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일본 교환유학일기

2012. 10. 15 월요일 유학생활 이 백 한 번째날

2012. 10. 15 월요일 유학생활 이 백 한 번째날

5월 초, 유선이의 생일파티를 할 때 이런생각을 했다. 내 생일이 되면 나는 아마 슬퍼할거라고, 철이가 이유를 물어봤다. 내 생일은 10월 15일인데 그 때쯤이면 유학생활이 얼마 남지 않아서 마냥 기뻐하지는 못할것이라고 말했다. 그 만큼 그 때 유학생활은 즐겁고 신나게 보내고 있었고 지금 역시 변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저 말을 할 때, 나의 생일은 아직 까마득히 먼 미래로만 생각되었다. 바로 오늘, 그 때 멀게만 느껴졌던 내 생일이다.

아침부터 휴대폰은 생일축하 메시지로 계속해서 울려댔다. 학교 가는 중에 광표를 만났다.

“영빈~~~~~ 생일 축하해~~~~~~ 오늘 뭘 할까~~????”

“아아, 고맙다. 오늘...? 음, 나 아르바이트 있는데..” “에잉, 그러냐? 그럼 주말이라도 미뤄서 파티하자!!”

이렇게까지 챙겨주려고 하는 광표가 정말 고마웠다.

월요일은 2교시까지 밖에 없어서 2교시가 끝난 후 바로 집으로 왔다. 철이는 오늘 몸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은 듯 했다. 학교 올 때도 자전거 속도를 내지못해 한참 뒤에서 따라왔고 집에 와서도 오자마자 잠을 잤다.

평소처럼 밥을 먹고, 요시노야로 출근하기 전에 대충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나갔다.

‘허허, 생일 저녁 혼자 라면이라니 이건 좀 슬프구만’

어쩔수가 없다. 얼른 출근해야하고, 애초에 아르바이트를 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게 나니까 말이다.

오늘 요시노야는 토요일과 정 반대로 아주 한가했다. 휴식시간 중에 하나사카씨가 출근하여서 하나사카씨의 근무시간이 되기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 상은 언제까지 일본에 있어요?” “내년까지는 있어요”

거짓말이다. 돌아갈 날이 4개월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애초에 요시노야에 들어올 때 점장님에게 내년까지 할 수 있다고 하고 들어왔기 때문에 완벽한 사기를 위하여 아르바이트 생들에게도 똑같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은 상당히 특이한 손님 한분이 오셨는데 할아버지가 한 분이었다.

“아이고, 전기가 안 들어와서 일주일간 밥을 못해먹었어”

‘에...?’

할아버지는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나에게 이런저런 못 알아들을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말야, 토가네로 이사를 오게 된거지”

“아, 그러시군요..”

“가마토리의 요시노야가 없어졌지?” “예? 그렇습니까”

전차타고 30분정도 걸리는 곳 사정을 알 리가 없다.

“몰라?”

“예, 죄송합니다”

“자주갔었는데 없어졌어”

별의별 관계없는 이야기를 열심히 떠든 할아버지에겐 미안하지만 새는 발음 때문에 무슨 얘기를 하고있는지만 알았지 다 정확하게는 못 알아들었다.

“어디보자, 요시노야의 할인권이 붙은 광고지가 있을터인데....”

할아버지는 가방에서 수백장은 되는듯한 광고지 뭉치를 꺼내서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다. 한가해서 망정이지 바쁜데 이 할아버지가 들어왔으면 초죽음이 되었을 것이다. 다행이 일일이 대응할 수 있을정도로 한가했다.

“요시노야의 쿠폰은 보이지가 않네요”

“가만있어봐, 있을테니까”

수많은 광고지 뭉치중에 어딘가는 있겠지만, 정리 되지 않은 수백장의 종이뭉치중 한 장을 찾는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어어, 여기있네”

결국 찾아냈다.

“그래, 지금 이거 다 쓸 수 있는거지?” 광고지에 붙은 쿠폰들은 두 개 시켜먹을 때 얼마 할인, 네 개 시켜먹었을 때 한 개 무료 등의 쿠폰이지 메뉴하나가 할인되는 쿠폰은 없었다.

“....그래? 안타깝네”

“죄송합니다.” “이건 뭐야? 야키니쿠 덮밥?” “네, 고기를 구운거입니다.”

“이거 시키면 딸려나오는게 있어?” “고추장이 나옵니다.” “고추장?”

“예, 한국의...알고 계시나요?” “아아, 한국의 그건가, 흐음 뭘 먹으면 좋을까”

메뉴판은 물론 테이블 바닥도 광고지 뭉치들로 인해 보이지 않았다. 하나사카씨는 주방쪽에서 안쓰럽기도 하고 재밌다는 듯 보고 있었다.

“에라, 그럼 규동 특대랑..”

15분이 걸려서 결국 주문한건 쿠폰과 아무 상관없는 규동이었다. 그리고 뭔가 더 있는지 생각 좀 하겠다고 기다려달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기의 살아온 이야기를 계속 이야기했다. 이래선 규동이랑 뭘 또 먹을지 생각할 수 없을 듯 한데...

“근데 말야, 저기 주방에 있는 아이는 이름이 뭐지?”

“예??”

뜬금없이 그건 왜 궁금해하나, 그래도 이 할아버지에게 잠시나마 벗어날 찬스라고 생각되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주방의 하나사카씨에게 달려갔다.

“하나사카씨, 저 할아버지가 이름을 물어보라는데요”

“에? 저요?”

“네, 아,,근데 아무래도 개인정보니까, 제가 멋대로 하나사카입니다. 라고 말해버리는것도 뭣하고 해서요”

“....저는 상관없는데 다른 분들이라면 어찌 생각할지, 확실히 불쾌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저 할아버지 상습범이에요. 가끔씩 와서 장난아니게 말 걸고 엄청 오래있다가 가요”

아무래도 하나사카씨는 저 할아버지가 익숙한 모양이다.

“제가 대응할테니 조 상은 편하게 하던 작업하세요”

화장실의 비품이 떨어진게 없나 체크하고 나와보니 그 할아버지 앞엔 내가 아니라 하나사카씨가 대신 서 있었다.

“오오오, 그렇구만 누나가 유학을 가 있다고?”

이쯤되면 밥 먹는게 목적인지 사람이랑 대화하러 온게 목적인지 알 수가 없다. 이 할아버지는 한 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앉아있다가 나가셨다. 패밀리레스토랑도 아니고, 요시노야에서 한 시간동안 앉아있는다는건 거의 있을수가 없는 일이다.

11시가 되어 사야코가 출근하여 교대를 하고, 난 퇴근하여 집으로 왔다. 철이는 여전히 몸이 좋지 않아 계속 잠을 자고 있었다. 고맙게도 페이스북엔 친구들의 생일 축하 메시지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특히, 승현이가 올린, 승현이 본인, 승호, 동석이, 민규형, 준구형, 현수형이 건배를 하면서 ‘영빈아! 생일 축하한다!’ 라고 외치는 동영상을 봤을땐 정말 감동했다. 휴대폰도 마찬가지였다. 남들이 이것만 보면 대단한 인기인이라 느낄것이다. 하지만 풍요속의 빈곤이랄까, 정작 나는 오늘 하루종일 혼자였다.

“띵동, 띵동”

이 시간에 누구지하고 봤더니 영은이였다.

“하라주쿠 갔다왔어요, 이거 맞죠?”

영은이가 요청했던 오오시마 유코와 카와에이 리나의 A4크기 생사진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이건 생일선물이에요”

오오시마 유코의 사진 두 장을 더 나에게 건냈다.

“고마워”

“생일 축하해요”

수 많은 생일축하 메시지의 홍수속에 빠졌던 하루였다. 다만, 나에게 직접 목소리로 생일 축하한다고 말해준 사람은 철이랑 광표, 영은이 세 명이었다. 엄청난 수의 메시지에 기뻐해야하는게 맞을 것이다. 다만, 퇴근하고나서 배가 고파 편의점에 가서 먹을 걸 사가지고와서 혼자 맥주에 과자를 먹으며 많은 생일 축하 메세지를 읽을 땐 뭔가 우스웠다.

오늘의 지출 – 오오시마 유코, 카와에이 리나 사진 1050엔

편의점에서 맥주, 딸기츄하이, 과자, 카라아게 960엔

총 1110엔

[Knark.mt]

잘 보고 갑니다.

[사이타니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