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
다엘이 생활관에 나와서 주윌 두리번거리자, 건물 외벽에 몸을 기대고 있던 디아크가 그에게 손짓했다.
“여기다.”
“알겠습니다.”
다엘은 분대장에게 다가가면서 제 눈을 의심했다.
‘큰 건 알았지만.’
건물 높이와 분대장 키가 비슷했다. 아니, 오히려 똑바로 서면 더 클 거 같았다.
‘안 무너지나?’
디아크의 무게를 견디는 건물도 신기했다. 아무튼 생소한 모습을 뒤로하고 다엘은 잽싸게 분대장 앞에 시립 했다.
“난, 네가 포스를 개화했으면 좋겠다.”
‘웬 포스?’
이번 호출이 생활관에서 물의 일으킨 행동을 질책할 거라 예상했지만, 상대가 난데없이 포스를 이야기했다.
“물론, 포스는 의지대로 개화할 순 없지.”
“그렇습니다.”
“근데. 재밌는 사실 2가지 알려줄까?”
“말씀하시면 경청하겠습니다.”
“히온플에 전입해 온 많은 이들이 ···.”
분대장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두 가지.
히온플엔 생각보다 많은 병력이 포스를 다룬다.
포스를 개화한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1:1이 아닌 4:1 정도다.
“내가 무슨 이야기하는지 알겠어?”
일일이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여 주기 싫다는 듯, 그 말을 끝으로 분대장은 침묵하고 신병을 지긋이 바라봤다.
‘이거 신교소에서 슈타인 님이 했던 강의와 비슷한데?’
그렇다. 분명 포스는 선택받은 자들의 힘이다. 하지만 결과는 순수 선택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아!”
신교소 강의 후 막연하게 노력하면 포스를 개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확신으로 굳혀졌다.
“히온플이 군대 최고봉이 아니다. 물론 나이 먹고 공을 세워 커맨더가 되는 방법도 있지만, 한 명의 인간으로/사내로 태어난 이상. 적과 싸우며 인류에 작은 보탬이 되는 게 의미 있지 않겠어? 전격의 이너 포스 슈타인 님을 봐라.”
분대장이 만인에게 존경받는 슈타인을 예로 들며, 이제 막 16살 된 다엘의 자아실현욕구를 자극했다.
‘보탬이라.’
분대장의 조언에 다엘의 고민이 깊어졌다. 그가 생각이 많아 보이는 신병에게 앞으로의 길을 일러줬다.
“포스 유저가 되면 2가지 길이 존재하지.”
다엘이 저도 모르게 상대의 말을 읊조렸다.
“두 가지 길.”
“그대로 만기 전역해서 일반인이 되던가. 아니면 독립된 분대를 이끌며 명성을 쌓거나.”
포스 유저가 히온플을 마치면 열이면 열 독립분대로 스카우트되거나, 직접 분대를 이끌었다. 왕국의 모든 부분이 군에 집중돼있기 때문인데, 여기가 성장, 대우, 명성, 돈 등등 모든 면이 압도적이었다.
때마침 ‘독립분대’란 말에 다엘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질문 있습니다. 독립분대를 이끌면 어떤 작전도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까?”
“당연히 안 되지. 하지만! 2가지 지침만 지키면 그 어떤 것도 가능하다.”
“그 2가지 지침이 뭡니까?”
갑작스러운 신병의 관심에 분대장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너 되게 적극적이다? 알려줘?”
“궁금합니다.”
“그리 궁금증을 표하니 알려주지. 1번 왕국에 해가 안 될 것. 2번 주적과 관련된 일일 것.”
생각보다 지침이 까다롭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시피 했다.
‘포스 유저만 되면 된다고?’
다엘의 표정이 환히 밝아졌다. 분대장은 신병에게 동기부여를 심어주기 위해서 면담을 진행했는데, 제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린 것 같아 그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엄청 좋아하네?”
“혹시, 유저가 되는데 특별한 팁이라도 있습니까?”
“잠깐만.”
‘내가 능력을 어떻게 개화했더라?’
분대장이 자신의 사례를 예로 들어주려고 지난 과거 행적을 훑었다. 그동안 군 생활을 둘러보니, 기억나는 건 훈련받은 것과 싸운 것밖에 없었다.
“훈련 잘 받고 임무 잘 해결하면 돼.”
“끝입니까?”
단 두 개가 전부라고? 분대장은 아까부터 2를 너무 좋아했다. 디아크는 신병의 되물음에 조금 더 고심했다.
“음···.”
번뜩.
“아! 포인트!”
지금까지 자신은 금속 전갑을 사기 위해 포인트를 계속 모으기만 했다. 하지만, 살펴본 바론 거기에 성장할 수 있는 요소가 아주 많았다.
다엘이 팔목에 차인 월슬릿을 분대장에게 내밀었다.
“이 은팔찌가 포스 유저로 만들어 줍니까?”
“팔찌 쪼가리가 되겠냐? 그거 말고 포인트 상점.”
다엘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이지만, 그의 포인트는 아직 0. 참담한 현실을 빠르게 깨달았다.
“결국. 군 생활 열심히 하는 거 말곤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렇지, 그게 시작이고 그걸 깨달아야 해. 면담 끝. 들어가자.”
분대장이 건물에 기대던 등을 때며, 다엘의 등을 툭툭 치고 생활관으로 들어갔다. 다엘은 그를 뒤따르며 다짐했다.
‘나만의 독립분대를 만들겠어!’
쉬가더에 입대해서 생존 욕구가 풀리니, 인제는 다른 부분이 너무 신경 쓰였다.
도대체 아버지 윌리스는 왜 자신을 버리고 마계의 편에 붙었을까? 아무리 고민해도 해결되지 않는 수수께끼며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자신과 아버지의 사이가 안 좋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엄청 끈끈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하루아침에 자신을 버렸다.
‘도대체 왜!’
반드시 직접 만나서 물어보리다.
이왕 하는 거 혼자보다 분대로 알아보는 게 유리할 거 같다. 거기다 아버지는 배신자란 타이틀을 가지고 마계에 붙었으니, 아주 금상첨화였다.
분대를 꾸릴 계획이라도 일단 포스 유저가 선행되어야 했다. 이게 최우선의 과제다. 전입해 오며 잠깐 신경 쓰지 못했던 다엘의 수련 욕구가 활활 타올랐다.
* * *
면담을 마치고 생활관에 돌아오니 난리나 있었다.
“죽이십시오!”
“넌 뒤졌다. X새끼야!”
바로 존과 픽스가 싸우고 있던 것. 스왈로의 금지령이 풀린 김에 자신도 풀고 싶어 존에게 찾아간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저도 풀어주시면 안 됩니까?
-뭐를?
-금지령···.
-가라. 기분 X 같으니까.
-사람 차별하십니까?
-꺼지라고 했지!
하필 다엘과의 마찰이 있던 직후라 물어본 시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
지금 스왈로가 둘 사이에서 필사적으로 싸움을 막고 있지만, 눈 돌아간 존을 그 혼자서 막기엔 역부족. 오히려 막아서는 스왈로를 존이 두들겨 팼다.
먼저 존을 상대했던 픽스의 얼굴은 하도 두들겨 맞아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었다. 분대장이 더 이상 상황을 방치할 수 없었기에 나섰다.
“그만! 픽스 일로 와.”
“이병 픽스.”
분대장의 부름에 픽스의 흥분한 피가 싸늘하게 가라앉으며, 덜덜 떨리는 몸으로 그의 침상 앞에 다가갔다.
쏴아악.
“헛!?”
픽스가 앞에 위치하자마자 분대장이 거대한 손바닥을 휘둘러 그를 후려갈겼다.
짝!
그대로 손에 치여서 뒤로 날아간 픽스가 벽에 꼬라박고 한방에 기절했다.
쿵. 털썩.
“새끼들이 미쳐서! 판초리.”
“일병. 판초리.”
“맞후임 교육 똑바로 안 하냐!”
“죄송합니다.”
“개소리 말고, 텨와.”
‘X발. X됐다.’
아니, 왜 얌전히 있는 자신에게 불똥이 튀냐고. 그가 분대장 앞에 잽싸게 튀어와 곧 들이닥칠 고통에 방어하고자 어정쩡하게 섰다.
“야.”
“일병. 판초리.”
“지랄 말고 똑바로 서라.”
“알겠습니다.”
몸을 부르르 떨며 구부러트렸던 신체를 쫙 펴는 판초리. 평소의 얄미운 말투는 온데간데없으며 군기가 바짝 들어가 있다. 이윽고 분대장 손 매타작이 똑바로 서 있는 그에게 휘둘러졌다.
쏴아악.
“아아아아악!”
의식하고 맞은지라 공포심이 더했다. 맞기 전부터 시작된 새소리는 벽에 충돌할 때까지 지속됐다.
쿵. 털썩.
“끄으응.”
그래도 짬밥 차이인지 픽스처럼 1방에 기절하진 않고 쓰러져서 끙끙 앓았다.
“존!”
“상병, 존.”
“텨와.”
“...”
‘아, 애들 앞에서 쪽팔리게.’
존도 분대장의 징벌에선 피할 수 없었다. 그도 분대장 앞에 공손히 시립하고 구타를 피하고자 발악했다.
“디아크 분대장님. 저 이제 상병입니다.”
“그래서?”
“후임들 앞에서 처맞는 모습을 보일 순 없지 않습니까?”
“흠.”
먹혀든다! 잘만하면 말로 구워삶을 수 있겠다. 그동안 겪은 디아크가 한번 칼을 뽑으면 절대 멈추지 않았지만, 그래도 분대장과 함께한 군 생활이 존에게 무기가 되어 힘을 실어줬다.
“생각해 보십시오. 제가 여기서 맞으면 얼마나 군 기강이 어지럽혀집니까.”
“그리 말하니 고민되네.”
분대장은 존의 항변에 잠깐 고심했다. 잠깐 침묵하며 생각을 마친 분대장이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출입구로 향했다.
“네 의견을 존중해주겠다. 밖으로 나와라.”
“?!”
설득 실패다.
도살장 끌려가듯 존의 어깨가 축 처져서 실외로 나가는 분대장을 따라나섰다.
.
.
.
펑!
“씨이바알~~~~!!”
얼마나 멀리 날아갔는지, 누군가의 비명이 아득히 멀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생활관에 들어온 분대장이 후임 둘을 호출했다.
“스왈로. 막내.”
“이병! 스왈로!”
“이병! 다엘!”
분대 전부가 연대책임을 무는 건가? 분대장이 무슨 말을 할지 잔뜩 긴장한 스왈로가 침을 꼴깍 삼켰다.
“픽스랑 판초리 의무실에 입실시키고 나가서 존도 옮겨. 아! 존에게 후임 금지령 풀라고 전하고.”
다행히도 연대책임은 아니었다. 그냥 부상자 수습일뿐.
“알겠습니다!”
다엘과 스왈로는 동시에 말하더니, 쓰러진 이들을 부축해 생활관을 나섰다. 그렇게 모든 분대원이 사라지고 디아크 혼자 생활관에 남았다.
“새끼들.”
디아크도 후임들에게 손대기 싫었지만, 공포 상태를 유지하며 긴장감을 항상 조성시켜야 생존에 유리했다.
* * *
둘은 판초리와 픽스를 의무실이 입실시키고 존을 찾아 부대 밖으로 나왔다. 그를 찾으러 움직이려 보니, 존은 이미 부대 입구였다. 좀 세게 맞고 날아간 거 같은데 생각보다 멀쩡해 보였다.
그래도 다엘이 존을 부축하려고 팔을 내밀지만.
착.
존이 그의 손을 쳐냈다.
“뭐하냐?”
“부축해 드리겠습니다. 존 나셰 상병님.”
후임의 도움에도 존의 반응은 차가웠다.
“필요 없어.”
“...”
그대로 다엘을 지나쳐서 부대 막사로 들어가려 했지만, 스왈로가 존의 팔을 붙잡으며 분대장이 했던 말을 전했다.
“존 나셰 상병님.”
“왜?”
“분대장님이 픽스 이병 금지령 풀랍니다.”
“알았다.”
존이 생각보다 쿨하게 승낙했다. 그는 안 그래도 픽스의 금지령은 진즉에 풀려고 했다. 단지 후임이 얄미워서 좀 더 지켜봤던 것뿐이지.
멈춰선 김에 존이 스왈로를 쳐다봤다.
“야, 돼지.”
“이병! 스왈로!”
“내일부터 발품 팔아서 막내 부대 위치 주입해라.”
“알겠습니다.”
보통은 전입해 온 첫 주는 부대 적응할 겸 신병을 건들지 않았건만, 다엘은 빡세게 꿀리려는 것으로 보였다.
스왈로가 멀어지는 존의 등을 바라보며 맞후임에게 귀엣말했다.
“막내야. 너 아무리 봐도 찍힌 거 같다.”
“존 나셰 상병님께 말입니까?”
“응. 앞으로 훈련 꽤 고달파지겠다. 은근히 속 좁으시거든.”
“괜찮습니다.”
“그래, 힘들면 말하고. 지금 포인트 상점가자. 매트리스 사줄게.”
스왈로는 이왕 생활관 밖에 나온 김에 다엘에게 부대 위치테스트 통과 사은품을 지급하려 했다.
“감사합니다.”
상점에 들러서 다엘은 매트리스를 선물 받고 상품이 적혀있는 소책자를 하나 챙겼다.
*상품목록 (가격 : 포인트)
전갑 1만
AS 5000
SK 3000
HS 800
마령환'성 600
장비 개조 500
KS 400
빨간약'강 300
프리로스뮤 2시간 입장 200
마령환'회 150
빨간약 50
마령환 30
천막 15
매트리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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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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