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일본 교환유학일기

2012. 08. 17 금요일 유학생활 백 마흔 두 번째날

2012. 08. 17 금요일 유학생활 백 마흔 두 번째날

AKB48, 특히 오오시마 유코에 빠지게 된 나는 오늘 하루종일 AKB48 팬 카페에 있었다. 정식앨범 1830m의 발매일은 엊그제 15일, 즉 나랑 철이가 도쿄여행을 갔을 때다. 알았으면 사오는건데...안타깝지만 29일 깅엄체크 발매일날 하라주쿠 AKB샵에서 사기로 마음먹었으니까 그때까지 참기로 했다. 꼭 이런게 아니더라도 조만간 하라주쿠 및 야마노테센 밑쪽을 여행하기로 했으나 AKB가 강한 동기부여가 되어버렸다.

1830m의 발매직후여서 AKB48 팬카페에서는 앨범을 산 ‘인증샷’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인증샷마다 앨범살 때 같이 받는 포스터는 ‘마에다 아츠코’였다. 진짜 마에다 아츠코 밖에 받을 수 없는건지, 다른 멤버의 포스터도 받을 수 있으나 팬클럽 회원들은 일본에 가서 구매할 수 없으니까 공동구매를 통하여 사서 전부 마에다 아츠코로 통일인건지 궁금했다. 나는 오오시마 유코 팬이니까 오오시마 유코의 포스터가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야후재팬을 통해 검색해보니 포스터는 점포별로 멤버들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팬클럽 회원들은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듯 했다. 나아가서 어느점포에서 어느멤버의 포스터를 받을 수 있는지 검색해봤다. 이 역시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럴 때 일본어를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남들보다 위에서 노는 느낌이다.

자, 이 사실을 알았으면 1830m 앨범을 살 때 아무데서나 사면 안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오오시마 유코의 포스터를 주는 점포를 찾아서 사야한다. 오오시마 유코의 포스터는 타워레코드, 그리고 WonderGOO에서 받을 수 있다. 헉!!????

“뭐야! 이럴수가!”

WonderGOO는 우리 집 바로 앞에 있는 가게이다. 거기서 사면 오오시마 유코의 포스터를 받을 수 있다.

“아아아아아!! 역시 난 럭키가이!!!!!!”

멀리나갈필요도 없다. 29일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지금 당장 설렁설렁 나가서 사오면 된다. 일본현지에 사는 일본어가 가능한 팬의 위엄이다.

착한 나는 일본여행을 올 회원들을 위해 어느점포에서 누구를 받을 수 있는지 정보를 게시했다.

WonderGOO에 갔다. 한국의 팬들은 구매대행이네, 일본옥션이니, 국제송금이니 하고있지만나는 WonderGOO에서 유코의 포스터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라면사러 나가듯이 슬렁슬렁 가게로 가고 있다. 히히...그러고보니 이 역시 일본유학중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일본에서가 아니면 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더욱 오오시마 유코의 팬질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위험한 다짐을 하게 되었다.

WonderGOO 입구에는 역시 1830m의 홍보물이 붙어있었다. ‘특전! 오오시마 유코 포스터’라는 글귀에 두근두근댔다.

계산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올 때 입이 귀에 걸렸다. 진짜 기분이 좋았다. 나는 한국가요를 거의 모른다. 관심도 없다. 어쩌면 그래서 노래방을 싫어하는지도 모른다. 뮤직뱅크 같은 가요프로그램을 일부러 챙겨본적도 단 한번도 없다. 가수의 앨범을 돈 주고 사는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 고등학교 때 소녀시대 데뷔싱글은 나도 한번 산 적이 있긴 하지만....아티스트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그냥 다운받아서 들으면 될걸, 왜 굳이 CD를 사는가, CD를 사도 듣는건 MP3인데 말이다. 옛날부터 슈퍼주니어니 동방신기니 앨범을 사 모으는 동생에게 면박을 주곤 했다. 하지만 난 오늘 그 기분을 이해했다. 가수의 앨범을 산건 소녀시대 싱글앨범에 이어 두 번째지만 가수의 비싼 정식앨범을 산건 태어나서 처음이다. 앨범을 사고 돌아올 때 들뜬 기분. 심박수가 빨라진 이 느낌. 연예인을 좋아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다. 이래서 누군가의 취미는 이해를 못하겠다고 욕하면 안된다. 빠진다면 다 그 이유가 있는 것이다.

8시에 뮤직스테이션이라는 프로그램에 AKB가 나온다고 해서 그걸 또 챙겨봤다. 음악프로그램을 일부러 챙겨본 것 역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영빈이가 변했어.....”

철이가 말했다. 그래 나 완전히 빠져버렸다....

9시에 희애네 집으로 갔다. 내일은 은아가 한국으로 귀국한다. 혜연이와 마찬가지로 1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아예 한국으로 가는 것이다. 가기전에 얼굴을 보고 인사를 하기 위해서 철이랑 같이 갔다. 원래는 같이 저녁이라도 먹기로 했는데 이것저것 유학생활을 돌봐주시던 일본인 아주머니와 약속이 있다고 해서 잠깐 이야기만 나누게 되었다.

한 시간 정도 희애, 은아랑 수다를 떨다가 나왔다. 은아까지 가 버리면 작년9월에 온 멤버들은 이제 전부 한국에 돌아가게 된다. 3월 28일. 나랑 철이랑 희애가 왔을 때의 혜연이, 은아의 상태가 지금의 나의 상태일 것이다. 한 학기가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니, 매번 머릿속으로 생각하지만 나도 돌아갈 날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AKB팬카페에 오오시마 유코의 포스터를 올리자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컸다.

한 팬분은 유코의 포스터를 갖고싶으니, 국제송금으로 돈을 보내면 유코의 포스터와 1830앨범을 EMS로 보내달라는 부탁을 해 왔다. WonderGOO는 집 앞이고, 우체국도 멀지 않다. 같이 오오시마 유코를 좋아하는 입장이고, 원하는 물건을 사지 못하는 한국팬과 달리 나는 일본에 있으므로 유리하다는 입장을 과시하고 싶은 기분도 들었다. 기꺼이 들어주기로 했다.

오늘의 지출 – AKB48 앨범 ‘1830m’ 3200엔

카레재료 366엔

백엔샵에서 샴푸, 비누 217엔

총 3783엔

[Knark.mt]

잘 보고 갑니다.

[사이타니야]

언제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소요권법]

항상 재밌게 즐겨 보고 있습니다. 분량이 많아서 한번에 다 읽기가 힘드네요 ㅋㅋ;

[사이타니야]

많은 양에도 불구하고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

[안산딸기]

저는 2002년경 X-Japan 의 노래를 일본 록밴드음악으로는 처음 들어봤었습니다.
한동안 이친구들 괜찮은데 하며 즐겨 들었습니다.

[사이타니야]

그렇군요~! 2002년때면 제가 중1때인데 그 때도 이름은 많이 들었던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