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일본 교환유학일기

2012. 10. 19 금요일 유학생활 이 백 다섯 번째날

2012. 10. 19 금요일 유학생활 이 백 다섯 번째날

잘 만큼 자고 일어났다. 얼마전에 민이랑 채팅중 민이가 일본유학시절에 먹던 ‘스키야키’가 먹고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반찬거리를 사러갔을 때 스키야키 전용 양념이 보이길래 잠깐 그 레시피를 본 적이 있다. 아주 간단했다. 재료를 넣고 양념을 부은 다음에 끓이면 끝이다. 그 생각이 나서 오늘은 스키야키를 해먹어볼까 하고 집을 나섰다. 귀찮은지라 집 바로 뒤의 ‘무라노 이치바’로 향했다. 다른곳들에 비해 비싸서 거의 들리지 않는곳이다. 가장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몇 달만에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스키야키를 해먹으러 찾아왔는데 스키야키 양념옆에 똑같이 김치찌개 양념이 있었다. 만드는 방법 역시 간단했다. 그 양념이랑 물을 넣고, 두부, 고기 등 좋아하는 재료를 넣으면 뚝딱완성되는 것이다. 난 역시 한국인이었다. 따뜻하고 매콤한 국물이 먹고싶었다. 스키야키 양념이 아닌 김치찌개 양념과 두부 등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대단한 양을 쳐먹어대고 식탁정리를 할 때 광표에게 전화가 왔다.

“뭐해?” “밥 먹었다.”

“오늘 뭐 할 거 있어?” “딱히 지금은 없고... 이따가 아르바이트 가는거밖에 없는데”

“아르바이트 몇시까지 가는데?”

“5시 반까지니까 5시에 출발하면 된다.” “나 집 주변 사진찍어야 되는데 같이 좀 돌아다니자, 집 주위 100M의 예쁜배경을 찍으래”

흔쾌히 좋다고 했다. 다른이유가 아니라 점심을 하도 많이 쳐먹어대서 조금이라도 걸어다녀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딴 생각을 하기 전에 적게먹으면 된다.

“음, 저거 어떠냐, 빨래 널어져있는거”

“이 구도도 예쁘네”

집 주변의 예쁜배경 찾아서 사진찍는 과제라니, 필름 한통을 찍어야한다고 하니 36장을 찍어야한다.

“아이스크림 먹고싶네”

난 과식하고 나면 꼭 아이스크림을 먹고싶어한다.

“사 줄게”

“감사”

미디어학과는 정말 돈이 많이 드는 것 같다. 여러장비를 사야하는건 당연한거고 과제를 하는데도 필름을 막 써야하니 과제만 우리나라 돈으로 몇만원이 나가는 셈이다. 물론 이게 다 미래를 위한 투자이지만 지금 당장은 불쌍하다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다 찍었다, 가자 아이스크림 먹으러”

약쿠스에서 이것저것 군것질거리를 사다가 광표네 집에 들어갔다. 지금 시각이 4시인데, 한 시간 정도 여기서 쉬다가 바로 요시노야로 출근할 생각이었다. 광표랑 같이 ‘해피투게더’를 봤다. 일본에 와서 처음 보는 한국의 방송프로그램이었다. 그러고보니 유학와서 한국방송 볼 시간에 일본방송을 보겠다고 한국방송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오랜만에 보니 정말 재미있었다. 아, 아예 안 본건 아니다. 매주 롤러코스터2의 코너인 ‘푸른거탑’은 보고있긴 하다. 역시 일본의 개그코드는 한국인과 맞지 않는 것 같다. 가끔 우리나라 방송도 봐 줘야겠다.

요시노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오늘 근무시간이 3시간밖에 되지 않아서 후딱 지나가버렸다. 퇴근할 때 쯤에 손님이 갑자기 많이 들이닥친걸 빼고는 특별한 것은 없었다.

휴대폰을 보니 역시나 철이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아르바이트 끝나면 바로 전화 해’

오늘은 한국인 유학생 모임인가 뭔가 하는 게 있었다.

“어어어~ 알바 끝났어?”

“그래, 거 분위기 어떠냐”

“일단 와”

“돈 안내면 간다.”

참가비가 2000엔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기랄, 중간 합류도 아니고 끝물합류 2000엔은 억울하다.

“잔말 말고 빨리 와”

광표랑 희애는 축제 때 일 시키는게 뻔하니까 불참했고, 나 역시 그리 가고싶지 않았지만, 철이가 가 있고, 지금 시간이면 거의 끝물일거란 생각에 얼굴이나 비출 생각으로 모임장소로 향했다. 생각외로 모임장소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게 다 한국인이란거지? 징그럽다.”

윤희누나랑 수진이 누나가, 철이가 앉아있는 테이블에 합류했다.

“아르바이트 힘들었지? 마실 거 시켜”

수진이 누나가 메뉴판을 주며 말했다.

“예예,,,목이 많이 타네요”

“일단 여기 맥주 한잔 마셔”

퇴근직전에 갑자기 손님이 몰려와서 갈증이 나긴 했다.

장 교수님이 먹을거를 넘겨주고 김대석 교수님도 일본주를 따라주었다. 나는 목이 말라서 계속하여 술을 주문했다.

“벌써 다 마셨어?” “네네, 목 말라서요.”

이 모임을 주최한 희영이 누나가 내게 다가왔다.

“잘 왔어! 아르바이트 어때?” “재밌어요, 다들 좋은사람들이라서”

“거기 점장한테 똑똑히 전해, 너희들은 인재하나를 놓친거라고”

희영이 누나는 내가 요시노야의 일을 시작했을 쯤에 아르바이트 신청을 했는데 이젠 자리가 없다고 거절당한거에 상당한 분노를 느끼고 있는 듯 했다. 하긴 나도 나를 떨어뜨린 야키니쿠집이라던가 하마스시에 악감정을 품고있으니 아주 잘 이해했다.

“허허, 정말 잘 마시네”

나는 안주도 없이 계속해서 술을 퍼 마시고 있었다. 일본의 술은 정말 상쾌하고 맛있다. 소주를 굉장히 싫어한다. 도대체 맛도 없고 알콜냄새만 나는 그 액체를 왜 마시는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쓴 ‘아직 인생의 쓴 맛을 느끼지 못해서 소주가 쓰게 느껴진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맛없는건 맛없는거다.

철이, 주현이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모두 참가비를 2000엔씩 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긴 엄청난 사람들의 엄청난 음식들이 있었는데 그걸 누군가가 다 쏜다는건 말이 되지 않는다. 늦게 왔어도 꽤나 마셨는데 끝물에 껴서 공짜술만 엄청 퍼먹은 셈이다.

“내가 진정한 승리자구만”

술의 힘인지 이대로 들어가기가 아쉬워서 주현이네 집에 올라가 철이랑 주현이, 영은이랑 우리들만의 2차모임을 가졌다.

오늘의 지출 – 무라노이치바에서 고기, 김치찌개 양념 등 646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