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9. 04 화요일 유학생활 백 예순 번째날
2012. 09. 04 화요일 유학생활 백 예순 번째날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누군지는 굳이 확인안해봐도 안다. 오늘은 광표가 일본으로 돌아오는 날이다. 벌써 4주가 지난 것이다. 난 그 동안 뭐했을까, 뭐했는지는 일기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겠지.
근데 밖은 엄청나게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하늘이 구멍이라도 난 것 같이 퍼부었다. 요 며칠 계속 비가 오고 있다. 그동안 안 오던 비가 몰아서 내리는 듯 했다.
“어어, 일본왔냐, 어디냐 공항이냐.”
“응! 왔어. 근데 비가 엄청 오네”
“그러게, 나갈려고 했었는데 이래서야.....”
“어디 가게?”
“백엔샵 가려 했거든, 우산있냐?”
“없어, 접는우산 하나 가져올까 하긴했었는데...토가네 근처에 가면 연락할게”
“알았다. 우산들고 나가마”
백엔샵에서 책꽂이를 만들 재료를 산 다음 좀 더가서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는 덮밥집 요시노야의 전화번호를 적어오려고했는데 비가 너무많이 왔다. 책꽂이를 만드는거야 급한건 아니지만 요시노야의 전화번호와 같이 붙어있는 아르바이트 모집광고를 읽는건 빨리하고싶었다.
하루종일 퍼부을 기세로 내리던 비는 한 시간 정도 지나자 그치고 날은 화창해졌다. 다행이다. 그리고 광표에게 우산들고 안 와도 된다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그럼 난 밥 먹고 백엔샵을 가야겠다.’
‘맛있게 먹어, 난 아직 밥 안 먹었는데’
‘일본에 오면 뭐가 가장 먹고싶었냐’
‘글세’
‘저녁메뉴 생각해놔라, 가장 힘든 일이다.’
‘알았어ㅋㅋ’
백엔샵으로 가던 중에 토가네역에서 집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광표를 만나서 손을 흔들었다.
책꽂이를 만들 알맞은 재료를 찾기 위해 백엔샵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속으로 상상한 설계도를 이미지하며 하나하나 골랐다. 실패하면 곤란하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히 재료를 골랐다. 내가 계산한 물건은 테이프 두 개, 자, 압정, 식탁보 두 개, 칸막이를 할 나무판, 나사, 톱을 구입했다. 오늘 하루쓰고 쓸 일이 없을 톱을 사는건 조금 아까웠으나 그래도 톱이 없으면 나무를 자를 수가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샀다. 백엔샵을 나오고 나서 요시노야를 찾아갔다. 가져온 수첩에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모집광고의 내용을 옮겨적었다.
집에와서 백엔샵에서 사온 재료들을 풀고 이제 책꽂이 제조에 들어갔다. 그 동안 물을 사 먹어서 박스랑 패트병이 쌓여있기에 갑자기 머릿속에 책꽂이 설계도가 그려져서 실행하기로 한 것이다. 안 그래도 책상만 있고 책꽂이가 없어서 방이 좀 심난했다.
박스의 크기에 맞게 나무판에 제도를 하고 톱이랑 나무판을 들고 나가 톱질을 했다. 박스에 나사못을 박아 자른 나무판을 끼워서 칸막이를 만들었다. 네 개의 박스를 합쳐서 테이프로 꽁꽁 고정시키고, 안정성을 위해 페트병 9개로 박스 밑 주위를 둘러싸서 받침대를 만들었다. 책꽂이를 책상높이에 딱 맞추려는 의도도 있었다. 마무리로 식탁보로 흉한 박스를 예쁘게 포장하여 완성했다. 책꽂이를 만드는 중간에 요시노야에 전화를 해서 아르바이트 신청을 했다. 면접은 9월 6일 밤 8시 30분으로 정해졌다.
완성한 책꽂이에 책들과 함께 잡동사니들을 넣어서 정리를 해보았다. 무너지지 않고 아주 튼튼했다. 대만족이었다. 책꽂이를 만들다보니 벌써 저녁시간이 되었다. 만들기를 하고 난 뒤의 정리를 하고있을 때 광표가 우리집으로 왔다. 철이가 내 방에 와서 완성된 책꽂이를 보았다.
“오오,,,,예술작품이 됐네. 진짜 대단하다.”
“아버지 닮아서 그래, 우리 아버지가 손재주가 대단하시거던”
“영빈아, 넌 아무래도 전공을 잘못선택한 것 같다잉...”
완성된 책꽂이를 바라보고 있다니 너무나 뿌듯했다. 그래, 없으면 만들면 된다.
광표랑 철이랑 하마스시에서 초밥을 먹었다. 그동안 스시로만 갔었는데 스시로가 질린탓인지 하마스시쪽이 훨씬 맛있게 느껴졌다. 게다가 하마스시의 가격이 훨씬 싸다. 그리고 하마스시에도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었다. 인터넷에 없었기도 했고, 지나갈때마다 항상 유심히 봤었는데 왜 구인광고를 보지못했을까 생각이 들었다. 잘 됐다. 내일 하마스시에도 아르바이트 신청을 해야겠다. 하마스시에서 초밥집에서 꼭 한번 일해보고싶다. 그럴일은 절대로 없겠지만 하마스시를 포함해서 두 개 이상의 곳에서 합격된다면 난 하마스시로 갈 것이다.
어김없이 드라마를 보며 하루를 마감했다. 3분기 드라마 마저 이제 전부 최종회로 들어간다. 벌써 멀게만 느껴지던 4분기가 벌써 시작되려하고있다.
오늘의 지출 – 백엔샵에서 책꽂이 재료 945엔
하마스시에서 초밥 1034엔
약쿠스드러크에서 물, 아이스크림 559엔
총 2538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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