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일본 교환유학일기

2012. 09. 21 금요일 유학생활 백 일흔 일곱 번째날

2012. 09. 21 금요일 유학생활 백 일흔 일곱 번째날

오늘은 금요일, 하지만 난 학교를 가지 않는다. 왜? 공휴일이라서? 아니다. 평일이다. 하지만 왜 안 갔을까, 금요일은 수업이 하나도 없으니까! 푸헤헤헤헤헤헤!!

그렇지만 아르바이트가 있다. 3시부터다. 음식점에서 3시면은 정말 한가한 시간대이다. 실전투입을 시키나보다 했다.

요시노야로 가서 근무준비를 하기 위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런데, 얼레....? 얼레.....?? 뭐야, 뭐야 어딨어! 큰일이다. 이름표가 없다. 뭐지? 아무리 찾아도 없다.

‘아이씨, 일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이게 뭐야, 자기 이름표도 간수못하면서 무슨 일을 하겠냐고 이미지 엄청 구기겠네, 환장하네...’

“자자, 준비는 다 됐나?”

점장님이 물어봤다.

“노트에 체크는 했고?” “네”

“롤러로 먼지 다 털었고?” “네”

“컴퓨터에 입점처리했고?” “네”

“좋아! 바로 홀에 가자”

“저기, 점장님...”

“응? 왜?” “......이름표가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는데요”

“......”

“......”

“...어디갔어” “모르겠습니다.”

“탈의실 주변에 뒀다던가, 아니면 이름표를 안 떼고 윗도리를 세탁바구니에 넣었다던가”

아마 후자인 듯 싶다. 점장님의 표정을 살폈다. 점장님은 아무 소리 없이 남는 이름표를 꺼내다가 내 이름을 다시 인쇄하시고는 붙여서 새 이름표를 주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오늘은 그릇의 종류, 그리고 각종 사이드 메뉴들이 놓여있는 위치, 테이블 치우는 법 등부터 시작했다. 저건 매뉴얼에 나오지 않은것들이다. 집에서 복습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확실하게 외워두었다. 그리고 손님이 오면 완성된 음식을 갖다주었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규나베동이랑 미소시루입니다.”

~입니다. 라고 할 때 ~니나리마스라는 표현을 써 버렸다. 일본의 아르바이트생들이 나름 예의를 갖추기 위해 자주 쓰는 표현이다. 실제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저건 엄밀히 말해 잘못된 일본어이다. 직역하면 ‘~가 됩니다.’ 라는 뜻이다. 그래서 저 표현을 굉장히 싫어하는 일본인들도 있다는 걸 알고있었다. 나 역시 저게 잘못된 일본어라는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자주 쓰여지고 있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그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니나리마스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발음하기가 정말 편하기 때문이다.

음식을 전달하고 돌아오니까, 스즈키 씨가 나를 불렀다. 3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이다. 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조 상.” “예”

“규나베동은 뭐에서 뭐로 변합니까?”

“...네??”

“~니나리마스는 뭐에서 뭔가로 변할 때 쓰는 거잖아요” ~니나리마스가 아니라 그냥 ~데스를 쓰라고 했다. 스즈키씨는 ~니나리마스라는 표현을 거슬려하는듯했다.

“하하 그렇지 그렇지 규동이 됩니다~ 라고 하면서 갖다주면 당신 규동입니까? 라고 손님이 물어볼수도 있겠네 하하하하, 잘못된 일본어야. 근데....일본인들도 자주 써버리는 표현이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고, 앞으로는 그냥 ‘데스’라고 하면 돼.”

그리고 각종 메뉴들을 쟁반위에 놓는법칙을 실습했다. 역시 이게 다 룰이 있는것이었다. 집에서 매뉴얼을 보고 어느정도 외워두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점장님이 불러주는 메뉴를 척척척 아까 배운 그릇의 종류까지 맞춰서 놓았다.

“알겠습니다.”

“사스가다네~~~~~~~~~!(역시! 대단해) 다 외우고있구만”

점장한테 ‘사스가’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적어도 나를 쓸만한 녀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래, 난 할 수 있다!

실제로 계산도 해보고, 점장님이 손님인척 연극까지 해가면서 롤플레잉을 했다. 점장님은 이런말도 해 주었다.

“세 가지를 하면 안돼, 무다(불필요), 무라, 무리”

“무다, 무라, 무리....말이죠. -무라-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요.....”

“어떻게 설명을 해야하나, 으음...예를 들어서 이쪽 손님은 빨리 가져다줬으면서 저쪽 손님은 느리게 갖다주고 이런거? 페인트칠을 하는데, 한쪽은 엄청 진하게 질했으면서 다른한쪽은 엷게 칠하는것도 모자라 하얀색이 보이고 그러면 안되잖아?” “일관성이 없다라는 뜻인가요?” “그래그래, 바로 그거! 무다, 무라, 무리라고 해서 흔히 일본인들은 –다라리-라고 하는데. 잊지말라고”

퇴근을 할 때, 내일부터는 점장님이 나를 실전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내일도 3시에 오면 됩니까?” “아니, 5시.” “...엑?” “내가 옆에서 있긴할거야, 바쁜시간이지 흐흐흐흐”

가장 바쁜시간대에 갑자기 나를 떨궈놓는다고 한다. 큰일났다. 사실 바쁘지않은 시간대에 몇 시간정도 경험을 쌓고 그 시간대에 해도 늦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내일 어떤일이 연달아 일어날지 벌써부터 두려워졌다. 점장님의 믿음에 보답해야한다.

퇴근을 할 때 이름표를 또 잃어버리지 않도록 확인을 하고 또 확인을 했다. 휴대폰을 열어보니 광표에게 전화가 와 있었다.

“알바 끝났어?” “어, 끝났어.”

“저녁 같이 먹자구.” 역시 통한다. 나도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광표한테 전화해서 밥을 같이 먹자고 하려했다.

“나도 그 말 하려 했었다.”

“뭐, 만들어먹을까?”

“아니, 나가자. 주현이가 한국잠깐 가서 영은이도 혼자일테니까 같이 가자.”

“그래 오케이”

“집에 가서 연락할게”

집에와서 영은이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희애가 놀러온다고 해서 희애도 같이 어떠냐고 물어본다한다.

“뭐 먹을건데요?” “초밥 생각하고있는데.” 수화기 건너편에서 ‘어! 나 초밥 먹고싶었는데~’라고 말하는 희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결정. 지금 나와라.”

그러고보니 요새 아르바이트 때문에 ‘주간AKB’를 못보고있다! 안타까운일이다. 초밥을 먹고 해산하고 나서는 바로 텔레비전을 틀어서 채널4번을 눌렀다. 요미우리의 야구를 생중계하기 때문이다. 오늘 요미우리가 이기면 매직넘버가0이 되어서 3년만에 센트럴리그의 우승을 하게 된다. 카나코랑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보았다. 요미우리는 이겼고 센트럴리그의 우승을 차지하였다.

오늘의 지출 – 선피아에서 감자, 고기, 바나나 365엔

약쿠스 드러크에서 아이스크림 101엔

하마스시에서 초밥 909엔

총 1375엔

[Knark.mt]

잘 보고 갑니다.

[사이타니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