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차 대항전(2)
3주 차 첫날이 밝았다.
대기소는 이른 아침부터 대항전을 준비하며 시끌벅적했다. 그 시끄러운 소리에 잠자던 이도 강제 기상해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삼에일(3-1)이 시끌벅적한 의견을 듣다가 입을 열었다.
“좋은 의견이 없네. 그냥 어제 마무리된 의견으로 가자.”
그의 말에 근방의 훈련병이 모두 답했다.
“““악.”””
갑작스러운 훈련병의 존대에 모두 의아할 것이다. 시점은 어제로 돌아간다.
대항전으로 분분한 의견 사이에서 띄엄띄엄 등장하는 매력적인 제안. 폐급 쓰레기인 줄 알았던 삼에일이 알고 보니 지능캐였다. 그가 툭툭 던지는 말로 계획이 이루어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차 누군가 훈련병 통솔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나왔다. 곧 서로 동기들을 지휘하고 싶어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그래서 등장한 검증의 시간.
훈련병 하나하나 중앙에 앉혀 돌발상황을 물어보고 그 대답에 따라 지휘할 이 다섯을 뽑았다.
<명단>
총지휘관. 3 대기소 문제아 삼에일(3-1).
1번 분대장. 마음씨 착한 삼에오(3-5).
2번 분대장. 수다쟁이 삼일사(3-14).
3번 분대장. 존재감이 전혀 없는 삼이육(3-26).
4번 분대장. 분노조절 장애 삼삼칠(3-37).
참견쟁이 삼에이(3-2)가 빠져 아쉽지만, 그는 역량이 부족했다.
당분간 모든 훈련병이 존대에 동의 했다. 물론 소수가 이를 거부했지만, 지휘를 안 받으면 단독으로 움직이란 말에 마지못해 허락했다.
삼에일(3-1)이 한창 수련 중인 다엘을 불렀다.
“야! 프로 관종러!”
다엘은 그 부름이 자신을 찾는 건지 몰랐다. 상대가 전혀 미동도 없자, 삼에일이 다시 불렀다.
“지 부르는 거 모르나? 야 삼에칠!”
다엘의 눈이 번쩍 떠지며 자신을 부른 방향을 쳐다봤다.
“여~”
삼에일이 훈련병 중심에 둘러싸여서 손짓하고 있었다. 자신의 부름에 다엘이 그에게 다가갔다.
“작전 숙지했지?”
“...”
다엘의 고개가 긍정의 의미로 끄덕여졌다. 답답한 모습에 훈련병이 저마다 한마디 하며 그를 비난했다.
“아오. 아직도 침묵질 이네.”
“앗싸! 이겼다 오늘 반찬 전부 내꺼지? 저 새끼 안 변한다니까.”
“목숨 걸고 우승해야 한다고 협조 좀 하라고.”
“너 벙어리 아니잖아.”
“...”
순간 일어난 훈련병과 다엘의 불화에 삼에일(3-1)이 중재하고 나섰다.
“너무 뭐라 하지 마. 이 새끼 역할이 중요하다고. 숙지했으면 됐어. 가서 수련해. 그리고 네 이름 프로 관종러라고 부르면 좀 와라.”
다엘이 그 소릴 사뿐히 무시하며 자리로 돌아가 수련을 재개했다. 혼자 마이 웨이로 행동하는 그의 모습에 훈련병이 또 한 소리 했다.
“저저, 싹수없는 새끼. 형님들이 말하는데 어린놈이 뭐가 되려고 저러냐.”
“살다 살다 저런 놈은 처음 봄.”
“지면 다 쟤 때문임.”
그때 무리 중 누군가 삼에칠을 옹호했다.
“아니 왜 이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 삼에칠이 너희한테 뭐 피해준 거 있냐? 그리고 늬들은 프로 관종러라는 명칭이 좋냐? 부르면 오게?”
마음씨 착한 삼에오(3-5)다.
“아니 딱히 피해준 건 없어도···.”
비정상적인 놈, 한 명 잡고 왕따 놀이 하듯 다엘도 거기에 걸렸을뿐이다. 삼에오가 한심한 동기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새끼들아, 철 좀 들어라. 나이는 똥구멍으로 먹냐? 어떻게 형다운 놈이 한 명도 없냐?”
“...”
일단 그의 직책이 분대장이고 하는 말이 맞기에 대꾸하는 훈련병이 없었다. 그 침울한 분위기를 삼에일이 달랬다.
“진정해 제군들. 근데, 어디 있냐 삼일오(3-15)?”
지휘관의 찾음에 근방에 있던 삼일오가 벌떡 일어나 다가왔다.
“불렀습니까?”
“작전 기억하지?”
지휘관이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네.”
“네 역할도 매우 중요해 목숨 걸고 성공시켜라.”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삼에일이 모두에게 작전 하나하나 상기시켰다.
.
.
.
얼추 전부 확인한 차 대기소 문이 일렁거리며, 곧 선임 조교가 들어왔다.
“모두 복도 앞에 2열로 집합!”
“악!”
항상 이맘때쯤에 등장하기에 모두 기다리고 있었다. 훈련병이 일사불란하게 대기소 밖에 정렬했다.
조교가 정렬한 훈련병의 자신감에 찬 얼굴을 살펴보곤 피식 웃었다.
“새끼들 준비 많이 했나 보다?”
“““악!”””
다혈질의 삼삼칠(3-37)이 우렁차게 외쳤다.
“다 때려 부수겠습니다!”
“오 자신감 좋아. 그럼, 출발 전에 파이팅 한번 외치지.”
선임 조교도 자신의 대기소가 우승하면 기분이 좋기에. 사기진작 차원으로 권했다. 이에 삼에일이 대표가 되어 통솔했다.
“3 대기소! 파이팅!”
그의 선창을 모든 훈련병이 따랐다.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외침은 신교소 복도를 울렸다. 다른 모든 대기소가 그들의 선전포고를 들었으리라. 곧 선임 조교가 훈련병을 인솔했다.
“자 이동! 왼발.”
착!
“왼발”
착!
오늘따라 훈련병의 발맞추는 소리가 착착 들어맞으며, 엄청난 위압감을 뿌렸다. 마치 승리한 부대가 귀환하는 개선식 발걸음 같았다.
* * *
경기장에 도착했다.
경기장은 가로 2,000m 새로 1,200m 직사각형 구조였으며, 가로 양옆 모서리에 큰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그곳에서 모든 대기소가 관전했다.
최저 고도와 최고 고도는 100m 정도 차이가 났고, 전방에 보이는 중앙 진지 좌우로는 경사가 없어서 돌격이 쉬워 보였다.
양 대기소가 출발선에 잠시 기다리자, 마도구의 도움으로 크게 증폭된 조교 목소리가 울렸다.
오전 경기.
2 대기소 (41명) vs 3 대기소 (40명).
바로 시작할 줄 알았던 경기는 20분간 작전 짤 여유가 있었다. 삼에일이 기존의 작전대로 일사불란하게 40명을 나눴다.
여러 무리와 별도로 최전방엔 삼일오(3-15)가 혼자 나와 있었다.
3 대기소의 부대 수는 총 2개.
1. 다엘이 포함된 4명의 게릴라분대. 분대장은 삼이육(3-26).
2. 나머지 35명, 삼에일(3-1)의 부대.
삼일오(3-15)는 별도.
주력부대가 위 돌격로로, 아래론 게릴라분대가 가기로 합의했다.
“아아.”
증폭된 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모두 출발선에 대기해라. 곧 대포 소리가 울리면 시작하겠다.”
“““악!”””
조교가 양 팀을 번갈아 가며 살피더니, 갑자기 다엘이 있는 대기소에 경고했다.
“3 대기소! 시작 전 출발선 넘지 마라. 또 그러면 실격 처리하겠다.”
간담을 서늘케 만드는 말. 모두의 시선이 제일 앞에 있는 삼일오(3-15)에게 모였다.
“새끼야! 시작하고 움직여. 너 때문에 시작도 못 해보고 실격할 뻔했잖아.”
“미. 미안 얘들아.”
너무 앞선 의욕이 화를 초래했다. 삼일오가 전우들의 살벌한 눈초리에 쭈그러들어 사과했다.
퍼엉!
“시작!”
대포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삼일오(3-15)가 가운데 진지를 향해 빛살과 같이 튀어 나갔다. 온몸이 은은하게 빛나는 것이 마나를 활용해 신체 능력을 끌어올린 상태다. 그를 시작으로 지휘관들도 명령을 내렸다.
“돌격해라 3 대기소!”
“““와아아!”””
사전에 이야기한 대로 두 개로 나뉘었던 부대가 각자 위치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곧 있을 교전을 생각해서 마나는 활용치 않고 순수 체력으로만 발에 땀 나도록 뛰었다.
아래로 향하던 다엘의 분대가 돌격로에 진입할 때쯤, 이미 중앙 진지에 도착해 적진을 살피던 삼일오가 두 팔로 크게 동그라미를 표시했다. 이게 그에게 내려진 명령.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중앙 진지에 먼저 도착하기. 그리고 적이 각개격파 할 정도로 나뉘었으면 동그라미, 아니면 엑스 표시로 수신호 하기.
삼일오(3-15)의 행동을 지켜보던 분대장이 전 병력에 상황을 하달했다.
“적 병력이 예상대로 나뉘었다!”
3 대기소 작전.
적 병력이 나뉘었다면, 게릴라분대가 적 시선을 끌 동안 주력 분대가 뒤에서 싸 먹기.
아래로 돌진하던 게릴라분대 전방에는 적의 윤곽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서 돌진하던 분대의 속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적에게 접근할수록 분대원은 낯빛이 창백해졌다. 이 분대 4명은 버리는 카드였다.
“대충 봐도 20명인데?”
“진짜 죽는 거 아니야?”
게릴라분대의 분대장 삼이육(3-26)이 명령을 하달했다.
“탄의 명중을 위해서 20m 더 전진한다.”
이미 마나탄의 사거리지만 멀리서 쏘면 다 피할 것은 자명한 사실. 어느새 적과 다엘의 분대의 거리가 30m로 좁혀졌다. 이 이상 거릴 좁히는 건 위험했다. 더군다나 병력 차이는 4:20 5배.
때마침 적이 다엘 분대를 발견하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왔다.
“잡아 족쳐라!”
“후퇴하면서 지금 거리를 유지해라!”
다엘은 마나 운용을 한 번뿐이 못 하기에, 다른 분대원이 견제용 마나탄을 던지며 적의 접근을 막았다. 그동안 다엘은 적 지휘관을 한 방에 보내기 위해서 예상되는 이를 물색하고 있었다.
‘저기 고래고래 소리치는 이가 적장인가?’
행동은 딱 명령권자인데, 비실비실해 보이는 게 의심을 자아냈다.
‘하긴 우리 지휘관도 멸치지.’
옆에 있던 삼이육(3-26)이 지치는지 숨을 마구 들이켰다.
“허억 허억. 아직 못 찾았어?”
계속 탄을 던지며 거리를 유지하려 보니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제 막 코어를 열었기에 잠깐의 교전으로 마나가 30퍼센트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
다엘은 말을 아끼며 침묵으로 응수했다. 그 모습에 겁에 가득 찬 훈련병이 소리 꽥 질렀다.
‘이 미친 새끼가!’
“지랄 그만해라. 지금 전시인 거 안 보여?”
그를 옆 동료가 달랬다.
“우리끼리 싸워 뭐해, 참아 힘 빼지마.”
‘X바, 퇴각 명령만 떨어져라.’
그는 속으로 부들부들 떨었다. 분대원의 재촉이 다엘의 결심을 앞당겼다.
‘시간이 촉박하네.’
처음 눈에 띈 이에게 탄을 쏴야겠다. 다엘이 그를 향해 손을 내밀고 명중시키기 위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코어 마나를 손으로.’
곧 있으면 시작될 다엘의 사격에 분대원이 남은 마나를 전부 털어 적 부대를 필사적으로 견제했다. 그러면서 삼이육(3-26)이 곁눈질로 끊임없이 중앙 진지를 확인했다.
‘아군은 아직인가?’
적의 별다른 견제가 없으면 아군 본진이 충분히 덮칠 거리까지 왔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 중앙에 있던 삼일오(3-15)의 역할이었다.
어느새 다엘의 손에서 거대한 탄이 방출되어 적장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2주 차 코어 만들기 훈련 때와는 비교가 안 되게 *커졌다.
쏴아악.
적 모두가 탄의 크기에 겁먹어 날아오는 그것을 하염없이 쳐다봤다. 그들도 허수아비는 아니었는지, 그중 3명이 지휘관을 지키기 위해서 뛰어들었다.
펑~
탄에 충돌한 그들은 뒤로 튕기며 전부 땅에 처박혔다. 적장은 명중 못 시켰지만, 한 번에 셋을 전투 불능으로 만들었다.
때마침 중앙 고지에 있던 삼일오(3-15)에게 수신호가 왔다. 계속 간절하게 지켜보던 삼이육(3-26)이 분대원들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아군이 도착했다! 전원 후퇴하라!”
“악!”
‘드디어 퇴각이다!’
‘이 개 같은 새끼 뒤져봐라.’
분대원 셋은 뒤도 안 돌아보고 쏜살같이 달아났다. 아까부터 벼르고 잇던지라 뒤처진 다엘은 신경도 안 썼다.
적 진영은 동료 3명의 복수를 위해서 다엘을 향해 미친 듯 탄을 던지며 뛰어왔다.
“X발! 잡어!”
“헉. 헉.”
다엘은 코어가 비면서 생기는 탈력감으로 인해서 도저히 빨리 달릴 수가 없었다. 더욱이 당장에 날아오는 적탄을 피하기도 급급했다.
다엘이 필사적으로 뜀박질하지만, 점점 적 부대가 가까워졌다.
처음 유지하던 30m가
20m.
10m.
5m...???.
이윽고 적 전원이 다엘을 둘러쌌다.
“헉헉.”
“넌 반드시 죽인다.”
“미친. 꼬마였네. 사지를 몽땅 부러트려 놓자.”
2 대기소에선 욕설과 여기저기서 다엘을 죽이겠단 살벌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 나 훈련받다가 죽는 거야? 나쁜 놈들 나 좀 데려가지.’
좀처럼 욕 안 하던 다엘이 자신을 버리고 간 분대원을 원망했다.
- 작가의말
*마나탄이 커진이유 = 코어가 커져서.
코어를 늘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1. 가득 찬 코어에 호흡을 계속해서 마나의 중첩을 올리는 방법.
2. 비우고 다시 호흡하고를 반복해서 코어 그릇을 늘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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