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08 월요일 유학생활 백 아흔 네 번째날
2012. 10. 08 월요일 유학생활 백 아흔 네 번째날
교과서를 구입신청한지 이미 일주일이 지났다. 지금쯤이면 도착했지 싶어서 강의실을 들어가기 전체 철이랑 주문한 책을 받으러 교내서점을 찾았다.
“에? 뭐야”
서점은 문을 굳게 닫혀있었다.
“아직 문 안 열었나?” “그럴 리가.....영업시간 10:00~16:00이라고 저렇게 써붙여놓고..”
영문을 몰라서 나랑 철이는 한 동안 서점앞에 멍 하니 서 있었다.
“아, 맞다! 오늘 공휴일이잖아!”
철이가 말했다.
“아아아아 젠장, 그렇구나!”
오늘은 10월 8일, 체육의 날이라고 해서 빨간 날이다. 그런데 무슨사정인지 수업이 있어서 학생들은 학교를 나와야했고 빨간날이니 서점은 휴업을 하고 있던 것이다.
2교시 토익수업으로 오늘의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서 휴식을 취했다. 토요일날 못 본 오오시마 유코 출연의 기묘한 이야기를 보고 1시간정도 낮잠을 자다 아르바이트를 갈 생각으로 침대에 누웠다. 4시쯤에 이른 저녁을 먹고 아르바이트를 갈 생각이었는데 낮잠이 너무나 달콤하여 최대한 잘 수 있는 만큼 자다가 침대에서 일어나 바로 아르바이트를 갔다.
아르바이트를 하러 요시노야로 가는 중에 장 교수님과 주현이를 만났다.
“어디가세요?” “얘 데리고 소프트뱅크 간다.” 그러고보니 주현이가 휴대폰을 산지 한 달이 넘어서 이것저것 걸려있던 부가서비스를 해지할 수 있다. 주현이의 일본어가 부족해서 장 교수님이 도와주러 가는 것 같다.“
“거기 요시노야 점장이 좀 많이 힘들게 하니?” 장 교수님이 물어봤다.
“예? 아니오, 아주 상냥하신 분인데요” “사야코는 잘 버티는데, 거기 아주 빡세다는 소문이 돌아서, 일본애들도 들어갔다가 못 버티고 나온다 하더라”
사실이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는데 요시노야가 아주 힘들다는 소문은 나도 들은적이 있다. 일본인 기준의 편한 일이 무엇인줄 몰라서 헛소문이니 뭐니라고 내가 말 할 수는 없지만 내 기준에서는 모두 상냥한 사람들이고 일 또한 절대 힘든게 아니었다.
“아니에요, 전부 좋은 사람들 밖에 없어요”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다.”
요시노야에 들어가니 다카하시가 있었다.
“오옷! 조 상”
“다카하시씨 안녕하세요~ 지금부터 일 하는건가요?”
“네네, 조금만하다 바로 퇴근이지만요”
다카하시는 아르바이트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정말 잘 했다. 교육을 받기위해 출근했지만 사실상 실전투입이나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내가 엄청 편했다. 나중에 퇴근할 때 봤지만, 인수인계 노트에 ‘다카하시 군은 일을 빨리 배워서 수고를 끼치지않고 정말 잘했습니다.’라고 스즈키씨가 적어놨을 정도였다.
손님들이 먹은 그릇을 치우다가 바닥쪽에 뭔가가 위화감이 들어서 쳐다봤다.
‘어헉!!!!!!’
큰 바퀴벌레 한 마리가 뒤집혀서 죽어있었다. 일단 지시받은 일이 있어서 창문을 닦았다. 창문닦기를 완료한 뒤, 아까 내가 서 있던 자리에 다카하시가 있어서 다카하시에게 아래를 보라고 손짓했다. 당연히 다카하시는 영문을 모른다. 무슨말인지 알아차렸는지 다카하시는 바닥을 내려다 보았다.
다카하시는 ‘으힉’ 하고 눈이 커지면서 놀란표정을 했다. 나는 다카하시에게 다가갔다.
“제가 하겠습니다”
다카하시는 한국어로 이렇게 말 하더니 냅킨으로 바퀴벌레를 잡아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점장님은 홀을 다카하시에게 맡기고 나를 주방으로 불러 주방일을 하나하나 가르치기 시작했다.
‘에, 벌써?’
주방일까지 다 배웠다고 점장님이 판단하면 시급이 100엔이 오른다. 이렇게 빨리 주방일을 배우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 기뻤다.
점장님에게 고기를 나누는 법을 배웠고, 스즈키씨에게 오싱코를 준비하는 법을 배웠다.
“오싱코는 70g을 그릇에 담는거야”
스즈키씨는 오싱코를 조금 집더니 그릇에 담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저울은 70g을 표시하고 있었다.
“우와!! 한번에 70g을 바로 맞추시다니 스즈키씨 달인이시네요! 대단해요!!”
“하하하하하, 아니 뭐 몇 년씩이나 하다보면...”
스즈키씨는 웃으면서 말했다.
지시받은 주방일을 끝낸 다음 점장님은 나에게 무려 30분이나 휴식을 주었다. 휴식을 받았으므로 맘편히 화장실을 들어갔다.
‘으악’
또 바퀴벌레가 있었다. 오늘 뭐야 이거, 음식점에서 바퀴벌레는 정말 치명적이다.
30분이나 휴식을 받긴했지만 전화기도 가져오지 않았고 MP3도 가져오지 않았다. 뭘 하고 있을지몰라서 심심해하고 있는 나를 보더니 점장님은 껄껄 웃으며 들어왔다. 그리고는 옆에 꽂혀있는 요시노야 매뉴얼을 보여주었다. 엄청나게 두꺼운 매뉴얼 책이 총 5권, 한권당 두께가 8cm는 되어보였다.
“이거 다 외우면 너 점장이 될 수 있어 하하하하”
우리나라도 이런게 있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내 눈으로 본 적은 없다. 매뉴얼에는 직원들이 일을 할 때 상황마다 이상적인 루트라던가, 음식들이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대라던가 일을 할 때 동작마다 걸리는 이상적인 시간들이 초 단위로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나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게 일본이구나...
휴식을 하는동안에 다카하시의 근무시간이 끝나서 나랑 다카하시 둘이 점장실에 같이 있게 되었다.
“바퀴벌레..”
“바퀴벌레??”
점장님이랑 스즈키씨가 모르게 일부러 한국어로 말했다. 그런데 다카하시는 바퀴벌레가 뭔지 모르는 모양이다. 그래서 다카하시의 귀에대고 귓속말로 말했다.
“고키부리(바퀴벌레)”
“아아아”
“아까 화장실에서 또 봤어요, 근데 여자화장실 쪽으로 도망갔어요”
“헉, 정말요? 또 봤어요?”
“네”
“손님이 보면 큰일이에요”
“당연하죠”
“특히 일본에선, 음식점에서 바퀴벌레 나오면 정말 큰일이에요, 다시는 저 가게 안간다고, 한국도 그렇죠?” “당연히 한국도 그렇죠”
모두 한국어로 이야기했다. 그 때 점장님이 들어오고 다카하시는 일부러 한국어로 이야기한 보람도 없이 점장님에게 이야기했다.
“점장님, 알고계셨어요?”
“응? 뭘?”
“바퀴벌레가 나왔어요” “억, 뭐라고? 누가 발견했어”
“조 상이 발견해서 제가 버렸어요, 그런데 화장실에서 또 나왔대요”
“이런.....”
점장님은 살짝 심각해진 얼굴을 했다.
“해충방지업체에 주기적으로 관리를 받고있어도 그게 나오나”
“그런거 별 소용없어요, 제가 선술집 아르바이트 할 때 해충업체에서 작업 한 바로 다음날 바퀴벌레가 튀어나왔었는데요 뭐”
다카하시가 웃으면서 말했다. 다카하시는 퇴근준비를 끝냈다.
“수고하셨어요~ 안녕히가세요~”
“네, 수고하세요”
“아아, 그렇구나, 다카하시는 한국에 유학갔다 왔었으니까 회화가 가능하구나”
나랑 다카하시가 한국어로 인사를 주고 받는 것을 보고 스즈키씨가 말했다.
“어째 갑자기 점점 한국계 사람들만 늘어나는거 같어”
점장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사야코는 한국어를 배우고 있고, 다카하시는 한국유학생출신이고 나는 아예 한국인이다.
밤 8시 반 부터는 점장님과 스즈키씨도 다 퇴근하고 교대로 들어온 미네씨랑 나랑 둘이서 가게를 보았다. 11시가 되어서 사야코가 오고 나는 퇴근을 했다.
“안녕~”
사야코랑도 한국어로 인사를 주고 받았다.
“페이스북 친구추가 고마워요!”
사야코가 말했다.
“왓핫핫핫핫 괜찮아요, 뭐 그런거가따가 그래, 우리 친구친구친구”
나 역시 언제부턴가 한국어를 많이 말하고 있다.
집에 오자마자 어제 사온 물건들을 정리하고 바로 잘 준비를 했다. 내일은 1교시부터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지출 – 물 458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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