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8. 11 토요일 유학생활 백 서른 여섯 번째날
2012. 08. 11 토요일 유학생활 백 서른 여섯 번째날
새벽3시 30분의 알람이 울렸다. 잠깐 잠이 들긴 들었었나보다. 일어나기가 귀찮은걸 보니...어쩌지? 그냥 잘 까? 그래, 그냥 자버리자. 결승전도 아니고 뭐하러 날새면서 그걸 또 보고있나. 그런데 알람을 끄러 가는사이에 잠이 살짝 깨버리고 텔레비전랑 눈이 맞아버려서 결국 텔레비전을 키고 그 앞에 앉았다. 한일전이라 굳이 인터넷에서 한국TV중계를 찾지 않고 그냥 일본 텔레비전에서 보면 된다.
페이스북을 보니 실시간으로 축구에 대한 글들이 막 올라왔다. 다들 안 자나보다. 나 역시 일본테레비의 중계상황을 사진으로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리고 친구들과 경기에 대한 감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올림픽이 방학중이라 다행이다. 동생 역시 안 자고 축구를 보고 있나보다. 역시 카카오톡으로 경기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축구를 봤다.
박주영 선수가 선제골을 넣었다. 병역기피 논란으로 나 역시 그를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누가 나무랄수도 없는 정말로 멋진 골이었다. 나중에 사실 빗맞은슈팅이었다는 기사가 나오긴 했지만 수비수 세 명을 제치고 바로 꽂아넣는 환상적인 장면이었다.
“이야야야야아야야아!”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철이도 소리를 질렀다. 자는 줄 알았더니만 이 녀석도 축구를 보고 있나보다. 철이를 내 방으로 불러서 같이 봤다. 추가골이 또 터졌다. 이걸로 경기는 완전히 넘어갔다. 나랑 철이는 소리를 질렀다. 페이스북의 친구들은 내일 일본인들한테 맞아죽는거 아니냐고 농담으로 이야기했지만 그럴일은 없다. 방학이라 친구들은 다 집으로 갔다.
축구가 끝나고 6시에 다시 잠을 잤다. 일어나보니 오후 두 시다. 진짜 올림픽이 생활리듬을 완전히 망쳐놓고 있다. 이겨서 다행이다. 이제 새벽 2시에 자는건 일찍 자는편인 정도가 됐다.
어제 만들고 남은 카레로 밥을 먹고 또 다시 승리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인터넷 기사들을 읽었다. 그리고 3시부터 오랜만에 공중파에서 틀어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야구중계를 봤다. 이미 4:0으로 요미우리가 크게 이기고 있었다. 만루에서 다카하시 요시노부가 홈런을 때려서 8:0 시원시원하다. 재미있는 야구란 이기는 야구다.
7시 반부터는 또 한일전이 있다. 여자배구 3,4위전인데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아 보지 않았다. 배구를 싫어하는건 아닌데 그냥 챙겨보기가 귀찮았달까, 양효진 선수를 좋아하는데도 리모컨에 손에 가지 않았다. 9시에 드라마를 보는데 속보가 떴다. 지진인가? 뭔가 봤더니, 여자배구가 한국을 꺾고 동메달을 땄다는 소식이었다.....뭐야..
쌀이 다 떨어져서 철이랑 카스미를 갔다가 밤 늦게까지 쭉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봤다.
오늘의 지출 – 카스미에서 쌀, 닭꼬치, 음료수, 간장 124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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