는 꼭.]


문득 한강민의 지적이 나유신을 찔렀다.


[마음을 꿰뚫어 보는 거 같아. 내 생각이 틀린가?]


진짜다.

왜냐면 나유신의 능력, 혹은 황금문자의 정보 근간은 결국 마음을 읽는 거니까.

나아가 지금 초보형이라는 제한 하에 주어진 [전시안]은 특히 그렇다.


나유신은 자백하는 대신 검사답게 쏘아붙였다.

“헛소리하지 말고, 진실을 얘기해.”

[뭐, 내가 하주연에게 사건 담당 검사가 누군지 알려준 건 사실이야. 하지만 애초에 월야그룹 하씨 본가에 쳐들어간 건 너잖아?]

“그때부터 하주연이 날 알아보기라도 했단 말이야?”


하주연이나 나유신보다 연상인 변호사, 한강민이 여유롭게 대꾸했다.


[그때부터 관심을 가졌다고 하더군. 네 외모가 한눈에 띄긴 하지?]


나유신은 갑자기 백발을 염색하고 싶어졌다.

물론 하주연이 백발에 꽂혀서 바하마까지 달려왔을 리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눈에 띄지는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


“기가 막히군. 언제는 동맹을 맺자고 하더니, 날 재벌가에 팔아넘겨?”

[무슨 소리야? 난 그냥 나검을 알고 싶다고 말하는 여자에게 누군지 알려줬을 뿐이야. 내가 아니라도 그 정도 정보는 쉽게 알아냈을 걸. 단지, 상대방이 [미혼]의 상속녀인 거지.]

“그게 그거잖아! 뚜쟁이질 한 거 아냐!”


한강민이 스마트폰 너머, 실은 서울에서 여유롭게 일렀다.


[너무 화내지 말라고. 하주연 양도 알고 보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일 뿐이야. 무슨 흑심이 있어서 네게 집착하는 게 아니라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

그 말에 나유신은 멈칫거렸다.

분명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나유신에게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주연이 비키니를 입고 나유신 앞에 나타날 일은 아니다.


“그렇게 남 돕기를 좋아하면, 네가.”

“이야, 유신아. 뚜쟁이라니 그게 또 무슨 소리냐? 너 혹시 중매 들어왔냐?”

“······나중에 전화하지. 한국에 가면 각오해라.”


나유신은 스마트폰을 끊으며 말을 걸어온 남자를 돌아보았다.


“늦으셨네요, 아버지.”


부친, 나재천이 휴양지 옷차림으로 서 있었다.

하긴 이곳은 사시사철 여름이나 마찬가지니 익숙할 것이다.

한때 월스트리트에서 일할 때는 늘 양복차림이었던 것 같지만.


나재천은 킬킬 웃으며 나유신 앞에 앉았다.


“이런, 체이스라고 불러라. 원래 아메리카에선 가족 간에도 이름으로 부르는 거다.”

“됐구요. 제게 주실 거 있지 않나요?”

“있기야 하지. 자.”


문득 나재천이 USB를 건넸다.


“비트코인 거래 보고서다. 바하마에서 보고 폐기해라. 그건 그렇고, 너 말이야. 내게 말한 것보다 많이 보유한 거 같더라?”


나유신은 멈칫 거렸다.


현재 나유신은 초기 자금 문제로 나재천에게 10만 개를 보유했다고 공개한 상태다.

또한 1천 개를 나재천에게 보내 초기 자금을 마련했다.

이후 남춘식, 현재 블랙리버가 된 하수인을 관리하기 위해 1천 개의 비트코인을 추가로 보낸 상태다.


나재천은 총 2천 개의 비트코인을 각각 본인 명의와 나유신 소유로 굴리는 중이다.

그러나 호시탐탐 나머지 9만 8천개도 요구하고 있었는데, 뭔가 낌새를 알아챈 모양이다.

실은 60만 개가 더 있긴 하다.


굳이 부정하는 대신 나유신은 칼처럼 그었다.


“탐낼 생각하지 마세요.”

“어떻게 얻었는지는 묻지 않겠다. 다만, 거대한 돈은 커다란 범죄를 부르지.”

“거대한 부 뒤에 범죄가 있다는 거 아닙니까?”


유명한 금언을 입에 올린 나유신에게 나재천이 진지하게 말했다.


“그 부를 지키려면 힘이 필요하다. 물론 힘을 쓰려면 부가 필요하고. 서로 상보관계라고 할 수 있지. 너, 그냥 검사 노릇해선 어느 쪽도 못 지킨다.”


결국 미국에 와서 본인의 펀드매니저 사업을 물려받으란 소리다.

허나 나유신은 자금 운용 따위에 관심도 없고, 돈벌이를 위해 일하고 있는 건 더욱 아니다.

아주 심드렁하게 나유신이 답했다.


“그래서 자금 운용을 아버지께 맡긴 거잖아요?”

“네 수상쩍은 [노숙자] 친구 챙기기도 말이지?”

“추적은 피할 수 있겠죠?”


나재천이 고개를 까딱였다.


“그건 걱정마라. 페이퍼 컴퍼니로 일곱 번쯤 거쳐서 신분세탁 했으니까. 아, 언제 여유 되면 그 친구 내게 보내라. 내가 적당히 훈련 좀 시켜야겠다.”


그 말에는 나유신도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어디다 쓰시게요?”

“내 아들 지키려면 이것저것 가르쳐야 할 거 같아서.”

“그런 친구는 아닌데. 하여간 알겠습니다. 응?”


그때다.


“어머, 나검사님. 오늘은 또 여기서 뵙네요?”


깜박했다.

이 호텔에 하주연이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하주연이 아주 단정한 모습이다.


물론 단정하다고 해봐야 휴양지 옷차림이라 몸매는 그대로 옷차림에 드러나지만.


“어머, 아버님이시군요. 반갑습니다. 나유신 검사님께 도움 많이 받은 하주연이라고 해요.”


가볍게 소개를 받은 하주연의 인사에 나재천이 턱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호오, 설마 휴가 함께 온 건가? 유신아, 애인이랑 같이 왔으면 얘기를 했어야지. 내가 업무만 보고 빨리 빠져줬을 텐데.”

“아니라구요. 애인 없어요, 아버지.”

“그래? 그럼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다는 상속녀가 왜 하필 바하마에서 너랑 같이 있냐?”


나유신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우연입니다. 전부!”


하지만 확실히 나재천도 보통 사람은 아니다.


아무리 펀드매니저고 금융업계 소식이 빠르다 해도, 나재천은 해외 투자자다.

한국의 소식에 정통하기 어려울 뿐더러, 하주연은 아직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그런데 얼굴만 보고 누군지 한 눈에 간파한 것이다.


하주연이 살짝 낯을 붉히자, 나재천은 능글맞게 웃으며 일어났다.


“하여간, 남은 일은 나중에 얘기하자. 난 이만 가마. 애인과 재미있게 놀아야지.”

“애인 아니라니까요!”

“다들 그렇게 시작하지. 하하하!”


바삐 사라지는 나재천을 보며 나유신은 새하얀 머리칼을 쥐어 뜯었다.


“내가 무슨 중학생 어린애인 줄 아시나. 맙소사.”


애초에 중학생도 아니고, 연인을 애인이 아니라고 주장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나재천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얘기긴 하다.

왜냐면 공부만 해온 나유신은 사실 모태솔로니까.


문득 하주연이 입술을 뗐다.


“아버님, 참 좋으시네요.”


무슨 속셈이 있는 표정이 아니다.

기이하게도 진심으로 부러워하고 있다.

나유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냥 주책맞으신 분입니다.”

“힘들 때 저런 부모님이 있으면 좋죠.”

“아직 모친께선 살아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런데 하주연이 쓸쓸한 표정으로 답했다.


“엄마는 내게 별 관심이 없어요. 단지 시대그룹에서 입지를 되찾는데, 내가 필요할 뿐이죠.”


하주연의 모친, 조유영은 시대그룹의 영애.

곧 조백건 회장의 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번 사태는 조유영과 그 오빠인 조군명의 경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주연 입장에서는 어떨까?


“검사님은 그런 경험은 없죠? 가족 모두가 서로를 죽이려 들고, 애정 같은 건 없고, 오로지 계산만 하는 경험.”


홀린 듯, 하주연을 보던 나유신이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있습니다.”

“예? 아니, 아버님은, 참 좋아 보이는 분이던데.”

“조직사회는 유사가족과 흡사하죠. 인생을 다 바쳐야 하는 조직이라면 더욱.”


나유신은 10년, 전생을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모두가 서로 계산하고, 이용하고, 죽이려 드는 조직이라면.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회사는 조직원에게 [유사가족]과 흡사한 점이 있다.


특히 인생을 걸어야 하는 조직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데 검찰은 조직원에게 인생을 갈아넣어야 하는 조직이다.

설사 퇴직한 이후라 해도 검찰 꼬리표는 항상 따라다닌다.


그곳에서 나유신은 경험했다.

서로 득실만을 계산해 태도를 정하고, 승진하기 위해 상대의 약점을 이용하며,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광경을.

현생에서는 조금 다르긴 했지만.


문득 하주연이 나유신 앞에 있던 칵테일을 빼앗았다.


“칵테일 한 잔 줘요.”


단숨에 입안에 흘려넣던 하주연이 콜록거렸다.


“켁, 독하네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나유신은 하주연에게 홀린듯 다가 앉았다.


-쪽.


나유신의 입술이 하주연의 입술에 맞닿았다.

부드럽기 그지없는 느낌.

그렇지만, 이건 법적으로는 성추행이다.


본인이 저질러놓고 깜짝 놀란 나유신이 뒤로 황급히 물러났다.


“죄송합니다. 이건.”

“검사님. 가지 마요.”

“하주연 씨, 아니 이사장님.”


하주연은 나유신의 손을, 아니 허리를 붙잡으며 달라붙었다.


“오늘밤, 같이 있어 주면 안 돼요? 나, 너무 무서워요.”


부친이라고 알고 있던 이가 죽었다.


친부도 죽었다.

조부는 쓰러졌으며 조모는 살해당했다.

어쩌면 모두가 누군가의 음모로 죽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감각.

나유신은 그 느낌을 알고 있다.

10년 전, 전생에서 죽기 직전에 느끼던 공포.


하주연이 나유신의 입술을 삼키듯 탐했다.

혀가 파고 든다.

달콤한 칵테일의 향이 감돈다.


손이 부드러운 몸을 탐하며 밀착되려는 순간.


-부우웅.


스마트폰이 울렸다.


[야, 나유신. 사건 터졌다. 당장 귀국해!]


특수 3부장, 유명세가 전화한 것이다.

바하마의 뜨거운 밤이 끝난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유신의 첫 입맞춤도.


***


세상에는 일하지 않고 날로 먹고 싶은 사람들, 천지다.


-〈속칭 피라미드 조직, 다단계 판매업체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인들을 상대로 한 옥장판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서나래 기자입니다.〉


어두운 강당, XBC 뉴스가 나오고 있다.


화면을 보는 이들의 시선은 날카롭다.

사기를 증오하고 정당하게 돈을 벌어야 한다는 양식 있는 이들의 눈길이다.

갑자기 뉴스가 끝나고 불이 켜진다.


단상 위, 화려한 옷차림의 여자가 입을 열었다.


“자, 왜 우리가 이런 뉴스 프로그램을 보여드리는지 알겠습니까?”


강당, 빼곡한 의자에 앉아 있는 이들은 잘 차려입은 중년인들이다.

옥장판 강매 따위는 그들에게 남의 일.

그렇지만 굳이 뉴스를 [강사]가 보여준 이유는 잘 모르겠다.


문득 금테 안경을 쓴 한 중년인이 강사에게 물었다.


“어, 우리 휴먼네트워크는 피라미드 따위와 달라서, 아닙니까? 강사님?”

“맞습니다. 휴먼네트워크는 21세기 신시대 네트워크 마케팅과 해외 고수익 투자를 선도하는 글로벌 대기업입니다. 중국, 일본, 동남아에 1억이 넘는 [네트워커]가 있죠.”

“오오오! 1억!”


갑자기 차분하던 강당이 시끄러워진다.


1억 명.

대한민국 인구의 2배를 넘는 막대한 숫자.

휴먼 네트워크가 가진 [힘]이다.


강사는 열띤 어조로 외쳤다.


“그렇습니다! 처음은 다들 자갈입니다. 세상에 돌은 흔하죠! 하지만 돌은 금방 수정이 되고, 곧이어 진주, 연옥, 사파이어, 루비, 다이아몬드가 됩니다!”


물론 이곳에 있는 이들은 이미 [자갈] 단계는 벗어난 지 오래다.


허나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진짜 보석, [강옥]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다.

수정, 진주, 연옥.

일명 하급 보석 단계에 머물러 있는 [네트워커]다.


강사가 푸른 강옥이 번쩍이는 배지를 높이 들어 보이며 외쳤다.


“여러분이 다이아몬드가, 아니 저처럼 사파이어만 되어도 평생을 놀고 지낼 수 있습니다. 왜? 동남아의 자갈들이 돈을 벌어다 줄 테니까! 연간 2억 연봉! 그것도 공짜로!”


이제 더 이상 강당은 점잖게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아니다.


“오오오! 다이아몬드라면, 10억인가!”

“사파이어나 펄이라도 됐으면 좋겠구만. 그거 알아? 진주도 화이트펄과 블랙펄로 등급이 나뉜다네.”

“반드시 이뤄내리! 일확천금의 꿈!”


하급 보석 네트워커들이 저마다 부르짖었다.


휴먼 주얼리 네트워크.

아시아 회원 1억 명을 자랑하며 국내 30만 명 회원을 가입시킨 다단계 사업조직.

이곳은 단순히 물건 판매만 하는 곳이 아니다.


문득 사파이어 강사가 네트워커들을 진정시켰다.


“자, 그럼 분기별 실적보고에 들어갑니다. 가장 중요한 건, 새로운 [가족]을 늘리는 거라는 걸, 모두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투자처]는 다이아몬드들이 새로 개척합니다!”


중년 남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에 손을 가져갔다.

저마다 빼곡히 적어 온 [계약서]가 눈에 띈다.

10만원 짜리 소액에서 억대가 넘어가는 계약까지 품목도, 금액도 다양하다.


그때다.


-텅!


강당 문이 활짝 열리고 건장한 남자들이 들어섰다.

네트워커들이 다들 깜짝 놀라 일어났다.

경쟁조직일까?


강사가 가볍게 손짓하며 사방을 지키던 검은 양복들, 보안요원과 함께 문으로 향했다.


“뭐요?”


그런데 꼭 조폭처럼 생긴 남자가 문서를 내밀었다.

영장이다.

요컨대, 경찰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방문판매법 위반으로 조사 나왔습니다.”

“우리 휴먼네트워크는 직접판매공제조합에 가입된, 합법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입니다만.”

“글쎄요. 제보가 들어왔는데.”


노담 남부경찰서 수사팀장, 진상판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곳에서 [대출강요]와 [강제구입], 그리고 [가입비]가 있다던데, 사실요?”


그러자 주얼리 네트워커들이 서로 돌아보았다.

이른바 불법 다단계와 합법 다단계를 나누는 3가지 조건.

자금을 강제로 뽑아내는 수법이다.


강사, 마윤희가 눈을 가늘게 뜨며 사은품으로 가져왔던 마사지 기계를 들었다.


“당연히 그런 건 없지요. 조사해 보십시오. 아, 이거 한 번 써보시겠습니까? 아주 퀄리티가 좋습니다. 미국에서 생산된 물건입니다.”

“됐구요. 압수수색 들어갑니다.”

“그렇게 하시죠. 다만.”


마윤희는 눈웃음을 쳤다.


“아무것도 안 나오면 옷 벗을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경찰 양반.”


곧이어 압수수색이 시작되었다.

애석하게도, 아무것도 찾지 못했지만.


***


노담경찰서 수사팀과 달리 노담지검은 아주 한가하다.


“뭐라고? 나검이 귀국했다고?”


서류로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던 형사 3부장, 신수겸이 벌떡 일어났다.


종이비행기가 허공을 멋들어지게 날아 창가에 다다른다.

과연 내용을 보고 신수겸이 결재했는지 궁금해하다, 고거경이 대꾸했다.


“예, 귀국보고,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고거경 수사관.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고 수사관도 엄연히 형사 3부 소속인 건 기억하지? 어쩐지 까먹은 거 같아서 말이야.”

“알고 있습니다. 당장 제 휴가 결재를 해주실 분이 부장님 아니십니까?”


그러자 신수겸 부장이 수염 가득한 얼굴을 고거경 앞에 들이밀었다.


“그럼 왜 나검은 제멋대로 귀국하고, 다시 출근도 안 하는 건가? 일진회랑 아직 얘기가 안 끝난 마당에 말이야.”


나름 신수겸은 나유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다.


물론 일진회도 현직 검사를 바로 건드릴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

또한 검찰에서 아주 신경쓰는 검사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신수겸이 전달해 둔 상태다.

바로 신수겸이 예전에 쓰던 [정보원]들을 통해서다.


하지만 그거야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의사전달일 뿐.

결국 한국 사회에서 [딜]은 이심전심 따위가 아니라 직접 만나서 술을 마셔야 진행된다.

신수겸은 아직 [약속]을 잡지 못했다.


어쨌든 부장검사가 조폭 두목과 만난다는 게 모양새가 좋을 리 없다.

게다가 대내외로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일.

세심한 조율이 필요하다.


그런데 나유신이 한국에 들어와 버렸다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데, 엉뚱한 답이 돌아왔다.


“출근했다는데요?”

“뭐? 나도 모르게? 지검장님이 불렀나?”

“아뇨. 중앙지검 특수 3부 부장이 불렀답니다.”


고거경의 말에 신수겸이 입을 쩍 벌렸다.


“유명세? 갑자기 왜? 본인이 노담 보낸 거 아니었어?”


엄밀히 말하면 나유신이 서울에서 쫓겨난 건 검찰 지도부의 뜻이다.


그러나 하필 노담이 [피신처]가 된 것은 유명세가 고른 덕이다.

어쨌든 이전 근무처가 아예 낯선 곳보다는 나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반면에 지도부 입장에서는 워낙 악명 높은 노담지검이 일종의 처벌이라 본 탓이었지만.


문득 고거경이 머리를 긁적이다 대꾸했다.


“저도 소문으로만 들었습니다만.”

“역시 특수부 출신답군. 말해봐.”

“윗선, 하명수사가 내려왔답니다.”


하명수사.


제보수사, 인지수사와는 다른 상부 지시로 시작되는 수사.

언뜻 서울시장 사건도 하명수사처럼 보이지만 조금 다르다.

왜냐면 서울시장 스캔들 수사는 하명이 내려오기 전, 밖에서 터진 [인지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거경이 하명수사라고 할 정도면 상부에서 은밀한 수사를 지시했다는 뜻이다.


“왜, 특수부가?”

“원래 하명수사를 받던 게 중수부 아닙니까. 그런데 중수부 없어지고 만들어진 게 특수2부와 특수3부니까요. 하명수사 할 곳이 수도중앙 특수부밖에 없는 거죠.”

“대체 어느 선에서 내려온 건데?”


나름 서울에 인맥이 있는 고거경이 입맛을 다셨다.


“장사성 수도고검장님입니다.”


사실 고검장은 은퇴 직전의 검사가 앉는 자리다.


직급 자체는 [차관급]처럼 대우 받으니 높다.

허나 실무를 처리하지 않기 때문에 실권도 없다.

다만 현재는 총장이 물러난 검찰 내부의 혼란기다.


신수겸이 신선수염을 쓰다듬었다.


“차기 총장 노리나? 그 노인네가 왜?”

“정말 노리실걸요? 아니면 이제 퇴직하셔야 할 연차십니다. 후배 기수에서 총장 나오면 어차피 은퇴해야 하구요.”

“대체 장사성이 왜 나선다는 거야. 물에 술 탄 듯 살아가는 사람 아니었나?”


그때 밖에서 들어오던 고참 수사관, 민혁기가 대신 답했다.


“검찰 기획통 중에선 최고입니다. 기획통이라는 게 단순히 정책기획만 하는 사람들이 아닌 건 아시죠?”


신수겸은 미간을 좁혔다.


차기 검찰총장을 노리는 [기획통]이 지시한 하명수사.

아무래도 간단한 사건 같지 않다.

게다가 사고뭉치 백사를 특별히 집어서 부른 걸 보면 더욱 그렇다.


“무슨 사건이야, 대체?”


고거경은 언뜻 전해 들은 정보를 입에 올렸다.


“피라미드 다단계 수사라고 하더군요. 대상은 저도 모르고.”


다시, 신수겸은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고작, 피라미드라고? 백사까지 불러서 하명수사하는 게?”


사이즈가, 묘하게 안 맞았기 때문이다.


***


하지만 흔해빠진 피라미드라도 사이즈가 거대 사이즈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끼이익!


수도중앙지검 지하 주차장, 흑색 BMW가 멈췄다.


이곳 지하주차장은 외부에 문이 노출되어 있지 않아, 외부 시선을 피하기 좋다.

해서 특별히 은밀하게 드나드는 이들이 자주 쓴다.

물론 나유신처럼 외제차를 검찰청에 몰고 오는 강심장은 드물지만.


차에서 나유신이 백발을 긁적이며 내릴 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와, 꼭 비밀수사하러 온 특수요원 같아!”


나유신은 눈썹을 치떴다.


“뭐냐. 희진이 네가 왜 여기 있어?”

“응? 뭐야. 마중나온 건데 갑자기 찔리는 얼굴이네? 바하마로 휴가 갔다더니, 혹시 거기서 비키니녀랑 놀다 온 거 아냐? 흐응, 수상한데?”

“무슨 소리야. 난 피신 차 나갔던 건데.”


그때 백희진이 맑디맑은 눈을 반짝이며 나유신에게 낯을 바싹 들이댔다.


“내 눈은 못 속여. 수상한 짓 했지?”


실은 정말로 수상한 짓을 했다.

어째 갑자기 심장이 떨린다.

뭔가 바람이라도 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랄가.


나유신은 황급히 한 발 물러나며 고개를 저었다.


“됐고, 유 부장이 날 왜 부른 거야?”

“그야 까다로운 사건이니까.”

“뭔데?”


백희진은 깔깔 웃으며 빙글 돌아섰다.


“30만 명 회원, 대형 피라미드 금융 사기 사건. 하명수사래.”


회원 30만 명의 대형 피라미드 조직.

이 조직에서 [금융사기]를 일으켰다는 거다.


작가의말

* 검사는 국가공무원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명시된 휴가는 못 받습니다. 또한 유사시 휴가가 취소될 수 있죠. 


* 다음은 피라미드 사기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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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검사는 거물이 되기로 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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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1) 3조짜리 피라미드 조직을 잡아보자 +18 24.08.29 6,014 126 29쪽
» (50) 나유신이 첫 휴가지에서 상속녀를 보다 +26 24.08.24 6,645 140 31쪽
50 (49) 초보형 전시안으로 사채왕을 발견하다 +16 24.08.22 6,592 154 30쪽
49 (48) 회장 등극식에서 대법관을 이용해 진범을 잡다 +20 24.08.20 6,721 164 21쪽
48 (47) 재벌 회장이 되게 해주세요 +26 24.08.18 6,811 156 34쪽
47 (46) 특수부 폭력이 조폭 진범보다 위다 +20 24.08.14 7,007 169 34쪽
46 (45) 강앤함과 월야 재벌가의 동상이몽을 털어라 +12 24.08.12 7,155 156 24쪽
45 (44) 월야그룹 살인사건을 만나다 +12 24.08.08 7,807 152 25쪽
44 (43) 나유신의 팀을 수도대 동문회에서 완성하다 +14 24.08.06 8,197 167 35쪽
43 (42) 백사여, 노담에서 다시 시작해라 +20 24.08.02 8,325 177 29쪽
42 (41) 시한부 연장권과 함께 중수부가 폐지되다 +20 24.07.31 8,157 194 20쪽
41 (40) 백발이가 사채왕을 잡다 +27 24.07.30 8,079 195 21쪽
40 (39) 이렇게 된 이상 선제 폭로로 중수부를 친다 +14 24.07.28 8,019 195 19쪽
39 (38) 진짜는 미래살인 배후 사채왕이다 +16 24.07.26 8,017 191 21쪽
38 (37) 금수저 비밀 정보로 스캔들 범인부터 잡다 +19 24.07.24 8,057 187 32쪽
37 (36) 이건 중수부의 운명이 걸린 사건이다 +14 24.07.19 8,182 180 30쪽
36 (35) 위치 추적 보상과 함께 서울시장 스캔들을 만나다 +22 24.07.17 8,481 187 23쪽
35 (34) 진짜 마약범을 잡고 금수저 변호사와 손잡다 +27 24.07.15 8,419 197 22쪽
34 (33) 골드스컬 클럽을 함정으로 일망타진하다 +17 24.07.14 8,355 192 23쪽
33 (32) 조기유학 금수저 학폭이 사건 진상이다 +16 24.07.10 8,432 183 23쪽
32 (31) 철벽의 성을 대규모 교사 시위로 넘어볼까 +13 24.07.08 8,371 188 22쪽
31 (30) 학교폭력 연쇄 자살사건이 터졌다 +15 24.07.05 8,764 183 22쪽
30 (29) 한국 재계를 뒤엎을 진짜 거물을 만나다 +21 24.07.03 9,056 195 24쪽
29 (28) 노동 살해 협박으로 진범을 잡다 +16 24.07.01 8,902 202 22쪽
28 (27) 솔라코인 전관 법무팀의 방어를 뚫어라 +15 24.06.27 9,092 197 21쪽
27 (26) 특수부 첫 사건은 1조원 분식회계다 +17 24.06.26 9,434 199 22쪽
26 (25) 중수부장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다 +15 24.06.24 9,644 201 35쪽
25 (24) 백발이를 죽인 자에게 진짜 복수를 해보자 +16 24.06.19 9,368 198 34쪽
24 (23) 백사가 또 검사를 잡았다 +22 24.06.18 9,448 200 22쪽
23 (22) 특수부식 예단수사로 마약통관범을 잡아라 +11 24.06.15 9,501 197 23쪽
22 (21) 이 나라에는 마약도 너무 많다 +17 24.06.13 10,276 210 24쪽
21 (20) 첫 기자회견과 함께 위수증 5백억 코인이 남다 +19 24.06.07 10,259 224 36쪽
20 (19) 5초 예지로 폭발 속 범인을 잡다 +14 24.06.06 10,153 221 24쪽
19 (18) 감옥에 보낼 놈은 내가 고른다 +14 24.06.04 10,138 218 18쪽
18 (17) 1천억 비트코인 사건을 5초 예지로 파헤치자 +14 24.05.31 11,148 219 31쪽
17 (16) 나를 건드리면 검찰총장 예정자도 가만 안 둔다 +25 24.05.29 11,025 233 26쪽
16 (15) 독사를 건드리면 제왕도 문다 +20 24.05.27 11,103 237 30쪽
15 (14) 공판부 땜방으로 백발검사를 보내라 +10 24.05.24 11,599 224 30쪽
14 (13) 언론비리 일망타진으로 신체감정 보상을 받다 +11 24.05.23 12,217 230 31쪽
13 (12) 특활비 별건수사로 무전취식 기자를 잡자 +12 24.05.21 12,307 237 21쪽
12 (11) 사고뭉치에게는 법카부터 먹여줘라 +13 24.05.20 13,516 243 21쪽
11 (10) 나유신이 주가조작 일당을 함정수사로 잡았다 +17 24.05.20 13,586 262 21쪽
10 (9) 오풍제지 그래핀 사기를 경찰공조로 잡는다 +16 24.05.18 14,422 257 25쪽
9 (8) 정오판정으로 오풍제지 주가조작을 발견하다 +16 24.05.17 14,784 276 15쪽
8 (7) 선배가 장애물이면 부수고 해결한다 +15 24.05.14 15,183 280 22쪽
7 (6) 상태창의 보상은 놓칠 수 없다 +23 24.05.12 16,049 296 27쪽
6 (5) 의원 하나 잡고 시작하자 +20 24.05.11 15,818 290 14쪽
5 (4) 신입 수석검사가 꼴통이래 +15 24.05.10 17,085 307 15쪽
4 (3) 범인을 잡으니 시한부 연장 +16 24.05.09 18,235 293 11쪽
3 (2) 우선 범인부터 잡고 죽자 +17 24.05.08 19,824 312 13쪽
2 (1) 백발 신입검사 나유신 +25 24.05.08 23,075 354 11쪽
1 프롤로그 : 시한부 상태창이 생겼다 +42 24.05.08 30,322 41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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