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9. 25 화요일 유학생활 백 여든 한 번째날
2012. 09. 25 화요일 유학생활 백 여든 한 번째날
밤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아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이게 다 스마트폰 때문이다. 자기전에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면 잠이 확 달아나버리고 잘 수가 없게 된다. 1교시인데 큰일이었다. 그래서 얼마 못 자고 1교시 수업에 나갔다. 그리고 화요일은 하나같이 지루한 수업이다. 1교시 아메리카의 문화, 약 20분 정도는 집중해서 잘 들었지만 결국 무너지고 졸았다. 2교시 생애학습론 이 때가 피크였다. 정말 졸린분이다. 덕분에 푹 잤다.
“오빠 뭐했어요, 아주 그냥 푹 자던데”
“못 잤어, 그리고 잘려는게 아니고 쟤가 재우잖아.”
나는 턱으로 교수를 가리켰다. 다음 시간은 졸림의 보스, 요시다 토모히코 교수님이다. 위치도 조는데는 끝내주는 위치이다. 밥 배불리 먹고 들어가는 3교시. 원 없이 졸 것이다.
오늘 반가운 얼굴을 많이 만났다. 식당에서 하세가와 노조미를 만나서 인사를 하고, 3교시에 들어가니까 우라노 에릭 군이 내 앞에 앉았다. 우라노는 지난주에 수업을 안 나와서 나한테 이것저것 물어봤다.
“이거 책 사야돼?” “응, 책 사라더라. 적어놓은거 줄게” “이거 시험은 책 가져와도 되는거?” “음...아마 불가일거야. 지난 학기에 저 분 수업 불가였거든..”
그리고 그 앞자리를 봤더니 익숙한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카즈키였다.
“오오오오옷!! 안녕하세요!”
“카즈키!! 오랜만, 살아있었던거냐”
“네네 살아있었죠 헤헤”
하지만 나는 저 분 수업시간에는 항상 죽어있는다. 지난주에는 F1드라이버가 된 꿈을 꿔서 땀을 뻘뻘 흘리며 레이스를 했었다. 오늘은 꿈도 안 꾸고 그냥 정신을 놓았다. 잠을 잘 못자면 이 정도로 하루를 아예 망치는구나 느꼈다. 빨리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4교시 강의실로 이동하는 중에 코즈에를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정말로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다. 4교시는 동아시아 영상문화인데 영상을 보면 되는 수업이다. 그런데 역시 영상은 안중에도 없었고 참다참다 못참고 결국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게 되었다.
중, 고등학교때도 미친 듯이 졸린수업을 견디고 쉬는시간이 되면 쌩쌩해진다. 이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그런건가보다. 수업이 다 끝나니 나는 활기를 되찾았다.
저녁을 뭘 먹을까 이야기하다가 집 앞에 있는 ‘구우라멘’ 이야기가 나왔다. 구우라멘 간판에는 ‘맛으로 승부!’라고 커다랗게 써 있고, 손님들이 쭉 줄서서 먹는 사진들로 장식이 되어있다. 유학초반, 철이랑 나랑 그 간판에 홀려서 도대체 어떤맛인지 궁금해서 가봤더니 도무지 먹을 수 없을정도로 짜서 욕을 한 바가지했던 바로 그 집이다. 그런데 며칠전에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아직 구우라멘을 가보지 않은 광표랑 희애가 무슨맛인지 너무 궁금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물론 나랑 철이는 ‘절대로’ 가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나랑 철이가 사람들을 뜯어말려도 줄을 서서 먹을정도로 장사가 잘 되는게 사실이다.
아니, 그 맛없는집이 왜 그리 장사가 잘 될까, 혹시 원래 정말 맛있는데 우리가 먹었을 때만 뭔가 잘못된게 아닐까. 그래서 한번 더 속아보기로 했다. 나랑 광표랑 철이랑 구우라멘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거의 6개월만에 다시 찾은 구우라멘의 맛은 그 때와 너무 달랐다.
“어,,,오늘은 안 짜네.” “그냥 먹을만 하네.”
“돈 값은 하는구만...흠...”
그 때는 왜 그리 짰을까, 그렇다고는 해도 또 와서 먹고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동안의 최악의 평가는 취소지만 왜 그리 줄까지 서서 먹는지는 여전희 의문이다.
저녁을 먹고 광표네 집에 가서 다 같이 재미있는 동영상 등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내일 역시 1교시이다. 오늘은 정말 일찍 잘 것이다.
오늘의 지출 – 카스미에서 쌀, 바나나 983엔
구우라멘에서 네기챠슈라멘 920엔
총 1903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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