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13 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서른 한 번째날
2012. 11. 13 화요일 유학생활 이 백 서른 한 번째날
나는 화요일이 제일 싫다. 가장 수업이 많은 날이다. 그리고 하나빼고 아주 지루하고 정말 재미없는 수업이다. 지난주는 축제라 쉬었기에 정말 오랜만에 듣는기분이다.
유학생센터에서 주관하는 ‘닛코여행’의 마감일이 오늘까지다. 유학생센터에서는 여러 가지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홍보하는데, 나 역시 덕분에 가마쿠라, 후지산 등 먼 곳을 편안하게 다녀왔었다. 닛코 역시 꼭 가보고싶었다. 일본 속담에 '닛코를 보지 않고는 멋있다고 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닛코가 일본에서는 가장 멋있는 곳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안 갈 이유가....음, 없진 않구나. 유학생센터를 통해서 가면 대부분이 중국인일테니 중국여행을 온 기분을 즐기게 될 것이다. 아무튼 싸고 편하게 닛코여행을 갈 수 있는데 마감기간인 오늘까지 신청을 안한이유는 왠지 꼭 닛코여행이 잡혀있는 18일날 AKB의 악수회가 있을것같아서였다. 그래서 마감일인 오늘까지 악수회 발표가 뜨지 않으면 닛코여행을 신청할 생각으로 지금까지 미뤘다.
후지산 여행과 마찬가지로 이 닛코여행역시 나 혼자 가게 되었다. 철이나 광표 희애 그리고 9월에 온 주현이, 영은이 아무도 신청을 하지 않았다. 일본에 왔으니 이런기회를 놓치지 않고 돌아다녀야지 이것들아! 라고 주장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후지산때처럼 사람들이 날 왕따로 보는 시선들이 벌써부터 느껴져서 슬펐다.
1교시 아메리카의 문화시간에 내일까지인 한일번역기법의 숙제를 다 해치웠다. 2교시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생애학습론 시간. 혜민이랑 잡담을 하며 간신히 버텨내고 밥을 먹은 뒤, 여느때 화요일처럼 매점으로 가서 아몬드라떼를 사먹었다. 아몬드라떼를 계산하려고 보니 폿키. 우리나라의 빼빼로랑 비슷하게 생긴 과자가 있어서 샀다.
“이건 왜?” “빼빼로데이날 가늘고 긴 과자를 못먹어서.”
“그래서 지금 사 먹는거야?” “응”
나도 안다. 나 별난놈인거.
3교시는 요시다 교수님의 시간이다. 잤다.
수업이 끝나고 카즈키가 말을 걸었다.
“한국어능력시험이요, 저 61점이더라고요 헤헤 이것참, 부끄럽네요”
“61점? 합격이 몇점인데”
“60점이요”
“푸하하하하하하하 잘 됐네, 축하해”
가채점으로 합격여부를 모두 확인했나보다. 카나코랑 치에미에게 물어봤다.
“합격합격!!”
카나코랑 치에미는 손을 번쩍들며 말했다.
“오오오, 몇 급??”
“4급 5급 둘 다!”
“잘했다! 축하해!!! 다음은 3급이다!!”
그리고는 교실을 나왔다.
“다음은 영화보는 시간이네”
3교시가 끝나고 4교시 동아시아 영상문화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 에릭이 말했다. 에릭도 같이 수업을 듣는다.
“그 중국영화 뭔 얘긴지도 모르겠고”
내가 말했다. 당연히 뭔 얘긴지 모른다. 영화 틀어줘도 난 내내 잤으니..
“닛코 가?”
에릭이 물어봤다.
“어어어어어!!!!!! 가 가 가 가 가!!”
혼자다닐생각하다가 에릭이 닛코를 가냐고 물어봐서 눈을 크게 뜨며 간다고 이야기했다.
“난 안 가...”
억, 놀리나
“뭐야, 이런 그럼 왜 물어봤어!”
“음, 그냥 다른사람들 많이 가길래 그냥 가냐고 물어본거야”
“그러냐, 내 주변사람들 다 안 가고 나 혼자가거든...그래서 에릭가는줄 알고 좋아했지” “거기서 새 친구들을 사귀면 되잖아”
“참으로 어려운 숙제군”
4교시 동아시아 영상문화시간에도 앞뒤상황모르는 중국영화를 보다 지쳐 나도모르게 눈이 감겼다. 절대 내가 자려고 잔게 아니다.
수업끝나고 나오는데 하세가와 노조미를 만났다. 잘 됐다. 시험결과를 물어봐야지.
“어, 아직 모르겠어요, 결과가 나온거같은데 이따 확인해해보려고요”
“그러냐, 보고해라”
“아아아아아 왜요왜요~~~”
어디서 귀여운척이야. 안 그래도 귀여우니까 그런짓 안해도 돼
“말 안하면 떨어진줄 알고 있을게”
“헉, 그런게 어딨어요”
“여깄으니까 바로 말해라”
집에와서 드라마랑 새로 시작한 애니메이션 이니셜D 5기를 보고있을 때 노조미에게 메시지가 왔다.
‘시험합격!!!!’
‘오오오오오오오 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
노조미는 3급을 치렀다.
‘감사합니다!! 다음은 2급!!’
‘그 다음은 1급이지’
‘1급은...ㅋㅋㅋ 네!! 노력하겠어요! 매일매일 공부하겠어요ㅠㅠ’
‘어? 진짜? ㅋㅋ’
‘네 ㅠㅠㅠㅠㅠㅠㅠ’
‘모르는거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고’
주현이에게 같이 밥을 먹자고 연락이 왔다. 주현이네 집으로 가기전에 철이랑 설거지문제로 다퉜다. 원인은 나에게 있다. 내가 요리를 한 냄비를 며칠간 설거지 하지 않고 계속 묵혀둔 것이다. 철이가 설거지도 따로 하자고 했고 거기서 말다툼이 일어나 내가 지금까지 무슨일을 했네, 내가 더 많이 뭘 했네 알지도 못하면서 일 한 척하지 말아줬음 좋겠네하며 유치한 싸움을 하기에 까지 이르렀다. 사실 내가 설거지거리를 묵혀두지만 않았으면 이런 싸움 나지도 않았을텐데 말이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철이랑 싸울 때 난 항상 언성을 높이며 무언가를 내려치거나 하는 과격한 액션을 한다. 힘으로 찍어누르려는게 가장 안 좋고 거꾸로 논리적이지 못하다는건데 반성해야겠다.
주현이네 집에서 밥을 먹고 철이, 광표, 영은이와 다 같이 텔레비전을 보다가 돌아왔다. 오늘 해야할 과제가 많은데 같이 밥 먹고 텔레비전을 보느라 시간이 많이 지났다. 일단 번역수업 숙제는 아까 1교시에 다 끝냈고 창작시간에 요시마스 교수님이 준 DVD를 보고 감상문을 써야했다. 감상문을 쓰려면 감상을 해야하는데 이걸 지금부터 보자니 참 난감했다. 그래도 숙제는 숙제니까 해야한다. DVD를 넣고 돌리는데 어라? 오잉?? DVD가 재생되지 않는다.
‘이 컨텐츠는 보호됩니다. 재생하려면 인터넷으로 활성화 키를 검색해야합니다.’
뭐야 이거, 뭐 아무튼 못 보는거아니야....오예, DVD가 안 돌아가서 난 감상문을 쓸 수가 없다. 그러므로 패스, 다음은 영어숙제다. 아 몰라, 졸리다. 대충쓰고 덮었다.
오늘의 지출 – 닛코여행 신청비 4700엔
점심 250엔
아몬드라떼 110엔
폿키 150엔
저녁값 260엔
총 5320엔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