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차 체력 훈련(3)
너무 고되기에 영원할 것 같던 1주 차가 끝났다. 체력 훈련 3일째 되는 날 모든 훈련병은 도착했다. 하늘에 닿고자 솟아오른 엄청난 높이의 벽 앞에.
그 벽은 보이드의 침입을 대비하고자 인간이 쌓아 올린 방어벽이었다. 곳곳에는 마법진이 새겨있고 누가 보더라도 마법적 보호받고 있다 예측할 수 있을 듯싶었다.
정신없이 최근에 익힌 ‘고통의 집중’을 반복하며 걷던 다엘. 심상 탈출 후 마주친 벽의 광경에 압도됐다.
-이걸 누가 만들었을까?
엄청난 장관에 온몸에서 전율이 절로 일었다. 덕분에 시선을 한동안 다른 곳으로 돌리기 어려웠다. 비단 다엘 뿐만 아닌 모든 훈련병의 공통사항이었다.
-이 벽만 넘어서면 적 구역이구나.
방벽은 끝을 모르고 쭉 이어지며 인간 생활권과 위험지역의 경계를 나누었다.
훈련병의 감탄을 뒤로 하고 벽은 체력 훈련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곳을 기점으로 왔던 길을 재차 지났으며, 어느새 론도 신교소를 향해서 훈련병들은 나아갔다.
다엘은 그동안 새로 익힌 신 능력을 끊임없이 반복해 숙달 지경에 이르렀다. 심상 세계에 있는 동안 외적인 육체의 고통을 못 느꼈기에, 오히려 훈련복의 무게를 늘려서 몸에 부하를 지속해서 가했다.
-힘들수록 나는 강해지겠지?
계속되는 신체의 혹사에 육체가 망가지는 만큼 기초 체력이 탄탄하게 다져졌다.
아무튼 끝을 모르고 이어졌던 행군.
토요일 아침, 마침내 론도 신교소에 도착해서 막을 내렸다. 훈련 시스템 전부가 훈련병에게 맞춰져 있기에, 지휘관이 나와 쓸데없이 연설하는 그런 개짓거리는 없었다.
특히 훈련으로 고생한 훈련병들에게 휴식은 충분히 보장됐는데, 주말 내내 대기소에서 마음껏 쉴 수 있었다. 물론 마음대로 돌아다니다 걸리면 그 페널티가 엄청났지만 말이다.
* * *
주말 3 대기소 안.
신교소 복귀 후 죽은 듯 내리 자던 훈련병.
다음날이 되자, 하나둘씩 자리 잡고 주위 전우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단 일주일의 훈련이 그들에게 끈끈한 전우애를 만들었다.
삼일사(3-14)가 훈련이 끝난 게 맞는지 동료들에게 확인했다.
“지금도 믿어지지 않아.”
“뭘?”
“여기서 쉬고 있는 우리들의 상황 말이야.”
체력 훈련의 날이 지날수록 조교가 훈련복 무게를 점점 줄여주긴 했지만, 그래도 근 일주일 내리 걷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무진장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쉬이 현실을 믿지 못하는 삼일사에게 옆에 있던 삼일오(3-15)가 미친 소릴 했다.
“내가 조교에게 들었는데. 이 짓 앞으로 4번은 더해야 한대.”
조교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나 보다.
‘뭐지?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삼일사가 황당함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며 황망한 표정으로 말한 이를 바라봤다. 그가 믿든 말든 전우가 확인 사살했다.
“한 달을 주기로 모든 훈련이 5개월간 반복된다는데?”
“이거 한 번으로 끝나는 거 아니었어?”
“응. 아님.”
“아···.”
훈련을 무사히 끝마쳤다는 현실도 잠시, 동료의 찬물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가 5개월간 진행할 훈련을 걱정하다가, 옆에서 상체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삼에칠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움직이는 물체를 보는 건 본능이었다.
“저 새끼 어제부터 복귀 후에 안 쉬고 운동하고 있지 않았냐?”
“몰라. 난 바로 기절함.”
그때 대화를 듣고 있던 삼일육(3-16)이 끼어들었다.
“내가 기절하기 전에 봄. 운동하던데? 그 뒤론 모르겠지만.”
“와. 미친놈인가? 저게 가능함?”
일반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육체의 휴식 없이 운동을 계속한다? 100이면 100 골병들었다. 근육도 휴식 시간을 줘야 더욱 튼튼하게 자라는 법이다.
그 사실을 다엘이 모를까? 모를 수도 있겠지만, 여기엔 다른 속사정이 숨어있었다.
다엘은 체력단련에서 익힌 ‘고통의 집중’을 더욱 숙달시키려 했다. 그러던 차 훈련 끝나고 단련하려고 보니, 육체의 편안함 때문에 심상에 들어가지지 않았다. 더욱이 극한의 상황이나 엄청난 고통이 아니라면, 정신 집중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위와 같은 이유로 다엘은 피로도 안 풀고 몸의 부하를 계속 유지했던 것.
어차피 심상 세계에 들어가면 외적인 요소가 전부 차단되기에, 힘들다는 육체의 울부짖음을 무시하는 다엘. 상체를 지면에 내리려던 팔이 발작을 일으키며 떨렸다. 한계는 본인이 정하지만, 육체는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아직은 ‘싱크’ 할 단계가 아니야. 좀 더···.’
갑자기 팔에 힘이 풀렸지만, 이 악물고 버텼다.
다엘은 자신의 육체적 고통에 집중을 통해 심상 속에 빠져드는 과정을 편의상 ‘싱크’라 표현했다.
‘버텨야 해 고작 이런 거로 무너질 수 없어.’
육체를 지상으로 내릴수록 몸의 부담이 더욱 커지며, 가슴 근육이 찢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이다!’
팔이 상체를 힘들게 지탱하며 내려가다 돌연 정지했다. 그러곤 미세한 흔들림조차 없다. 다엘의 육체는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이미 그의 정신은 ‘싱크’에 성공해 심상에 들어왔다.
‘야호 신난다.~’
‘이대로 조금 있다가 탈출하자. 그럼 난 더욱더 강해져 있겠지?’
육체의 부하를 유지해야 강해질 거라 착각에 빠져 현실의 몸을 학대하는 다엘. 이 속에서 아무런 고통이 없기에 제 몸을 마치 타인의 몸처럼 다뤘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니.
찌이익.
가슴 근육 다발이 혹사를 견디지 못하고 크게 손상됐다. 곧 엄청난 고통이 들이닥치며, 자신이 원치 않았음에도 심상 세계가 절로 무너졌다.
‘어? 어?’
쿵.
다엘은 현실에 복귀하자마자, 지면에 코가 뭉개지며 참을 수 없는 고통의 쓰나미를 느꼈다.
“끄아아악!”
갑작스러운 삼에칠의 외침에 훈련병의 시선이 전부 모였다.
“깜작이야! 저 새끼 또 지랄하네.”
“애새끼 관심병 오지네. 왜 자꾸 시선을 끄는 거야.”
훈련병의 욕설을 들으며 아픈 코를 문대려 했지만, 팔이 안 올라갔다. 통증이 미칠 듯이 아픈 걸 넘어섰다. 가슴이 아픈데 팔을 못 쓰는 게 조금 웃겼지만, 상황이 그랬다.
‘평생 팔 못 쓰고 살아야 하나?’
현 상황을 차근차근 세세하게 파악해보니, 걱정은 더욱더 증폭됐다. 무리해서 단련하다가 과유불급(過猶不及)을 몸소 보여줬다.
‘아, 쉬어야겠다.’
다엘은 지금 발생하는 가슴 통증을 이용해 ‘싱크’를 할까 했지만, 이내 욕망을 지우곤 쉬기를 결정했다.
Commen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