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일본 교환유학일기

2012. 09. 14 금요일 유학생활 백 일흔 번째날

2012. 09. 14 금요일 유학생활 백 일흔 번째날

여름방학이 끝나고 오늘부터 후기가 시작되었다. 하도 할게 없어서 심심할때는 빨리 방학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후기가 시작되니 좀 더 방학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그런생각을 할 것이다. 아니, 학생 뿐만이 아니다. 백수일때는 빨리 일 하고 싶고, 일자리가 구해져서 일을 조금 하면 쉬고싶고, 그런 것이다. 방금 든 백수의 예는 곧 나한테도 적용될 것이다. 요시노야에서 채용연락이 왔을 때는 그렇게 기뻐했으면서, 막상 일을 며칠 나가게 되면 아마 쉬는날이 기다려지겠지.

다른 사람들한테는 새 학기의 시작이지만 나는 금요일 수업이 하나도 없어서 사실상 아직 방학이다. 더군다나 다음주 월요일은 공휴일이라 화요일부터 학교를 나가게 된다. 그런데도 나는 아침일찍 일어났다. 눈을 뜬게 아니고 알람을 맞춰서 억지로 일어났다. 시청에 가서 새 보험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다. 어제 요시노야에 제출한 보험증의 유효기간이 끝나있어서 새로 갱신한걸 가져오지 않을 때까지는 채용이 안된다고 하니까 어쩌나, 최대한 빨리 일어나서 발급신청을 해야지.

이런 이른시간에 알람을 맞춰 일어난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이제 후기니까 학교에 가는 연습이라고 생각하자. 그렇지 않으면 억울할테니.

보험증을 발급해달라고 할 때 어떻게 말할까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아르바이트가 결정되었는데, 보험증 유효기간이 다 돼서 안된단다, 나 일 안하면 굶어죽는다. 불쌍히 생각해서라도 빨리 발급해달라! 옛날에는 일본어를 하나도 읽지 못해서 보험료를 내는걸 몰랐다. 정말 죄송하다. 정도로 연기하면 되려나. 아무튼 보험증이 발급이 얼마나 걸리냐에 따라 내 아르바이트의 운명이 결정된다.

‘국민보험증’이라는 과에 가서 갱신요청을 했다.

“갱신된 보험증이라면 저희가 우편으로 발송해드렸을텐데요.”

발송 됐는지 안 됐는지 난 모른다. 보험료를 단 한번도 낸 적 없기 때문에. 설령 갱신된게 왔다 하더라도 찾을 방법이 없다. 시청에서 온 우편물은 이미 옛날에 다 버렸기 때문이다.

“반송된 우편물중에 있는지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의자에 앉아서 조금 기다려주세요.”

이 사람아, 찾아봐도 소용없어...그래도 ‘나는 보험료를 한번도 내지 않았고 시청에서 온건 죄다 버렸기 때문에 있을 리가 없어요~ 헛짓거리 하지마세요~’ 라고 말할순 없었기에 순순히 기다렸다.

“죄송합니다. 없네요”

당연하지.

“재발급신청을 지금 하시면 바로 나옵니다만”

“정말요!? 바로 나오는겁니까?” 진작 말해주라고. 복잡한 절차도 없이, 이름, 주소, 전화번호만 쓰니까 바로 갱신되었다. 게다가 날짜도 내년 7월 31일까지다. 보험료를 내라는 소리는 일절하지 않았다.

“아, 그리고 정말 죄송한데요, 혹시 복사를 해 주실수 있으신가요”

“복사기라면 바로 뒤 쪽, 기둥너머에 있습니다. 10엔에 한 장이니까 거길 이용해주세요”

“오호,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점장님이 자격외활동증명서도 확대복사를 해오라는데, 광표네 복사기로는 확대복사가 안되므로 학교까지 갈 생각을 했지만 여기서 다 해결할 수 있었다. 이걸로 준비 OK다! 아무 문제 없다!

집에 돌아와서 다시 잠을 청했고 일어나니 오전 11시였다. 나는 요시노야에 전화를 걸어서 점장님에게 언제 가면 좋겠냐고 물어보려했다.

“감사합니다, 요시노야 토가네점입니다.”

“실례합니다. 어제 방문한 조영빈이라하는데요, 아르바이트 서류 건 때문에 그러는데 점장님 계십니까”

“점장님은 오늘 쉬는날입니다.” ‘오잉....??????’

이게 무슨소리야, 상당히 당황했다. 점장이 되도록 빨리 해서 오늘 오라고 했구만

“그,,,그렇습니까, 오늘까지 꼭 보내야하는 서류가 있어서 말이죠, 지금 가도 될까요?” “죄송합니다, 그에 대한건 들은게 없어서 제가 잘 모르겠네요.”

“아, 알겠습니다.”

...나는 왜 일찍 일어났는가, 잠이나 더 잘걸...점장의 휴대폰번호를 물어봐도 개인정보라서 아직은 외부인인 나한테 알려줄리도 없다. 내일 다시 전화하는 수 밖에 없다. 그래도 필요한 서류는 이제 확실하게 갖춰진것이니 마음은 편했다.

지난주에 못 본 드라마 한편을 보고 나니 갑자기 졸음이 밀려왔다. 오랜만에 일찍일어나서 그런가, 요새 낮잠은 거의 자지 않았는데 너무나 졸려왔다. 그래서 침대에 누웠다. 중간에 몇 번 깨긴 했지만 새벽에 자다 깬 것처럼 계속 졸린상태에서 바로 자곤 했다. 그러다가 일어나보니 오후 6시가 되어있었다. 오늘하루가 다 가버린 것이다. 사실 일어난 것도 철이가 전화하는 소리에 깬 것이다. 주현이랑 영은이가 인터넷을 하러 우리집에 온다는 내용같았다.

주현이랑 영은이가 인터넷을 하러 왔다. 여느때처럼 나랑 철이, 주현이, 영은이 넷이서 내 방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어쩌다가 술 이야기가 나와서 아직 저녁을 먹지 않은 내가 반찬거리를 사올 겸 해서 술이랑 과자를 사 왔다. 나는 너무나 배가 고파서 술도 마시며 컵라면을 먹었다.

주현인가 오늘 어쩌다 친해진 대만인 여자아이가 있다고 했다. 이 대만인 여자도 이번에 새로 유학 온 사람이라고 하는데, 철이가 상당히 관심을 보였다. 대만인 여학생의 이름은 ‘쇼 가신’이라는데, 주현이의 페이스북을 빌려서 철이가 주현인인 척 하고 쇼 가신과 대화를 했다. 한국어에 관심이 좀 있나본데, ‘한국어를 가르쳐주고싶다는 아이가 있는데 어때?’ 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

‘쯧쯧,,,저게 뭐하는거야...’

철이도 그냥 장난삼아 한 거겠지만 곱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얼굴 좀 괜찮은여자면 그냥 만나보지도 않고 환장하는거 같아서...맨날 철이가 여자 얼굴가따가 뭐라 하는거 이젠 듣기싫을정도로 와버렸다. 그게 나쁘다는게 아니고 남자끼리고 나랑 친하니까 그런얘기를 하는거일텐데 누굴 볼때마다 그러니 거북한 것이다. 아니면 내가 위선자이던가...

주현이랑 영은이가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어제 받은 요시노야의 메뉴얼을 계속 해서 읽었다. 주문을 입력하는게 기계식인지, 전표에 적는식인지, 계산하는 기계에 따라 다 방법이 다른 것 같으니 굳이 전부 외워 갈 필요없이 눈에 익게만 읽어두었다. 그리고 손님이 왔다고 가정하고 소리내어 주문을 받는 연습을 해보았다.

“이랏샤이마세~ 고츄몬와 오키마리데스카?”

“오키마리니 나리마시타라, 코치라노 보탄데 오요비쿠다사이”

“아리가토고자이마시타~ 마타 고리요 쿠다사이마세~”

10시에 드라마를 보고나면 11시부터 시작하는 드라마로 넘어가서 보는데, 11시에 시작하는 보이즈 온 더 런이라는 드라마가 지난주에 끝나버렸다. 철이가 가장 좋아했던 드라마이다. 그래서 이 시간에 방송되는 ‘건담시드 리마스터’를 보고, 계속해서 요시노야의 매뉴얼을 읽었다.

오늘의 지출 – 시청에서 복사비 40엔

선피아에서 과자, 술, 쓰레기봉투, 반찬거리 827엔

총 867엔

[Knark.mt]

잘 보고 갑니다.

[사이타니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