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일본 교환유학일기

2012. 11. 17 토요일 유학생활 이 백 서른 다섯 번째날

2012. 11. 17 토요일 유학생활 이 백 서른 다섯 번째날

아르바이트는 오후 7시 30분부터, 푹 자려고 마음먹고 전화기까지 끈 다음에 잠에 들었다. 그리고 자다깨다 자다깨다를 반복하다 시간을 보니 오후 6시다. 아무리 늦게 잤다지만, 그리고 계속 잔게 아니고 자다깨다 휴대폰으로 인터넷 만지작거리다가 했다지만 오후 6시에 침대에서 빠져나온건 대기록이 아닌가 싶다.

밖은 엄청 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도무지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내리고 있었다, 게다가 바람소리도 장난이 아니었다. 제기랄, 곧 아르바이트를 가야하는데...걸어갈 수도 없고, 저 정도 비는 자전거에 우산을 써도 우산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서 저녁을 먹고 요시노야로 향했다. 물론 아직도 비는 그치지 않았고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우산은 도움이 안 될 것이 뻔하니, 입지않는 옷을 입고 비를 맞으며 달렸다. 하필이면 바람이 역풍이다. 자전거를 굴리는게 힘든 건 둘째치고 빗줄기가 얼굴을 때리는게 무지하게 아팠다. 얼굴에 멍드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얼굴이 너무 아파서 자전거를 멈추고, 갑자기 비가 올 때를 대비하여 항상 자전거에 끼우고 다녔던 우산을 들었다. 어떻게 얼굴을 때리는 빗줄기를 막기 위해서다.

“우지끈!”

50M도 가지 않았는데 바람 때문에 우산이 부러져버렸다. 이런 젠장, 오늘로 딱 두 번째 핀 우산인데 이렇게 부러져버리다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이게 눈물인지 비 인지 구분도 안된다. 에이 몰라! 우산을 휙 던져버리고 얼굴을 때리는 빗줄기를 뚫고 요시노야에 도착했다. 완전 쫄딱젖은채로 들어갈 때 난 똑똑히 보았다. 점장님이 웃음을 참는 모습을.

“안녕하세요, 입점 했습니다.”

상태를 보니 오늘 하루도 참 바빴던 것 같다. 테이크아웃용 비닐봉지가 하나도 없었다.

우자와씨가 오늘 상당히 기분이 안 좋아보였다. 둘이서 가게를 보고 있어서 계속 호흡을 맞춰야하는데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었다.

11시가 되어서 나와 우자와씨의 교대로 사야코와 나가노씨가 왔다.

“우자와씨, 괜찮아요?” “에? 뭐가요?” “그게, 오늘 기분이 굉장히 안 좋아보여서요”

“아아아아아, 하하하하 전 원래 일 할 때 그래요”

“솔직히 엄청 신경쓰여가지고..”

“언젠가 나오야한테도 그런 말 들었어요, -우자와 씨, 저 뭔가 나쁜짓했나요?-라고, 그냥 이 녀석은 일 할 땐 이렇구나~ 하고 넘어가면 돼요”

나는 내일 닛코여행에 싸 갈 여기서 테이크아웃 해 가기로 했다. 규동의 경우, 밥을 제외하고 소고기쪽만 살 때 100엔이 저렴하다. 고기만 사고, 밥은 집에있는걸 퍼다가 싸가려는 것이다. 굳이 이렇게 안 해도 편의점 도시락 하나 딱 사면 그만인데 난 요시노야를 정말 사랑하는 모양이다.

퇴근한 내가 정문으로 다시 들어오자, 사야코, 우자와 씨, 나가노씨가 무슨일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멀뚱멀뚱 쳐다봤다. 뭐긴 뭐야, 손님으로 사러 들어온거지. 기다리다못해 내가 먼저 말했다.

“규사라 오오모리 테이크아웃이요”

“저기, 조 상, 마카나이로 싸게 먹지 왜 그래”

나가노씨가 말했다.

“아, 마카나이가 아니라 테이크아웃 하려고요”

나가노씨는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에?? 조 상, 나도 지금 나 먹을거 테이크아웃 하고 있는데요?”

우자와씨가 말했다. 보아하니 진짜 우자와씨는 자기가 먹을 부타동을 그릇이 아니고 테이크아웃용 도시락통에다 만들고 있었다. 난 이제야 상황이 이해가 갔다.

“저기 근데....예전에 점장님이 테이크아웃은 마카나이 할인이 적용안된다고 해서요”

“쉿!”

우자와씨가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며 말했다.

“그렇지, 원래 테이크아웃은 마카나이 적용이 안 돼, 여기서 먹고 가는것만 마카나이 할인을 받을 수 있어”

나가노씨가 덤덤하게 천천히 말했다.

“그, 그렇죠 헤헤”

우자와씨가 민망한 듯 말했다.

“괜찮아, 조 상 다시 뒤로 들어와”

“감사합니다.”

다시 벨을 눌러 직원용 문으로 들어갔다.

“조 상 말대로 원래 마카나이는 테이크아웃이 안 돼, 점장님이나 스즈키씨라면 뭐라뭐라 시끄럽게 말하면서 안 된다고 했겠지만, 우리끼리 있을 땐 그런거 신경안써도 돼. 돈 아깝잖아”

“나가노 씨, 감사합니다.”

“그전에, 그냥 여기서 잠깐 먹고 가도 되는데 굳이 제 돈 내고 테이크아웃을 하려하는거야?”

“내일 닛코여행을 가거든요, 점심을 싸가야하는데, 여기서 고기만 사다가 밥은 집에있는걸 넣어서 싸가려고요”

“오, 닛코가는구만, 근데 그리 번거롭게 할 필요없이 그냥 규동 주문하지? 10엔 정도 밖에 차이 안날걸?” “아! 마카나이라서 70% 할인되니까 규동이던 그냥 고기만 사던 가격차이는 안 나는군요”

“그래, 그렇지”

“오케이 좋았어!”

고기만 곱배기로 사면 280엔이다. 그런데 지금 마카나이 적용을 받게 되었으니 규동특대에다가 치즈까지 추가시켰다. 제 돈 내고 사면 720엔, 하지만 마카나이 할인을 적용받아 220엔에 살 수 있다. 어...잠깐만??

나는 이미 유니폼을 수거함에 넣었고 사복으로 갈아입었다. 주방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아,,저 나가노 씨...”

“응?” “저 이미 옷을 갈아입어버려가지고요, 제가 스스로 마카나이를 만들수가 없으니까..정말 죄송한데 만들어주실 수 있나요?” “어, 만들어줄게, 뭐야. 규동특대랑 치즈구만, 사야코, 네 선배니까 오더는 네가 쳐 줘”

“사야코 부탁해~”

“조금만 기다려”

220엔에 호화스런 도시락을 쌀 수 있게 되었다. 나가노씨가 정말 멋있어보였다.

“치즈 듬뿍 싸 줄게”

그렇게 말하는 나가노씨 옆에 테이크아웃용 통이 두 개였다.

“어? 나가노씨, 밥이랑 고기랑 따로따로 싸 준거에요?” “응, 여행갈땐 그 편이 훨씬 낫잖아?” “정말 고맙습니다.”

“선배 여기 거스름돈이요~”

사야코가 거스름돈을 주고, 나가노씨가 도시락을 건네주었다.

“닛코, 재밌게 놀다오라고”

나가노씨, 정말 멋진남자다. 반해버릴 것 같다.

“정말 감사합니다!”

요시노야의 규동특대, 치즈토핑을 마카나이 할인으로 싸게 사서 돌아가는 길은 너무나 행복했다. 아르바이트생끼리의 정이 듬뿍 담긴 이 규동은 보기만해도 맛있을것같다. 뭐, 내일 먹을테니 그 땐 다 식은 뒤겠지만...

내일 닛코여행은 아침 7시까지 학교 본부동 앞으로 집합이다. 일어나는 시간을 생각하면 가자마자 누워서 자고싶었지만 비를 맞아 홀딱 젖어서 샤워를 한 뒤, 알찬 여행이 되기 위해 여행책으로 닛코에 대한 사전지식 공부를 했다.

오늘의 지출 – 요시노야 마카나이 22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