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일본 교환유학일기

2012. 09. 23 일요일 유학생활 백 일흔 아홉 번째날

2012. 09. 23 일요일 유학생활 백 일흔 아홉 번째날

밖에는 또 비가 내리고 있었다. 6, 7, 8월은 거의 내리지 않던 비가 9월에 몰아서 내리는 것 같았다.

‘이런 제길, 카레나 해 먹으려고 재료 사러가려 했더니 비가 오다니’

또 고야챔플을 해먹는건 너무 질리고, 어찌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광표에게 메시지가 왔다.

‘아르바이트 하냐’

‘아니, 카레나 해서 쳐먹으려고 했는데 비가 오네’

‘배고파’

‘나도’

‘머 먹지’

‘쌀밥’

‘스키야 걸어가서 규동 사올까 철이는?’

‘게임쇼인가 뭔가 갔어’

게임에 관심이 아주 많은 철이는 오늘을 많이 기다렸다. 나는 게임의 세계를 전혀 몰라서 아무런 흥미가 없었기에 가지않기로 했다.

‘지금같은 상태면 고기부페가면 좋을텐데...’

있을 때 이용할걸, 가고싶어도 못간다니 너무나 안타깝다. 집에서 요리를 해먹을까 어쩔까 하다가, 고기부페는 사라졌고, 아쉬운대로 샐러드바가 있는 빅보이를 가기로 했다. 영은이에게도 연락해서 같이 가기로했다. 희애는 방금 일어나서 생각이 없는듯하다. 물론 엄청 비가 와서 걸어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빅보이에서 배터지게 먹고 수다를 떨다가 나왔다. 여전히 비가 많이 내렸다.

“카스미 갈래??” 광표가 물어봤다.

“에? 지금? 걸어서? 왕복 40분 걸릴텐데?” “알고 하는 말이야 가자.” “흐음, 어차피 카스미를 가긴 가야하긴하는데...그래, 많이 먹었으니까 운동도 할 겸”

영은이는 집으로 돌아갔고 나랑 광표는 카스미로 걸어갔다. 일단 사려고 했던 고기와 카레를 바구니에 집어넣었다.

“아, 맞다! 나 간장도 사야지!”

고야챔플을 해먹을 때 넣던 간장이 다 떨어진게 생각났다. 언제나 사던 작은간장을 집어넣었다. 카스미를 걸어다니다가 광표가 다른 간장을 집으면서 말했다.

“영빈아, 고야챔플 만들 때 이거 넣어도 될 것 같은데?” 상당히 통이 큰 간장이었다. 간장은 일본어로 ‘쇼유’다. 근데 이건 ‘츠유’라고 써 있다.

“츠유는 뭐냐, 쇼유랑 뭐가 달라? 내가 아는 츠유는 이슬이랑 장마밖에 없는데‘

‘이슬’이랑 ‘장마’도 일본어로 ‘츠유’이다. 설명을 보니 ‘가츠오부시 국물을 넣은 짠 맛이 덜한 간장’ 정도 되는 것 같다. 아무튼 그동안 사오던 작은간장보다 훨씬 큰 사이즈라서 이걸로 바꿔넣었다. 광표가 치즈케이크를 집어넣길래 나 역시 먹고싶어졌다. 케이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치즈’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달라진다. 치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나도 치즈케이크를 바구니에 집어넣었다. 케이크만 있으면 섭섭하다. 그래서 우유도 집어넣었다.

“오, 이거 좀 봐, 전자레인지에 바로 데워먹을 수 있는 피자야”

광표가 세 조각으로 분리포장되어있는 피자를 가리켰다.

“나 이거 살래!”

피자에도 치즈가 들어간다. 피자포장지에 ‘치즈가 듬뿍!’이라는 글씨에 또 마음을 뺏겨버렸다.

“에이씨! 그래, 오늘 돈 썼으니까 조금 더 쓰자!”

피자도 집어넣었다. 일본에 온 이래 최고로 많이 물건을 집었다.

“너랑 나랑 누가 더 많이 나올까?” 나나 광표나 오늘 바구니 듬뿍 장을 보았다. 계산할 때, 직원이 계산하다 말고 핑크색 바구니를 꺼내서 거기에 담아주었다.

“1500엔 이상 구매하신 손님께 선물을 드립니다.”

“에? 선물요? 뭐가 선물이에요?” “이 바구니입니다.” “그럼 이대로 그냥 들고 가도 되나요?” “예, 그렇습니다. 이 바구니를 들고 오실때마다 도장을 찍어드리고, 20개를 채우시면 할인을 해드립니다.”

비닐봉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 이런걸 하는듯하다. 우리가 일부러 이 큰 바구니를 들고 여기까지 올 일은 없을듯하지만말이다. 자전거에 바구니에 이 큰 핑크바구니가 들어갈리 없고 그렇다고 카스미 올때마다 뒤에 올려놓고 끈으로 묶을수도 없으니까 말이다.

나는 1835엔, 광표는 2000엔이 넘게 나왔다. 둘 다 어마어마하게 샀다.

“내가 졌군”

자전거를 타고 오지 않았기에 핑크바구니를 직접 들고 집으로 가야했다. 이 커다란 핑크바구니를 들고 걸어가면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

“....목욕탕 가는사람같아.”

“목욕탕갈때도 이렇게 큰 건 안들고 가...”

집에 와서는 역시 텔레비전을 보았다. 오늘은 건담AGE가 마지막회이다. 9시에 하는 섬머레스큐도 마지막회이고 오늘로 3분기 드라마가 모두 막을 내린다.

저녁엔 철이가 돌아왔다.

“여어, 게임쇼는 어때 재밌었냐?” “대박대박이었다!”

“내가 갔으면 어땠을거같냐”

“음,, 게임에 관심없으면 뭔지도 모르고 그냥....그래도 아이돌 비슷한거 와서 춤추고 했어”

“안 가길 잘했군...”

“피파13 대회도 나가서 기념품도 받아왔다. 이야~ 관중 장난 아니었어”

“뭐?? 진짜? 그런거 참가신청 받고 예선거치고 그런거 아니냐? 저 대회나갈게요~ 그래 이리 오세요~ 이런식은 아니었을거아냐” “피파13 게임 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나한테 와서 이거 대회하는데 해 볼 생각 있냐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냥 괜찮다고 했지”

“뭐지, 참가선수가 갑자기 잠수탔나.”

“나도 그냥 재미로 1:1대전 같은 가벼운건줄 알았는데 이건 뭐 관중 쫙 깔려있고 해설까지 있고 선수들 자기소개도 하더라고”

“이야....대단한 경험했네!!! 그래서, 이겼냐?”

“완전 발렸어.” “그렇겠지, 내가 너 피파하는거 볼때마다 골 먹히더만 대회에서 잘 할 리가 없지.”

“그래, 고맙다”

“몇 대 몇으로 졌는데?” “2:0”

“오, 잘 했네! 대회까지 나온 게임폐인이랑 붙어서 그렇게 졌으면!”

아무튼 철이는 오늘 굉장히 커다란 추억을 만든 듯 했다. 일단 나는 이번 달 아르바이트 스케쥴이 안정되지 않아서 미리 계획을 짜가지고 놀러갈 수 없는 상태다.

오늘의 지출 – 빅보이에서 1232엔

카스미에서 고기, 카레, 간장, 라면, 바나나, 우유, 케잌, 피자 등 1835엔

총 3067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