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링턴 기사 대회(9)
다양한 공격은 단순한 공격을 압도한다. 그것을 앨빈이 보여주었다.
은영마환장이 날아오자 방패가 없는 울레하는 피하지도 못하고 오직 마나를 이용한 베리어로만 방어할 수 없었다. 베리어가 펼쳐지는 순간 매직 스워드의 제어가 뚝 떨어져 버렸다.
은영마환장은 베리어 따위로 막을 수 있게 아니다.
큰 충격에 비틀거린 울레하는 속이 뒤집히고 눈 쪽으로 혈압이 몰려 머리가 찌근거렸다. 이것은 내공에 격증 되었을 때의 현상이었다.
숨 쉴 수 없을 만큼 긴박감 있는 전투에서 틈을 보이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
내공에 적중당한 울레하는 매직 스워드의 통제권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은영마환장이 효과를 발휘하자 백로마현으로 단숨에 거리를 좁힌 앨빈은 강한 후려차기로 알레하의 손에 쥔 검을 걷어찼다. 내공이 실린 발차기에 맞은 검은 연무장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앨빈의 얼굴에 승리의 미소가 지어졌다. 생각보다 쉽게 승리를 가져온 것 같았다.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 다리를 들어 울레하의 정수리를 내리찍었다.
울레하의 손에서 기다란 검신이 솟아나 앨빈의 발을 그어왔다. 기겁한 앨빈은 즉시 발을 멈추고 몸을 틀었다. 그의 손에서 매직 스워드가 솟아난 것이다.
울레하가 마법 기사로 불리는 이유다. 그는 검이 없어도 마음대로 매직 스워드를 소환할 수 있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발목에 큰 상처를 입을 뻔했다. 매직 스워드는 세 자루나 늘어나 다시 앨빈을 압박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내상을 입은 알레하는 정확한 제어를 하지 못했다.
뱃속이 울렁거리고 곧이라도 구토할 것처럼 속이 엉망이었다. 그는 마지막 정신력을 짜내 매직 스워드를 운용하고 있었다.
매직 스워드가 다시 공간을 가르며 날아오자 앨빈은 품속에서 비도 몇 개를 꺼내 만천화우의 일식으로 날려 보냈다. 비도는 매직스워드를 터트려 버렸고 오러가 흩어진 틈을 타 앨빈은 기습적으로 울레하의 품으로 파고 은영마환장을 펼쳤다.
울레하는 베리어도 제대로 올리지 못한 상태에서 은명마환장을 두드려 맞고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생각보다 쉽게 승리를 쟁취한 앨빈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와, 드디어 마교에서 십 인의 기사가 나왔다."
"대단해 이러다가 마교 전원이 십 인의 기사가 되는 것이 아니야?"
관중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마교를 외쳤다. 그들의 기억 속에 이제 마교는 대단한 단체 일부분으로 승격되었다.
***
알프레드는 새로운 명검 데미얀을 등에 메고 무대 위에 올랐다. 상대는 솔라리스 삼대 가문의 하나인 노른울스가의 기사 노튼이다.
노튼은 먼저 대결에서 단 일 검으로 상대의 항복을 받아냈을 정도로 패도의 검이다. 그는 철의 마황이라 불릴 정도로 거대한 검을 사용한다. 일반 양수검의 검신을 열 개나 합친 것보다 넓은 검신을 가지며 길이도 자신의 키와 맞먹는 수준이다.
칠성 이상의 묵직한 마나는 상대가 방어하기를 거부할 정도로 패도적이자 압도적인 힘을 담고 있다.
알프레드는 내공을 끌어내고 호기롭게 노튼의 검과 맞부딪쳤다. 검과 검이 닿으며 불똥과 청명한 쇳소리를 울려냈다. 몇 합이 지나가자 알프레드가 힘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노튼은 엄청난 덩치를 자랑했다. 알프레드의 팔뚝에 비해 두 배나 가까운 굵기고 상체만도 알프레드의 두 배는 되어 보였다. 그 근육에서 뿜어지는 압도적인 파워는 이갑자에 가까운 내공으로도 버티기 힘들 정도의 파워를 뿜어냈다.
알프레드는 호흡을 가다듬고 자전폭렬도법을 펼쳐냈다. 무거운 검에는 무거운 검으로 상대한다. 내공이 실린 검은 묵직하게 변해 노튼을 압박했다.
-으라얍!
알프레드의 검이 변화를 보이며 지쳐 들자 큰 기합을 내지른 노튼은 눈빛은 벌써 자신감으로 활활 불타올랐다.
"좋은 검이다. 하지만 힘이 없어."
노튼의 거대한 검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알프레드의 검을 쳐냈다. 그 위력 때문에 자전폭렬도법을 이어가지 못했다. 격검이 되면서 검이 뒤로 밀려 버렸기 때문이다.
'엄청난 힘이다.'
알프레드는 노튼의 위력을 실감하고 살짝 뒤로 물러났다. 그때를 노리고 노튼이 대쉬로 훌쩍 파고들었다. 알프레드는 이것을 노리고 있었다.
그의 손에서 변화가 일고 검법은 진혼탈백도로 바뀌었다. 진혼의 내기는 적색의 강기가 되어 검에서 폭사 되어 나왔다. 진혼탈백도를 수련하면서 외기를 밖으로 발경하는 것은 처음이다.
테츠가 진혼탈백도를 가르쳐 주며 이 검법의 진정한 위력을 설명했지만, 내공도 내공이거니와 검법의 심오함을 이해하지 못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반복된 수련으로 진혼탈백도의 내기를 어느 정도 운영할 수 있게 되자 오늘 처음 외기를 검기처럼 뿜어낼 수 있었다.
이것은 진혼탈백도가 원래는 쾌검이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데미얀에서 뿜어진 검기는 부지불식간에 노튼의 가슴으로 쏟아져 나갔다.
노튼은 처음으로 깜짝놀라 넓은 검신으로 알프레드의 외기를 막았다. 검이 쩌렁 울리며 덩치의 노튼이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의 눈에 분노가 어렸다. 이런 공격을 당해 보기는 간만이었다.
가슴 부위 장갑의 일부분이 움푹 내려앉았다. 검으로 막지 않았다면 치명상을 입었을 공격이었다.
다시 한번 이런 공격이 나온다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노튼은 검에 모든 마나를 불어 넣었다.
검을 몸 앞으로 세운 노튼은 두 눈을 부릅뜨고 알프레드를 향해 대쉬로 달려들었다.
알프레드는 천마행공으로 좌측으로 날았다. 그때였다. 노튼은 예측하였다는 듯이 바로 알프레드를 따라붙었다.
알프레드는 천마행공을 사용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노튼도 마교 일행의 대결을 보고 그들이 어떤 패턴으로 움직이는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본인이 상대의 정보를 알면 상대도 자신의 정보를 안다고 생각했어야 했는데 무뎌진 감각이 화를 불러오고 말았다.
육중한 무게에서 뿜어지는 대쉬의 파괴력은 천마행공을 부숴버릴 정도로 대단했다.
기본적인 육체에서 나오는 차이를 내공으로 극복해야 하는데 마나까지 두른 노튼을 막기란 불가능했다.
그는 육중한 몸으로 알프레드를 들이받았다. 얼마나 큰 충격인지 알프레드는 한참이나 공중을 날아 연무장 끝자락까지 날아갔다.
바닥에 떨어지는 찰나 천마행공으로 겨우 중심을 잡은 알프레드는 크게 심호흡했다. 무거운 검을 들고 전투를 벌이는 알프레드는 아무래도 경공 공부에서 다른 사람에게 많이 떨어졌다. 검법 위주로 수련하다 보니 경공의 조예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앨빈이었다면 노튼의 공격을 충분히 피했을 것이다. 받은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노튼은 기회를 잡고 다시 대쉬로 다가왔다.
거리가 좁혀질수록 노튼의 몸에서 뿜어지는 오러가 더욱 강렬하게 변했다. 알프레드는 천마행공으로 피하지 않고 오히려 마주쳐 갔다. 그가 내린 결론은 정면으로 부딪치는 거였다.
진혼탈백도의 일 검이 다시 뿜어졌다. 노튼은 그것을 예상한 듯 검심을 눕혀 일격을 받아냈다. 달려오는 속도와 마나를 통한 베리어는 진혼탈백도에 큰 충격을 받았으나 노튼은 멈추지 않고 부딪혀 왔다.
검과 검이 부딪치고 불꽃이 일 정도였다. 알프레드는 검을 비켜 흘려 노튼의 검을 비켜 내려 했다.
-우하합
노튼은 기합을 지르며 알프레드의 검과 몸체를 한꺼번에 쓸어 버렸다. 무지막지한 힘을 막아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알프레드의 손에서 검이 떨어져 나가 바닥으로 굴렀다.
노튼은 거친 숨을 내쉬며 검을 들어 알프레드를 겨눴다.
관중들은 크게 환호성을 질렀지만, 알프레드의 귀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14인의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아쉽게도 앨빈을 제외하고 두 사람은 탈락했다.
다음날 테드버드와 붉은 갈기 레이먼의 경기는 의외의 경기가 됐다. 사람들은 십 인의 기사 서열 9위의 레이먼이 테드버드를 압도하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오히려 레이먼이 테드버드의 다양한 공격에 기를 펴지 못했다.
테드버드는 마교 중에서 가장 심후한 내력을 소유했고 각종 무공에도 그 이해도가 뛰어났다. 그만큼 검법과 장력의 위력을 효율적으로 끌어냈다.
레이먼의 공격을 구화마검으로 완벽하게 차단한 테드버드는 적양장과 뇌영신수를 이용해 레이먼을 제압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다양한 공격으로 레이먼에게 승리를 쟁취한 테드버드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테드버드는 십 인의 기사에 든 두 번째 마교인이 되었다.
테츠는 서열 4위의 기사 젤피니언과 대결하게 되었다. 젤피니언은 바로 팬텀 가드너의 기사로 이번에 출정한 팬덤 가드너 네 명의 기사 중 하나다.
그는 양수검을 쓰는 전사로 그의 양수검은 보통 검보다 검신이 작고 날렵한 검이다. 힘과 기교를 동시에 사용하는 기교파 검사로 서열 4위에 오른 대에는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소리다.
철가면을 쓴 테츠는 아직 본연의 힘을 보여준 적이 없을 정도로 예선전은 거의 쉽게 올라왔다. 그리고 만난 젤피니언은 테츠가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지 보여 줄 절호의 기회였다.
관중들은 물론 마교의 인물들도 살짝 오른 긴장감에 입을 핥았다. 과연 테츠가 서열 4위를 맞이해서 어떤 위용을 보여 줄기 기대감에 쥔 주먹을 펼 수 없을 정도였다.
"마교의 기사 테츠 대 펜텀 가드너의 기사 젤피니언 시합 개시!"
그들의 대결은 모든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관중석 최상단 귀빈석에는 팬텀 가드너와 노른울스, 울프스햄의 귀족들이 이 대결에 지대한 관심을 내비쳤다.
"팬텀 가드너의 기사가 드디어 호적수를 만난 것 같습니다."
"젤피니언이 팬텀 가드너의 막내 기사라 할지라도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요. 서열 4위의 기사입니다. 아무리 저 철가면이 뛰어난 자라 해도 지금까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이번 대결에서 그의 진면목이 드러날 겁니다."
"지금까지 팬텀 가드너는 십 인의 기사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이번 대회도 변함없이 팬텀의 하늘이 열릴 겁니다."
"저런!"
경기를 보던 귀족 한 명이 갑작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젤피니언은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고 심판은 테츠의 승리를 알렸다.
"무엇이 어떻게 된 거지?"'
테츠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파천수라장을 날렸고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한 젤피니언이 방패로 막았지만 뒤이어 따라온 혈적지(血適指)에 급소를 가격당했다.
젤피니언은 검 한번 제대로 휘둘러 보지도 못하고 끝나 버렸다. 서열 4위의 몰락에 함성이 멈춰 버렸다.
"어떤 공격이었기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너무 순식간이라···."
사람들 서열 4위가 어떤 공격을 당해 쓰러졌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그만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테츠는 속으로 후회를 했다. 솔직히 서열 4위 정도면 막아 낼 수 있는 공격이라 생각했고 보통 때보다 내공을 올린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젤피니언은 검 한번 휘두르지 못하고 기절하고 말았다. 아무리 성능 좋은 기사라 할지라도 내공 없는 몸은 혈적지의 충격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것도 요혈을 가격당해 기절하고 만 것이다.
좀 더 화려한 공방을 보여 줘야 했지만, 너무나 어이없게 끝난 한판이 돼버렸다.
"테츠는 전력을 다하면 안 돼. 그는 힘을 최대한 빼야 해."
"테츠 앞에서는 서열 4위로 한방에 나가떨어지는군."
"하, 나는 얼마나 수련해야 테츠의 근처라도 가보나."
마교 일행도 혀를 내 두를 만큼 어처구니없는 대결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마교는 총 3명이 8인의 대결에 출전하게 되었다.
서열 2위의 에이고는 8위 에르난데스를 잡았고 3위 크림슨은 상대의 기권으로 기권승을 거두었다.
앨빈, 테드버드, 테츠, 레르자크의 예선전 맴버와 에이고, 크림슨, 노튼의 십인 기사로 결정 됐다. 이제 다음경기부터 서열 1위에 올라 있는 팬텀 가드너의 마지막 기사 슈라어드까지 가미해 8명의 기사가 맞붙는다.
마교는 십대 기사 안에 세 명의 이름을 올려놓으며 명실공히 이번 대회 최대 이변으로 떠올랐다.
- 작가의말
이번 기사 대회를 관중과 기사간의 호흡을 기본으로 해서
상당히 꼼꼼히 쓰려고 했으나(데스매치 형식으로 진행하려 했음)
지지부진 된다는 의견 때문에 급히 마무리 하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글이 어색하고 어눌하게 변했습니다.
펠링턴 기사 대회는 앞으로 2회차 내에서 마무리 지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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