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일본 교환유학일기

2012. 11. 16 금요일 유학생활 이 백 서른 네 번째날

2012. 11. 16 금요일 유학생활 이 백 서른 네 번째날

광표랑 같이 모스버거로 달려갔다. 영은이는 어제 갔다왔다고 참으로 유감이라며 참석하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나랑 광표, 영은이 이렇게 오전수업 없는 셋이서 금요일 점심을 어딘가 맛있는걸 먹으러 가는게 굳어졌다. 주현이는 이를 ‘금요식사회’라고 불렀다.

모스버거에서 수제햄버거를 맛있게 먹었다. 근데 여기서 잠깐 다른 소리를 하자면, 모스버거는 수제버거라고 괜찮다고 하는데 수제버거라서 뭐가 좋다는건지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표현을 빌리자면, 맥도날드 등은 그냥 정크이고, 모스버거는 그 정크를 좋게 포장했을 뿐이라는데 아 아무렴 어때, 맛있으면 됐다. 정크던 뭐던 쓰고나니 또 맥도날드가 끌리잖아.

“이거 먹고 너네집에서 과제나 해야겠다.”

아....우리집? 내 방? 음, 지금 방이 상당히 더러워서 말야.

AKB48 상품들을 이제 주체할 수가 없어서 방에 막 널부러져있다. 사진 등은 더 이상 방에 붙일곳이 없다.

“그래? 그럼 영은이네 집 가야지, 전화해볼까”

광표는 영은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뭐해?” “잤는데요...”

“그래..?”

“왜요”

“너네 집에 과제나 하려했지”

“아아...안 돼요, 제가 약속있어서 나가야해서요”

“알았어 미안”

광표랑 영은이의 간단한 전화가 끝났다.

“뭐, 잘 됐다. 이 참에 방 대청소나 하자”

몇 주 째 AKB48상품들이 널부러진채 있다. 이 참에 청소를 싹 해야겠다.

“다음엔 라이스버거를 먹어볼까,...”

광표가 말했다.

“어? 뭐야, 라이스버거가 있었어??”

“응, 여기..”

“아, 진짜네”

우리나라에서도 약 12년전에 롯데리아에서 라이스버거가 나왔었는데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엄청나게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그 맛을 생각하고 라이스버거를 하나 더 주문했다. 물론 먹을 수 있다. 햄버거하나로 배가 차는 성인남자는 없다고 단 한명도 생각한다.

“어때?” 내가 라이스버거를 한 입 베어물자 광표가 물어봤다.

“......절대 사 먹지 마”

대단히 실망이다. 많이 싱거웠고 차라리 볶음밥을 해 먹는게 더 낫다.

모스버거에서 밥을 먹고 난 뒤 광표랑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열심히 청소를 시작하였다. 어차피 붙일곳 없는 사진들은 책꽂이에 끼워넣고, 어찌어찌 수납하고, 청소기를 돌린 뒤 마무리로 스티커가 붙은 롤러로 다다미를 밀어서 먼지를 제거하여 청소가 끝났다. 아무것도 없는 깔끔한 다다미방은 참으로 오랜만에 본다.

“우왁~ 기분좋다~”

깨끗한 다다미에 누워서 외쳤다. 광표의 과제가 끝난 뒤 집 밖으로 나가 오랜만에 철이랑 캐치볼을 하였다. 캐치볼이 끝난 뒤, 아이스크림을 먹자는 제안이 나와서 그러기로 하였다. 운동 뒤에 먹는 아이스크림을 꿀 맛이 아닌가.

“가위 바위 보 진 사람이 아이스크림 값 다 내기할까!?”

광표가 말했다. 이런건 나만 아니면 되지만 저 말을 듣자마자 불안했다. 지난번에 똑같은 상황에서 내가걸렸기 때문이다.

“이런건 하자고 한 사람이 걸리던데 크크”

철이가 말했다.

“아니, 나 지금 불안하거든? 또 내가 걸릴 것 같아” 내가 말했다.

“가위 바위 보!”

철이가 혼자 이기고 나랑 광표랑 남았다.

“가위 바위 보!” 역시나, 내가 지고 말았다.

“가자, 무라노 이치바로~”

무라노 이치바에서 모두의 아이스크림 값을 지불하고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내 방에 옹기종기 앉아 재미있는 동영상 등을 보며 시간을 보내다 4시 30분이 되어 내가 아르바이트 갈 시간이 되어 해산되었다.

요시노야로 출근하였다. 오늘 나랑 똑같이 5시 출근인 하나사카씨가 말했다.

“오늘 아마 엄청 붐빌거에요....”

어제 엄청 바빴다고 한다. 7시 30분부터 10시까지 진짜 숨도 못 쉬었다고 한다.

“간장이랑 시치미 보충 작업할 때 그렇게 바쁘면 정말 환장할 노릇이죠”

“아아, 진짜 그 기분 너무 잘 알아요”

간장과 시치미 보충 작업은 시간이 가장 오래걸리는 작업이고, 보충을 하려면 테이블에서 간장과 시치미를 빼야하기 때문에 왜 간장이랑 시치미가 없냐고 손님에게 클라임이 들어올 수도 있다. 더군다나 간장과 시치미 보충 작업은 대부분 가장 바쁜시간에 걸려서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일단은 5시인지라 저녁시간 전이라서 한가했다.

“자, 지금 한가할 때 간장이랑 시치미 보충작업을 빨리 끝내주세요”

하나사카씨가 웃으면서 말했다. 하나사카씨의 지시는 이렇게 실용적이어서 좋다. 예를 들어 콜버튼 닦기, 셋트체크, 냅킨, 이쑤시개 보충작업은 결국 다 콜버튼에 꽂혀있는거인데, 매뉴얼은 따로따로 하게 되어있다. 다른 사람들은 하나하나 따로따로 지시하지만 하나사카씨는 ‘콜버튼, 셋트체크, 냅킨, 이쑤시개보충작업. 하는김에 다 한번에 끝내주세요’라는 식이다.

아무튼 하나사카씨 덕분에 한가한 시간에 간장이랑 시치미 보충작업을 일찍 시작하였다. 이렇게만 해줘도 앞으로 상당히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다.

6시 30분도 안 된 이른시간, 평소같으면 아직 바쁘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하나사카씨의 말대로 벌써부터 사람이 붐비기 시작했다. 나는 간신히 간장보충을 끝낸 시점이었다. 만약 원래대로 차례차례 일을 했다면 간장보충은커녕 아무것도 못했을 것이다.

요새 무슨일인지 너무나 바쁘다. 수요일날 바쁘다고 일기에다 썼는데 그와 똑같은 레벨의 손님러쉬가 계속되었다. 이 힘든시간을 말로 어찌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

7시 30분이 되어 아사미씨가 출근하였다.

“아아,,,,정신없어요. 미칩니다 미쳐”

하나사카씨가 아사미씨에게 말했다. 오늘도 정말 바빴다. 요새 자꾸 아르바이트가 바쁘다고 쓰는데, 어느 날이 가장 바빴다고 말할 수 없을만큼 요새 죽을정도로 바쁜 나날이 당연한 듯이 계속되고 있다.

11시가 되어 퇴근할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도 아사미씨랑 한 시간 정도 앉아서 대화를 나누었다. 이렇게 일본어로 대화를 하게 해주는 아사미씨가 정말 고맙다.

오늘의 지출 – 모스버거에서 1210엔

가위바위보 아이스크림 내기 패배 – 653엔

마카나이 190엔

총 2053엔

[소요권법]

조회수 0 일때 읽는 쾌감!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ㅎㅎ 선댓글 후감상~

[소요권법]

햄버거...ㅋㅋ 예전에 더블치즈버거 두 개씩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사이타니야]

댓글감사합니다 ㅎ 요새 라면버거가 유행이더라고요 크기는 점점 작아지는것같습니다 세개도 먹을거같아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