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8. 13 월요일 유학생활 백 서른 여덟 번째날
2012. 08. 13 월요일 유학생활 백 서른 여덟 번째날
일어나보니 사야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유카가 돈이 없대 T^T 교통비 정도밖에 없나봐...아르바이트 시작했다니까 오키나와에서 돌아오면 진짜로 같이 밥 먹자! 라고 하네’
예상대로다. 절대 기대하지 않았다. 돈이 없다는건 이유가 되지 않는다. 이유야 되겠지만 그런 이유로 이런식으로 당일에 통보하는건 말도 안된다. 충분히 미리 말해줄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일본인은 흔히 겉다르고 속다르다고 말한다. 사야랑 유카한테서 그런 일본인의 특징이 보이는 것 같다.
역시 하루종일 한 것이라곤 ......건담보기랑 텔레비전 보기 밖에 없다. 이번 유학에서 귀 만큼은 확실하게 뚫렸을거라 자신한다. 실제로 청해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이 스스로도 느껴지고 말이다.
사야랑 유카랑 노는 계획이 날아갔고, 철이는 윤호형에게 도움을 청했다. 윤호형 역시 엄청 심심하셨는지. 오늘 저녁 바로 보자고 하신다. 그런데 일이 생기셨는지 조금 늦겠다고 연락이 왔다.
“영빈아, 밥 안먹냐? 너 배 안고파?”
“먹으려고 했는데, 형 오시면 그 때 뭐 먹을거아니냐. 그래서 그 때 먹을라고”
저녁 8시쯤에 윤호형이 우리집으로 오셨다. 철이의 말로는 윤호형 집이 엄청난 부자라고 한다. 실제로 윤호형은 자동차도 끌고 다닌다.
“형, 영빈이 저녁을 아직 안 먹었어요”
억, 난 밥을 먹잔 얘기가 아니고 맥주랑 과자나 집어먹을려고 밥 안 먹은건데.
“그래? 그럼 우리 KFC나 갈까??”
아, 요새 몸 관리좀 할까 생각했는데 이 시간에 치킨이라니
“어허,,,영빈이 표정이 좀 안 좋은 것 같은데?”
“아아아아 아니에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우리는 윤호형 차를 타고 KFC를 가게 되었다. KFC까지 가는 중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스시로에 아르바이트 신청을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 거기 외국인 받아준대?” “아,,네 20일날 면접보러 오라고...먼저 물어봤거든요 저 한국인인데 괜찮냐고. 괜찮다는데요”
“그러냐...? 거기 한국인인가 중국인인가... 아르바이트생이 지진나서 도망가버렸거든. 그래서 한 동안 외국인을 안 뽑았었어.”
“허어 그런가요. 요새 어지간히 일손이 부족한가보네”
“나 아는 애도 거기서 아르바이트 했었는데 일 하고 오면 특유의 생선냄새가...어휴~”
“헤헤, 전 그런냄새 좋아해서요”
“거기 근데 꽤 힘들껀데.....”
“각오하고있어요. 내년에 한국가면 초밥집에서 아르바이트 했었다고 자랑하게요”
“나쁘지않지, 외워야할게 엄청 많나봐. 뭐 넌 일본어 잘하니까 문제 없을테지만”
KFC에서 메뉴를 정했다. 철이는 햄버거를 고르고 나는 치킨이 먹고싶다고 했더니 윤호형이 꽤나 비싼 세트를 시키셨다. 악..? 악..??? 난 이렇게 까지 비싼거 필요없는데
그런데 바로 윤호형이 지갑에서 지폐를 다다다닥 꺼내셨다.
‘....설마’
윤호형은 바로 계산했다. 부자다 부자다 말로만 들었지 직접 보니 사는세계가 다른사람 같았다. 그리고 우리더러 맛있게 먹으라고 해주었다. 아 멋있다. 나도 돈 많아지고 싶다.
윤호형이 시켜주신 치킨은 정말 양이 많았다. 먹다가 지쳐버릴 정도였다.
“감사합니다... 저희가 다음에는 대접해드릴게요!”
심심하시다던 윤호형은 10시부터 일이 있다고 우리를 집까지 태워다 주시고 가버리셨다. 결국 KFC 치킨만 화려하게 대접받고 집에 들어온 형태가 됐다. 그게 나쁘단건 아니지만.....
밤 늦게는 철이랑 같이 편의점에 가서 오랜만에 둘이 맥주를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오늘의 지출 – 편의점에서 바나나, 과자, 맥주 456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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