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차 코어 열기(2)
2일 차 코어 만들기 수업 단련장.
코어 여는 과정에서 발생한 고통 때문에, 훈련병 문의가 빗발쳤다. 그러한 이유로 교관은 어제 먹은 ‘그것’의 설명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왕국 지키기 위해 훈련받느라 고생이 많다. 어제 먹은 게 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교관의 설명에 의하면 이랬다.
어제 복용한 물건은 마령환.
네츄럴 마나를 품고 있는 마령초를 가공해 만든 환이었다. 자연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마나는 인간에게 고통을 유발하는데, 마령환에 함유된 마나가 날것 그 자체이기에 마나를 처음 접하는 복용자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다.
설명을 듣던 삼에삼(3-3)이 궁금증이 치미는지 손을 들었다. 교관은 하던 설명을 일단락시키고 그를 지목했다.
“악! 그러면 몸속의 마나를 소모한 뒤에 보충할 때도 아픈지 궁금합니다.”
“좋은 질문이군.”
키르가 옆에 책자 더미를 가리킨다.
“이 책에는 형성된 코어를 어떻게 충전하는지 수록돼 있다. 여기에 자네의 궁금증을 해소할 답이 있지.”
교관이 훈련병을 쭉 훑어보곤 처음으로 지시 사항을 내렸다.
“코어가 생성된 훈련병은 마나를 소진한 뒤 이 책을 가져가서 적혀있는 방법대로 호흡해라.”
교관은 마나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부연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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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한 설명이 끝났다. 교관이 코어를 아직 못 연 훈련병에겐 마령환을, 코어를 연 이들은 공터에서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마나 다루는 걸 연습하라 지시했다.
교관의 지침을 숙지한 다엘은 코어를 열었기에, 마나를 사용하기 위해서 허수아비를 가지러 향했다.
질질질.
곧 그의 손에 끌려오는 허수아비가 바닥에 쓸리며 마찰음 소리를 냈다. 무게감이 생각보다 무겁진 않았다.
‘원하는 위치에 고정하려면 허수아비 머리 뒤 버튼을 누르라 했지?’
다엘은 연습할 자리에 허수아비를 가져놓았다. 그 뒤 교관의 설명대로 수련 도구를 땅에 고정했다.
딸깍.
‘된 건가?’
잘 고정됐나 확인차 손으로 허수아비를 밀었다.
띠용.
허수아비가 오뚜기처럼 뒤로 쏠렸다가 다시 원상 복귀했다.
‘재밌다.’
이번엔 있는 힘껏 머릴 밀었다.
띠이용.
좀 전보다 더욱 젖혀지긴 했지만, 예상만큼은 아니었다. 덜 넘어지는 걸로 보아서 특수 마법 처리가 돼 있어 보였다. 두어 번 정도 장난치더니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자신의 무의미한 행동을 경계했다.
‘안돼. 장난치지 말고 수련하자 수련!’
곧 교관이 알려준 마나를 탄으로 쏘는 방법을 상기했다.
‘코어에서 느끼지는 마나에 집중한 뒤, 손으로 이동시켜 방출하랬지?’
코어에 있는 마나를 팔로 던지는 느낌이었다. 곧 다엘은 허수아비에게 팔을 내밀며 마나탄을 방출할 자세를 취했다.
‘여기서 마나를 느끼고 팔로.’
“으헉?!”
순식간에 텅 비어버리는 코어 덕에 헛바람이 절로 삼켜졌다. 손바닥에서 탄은 방출되자마자, 허수아비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마나 덩어리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컸다.
펑! 쿵.
허수아비는 탄에 맞고 큰 소음을 만들었으며, 파괴력을 이기지 못하고 머리가 바닥까지 젖혀져서 뒤통수가 결국 지면에 충돌했다.
딸각.
순식간에 버튼이 눌러지더니, 제자리 고정이 바로 풀렸다.
빙글빙글 털썩.
허수아비를 볼품없이 내동댕이친 탄은 아직도 본인의 에너지를 해소 못하고, 경로에 있던 삼에일(3-1)의 코앞을 스쳐 지나갔다.
“으악!”
눈앞에 무언가가 빠르게 지나가자, 뒤늦게 깜짝 놀란 삼에일이 펄쩍 뛰었다. 그는 주먹에 마나를 두르고 허수아비를 풀스윙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어떤 새끼가?!’
그는 놀라서 날뛰는 심장의 박동을 느끼며 사건의 원흉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한참을 찾더니, 멍하니 서 있는 삼에칠을 발견했다.
“이 개새끼가!”
삼에일이 분노에 찬 욕설과 함께 원흉에게 달려갔다. 다엘은 탄 방출 후, 코어가 빈 탈력감에 정신 못 차리고 있었다.
어느새 접근한 삼에일이 다엘을 넘어트리기 위해 돌진하던 그대로 몸통 박치기를 이었다.
퍽.
“꾸에액.”
철퍼덕.
다엘은 충돌과 동시에 돼지 멱따는 소릴 내며 지면에 쓰러졌다. 곧 분노로 눈이 뒤집힌 삼에일이 쓰러진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훈련병이 황급히 다엘 위에 올라탄 삼에일을 붙잡으며 그를 막았다.
“놔. 이 새끼 때문에 뒤질뻔했다고 죽여버리겠어.”
근처에 있던 훈련병 4명 사력을 다해서 흥분한 삼에일 온몸을 구속했다.
버둥버둥.
“놓으라고. 새끼들아!”
삼에일은 주변에서 자신을 억압하자, 이겨내려 온몸에 힘을 줬다. 그 덕분에 얼굴이 폭발할 만큼 피가 쏠렸다. 돌아가는 상황을 흥미롭게 보던 교관 키르가 참전했다.
“홀드.”
마법의 대상이 된 훈련병 전부가 순식간에 마비되었다. 그들이 그나마 움직일 수 있었던 건 눈.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교관이 입을 열었다.
“삼에일 훈련병 화 좀 참게. 이 훈련 자체가 항상 탄에 노출되어서 맞을 각오를 해야 하는데, 오늘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군.”
키르는 삼에일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홀드를 유지하며 삼에일 아래 깔린 삼에칠을 보았다.
‘삼에칠 훈련병. 연구 대상이야. 마나탄도 보통을 뛰어넘었어. 이 정도 파괴력이면 1 중첩 코어 마나 이상인데?’
지금까지 훈련병이 쏜 탄은 끽해봤자. 허수아비가 좀 요동치는 정도였다. 그래서 탄에 맞아봤자, 주먹에 많이 세게 맞는 정도.
한데 삼에칠은 아니었다.
좀 더 지켜봐야 확실해지겠지만, 탈력감으로 지쳐있는 걸로 보아 거기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거 같다. 마나를 다루는 자에게 오는 탈력감은 한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마나 오링.
즉 코어의 마나를 전부 소진했을 때가 다엘이 지금 겪는 증상과 같았다.
‘마법 한 번에 코어의 마나를 전부 쓴다고? 흥미롭군.’
한꺼번에 코어 마나를 다 쓰기가 나누어 쓰는 것보다 어려운 기예다.
“오늘 수업 끝나고 삼에칠 훈련병은 남고 다들 마나 연습할 때 주위 사람에게 피해 안 가게 자릴 잡도록.”
“알겠습니다.”
얼추 삼에일이 흥분을 가라앉힌 걸로 보이자, 교관은 모두의 홀드를 풀고 교탁으로 돌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성을 되찾은 다엘이 삼에일에게 깔린 상태로 사과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화 풀릴 때까지 마음껏 때리셔도 됩니다.”
교관이 파악한 데로 잠깐의 시간 흐름이 흥분과 놀람, 분노로 뒤덮인 삼에일의 감정을 정상으로 돌려놨다. 그리고 막상 흉수 놈이 화 풀릴 때까지 패라고 하자 조금 망설여졌다.
삼에일이 자신을 붙잡고 있는 훈련병의 구속을 털었다.
“아. 좀 놔봐. 안 팬다고.”
그를 잡고 있던 훈련병이 뒤로 물러서면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삼에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삼에일이 사죄하는 다엘을 노려봤다.
“너 행동 거슬린다? 이번은 피해 준 게 없어서 그냥 넘어가지만 잘해라. 개처럼 맞기 싫으면.”
엄포를 놓으며 그가 깔고 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엘이 멀어지는 삼에일 등을 바라보며 다시 그의 마음을 달랬다.
“정말 죄송합니다.”
반복되는 사과에 삼에일이 걸어가며 손등이 보이게 손을 들었다. 이윽고 펴지는 그의 가운뎃손가락.
“죶까.”
“...”
끝난 건가? 마나탄 한번 쓰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다엘은 연습을 재개하기 위해 자리로 돌아왔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허수아비를 일으켜 세워서 내벽이 바라보는 자리로 옮겼다.
‘후 정신이 없네. 다시 해 보자.’
다엘이 훈련 도구를 고정하고 다시 집중하며 탄을 던지려 했다.
‘뭐야?’
코어에 마나가 안 느껴졌다. 텅 비어 있다.
‘탄 한 번에 이렇게 된다고?’
주변 훈련병을 돌아보니, 마나로 주먹질하고 탄도 던지고 여러 번 응용했다. 그들 모습과 자신은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뭐가 문제일까?’
어떻게든 마나를 쓰려고 애써도 코어 자체가 느껴지지 않으니 말짱 꽝이었다. 자리에 주저앉아 문제가 뭘지 고민했다.
얼굴을 찡그리며 고심하는 다엘을 키르가 지켜봤다.
‘크크크 녀석. 다 쓴지도 모르고. 왜 마나를 형상화 못 하는지 의문일 거다.’
그때 자신의 속마음을 들은 것처럼 삼에칠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왔다. 키르는 다엘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앞으로 할 그의 행동을 미리 유추했다.
‘궁금해서 나에게 물어보러 오나? 안 알려 줄 건데?’
예상과는 다르게 삼에칠이 자신의 옆을 휑하니 지나쳤다.
‘뭐야? 물어보려던 거 아니었어?’
그가 앞에 나와서 집는 건 마나 호흡에 관한 책. 그걸 챙기더니, 바로 자리로 돌아갔다.
‘...’
.
.
.
다엘은 자리에 앉아서 책을 정독했다.
‘네츄럴 마나가 몸에 들어오면 고통을 유발한다. 이건 이미 마령환에 의해서 겪었던 거고.’
코어를 형성한 자는 마나를 호흡으로 충당해야 했다. 대기의 마나를 몸으로 끌어들여 코어에 저장해야 하는데, 이때 주의할 점이 몸에 고통이 안가는 정도로 미량 마나를 들이쉬는 것. 고통 없이 장시간 호흡을 유지하는 게 코어를 키우는 핵심이었다.
다엘이 책에 나온 설명대로 시도해 봤다.
‘우선 대기 중 마나를 느끼고 코로 서서히 들이키라고?’
책에서 시키는 대로 정좌하곤 마나를 느끼려 노력하며 숨을 크게 마셨다.
흐으으읍.
숨을 들이켜고 보니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마나가 뭐지?’
다엘은 당연시 생각하던 걸 몰라서 책을 다시 펼쳐 확인했다. 두 눈이 좌우로 빠르게 ‘왔다 갔다’ 하며 책의 내용을 샅샅이 파악했다.
‘코어를 열면 대기 마나에 집중할 때. 네츄럴 마나 의해서 피부가 약간 따끔따끔하다고?’
X됐다.
집중이고 나발이고 지금 자신에겐 아무것도 안 느껴졌다.
‘뭐야! 나는 왜 달라?!’
알 수 없는 상태에 책을 보고 또 읽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원하는 내용이 없어서 심장이 철렁 가라앉았다.
스르륵. 스르륵. 스륵. 턱.
어느새 종이를 끝까지 다 넘겼지만, 자신의 증상은 그 어디에도 언급이 없다.
‘내 사례가 평범한 내용이 아닌가 봐.’
그렇게 그가 좌절하며 낙담 중일 때. 돌연 다엘이 키르를 쳐다봤다.
‘교관님이라면 아시지 않을까?’
둘의 시선이 절묘한 타이밍에 마주쳤다.
‘똥줄 오지게 타고 있구먼. 꼬시다.’
다엘이 키르를 무시하거나 피해 준 적은 없었지만 좀 전에 예상을 벗어난 행동을 해서, 키르는 당황하고 있는 다엘을 고소하다고 느꼈다.
‘좀 있다 물어보자.’
어차피 자신은 끝나고 교관을 만날 거기에 그전에 스스로 해답이 구해지길 바라며 다엘은 책을 보고 또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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